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이연이 노성을 일으키다.
한 가지 후원 미션이 더 주어졌다.
[ GOD1583 님이 100냥을 후원합니다. ]
산 넘어 태산이지?
- 목표 : 명나라 사신의 경계심을 거두기.
- 시한 : 명나라 사신이 한양을 떠날 때까지.
- 보상 : 10,000냥.
- 보상 : 명나라 사신이 조선 조정에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음.
- 보상 : 명나라 사신이 복귀한 뒤 유황 거래 재개.
- 역보상 : 명나라 사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시, 교역 차단 및 1년 뒤 개전.
[ 미션을 수락합니다. ]
미션이 강제로 수락되었다.
미션이 주어지자 위인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이었다.
— 고려최말년 : 만약에, 명나라와 전쟁을 치른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 깡 : 내 의견이지만, 지금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네.
— 고려최말년 : 어린 조선왕이 신무기를 개발했는데도 말입니까?
— 깡 : 신무기들을 개발했지만 아직은 많지가 않네.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은 보급으로 하는 것이네. 무기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중원을 차지한 나라의 보급은 상상을 초월하네. 그러니 나는 패배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네. 물론 10년이 지나서는 다를 것이네.
최영과 강감찬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강감찬이 명나라와의 전쟁 결과를 예상했으니, 이연이 그의 대화 글을 읽고 생각했다.
‘절대로 명나라와 전쟁을 치러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미션에 실패하면 절대로 안 되는 거야! 명나라 사신이 가진 경계심을 거둬야 해!’
마치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앞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뒤에 두고 서 있는 느낌이었다.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동서인에 속하지 않은 류전과 김명원이 당황하고 있었다.
‘다시 동인과 서인이 다투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두 사람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동서인의 다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두 무리에 속한 이항복과 이덕형이 매우 난감해하고 있었다.
‘형님…….’
‘덕형이…….’
그런 두 사람을 김우선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서 용상 위의 상감을 보았으니 그의 표정이 매우 굳어 있었다.
“전하…….”
이연의 심기 불편한 모습이 숨겨지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에 깊게 잠겨 있었으니,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는 신하들을 보면서 이전에 받았었던 후원 미션의 내용을 살피고 있었다.
두 가지 목표와 역보상에 관한 것을 이연이 확인하고 있었다.
‘동인과 서인의 요청을 동시에 들어주라니…?! 그리고 기밀 유출은 뭐야? 혹시 한 쪽만 들어주면 반대쪽에서 누군가 날 배신한다는 거야?! 뭐 이딴 미션을……!’
이연이 생각하던 중에 당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전하! 이 자들은 명에 충성을 바치는 간신들이옵니다!”
“아니옵니다! 이 자들이야 말로 조선을 망하게 할 간신들이옵니다!”
“전하! 소인들의 이야기를 듣지 마시옵소서!”
“뭐라고?!”
“큰길에는 문이 없다고 하였사옵니다! 소신들을 믿으시며 대인의 길을 걸으시옵소서!”
“이 자들이 감히! 전하!”
서로를 향한 비하와 비난이 가중되고 있었다.
다시 박순과 윤두수가 정철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려 하자, 그들과 함께 있던 이이가 미간을 좁히면서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이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오지 마!’
‘하오나, 전하……!’
‘과인을 위해 중재하는 것은 좋지만 병판이 나서면 서인이 배신자로 낙인을 찍을 거야!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
눈짓을 강하게 주면서 이이가 나서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리고 상감의 눈짓을 받은 이이가 그의 뜻을 받들면서 뒤로 물러섰다.
이이의 무거운 마음이 눈빛으로 드러나고 있었고, 이이를 보던 이연이 다시 생각하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
당쟁을 벌이는 신하들의 생각과 마음을 살피려고 했다.
