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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뿔도 없는 무림환생-69화 (69/234)

069화 등천각 파견(4)

#069화 등천각 파견(4)

등천각 칠 년 차, 점창 분타로 훈련을 하러 가는 길에 남천궁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대부분 구룡성 고위층의 자녀였던 기재들을 인질로 잡으려 한 것이다.

당연히 저항했고.

곧이어 살육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교관들과 등천단원들이 달려들어 어찌 막아 냈으나 모두가 살지는 못했다.

서른이 넘었던 기재 중 아홉이 죽었다.

‘주호.’

주상만의 형이자 등천각에서 만난 친구.

죽은 아홉의 기재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내가 정신만 차렸으면 분명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포에 사로잡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모든 일이 끝난 뒤, 그의 시체를 보며 나는 죄책감과 함께 무림의 잔혹함을 마음속 깊이 새기게 되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구룡성을 나가 심산유곡에 처박혀 주지육림의 삶을 사는 게 꿈이 되어 버린 게.

하지만.

어린 기재의 죽음을 목격하자 머릿속에선 주지육림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공포에 사로잡힌 채 죽었던 주호의 얼굴이 떠오르며 분노만이 타올랐을 뿐이다.

파지직. 파직.

전왕기가 평소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며.

콰앙!

더욱 강한 경력을 내뿜었다.

후드득.

육편이 혈향과 함께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마, 마귀!”

“지랄.”

어린 애들을 노린 네놈들이 마귀지.

퍽.

편히 내지른 주먹이 소리를 지른 놈의 안면을 뚫는 것으로 전투가 종료되었다.

“휴우.”

숨을 돌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살아남은 놈은 단 하나.

꾸욱.

놈의 목을 잡고 허공에 들어 올렸다.

“으으······.”

공포심에 사로잡힌 놈이 흰자위를 보이며 눈깔을 뒤집었다.

짜아악!

“크헉.”

놈의 뺨을 후려치고 다시 물었다.

“시간이 없다. 몇 명이 어디에 포진해 있는지 말해.”

강한 충격에 정신을 차렸는지 놈이 비웃음을 흘렸다.

“크흐흐, 알아 봤자 소용없다. 그분이 온 이상 어차피 네놈들은 다 죽을 테니까.”

“그 전에 네가 먼저 죽는다.”

“죽여라.”

어차피 말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퍽.

손에 힘을 주어 놈의 목을 꺾음과 동시에 바닥에 던졌다.

성과 없는 심문 따위에 낭비할 시간 따윈 없었으니까.

한시라도 빨리 기재들을 구해 내는 것이 우선이다.

‘포위망이 다시 형성되기 전에 데리고 나와야 한다.’

“흐으.”

비천풍을 펼치기 위해 발을 디디자 순간적으로 힘이 풀렸다.

수십 리를 전속력으로 뚫고 오자마자 격전을 치른 탓에 체력이 바닥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건.

‘내공 소모가 생각보다 적었다.’

전왕류와 동화된 전왕십삼투의 효능이었다.

덕분에 적들을 격살하는 와중에도 꽤나 많은 양의 내공을 회복할 수 있었다.

“흡!”

아직 넉넉한 내공을 담아 다시금 비천풍을 펼쳤다.

그러기를 한 식경.

챙챙. 챙.

격전을 치르고 있는 세 명의 기재들을 발견했다.

이미 죽었는지 교관들은 보이지 않았다.

쿠웅.

삽시간에 펼쳐진 전왕보.

주변의 풍경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으힉!”

우드득.

가장 앞에서 검을 휘두르던 놈의 목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다음 놈의 허리춤에 각법을 뻗어 척추를 부수었고.

벼락같이 터진 극사경이 나머지 놈들의 몸을 이등분했다.

삽시간에 이뤄진 참살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선배님?”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전광이 놀라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광이 고개를 저었다. 죽었다는 뜻일 터다.

슬쩍 살펴보니 녀석의 옆구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팔다리는 말할 것도 없었고.

“괜찮냐?”

“······괜······찮습니다.”

“지랄,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구먼.”

“아닙니다. 싸울 수 있습니다.”

그가 투지를 불태우며 자신의 도를 들어 보였다.

회룡당의 태도가 아닌 얇은 두께의 유엽도였다.

그러자 질 수 없다는 듯이 나머지 둘도 나섰다.

녀석들도 전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청룡당의 청운입니다.”

“금룡당의 금막대입니다.”

“이름 참 특이하네.”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던진 농담에 세 사람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길을 뚫겠다. 죽지 말고 따라와라.”

“예.”

그렇게 시작한 탈출.

역시나 도망치는 길은 쉽지 않았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적들이 몰려왔고.

계곡을 건널 때면 사방에서 화살 세례가 쏟아졌으며.

