소설리스트

국뽕조선-113화 (113/196)

113화 철을 대량으로 생산하다.

화약 제조에 관한 비법은 이미 그것에 관련된 관리들이 알고 있었다.

전국 감영에 비료 제조소가 세워지면서 멀지 않은 곳에 화약 제조소가 설치되고, 그곳에서 비료에서 추출한 염초와 외국에서 사들인 유황을 섞고 숯을 섞었다.

때문에 화약은 병조에서 관리하면서도 전국에서 생산을 벌였다.

그러나 폭약인 진천뢰는 달랐다.

제조 비법을 철저히 지켜야 했기에 오직 한 곳에서만 생산해야 했다.

화학청에 속한 관아가 개성 외곽에 위치해 있었고, 관아의 명칭은 ‘화학청 기술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위장된 명칭으로 연구를 벌이는 곳이 아닌, 조선의 미래를 지켜낼 기물을 만드는 곳이었다.

화학청에 속한 관리와 장인들이 상자에 담긴 가루를 대나무 통 안에 담고 있었다.

“조심해서 하게.”

“예. 나으리.”

“물이 닿지 않게 하고, 무엇보다 불이 닿아서는 안 돼. 불씨가 닿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니까. 단면에 맞춰서 양 조절을 잘하게.”

“알겠습니다.”

“종이 포로 잘 감싸야 새어 나오지 않을 것이네.”

“예.”

관리가 장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유의시켰다.

관리의 유의함을 받으면서 장인들이 신속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손놀림으로 하얀 가루를 담았다.

정량으로 맞춰진 대나무 통 안에 하얀 가루를 담고, 단면에 따라 가루를 걷어냈다.

그 후에 펼쳐진 기름종이 위에 부은 뒤, 빈틈없이 감싸며 종이에 풀칠을 하고 밀봉했다.

밀봉된 가루는 진천뢰였다.

1자가 조금 안 되는 길이로 막대 형태로 포장되었으니, 기름종이에 포장된 진천뢰가 크기에 맞는 상자 안에 차곡히 담기고 있었다.

진천뢰를 담으면서 일을 맡은 장인들이 서로 이야기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진천뢰를 만들 수 있는 거지? 혹시 들은 게 있나?”

“아니, 당연히 없지.”

“듣기로 폭약인 하얀 가루를 만들기 전에 몇 가지 과정들이 더 있다고 하던데…….”

“재료들마다 다른 곳에서 만든다고 들었어. 그리고 운송하는 관리는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전혀 모르고 말야. 비단이 담겨 있는지, 도자기가 담겨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진천뢰를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기가 쉽지 않을 거야.”

“불씨가 닿으면 집 한 채를 순식간에 날려버린다는데, 믿어지지가 않아. 한 번도 터지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말야. 그런데 그게 사실이면 어떤 사람에게도 알려서는 안 돼.”

“조선을 위협하는 무리들이 진천뢰의 비법을 알게 되면 큰일을 겪게 될 거야.”

“맞아.”

진천뢰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장인들 사이에서 소문만이 무성했다.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고, 시연에 참여하여 아는 사람들도 매우 강하다는 것만 알릴 뿐 말을 최대한으로 아꼈다.

그리고 각 재료와 조합을 저마다 다른 곳에서 이뤄냈으니, 그곳에서 재료를 만들어내는 관리와 장인들도 최소한의 정보만을 가진 채 만들 뿐이었다.

다만 구세리와 염초를 조합해서 만든 액상 폭약에 관한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았다.

그래야 위험성을 유의할 수 있었다.

폭약이 만들어지는 곳에는 언제나 성벽처럼 흙담이 세워져 있었고, 사고가 난다면 안에서만 폭발이 제한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코 터지는 일이 없어야 했다.

그렇게 조심함을 이루면서 대량의 폭약들이 만들어졌다.

수레에 실린 폭약이 함흥에 이르렀고 운선에 실리면서 동해안을 따라 움직였다.

해안선을 따라서 움직인 운선들이 녹둔도라 불리는 섬 사이의 강어귀로 들어갔다.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면서 상류로 향했으니, 무산이라 불리는 곳에서 운선에 실린 화물들을 내려놓게 됐다.

무산에 도착한 화물은 수레에 실리면서 이내 광산으로 향하게 됐다.

붉은색 돌들이 빛나는 암벽 사이에 정으로 구멍이 새겨졌다.

“일정한 간격으로 뚫어! 그래야 광석이 이상한 형태로 깨지지 않으니까!”

“알겠습니더!”

“정 하나가 거의 들어갈 정도로 구멍을 뚫어!”