‘조선을 위해서 저러는 걸까? 분명히 그렇겠지! 나름 조선을 위해서 하는 이야기인 것은 맞아! 그러면 관직을 두고 싸우는 것은? 그것도 맞겠지! 지금 저놈들은 조선을 위해서도 관직을 위해서도 싸우는 거다! 그 두 가지 바람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충신이면서도 간신이었다.
박순과 윤두수, 정철과 이산해, 정인홍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머릿속에서 스치는 생각 한 가지가 있었다.
‘잠깐만……?’
생각이 커졌다.
‘아니, 당이 달라도 나름 조선을 위하려는 거잖아? 그렇다면 그게 공통점이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조선을 위한 일이면 그만인 건데? 국방을 위하든 명나라 눈치를 살피든, 그것들은 전부 조선을 위한 일이야!’
‘그렇다면 동인과 서인의 요청을 하나로 묶어 놓을 수 있는 거다! 어떻게 목표를 달성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똑같은 요청으로 바꿔 놓느냐다!’
하나의 길이 보이고 결론을 얻게 됐다.
‘판을 바꿔야 된다! 정치는 프레임 싸움이니까! 동인과 서인에서 만든 프레임을 갈아엎어야 해!’
‘프레임’은 미래에서 쓰이는 정치 용어였다.
동인과 서인이 만들어놓은 전장을 프레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뒤집고 새로운 전장을 만들어야 했다.
원하는 결과를 구할 수 있도록 자신의 전장에 동인과 서인을 끌어들여야 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렸을 때, 정인홍과 정철이 번갈아 상감에게 요청했다.
“전하! 간신들을 파직하시고 유배를 보내시옵소서!”
“이 자들이야 말로 간신들이옵니다! 조직적으로 음해하는 동인당 신료들을 파직하셔서……!”
미처 두 사람의 간청이 다 전해지기 전이었다.
이연이 주먹 쥔 손을 들었다가 아래로 크게 떨어트렸다.
꽝!
“그 입 다물지 못할까?!”
“……?!”
“…….”
한순간에 정전이 조용해졌다.
서로에게 성토하던 박순과 윤두수, 이산해까지 조용해졌다.
그리고 류성룡과 이항복, 이덕형이 얼어붙었고, 이이가 놀란 시선으로 상감을 보게 됐다.
용상 앞의 탁자를 주먹으로 상감이 내리쳤었다.
이어 노성을 크게 일으키면서 일갈했으니, 정전 안의 온 사람들이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상감의 위엄 앞에서 신하들은 몸을 떨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소리침에 온 신하가 조용해지자, 그들을 한 번 돌아보고 이연이 호흡을 고르면서 만족하게 됐다.
“이제야, 조용해졌구만.”
정적으로 채워진 정전 안에서 오직 상감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지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 이연이 정철에게 물었다.
“예판.”
“예……?”
“그러니까 예판이 과인에게 주청을 올린 것이, 동인당을 숙청해 달라, 이거지?”
“예……?!”
“뭐 그리 놀라고 그래? 조금 전까지 그렇게 이야기했잖아? 아냐?”
“그… 그것은…….”
“일단 접수하고. 대사간.”
“……?!”
이연이 정철의 말을 끊고 정인홍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물었다.
“대사간은 서인당을 숙청해 달라고 한 게 맞지?”
“그… 그렇지 않사옵니다…….”
“그렇지 않긴.”
“…….”
“아니, 영상에 대사헌까지 과인의 신하가 아니라면서?”
“그… 그렇게 말씀드린 것은 맞사오나, 소신은…….”
“맞으면 맞는 거지. 뭐 그리 할 말이 많아? 어쨌든 경들이 그리 청하였으니 과인이 들어주도록 하지.”
“예……?”
정인홍이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게 됐다.
정철 또한 마찬가지로 상감을 올려다보면서 눈동자를 떨었으니, 상감이 몹시 차가운 미소를 띠면서 상선을 불렀다.
“상선은 나가서 도승지 좀 불러와. 과인 앞의 간신들을 모조리 잘라 버릴 테니까.”