숲을 달릴 때면 언제 어디서 뛰어내릴지 모를 적을 경계해야 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퉁.

삽시간에 뒤를 덮친 적의 검이 용린갑에 맞고 튕겨 나갔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

만약 용린갑이라는 기보가 없었다면 척추가 갈라졌을 것이다.

“흡!”

펑, 우지직.

전룡십삼투의 일 권이 놈의 가슴뼈를 으깨 놨다.

푸욱! 서걱. 퍽.

기재들 역시 위태로운 와중에도 분발하며 무기를 휘둘렀다.

쿠웅!

콰릉, 콰아앙!

전왕보를 펼치며 폭사경을 내질렀다.

삽시간에 퍼져 나간 경력의 폭풍이 주변을 휩쓸었다.

“끄아악!”

울려 퍼지는 비명.

그와 동시에 암기들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퍼퍼퍼퍽.

완벽한 타이밍에 펼쳐진 공격에 피할 겨를이 없었다.

재빨리 경력을 퍼뜨렸으나 팔다리에 두 방을 맞았다.

“끕.”

생각 이상의 통증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나무 뒤로 숨어!”

기재들에게 주의를 줌과 동시에 비천풍을 펼쳤다.

사방에 퍼져 있는 놈들을 잡기 위함이었다.

툭.

나무 밑동을 살짝 밟자 철새가 된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한 줌 진기로 하늘을 난다는 비천풍의 효험이었다.

“······!”

전혀 생각지 못했는지 내가 눈앞에 나타나자 적이 대경하여 눈을 크게 떴다.

푹.

빠르게 손가락을 휘둘러 놈의 울대를 끊어 냈다.

툭.

곧장 다음 놈을 향해 뛰어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잠시.

모두 처리한 뒤 기재들을 불러 모았다.

“가자.”

마음이 급한 탓에 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기를 반 시진.

잠시 쉬기로 했다.

“헉! 헉!”

부상 탓에 기재들의 체력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은 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살리려고 구해 왔지, 죽이려고 데려온 것은 아니니까.

얼굴이 하얗게 질린 전광이 말했다.

“먼저 가십시오. 그래야 외당의 무사분들을 살릴 수 있을 겁니다.”

나름 냉철한 판단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괜찮을 거다.”

내 대답을 들은 청운과 금막대가 끼어들었다.

“적들의 무위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외당의 실력으로는 결코 막을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는 괜찮으니 어서 가십시오.”

“너희들 살리려고 여기까지 온 거다. 두고 갈 거면 오지도 않았어.”

“하지만!”

“그리고.”

나는 녀석들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누가 그들이 약하다고 했나?”

“예?”

“보면 알 거다.”

그렇게 휴식을 마친 뒤,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차.

“네놈이냐? 우리 애들을 벌레 잡듯이 터뜨린 게?”

덩치가 커다란 노인이 훌쩍 날아와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내는 노인의 등에는 커다란 쌍도끼가 매여 있었다.

기재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도망쳐.”

* * *

“하아. 하아.”

우제준이 힘주어 눈을 부릅뜨며 흐려지는 시야를 다잡았다. 그와 동시에 도를 쥔 손을 휘둘렀다.

푸욱!

적의 어깨에 도가 박히며 피 분수가 일었다.

단번에 베어 버리려 했으나 복부에 박힌 검 때문에 힘이 모자랐던 탓이다.

“으허.”

그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봤다.

어찌어찌 공격을 막아 내고는 있으나 한계에 다다른 조원들.

기재들 역시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보였다.

쿵! 퍼퍽.

그나마 진 안쪽에 있던 전 십칠조원들이 잘해 줬기에 여태까지 버틸 수 있었다.

예상외였다.

평소 하는 행동만 보면 이류는커녕 삼류에 가까운 이들.

조장과 함께 넘어온 이들이기에 어쩔 수 없이 받은 것이지, 일조에 들어오기에는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했다.

게으르긴 얼마나 게을렀던가.

남들이 사비를 들여 묵룡무관에서 가르침을 받을 때도 수련은커녕 돌아다니며 술이나 마시기 바빴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의 활약 덕분에 일조와 기재들은 살아남았다.

피식.

사람을 못 알아본 자신에게 작은 비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조금만 버텨라! 조장님이 오고 계신다.”

“예!”

다시 이어진 충돌.

아까와 같이 선두에 선 조원들이 제암검으로 적들을 막아섰다.

콰직. 콱.

역시나 수비에 중점을 둔 검법답게 적들의 공격을 차근차근 막을 수 있었고.

빠악! 푹.

뒤에서 날아온 단도와 철구가 적들의 머리를 뚫고 부쉈다.

양강과 이당팔의 무기였다.

그렇게 이번에도 막아 내나 했는데.

“······!”

