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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CCTV (34/99)


34화 CCTV
2022.10.27.


그녀에게 시선을 맞추며 커다란 손이 뻗어왔다. 한쪽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자세를 낮춘 단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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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 내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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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제가 하겠습니다.”

태윤도 곧바로 자세를 낮추었다. 그는 단우의 손목을 잡고 작게 고개를 저었다. 단우에게 해송 그룹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려는 것이었다.

하준은 단우의 행동을 의아하게 보았다. 하지만 곧 지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필이면 단우가 연설 중이던 때와 다르게 불빛이 밝았다. 하준의 시선이 은지에게 따귀를 맞은 뺨에 닿았다. 뺨에는 아직 붉은 기가 남아 있었다.

놀란 하준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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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볼이 왜 이래?”

하준의 손등을 '탁' 쳐낸 지안은 견고한 벽처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 남자를 보았다.

그렇게 어지럽던 마음이 한순간에 차갑고 냉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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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못 본 척해주지. 겨우 정신 차렸는데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다들 달려와서 이럴 건 또 뭐람.’

지안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기막힌 상황이 자신의 현실임을 알았다.

이 자리에서 벗어날 방법은 하나였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하던 일을 마저 하는 것.

어차피 다 털렸으니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겠구나. 그러니까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정신없이 도망을 가.

지안은 바보 같았던 제 모습을 떠올리며 유리 조각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단우는 태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행커치프를 꺼내며 지안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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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이리 줘.”

단우에게 끌려간 손을 빼내며 지안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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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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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비켜. 위험해.”

단우가 지안을 밀어내며 재차 만류하자 하준의 동공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선명히 들린 단우의 반말엔 애틋한 걱정까지 담겨 있었다. 생각이 복잡하게 얽히자 하준은 단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태윤은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보안 요원을 불렀다. 그리고 지안의 팔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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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실에서 치료를 받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태윤에게 잡힌 팔을 빼내며 지안은 고개를 숙였다.

당당까진 아니어도 괜찮은 척을 해보고 싶은데 뒷덜미에 식은땀이 차올랐다.

몸을 바로 세우자 제니스와 엄마가 보였다.

지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엄마가 ‘고작 여기서 이런 일이나 하면서.’라고 비웃을 것 같았다.

일하는 중이라고 당당하게 나온 꼴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며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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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의무실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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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의무실 가요. 같이 다녀온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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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지안은 다가온 미경의 팔을 잡았다. 주변 정리는 어느새 끝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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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윤은 미리 단우를 막아섰다. 그리고 귀에 대고 낮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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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눈이 많아. 나를 여기 때려눕히고 가든가. ……오늘 자리 정말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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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 못 때릴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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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끝나고 집으로 가. 김지안 씨 주소 줄게.”

하준은 두 사람이 하는 행동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자연스럽게 지안에게 향하는 단우의 몸과 발을, 그리고 단우를 막아서는 그의 비서를.

단우의 말을 떠올린 하준은 석연찮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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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비켜. 위험해.’

생각을 털어낸 하준은 지안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는 비즈니스 차 참석한 일개 변호사였고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을의 처지였다.

***

플레이 라운드의 의무실, 처치실 커튼 너머로 지안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큰 주사기에 넣은 식염수로 상처 부위를 벌리고 세척까지 하는 과정은 고통이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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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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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참아요. 유리라 찌꺼기가 남아 있으면 안 돼서 하는 처치예요.”

의무실 간호사는 식염수로 세척한 손가락을 보기 위해 돋보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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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부위가 깊어요. 혹시 모르니까 내일 병원에 가서 파상풍 주사는 맞으세요.”

그녀는 베인 부위에 항생 연고를 바른 뒤 작은 사이즈의 드레싱 밴드로 상처를 감싸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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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물 안 들어가게 하세요. 지금 드리는 약은 진통 소염제예요. 꿰맬 정도는 아니지만, 항생제는 처방받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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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맙습니다.”

간호사는 의자를 뒤로 물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가 봐도 좋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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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등 뒤에서 미경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지안은 비스듬히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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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괜찮아. 미안해. 놀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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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어요? 뭐에 홀린 사람처럼. 케이터링 직원도 거기다 그걸 세워두면 안 되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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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께 혼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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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건 피할 수 없을 것 같네요. 그냥 눈, 귀 다 막아야지. 어째요. 아! 그리고 언니는 바로 퇴근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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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정말 다행이다.

뒷말을 삼킨 지안은 쓸쓸하게 웃었다. 그러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미경에게 담담하게 손을 흔들었다.

지안은 터덜터덜 탈의실에 들어서서 다친 손가락을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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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불쌍한 인간이 또 있나 싶었는데 아프니까 그걸 잊어버리네. ……네가 그렇지.”

캐비닛에 기대 천정을 보는데 또다시 단우가 생각났다.

어떻게 기어들어 와도 여기야.

하필 그 남자가 대표로 있는 곳이라니.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의연하게 일에 집중했으면 좋았을걸. 뒤늦게 못난 후회가 몰려왔다.

그래도 자신을 위한 작은 변명은 남겨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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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다 나를 속이는 기분이었어.”

지안은 캐비닛을 열고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었다. 검지 대신 중지를 이용해 더디게 단추를 풀면서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차피 다 털릴 거였으면 그냥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면 좋았잖아.

그녀는 옷걸이에 정리한 유니폼을 걸어두고 캐비닛의 문을 닫았다.

[김지안]

그 자랑스럽던 네임 태그가 오늘따라 초라해 보였다.

비상계단을 통해 1층에 올라온 지안은 로비에 서서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락방 도서관]

그녀의 근무지였다.

책도 많고 걱정해주는 동료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하루를 소중한 일상으로 채워주는 곳이었다.

