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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뿔도 없는 무림환생-12화 (12/234)

012화 헬난이도의 임무

#012화 헬난이도의 임무

선배 조장이 열 여섯이나 되는데 내가 지목되다니!

잘못됬다.

이건 뭐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곧장 북궁백의 집무실로 향했다.

“저어···. 당주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왜? 취소하고 싶어 찾아왔나?”

“속하의 능력이 아직 미천하여···.”

“그래?”

북궁백이 책상 위에 놓여있던 호리병에 든 술을 한 모금 하더니 내게 던졌다.

“마셔봐.”

“...예.”

꿀꺽.

술을 마시고 나니 묘한 웃음을 짓는 북궁백이 보였다.

“어디서 마셔본 술이지 않냐?”

“예?”

그의 질문에 기억을 더듬던 나는 곧 답을 찾았다.

“집 근처 술도가에서 판매하는 죽엽청이로군요.”

“맞아. 일전 자네 집에 가서 마셔 본 뒤로 종종 사다 먹고 있지. 값도 싸고 맛이 좋아 만족하는 중이다.”

“입맛에 맞는 술을 찾으셨다니, 잘된 일입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다시 마셔보니 꽤나 괜찮았다.

이번 일만 해결된다면 가끔 사다 먹어야지.

“그날도 술을 사러 흑사로에 들렀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그런데 웬 흑도무리가 우르르 몰려가더군. 외성의 치안을 책임지는 외당주로서 따라가봤다.”

순간적으로 드는 불길한 느낌. 북궁백이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곧 들을 수 있었다.

“설마?”

“내가 중수법이 아주 훌륭하더군. 일 권에 제방에 구멍을 낼 정도로.”

“헉!”

툭툭.

어느새 다가온 북궁백이 내 어깨를 쳤다.

“무사히 돌아오길 빌겠다.”

모든 게 다 내 업보였다.

***

십칠조각으로 돌아온 나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내가 왜 외당을 선택했는데!’

본성의 무력대에 비교하면 반의 반밖에 되지 않는 연봉.

더군다나 본성의 무사들이 의식주를 제공 받는 걸 생각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당을 선택한 이유는 언제 칼 맞을 지 모르는 이 무림 세계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슬쩍 챙겨받는 용돈은 덤이었고.

하지만, 인급 임무라면 말이 틀려진다. 여태 안전을 챙긴게 무색하게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

이렇게 재수 옴붙은건 리●지 모바일에 100만 원을 지르고 아무것도 못 뽑은 이후 처음이다.

‘어쩌지?’

혼자서는 안된다.

인(人)급 임무는 절정고수 셋 이상이 투입되어야 안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난이도였으니까.

문제는.

“받아랏! 비격 유성탄!”

“슉슉! 슉슉!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판관필에서 나는 소리!”

“......”

저딴 놈들을 데리고선 도무지 성공할 각이 안 보인다는 거다.

‘양강과 진형이야 그렇다 치고 소평은 답도 없어. 당팔은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겠고.’

결국, 답은 하나다.

내부의 전력이 형편없다면 외부에서 스카웃을 해오는 수밖에.

그리고 나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숨겨둔 인맥을 꺼내야 하는 건가?’

무림 세계로 환생하여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가 바로 꽌시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외부 전력을 영입하기 위해 본성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묵룡당.

비록 구룡성 서열은 밑바닥이지만, 전신인 점창파는 한 때 구파일방에 속했던 대방파였던만큼 고수의 질은 다른 당에 밀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 고향과도 같은 곳이니 부탁하기도 쉬웠고.

“사람을 지원해달라고? 미쳤냐?”

“...아니, 저번에는 가족이라면서?”

“네 놈이 남이라면서. 그리고 묵룡당에 사람이 어디 있다고 외당이 맡은 임무에 제자를 지원해? 나 파문당하는 꼴 보고 싶어서 이러냐?”

“어허! 위지 형의 생각이 참으로 짧구려. 묵룡당과 외당은 구룡성에 속한 같은 식구인 것을.”

“지랄하지 말고 꺼져.”

“아 형!”