지금까지 싸웠던 놈들과는 복색이 다른 적들이 우제준의 눈에 띄었다.

“뒤로 물러······!”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가 알리려 했지만.

푸푹. 푹.

적들의 칼이 조원들을 덮친 것이 먼저였다.

칼에 맞은 조원 셋이 쓰러졌다.

“이익!”

우제준이 이를 악물며 적들을 향해 직도를 휘둘렀다.

마음이 급해진 탓에 손발이 어지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이 가지 않으면 그들이 죽을 테니까.

그리고.

서걱.

어디선가 날아온 적의 검이 그의 허리춤을 베었다.

“으헉!”

대번에 힘이 빠진 우제준이 쓰러졌다.

가장 앞에서 적을 막고 있던 그가 쓰러지자 적들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숫자와 전력에서 밀리고 있었다.

선두가 무너지면 안쪽의 이들이 살 방법이 없다.

“으윽!”

우제준이 어떻게든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눈이 감겼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그가 땅에 박은 직도를 지팡이 삼아 일어섰다.

“흐으. 흐으.”

그리고.

“투지 하나만은 인정하마.”

적들을 지휘하던 거한이 다가왔다.

우제준이 흐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흐으. 내가 좀 독종이거든.”

부웅.

거한이 대도를 휘둘러 왔다.

우제준이 어떻게든 막아 내려 했으나 이미 빈사 상태인 그였다.

땅에 박힌 자신의 무기조차 뽑지 못했다.

마지막을 직감한 우제준이 쓰게 웃었고.

콰앙!

어디선가 날아온 철구가 거한의 대도를 쳐 냈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철구에 시선을 집중하니 누런 이를 드러낸 양강의 얼굴이 보였다.

“흐흐,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안 되네. 안 그러냐 팔아?”

피융!

소름 끼치는 파공음이 들리며 비도 한 자루가 벼락같이 날아왔다.

“······!”

대도의 거한이 대경하며 몸을 젖혔다.

지익.

그의 옷 앞섬이 길게 잘려 나갔다.

피하지 않았다면 치명상을 입었을 만한 속도와 위력이었다.

“······.”

이당팔이 무심한 눈으로 거한을 바라봤다.

그리고.

촤악! 착!

하진형의 쇠절편이 사방을 휩쓸었다.

사나운 기세로 흩날리는 쇠절편 덕분에 적들이 더는 밀고 들어오지 못했다.

그리고 유소평은.

“이 공맹의 도리도 모르는 것들. 네놈들의 부모님이 아신다면 지하에서 통곡을 하실 것이다!”

적절한 대사로 적들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이, 이게······.”

우제준이 말을 잊지 못했다.

“미안하오. 부조장, 사정이 있어 무공을 숨겼소.”

“······죄송.”

양강과 이당팔이 우제준 앞으로 나섰다.

하진형이 적들을 막는 사이 대도의 거한을 상대하기 위함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는 게 어떻겠냐.”

“······그······래.”

양강이 품에서 한 자 길이의 쇠막대를 꺼내 철구에 연결했다.

촤르륵.

그러자 주먹만 한 철구가 달린 철퇴가 완성되었다.

그 모습을 본 거한이 이죽거렸다.

“제법 재간들이 있는 놈들이로구나.”

“녹룡당의 당양강이라고 하오. 이쪽은 당팔, 저기 쇠절편을 휘두르는 놈은 당진형.”

당양강의 소개를 들은 거한이 살짝 놀란 기색을 보였다.

“······당가삼괴?”

“그렇게 불렸을 때도 있었지.”

“구룡성 뇌옥에 갇힌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구룡성엔 사면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다오.”

쾅!

대화 중 난데없이 당양강의 철퇴가 떨어졌다.

그의 커다란 덩치를 생각했을 때 말도 안 되는 빠르기였다.

예상했는지 거한이 대도를 움직여 철퇴를 막아 냈다.

하지만,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피융.

파공음이 터지며 당팔의 비도가 날아온 것이다.

“큭.”

거한이 보신경을 발휘하여 자리에서 벗어나며 양강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죽어라!”

옅은 아지랑이.

절정의 상징인 도기가 피어오른 것이다.

“큽!”

터엉!

당양강이 철퇴를 휘둘러 도신을 정확히 때려 내었다.

콰지직. 퍼엉.

투로가 비틀린 대도가 땅에 박히며 폭발음을 내었다.

힘을 감당하지 못한 당양강이 뒤로 날았다.

거한이 재빨리 발을 놀려 그를 쫒았으나.

벼락처럼 날아온 비도에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의도가 차단되자 거한이 흥분을 참지 못하며 일갈했다.

“찢어 죽이리라!”

정신을 차린 당양강이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 조장이 그러더구려. 꼭 실력 없는 놈들이 목소리만 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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