잠시만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보안에 걸리면 두고 간 게 있다고 에두르면 되지.

그녀는 스스럼없이 출입금지 리본을 넘어섰다.

무드 조명만 켜져 있는 도서관은 어둡고 적막했다.

또각또각.

도서관의 높은 층고에 그녀의 발소리가 울렸다.

견고한 책장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사람도,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던 이들도 없었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각종 기계가 뿜어내는 열기, 그리고 사람 사이의 따뜻함마저 사라진 공간은 차게 식어 있었다.

사방의 통창으로 스며들던 햇살이 물러나고 밤을 들여놓았지만, 지안은 이 고요함이 낯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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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쉬어갈게. 잠시면 돼.”

지안은 코트와 가방을 데스크 안쪽에 내려 두었다. 그리고 이벤트 서가로 향하며 핸드폰의 단축번호를 꾹 눌렀다.

통화 연결음을 들려오자 차가운 공기 속에 우두커니 멈춰 섰다.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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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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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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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에? 무슨 일 있어? 이 시간에 웬일이야?

무슨 일은 내가 아니라 아빠한테 있는 거지. 그녀는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삼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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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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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스 스케줄 중이야. 오늘 축하 공연이 하나 잡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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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거짓말을 하네. 오늘 언니 만나서 그동안 있었던 일 얘기 다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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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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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나 때문에. ……나는 지금도 행복한데 엄마랑은 왜 싸워.”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애써 밝게 말했다.

오늘 못나게 굴었던 이유가 아빠의 부재 때문이었을까? 그것보단 숨겼다고 생각한 제 속을 아빠가 다 알고 있어 마음이 무거운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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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지금 어디야. 내가 지금 갈게. 언니도 엄마도 아빠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길래. ……나는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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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어서 오긴 힘들고. 여기 고양시에 있는 할머니 집이야. 오래 비워둬서 손을 좀 볼까 해서 내려와 있어. 당분간 여기 내내 있을 거니까 우리 딸, 아빠 걱정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지안은 바닥에 털썩 쪼그려 앉았다. 그런 일이면 같이 갔어도 되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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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 나도 내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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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나중에. 오랜만에 왔더니 잠잘 곳도 마땅치 않고 집도 엉망이야. 집수리 끝나면 와. 봄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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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오래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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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이면 봄도 금방이지. 아빠도 종구 삼촌 집에 얹혀서 먹고 자고 하는 중이야. 종구 삼촌은 기억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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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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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꼭 와. ……아빠, 삼촌이 찾아서 가 봐야겠다. 나중에 또 전화해.

지안은 길었던 통화를 끝내고 멍하니 허공을 보았다.

그러셨구나 하면서도 왠지 마음이 무거웠다.

돌아나가려는데 아지트처럼 꾸며놓은 계단 아래의 서가가 보였다. 그녀는 그 안에 앉아 맞은편 책꽂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늘도 책은 혼자 있는 저를 걱정스럽게 보지 않고 묵묵히 옆을 지켜주었다.

***

플레이 라운드의 보안실, 1층 비상계단과 통한 출입문이 열렸다.

태윤에 이어 단우가 들어서자 야간 근무조인 양 팀장이 허리를 숙였다. 태윤의 몇 마디에 보안실이 비워졌다.

혹시라도 지안의 입장이 곤란해질까 염려해 그의 상사가 원한 일이었다.

단우는 메인 컴퓨터 앞으로 다가가 마우스를 당겼다.

태윤은 단우가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 같아 회사 규칙을 들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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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근무는 신청자만 남을 수 있어. 그게 규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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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아는데 그냥 짐작되는 게 있어서 그래.”

단우는 CCTV를 돌려보며 다락방 도서관으로 향하는 지안을 찾아냈다. 그는 손가락으로 메인 컴퓨터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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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보안 잠시만 해제시켜.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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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단우는 태윤의 어깨를 꾹 잡았다. 믿어줘서 고맙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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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도서관의 출입 바를 가볍게 넘어서 사람들이 빠져나간 도서관 안을 돌아보았다.

놀랐겠지. 당연히 원망도 했겠지.

자신이 플레이 라운드의 대표라는 사실을 말하지 못한 것이 미안했고 괜찮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 걱정되었다.

이벤트 서가를 지나 책장을 따라 걸으며 혹시라도 놀란 지안이 숨어버릴까 봐 발소리를 죽였다.

지안을 찾으면 공교롭게 꼬여버린 일을 설명하고 또다시 우연이 겹쳤으니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다는 사실을 꼭 알려줄 생각이었다.

단우는 천천히 걸음을 멈추며 짧은 탄식을 흘렸다.

어슴푸레 비치는 서가의 무드 조명에 형체만 겨우 보였지만 지금 이곳에 있을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웅크린 몸이 하도 작아 단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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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케 찾았네.”

지안은 인기척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둠 속에서 사람을 발견하곤 숨이 막혀 왔다.

일자로 세운 큰 키와 넓은 어깨에 비스듬히 떨어진 고개만 보아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연한 미소를 짓고 있겠지.

자신을 바라볼 때 단우의 표정은 늘 그랬으니까.

지안은 숨어 있던 곳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온갖 것을 흔들어 놓은 사람을 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달싹이던 입술이 가장 평범한 말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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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곧 나가려고 했어요.”

지안은 성큼성큼 걸어가 단우를 지나쳤다. 동그란 어깨가 그의 팔을 스친 순간 손목에 커다란 손이 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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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려고?”

지안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단우는 심장이 댕강 쓸려나가는 기분이었다.

그의 입술 사이에서 뭉클한 숨이 쏟아졌다.

지안의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가슴에서 둔통이 느껴졌다. 그녀가 아닌 다른 선택을 했을 때부터 찾아온 아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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