“안 꺼져?”

“아 쫌! 하나밖에 없는 동생 죽는 꼴 보고 싶소?”

“안 그래도 사람 없어 죽겠는데, 나가 이 자식아!”

위지풍에 의해 묵룡당 밖으로 쫓겨난 나는 이를 갈았다.

‘다시는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

마음 같아선 저번에 낸 기부금까지 빼앗아 오고 싶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좌절하지 않았다.

내게는 아직 많은 ‘꽌시’가 남아있으니까.

***

“시벌 세상.”

모조리 실패했다.

분명 제대로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찾아간 모든 곳에서 문전박대당한 나는 쭈구리모드로 본성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이제 어쩐다···.

그냥 십칠조만 데리고 가?

잠시 극단적인 생각을 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랬다간 정말 다섯이서 사이좋게 염라대왕이랑 면접 볼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찰나.

“오랜만이군. 진무전.”

전혀 반갑지 않은 얼굴이 다가왔다.

“아이고! 천하의 청룡검 단운 대협께서 저따위를 기억하고 계신다니 삼생의 영광입니다요!”

당당하게 얼른 일어나 허리를 굽히니 놈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전하군.”

“소생이야 맨날 똑갑습죠. 단 대협께서는 별래무양하셨는지요.”

“너를 꺾기 위해 뼈를 깎는 수련을 거듭하고 있다.”

“...그, 그렇습니까?”

“비록 저번에는 너의 허허실실에 당해 패배했지만, 다음번엔 다를 것이다.”

“아니, 내가 언제···.”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뭐라도 말하려 했지만, 단운의 말이 더 빨랐다.

“그리고 그날이 되면, 나는 비로소 구룡성 최강이 될 것이다.”

너 해. 많이 해.

그리고 나를 이겨봤자 구룡성 최강이 될 수 없어.

성주를 이겨야지.

‘미친놈과 계속 이야기 해봤자 나만 손해지.’

계속 있다간 정신이 붕괴할 것 같아 서둘러 인사말을 건넸다.

“아이고, 벌써 시간이 이리 됐네! 그럼 다음 기회에 뵙겠습니다. 단 대협!”

단운이 손을 뻗어 걸음을 막았다.

“잠깐!”

“...에?”

“그래도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차나 한잔 마시고 가라.”

“그냥 가면···.”

“이 자리에서 끝을 보는 거로 알겠다.”

“그래, 가자. 가.”

잠시 후.

단운의 안내에 따라 청룡당 본각에 달린 접객실로 들어왔다.

아는 사람이 있던 여타의 당과는 다르게 청룡당은 처음인지라 이곳저곳을 둘러봤는데.

‘용담호혈이 따로 없네그려.’

돌아다니는 무사들의 기세가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

묵룡당의 경우 소수정예의 느낌이라면 청룡당은 다수정예라고나 할까?

역시, 구룡성의 에이스당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마셔라.”

단운 녀석이 직접 차를 가져와 내밀었다.

향이 괜찮은 게 싸구려는 아닌 것 같았다.

“맛있군요.”

“다행이군.”

후룩.

입으로 호호 불어 차를 식혔다.

최대한 빨리 마시고 튀기 위함이다.

그러기를 잠시.

한입에 털어 넣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도 다 마셨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앞으로 무사 평탄하길 빌겠습니다.”

“인(人)급 임무에 함께할 사람을 구한다지?”

“그걸 어떻게···? 설마, 저를 감시했습니까?”

“온종일 동기들의 바지춤을 부여잡고 부탁하던데 내가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흠흠. 그렇구려.”

올라오는 민망함에 헛기침하던 차, 단운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도와주지.”

“...?!”

“대신 조건이 있다.”

“그, 그게 뭡니까?”

“일이 끝나면 정식으로 나와 대결을 해주는 것이다.”

“목검비무라면...”

단운이 정색하며 캐삭빵을 제안했다.

“진검으로 펼치는 생사결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싫다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 이 자리에서 승부를 내는 수밖에.”

“에라이, 미친놈아.”