광산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열심히 망치질을 하면서 구멍을 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정으로 모든 광석을 깨부수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구멍들을 내고 상자에 담긴 진천뢰를 꺼내면서 도화선을 심었다.

그리고 암벽에 낸 구멍 안으로 진천뢰를 꽂았으니, 진천뢰에 연결된 도화선들이 하나로 뭉쳐지게 됐다.

폭발하는 순간이 같아야 했기에 도화선의 길이를 똑같이 맞춘 상태에서 묶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나의 도화선으로 백 보 넘게 바닥에 깔리게 됐다.

물러선 관리들과 인부들이 대기 상태에 있었다.

안전을 위해서 석벽으로 된 엄폐물 뒤에 섰고, 한 사람이 횃불을 들며 도화선 끝에 불을 붙일 준비를 하게 됐다.

인부들을 지휘하는 작업반장이 크게 소리쳤다.

“진천뢰 점화!”

“점화!”

횃불을 든 인부가 도화선 끝에 불을 붙였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불씨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백 보 넘는 거리를 지나갔으니 다발로 묶인 도화선에 이르러 불씨가 나누어지게 됐다.

서로 다른 진천뢰를 향해서 불씨가 파고들었다.

그리고 큰 철광석 암벽 안에서 큰 소리와 충격이 일어나게 됐다.

콰광!

콰드득!

쿠쿵!

“오오!”

“깨졌지비!”

무너지는 암벽을 보면서 인부들이 손을 번쩍 들어 보였다.

그리고 다시 진천뢰와 도화선을 들었다.

“이제는 진천뢰의 양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많이 남았으니까, 마음껏 쓰는 거다!”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깨트리는 거다!”

“와아아아!”

함성이 크게 일어났다.

진천뢰가 없을 때 채광이 멈추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마음껏 광석을 캘 수 있었고 광석을 캐내는 양만큼 인부들의 삯이 주어질 수 있었다.

고향에 남아 있는 식구들에게 든든한 양식과 비단옷을 선물하고 싶었다.

깨진 철광석에 붙어서 정으로 내려치면서 잘게 부쉈다.

그리고 수레에 가득 담아 부령으로 보냈으니, 부령에 위치한 제철소에서 철광석들이 녹여지게 됐다.

진천뢰가 대량으로 생산되기 전에는 한 대의 고로만이 철광석들을 녹였었다.

그러나 채광되는 철광석이 심하게 늘어나자 준비되어 있던 나머지 고로들도 운영되기 시작했다.

제철소의 열기가 한껏 더해지게 됐다.

부령으로 다시 시찰을 간 이연이 녹여진 쇳물이 전로로 옮겨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눈앞에서 후원 창이 떠오르게 됐다.

[ GOD1583 님이 염초 1,000근을 후원합니다. ]

금 나와라 뚝딱하면 나오는 게 아니라니까~ ㅋㅋㅋ

- 미션 성공 : 철 10,000근 생산.

후원 창이 떠오르면서 채팅 창에서 선왕들과 위인들의 대화가 이뤄지게 됐다.

— K신궁_성계 : 드디어! 강철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구마!

— 조선_꽃미남_지란_:) : 그러게 말이우다!

— K신궁_성계 : 이제 제철소에서 생산하면 철을 몇 배로 생산하는 거니?

— 킹_갓_그레이트_세종 :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10배 가까이에는 이를 것이옵니다.

— K신궁_성계 : 10배나 말이니?

— 킹_갓_그레이트_세종 : 상황에 따라서는 10배도 넘을 것이라 여겨지옵니다. 무산에서 생산된 철광석이 부령으로 오기까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말이옵니다. 단숨에 목표가 달성된 것을 보면, 최소 하루 5천 근 이상을 생산하는 것 같사옵니다.

— K신궁_성계 : 5천 근?!

— 킹_갓_그레이트_세종 : 1년이면 180만 근에 도달할 것이옵니다.

세종대왕이 태조대왕에게 철 생산량을 알렸다.

그러자 태조대왕이 크게 감탄하면서 놀랐는지 더 이상 대화를 이루지 못했다.

태조대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지란에게는 그가 놀란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 조선_꽃미남_지란_:) : 성님메. 입 다무시우다.

— K신궁_성계 : 본래 철을 얼매나 많이 만드는 거니?

— 조선_꽃미남_지란_:) : 내가 기억하기로는 1년에 20만 근 정도였슴메.

— K신궁_성계 : 20만 근?!

— 조선_꽃미남_지란_:) : 단순 계산으로도 9배가 되니까서리, 대박이 났슴메. 이제 강철을 아주 많이 만들게 되었슴메.