“……?!”
“뭐 그리 놀란 표정을 지어? 간신이라잖아! 영상이나 대사헌이나 이판까지!”
“저… 전하……?!”
“동인이고 서인이고 나발이고 싹 다 파직시킬 테니까! 도승지를 당장 불러! 까짓거 과인이 명나라 놈들을 상대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면 그만이야!”
“……!”
“뭐 하는 거야?! 빨리 불러와! 상선!”
이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크게 소리쳤다.
그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노성을 크게 일으켰으니, 김우선이 벌벌 떨었고 정전 내 모든 신하들이 땀에 적셔졌다.
‘전하께서…….’
‘우리들을……?!’
당쟁에 부채질을 했던 세 사람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류성룡과 이항복과 이덕형도 눈을 껌뻑이면서 상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들도 파직의 대상이었고, 정철과 정인홍은 사시나무처럼 떨게 됐다.
원하던 상황들이 펼쳐지지 않고, 생각지 못한 파멸이 일어나려고 했다.
그리고 그 일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정철이 무릎을 꿇자 정인홍이 따라 꿇으면서 엎드리게 됐다.
“전하……!”
“소신들이 잘못했사옵니다! 소신들의 뜻은 그런 뜻이 아니오라……!”
두 사람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이연이 깔아보면서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냐? 너희들이 간신이라면서?”
“그… 그건……!”
“간신들이니까 한쪽은 대국인 명나라를 아예 무시하고, 한쪽은 대국인 명나라만 생각하는 거지! 그러니까 과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중에 없는 거 아냐?!”
“그…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소… 소신들이 생각이 달라서, 저… 전하께 충언을 올려드리다가 그만 감정이 격해져서……!”
“…….”
“송구하옵니다…! 하오나 소신들의 진의는 그렇지 않사옵니다…! 만약에 파직하시고 벌을 내려주신다면… 오직 신들에게만 내려주시옵소서…! 소신들이 전하 앞에서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전하……!”
정철과 정인홍이 번갈아 이연에게 말하면서 죄를 고백했다.
예상하지 못한 상감의 분노를 보게 되었고 눈을 질끈 감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상대를 이겨보려 하다가 모든 것을 잃을 판이었다.
그렇게 후회하는 두 사람을 보고 다른 신하들을 이연이 보았다.
모두가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심지도 이이조차 미간에 힘을 잔뜩 주고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보고서 이연이 다시 용상 위에 앉았다.
“상선.”
“예. 전하.”
“아직은 가지 마. 좀 더 이야기를 해보고 어명을 내릴 테니까. 거기 잠깐 서 있어.”
“예. 전하…….”
김우선을 세워 놓고 언성을 낮추면서 두 사람에게 말했다.
“과인이 물을 테니까, 솔직히 대답해. 거짓말을 하면 파직으로 끝나지 않고 임금을 기망한 죄로 엄중히 처벌할 테니까.”
“예…! 전하……!”
“과인이 얼마나 거짓말을 잘 구별해내는지 예판과 대사간도 잘 알 거야. 그러니까 조심하고, 먼저 대사간에게 묻도록 하지. 명나라가 유황 거래를 끊어낸 상황에서 대사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뭐야?”
“예……?”
“대사간이 정말로 바라는 것을 말야. 대사간이 말하는 동인에서 원하는 것은 뭐지? 이 자리에서 솔직히 말해 봐. 들어는 줄 테니까.”
자신의 귀를 가리키면서 이연이 물었다.
그의 물음에 고개를 든 정인홍의 시선이 흔들리게 됐다.
용상 위의 상감이 정직함을 요구했고, 그에게 반드시 사실대로 말해야 했다.
가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저의를 끄집어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최고의 성군이 한순간에 폭군으로 돌변할 수 있었다.
정인홍이 떨리는 목소리로 상감의 경고와 하문에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