***

단운을 파티원으로 영입한 뒤,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젊은 에이스의 합류로 퀘스트의 성공률이 크게 올랐으니 기뻐할 일이었다.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렇지.’

그랬다. 놈의 정신세계는 내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분명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다.

잘생긴 외모, 하늘이 내려준 것 같은 천재적인 오성, 최고의 스타터팩 중 하나인 벌모세수를 받은 신체.

마치 무협지의 주인공마냥 완벽한 조건을 타고난 놈은 청룡당의 기대주이자 구룡성의 예비 에이스답게 밝고 친절한 성격이었다.

‘네가 무전이구나. 우리 함께 열심히 해보자.’

‘조금 더 힘을 내! 너는 할 수 있어!’

‘동작이 잘 안된다고.? 내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봐줄게.’

덕분에 나는 한 살 많은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문제는, 등천각 팔 년 차에 일어났다.

‘그때부터 흑화했었지 아마?’

평소와 마찬가지로 돌아가며 비무를 하던 중 내가 이겨버린 것이다.

정직한 열일곱이었던 그는 나의 임기응변을 막지 못한 것이다.

‘모래 뿌리기가 주효했었지.’

그때부터 놈의 태도가 돌변했다.

신분을 앞세워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싸움을 걸어왔다.

‘결판을 내자!’

‘오늘만큼은 절대 지지 않겠다!’

‘싸우자.’

결국, 비무신청은 피할 수 없다는 규칙 아래에 등천각 마지막 2년 동안 나는 그와 끊임없이 비무를 펼쳤다.

덕분에 교관들로부터 추가점을 획득한 나는 그만 등천각을 수석으로 졸업하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그것 때문에 외당으로 못 갈뻔했지···.’

군대나 다름없는 본성 근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도 청룡검 단운이라면 늙은 절정고수 두어 명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강자다.

‘역시, 내 인맥이란···.’

이게 다 평소 인맥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암, 그렇고말고.

비록, 다녀와서 캐삭빵을 하자고는 하지만 그거야 대충 져주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내 헤드헌팅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묘향이 차려 준 저녁을 먹고 있던 내 눈에 머리를 빛내며 들어오는 용마산이 보인 것이다.

“어디 좀 같이 가자.”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오?”

나는 그에게 임무를 맡게 된 대략적인 경위를 설명했다.

“...그거야 당신이 병신 짓을 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것 같소만.”

“인마, 너희들이 그날 안 싸웠으면 이런 일도 안 생겼을 거 아냐?”

“나는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소. 당신이 일방적으로 끼어든 것이지.”

“허어, 이런 정 없는 친구를 봤나. 어깨를 마주하고 싸웠으면 동지인 것을···.”

“안 통하오.”

완강한 용마산의 태도에 나는 놈의 밥숟가락을 빼앗을까 고민했지만, 놈이 내는 식비를 생각하여 간신히 참았다.

‘하루 두끼를 얻어먹는 조건으로 달에 두 냥씩이나 내는 호구를 내칠 수는 없지.’

하지만, 그런 용마산의 마음을 한 큐에 바꾼 이가 있었으니···.

쨍그랑.

바로 묘향이었다.

‘다 들어놓고선 웬 깜짝 놀라는 척?’

집에 들어올 때 임무를 나가는 것을 설명한 상태였으나 마치, 처음 듣는 듯이 깜짝 놀라 하며 그릇을 떨어뜨렸다.

‘근데 눈은 왜 깜빡여?’

그러면서 나를 향해 눈을 깜빡이더니 이윽고는 벌벌떨리는 목소리로 용마산의 손을 잡았다.

“헛!”

“무사님, 부디 진 조장을 지켜주시면 안 될까요?”

“그, 그것이···.”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허어..."

묘향이  용마산을 애절한 얼굴로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얼굴은 물론 두피까지 붉게 물들더니.

“좋소. 소저가 해주는 밥을 얻어 먹는 처지니 이번만큼은 진 조장을 도와 임무에 나서겠소.”

대뜸 승낙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니, 이게 된다고?’

나는 용마산의 호구 등급을 일등급에서 특등급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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