— K신궁_성계 : 이야, 강철 생산이 9배라니! 거기에다 10배를 넘을 수도 있다니! 이야!

조선을 창건했던 선왕이 연신 감탄을 하면서 기뻐했다.

그리고 기뻐하기는 이연도 마찬가지였다.

근이라는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다.

‘1만 근이면 6톤이다! 그리고 100만 근이면 600톤이야! 단순 계산을 해도 1년에 1천 톤 넘게 생산할 거니까! 조금만 더 노력해도 1500톤 정도는 금방 넘어서게 될 거야! 이제 철이 부족하다 여겨지지는 않을 거야!’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환한 미소를 보이게 됐다.

그때 눈앞에서 다시 후원 창이 떠올랐다.

[ 킹_갓_그레이트_세종 님이 철 500근을 후원합니다. ]

[ 조선_꽃미남_지란_:) 님이 철 500근을 후원합니다. ]

[ 태백산_호랭이 님이 철 500근을 후원합니다. ]

[ K신궁_성계 님이 철 500근을 후원합니다. ]

뭔가 후원을 해도 초라한 느낌이구마.

후원 창을 보면서 이연이 생각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렇게 후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앞으로 후원이 더욱 초라해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 K신궁_성계 : 기래.

더욱 분발하겠다는 뜻을 선왕에게 밝혔다.

이이와 류성룡과 이항복과 이덕형이 수행하고 있었다.

금군과 이제신과 육진의 군사들이 지키는 가운데, 이이가 먼저 머릴 숙이면서 축하했다.

“전하. 경하드리옵니다. 이제, 제철소의 모든 고로가 가동이 되었사옵니다. 철 생산량이 크게 늘 것이옵니다.”

“경하드리옵니다! 전하!”

따라 신하들과 군사들이 머릴 숙였고, 그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이연의 미소가 더욱 짙어지게 됐다.

이연이 흐르는 쇳물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이제, 저 쇳물로 화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겠어. 마침 비료 제조소를 통해서 염초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었는데 말야. 철이 생산되면 필요한 만큼 병조로 옮기고, 남는 것을 상단의 단주들에게 팔아. 이문이 들어오면 제철소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좋은 보탬이 될 거니까.”

“예. 전하.”

“그리고 기계공학 기술원으로도 철을 보내서 적절히 쓸 수 있도록 도와. 목재 부품에서 철제 부품으로 기물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리고…….”

이연이 이이를 비롯한 신하들에게 어명을 내리고 제철소 시설들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항복을 불렀다.

“공조참의.”

“예. 전하.”

“지금 고로가 완전히 가동하고 있지?”

“예. 전하. 모든 고로가 가동되고 있사옵니다.”

“말인즉, 한계라는 뜻이야. 과인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겠지?”

“예. 고로를 더 많이 설치하시라는 말씀이옵니까?”

“그렇지! 역시 머리가 좋은 만큼 눈치도 좋구만. 고로 3개를 생산된 철로 더 만들도록 해. 앞으로 철이 더 필요했으면 필요했지, 충분하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하나는 동광석을 녹이는 고로로 쓸 거야.”

“동광석을 말씀이옵니까?”

“소총이야 철로 만들지만 화포는 동으로 만들잖아. 그러니까 동괴를 최대한 많이 생산해야지. 철광석과 마찬가지로 진천뢰를 통해서 동광석도 대량으로 채광할 거야. 그리고 꼭 화포뿐만이 아니라 다른 쓰임새로도 쓸 거야.”

말미에 이항복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쓰임새…? 설마 유기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건가? 하지만 유기에 쓰기엔 전하의 뜻이…….’

화포 외에 동이 쓰이는 것에 대해서 떠올려 보게 됐다.

동은 철보다 귀한 금속이었고, 유기와 같은 식기에 사치품으로 쓰이는 것이었다.

상감이 말한 쓰임새가 기존의 쓰임새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생각을 뛰어넘는 결과물이 있었고, 동이 쓰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상감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가 돌아서면서 호조판서인 류성룡을 보았다.

“호판.”

“예. 전하.”

“이제, 일해야지.”

“예?”

“진천뢰로 광석을 대량으로 취할 수 있게 되었잖아? 지금이야말로 화폐 발행을 준비해야 될 때야.”

“……?!”

모든 이들이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저 오직 철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철기를 어떻게 생산할지에 대해서만 염두에 놓고 있었다.

그러나, 부족한 철로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그것은 화폐 경제였고, 조선의 모든 왕과 위정자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감이 그들의 생각을 다시 뛰어넘으려 했다.

철이 목표가 아니었다.

동이 목표였다.

입에 걸린 미소가 귓불까지 당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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