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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달고 부드럽고……미치겠고 (20/21)


20화. 달고 부드럽고……미치겠고
2023.06.06.


미주는 모델 같은 남자 옆에서도 이제야 꿀리지 않게 당당해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오만함은 잠시. 시윤의 미모 앞에 미주는 고개를 숙였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산처럼 서 있던 시윤이 손을 들어 미주의 고개를 들게 한 후 시선을 맞췄다.


“기대한 것 이상인데요.”

“정말요?”

“네.”

“혹시…… 기대가 너무 소박했던 건 아니죠?”

미주는 모델 같은 시윤 앞에서 작아지며 초라해지는 것 같았지만 시윤은 그럴 리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흡족한 눈빛으로 미주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튜브탑 드레스 라인 위로 보이는 가는 목과 가슴도.

이상하게 자꾸 시윤의 시선이 제 목과 가슴에 가서 꽂히는 것 같고 그때마다 미주는 온몸이 꼼질거리며 간지러워진다. 지금도.


“왜? 왜요?”

하지만 시윤의 표정이나 목소리는 너무도 태연스러웠다.


“그냥 좀 궁금한 게 있어서.”

“뭐가요?”

미주를 깊이 바라보던 시윤의 입매가 굳게 닫혔다. 그리고 시윤의 시선 끝인 제 가슴을 미주가 살짝 가리고 얼굴을 붉혔다.

두 사람의 묘한 분위기를 지켜보던 뷰티 스태프들이 서로 눈빛을 마주쳤다. 그리고 이내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최고의 커플이라는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너무 아름다워요. 두 분을 제 기념으로 남기고 싶은데 사진 찍어도 괜찮을까요?>

아티스트의 정중한 부탁에 시윤은 무표정하게 답했다.


“여기저기 공개되는 거라면 사양하겠습니다.”

아티스트가 실례했다는 듯 머쓱한 미소를 지었고 미주도 들떴던 마음이 약간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내 미주를 보고 시윤이 물어왔다.


“근데 비공개라면 괜찮겠죠?”

“네? 네.”

미주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 촬영을 허락했다. 그러자 뷰티 스태프들이 또 한 번 호들갑스럽게 환호와 감사를 표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시윤 옆에 선 미주가 어떻게 포즈를 잡아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메이크업 스태프가 다정한 포즈를 취해 달라며 부탁한다.


<신랑 신부, 좀 더 가까이 서보세요.>

이렇게 예쁘게 꾸며본 것이 난생처음이었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미주에겐 낯설고 어색할 지경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우물쭈물하는 미주를 시윤이 조용히 내려다봤다.


“어떻게 할까. 손을 잡을까요?”

“네.”

미주의 답이 떨어지자 시윤이 손을 내밀었다. 미주가 그의 손을 살포시 잡았고 시윤이 힘 있게 그녀의 손을 감쌌다. 그러자 스태프들이 환호하며 두 사람을 더욱 부추겼다.


<좀 더 다정하게. 좀 더.>

스태프들의 요구에 미주가 당황한 듯 시윤의 손을 빼내려 했지만 시윤은 잡은 손을 놓질 않았다.


“좀 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미주가 시윤만을 볼 뿐이었다.


“그럼 내가 할까요?”

미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윤의 손이 미주의 등으로부터 허리까지 부드럽게 내려온 후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제 쪽으로 가볍게 끌어당겼다.

오목하게 패인 작은 허리와 골반 위에 시윤의 뜨거운 손이 얹어지자 미주는 놀라 거리를 두려 했지만 시윤은 제 쪽으로 미주를 더 끌어당겼다.

미주의 가슴이 시윤의 몸에 닿자 움찔 놀란 미주가 어깨를 움츠리며 살짝 몸을 움직였지만, 자연스레 굴러들어온 미주를 시윤이 놔줄 리가 없었다.


“가만 있어요. 사진 찍는다잖아요.”

괜히 사진을 핑계로 시윤은 미주를 더욱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미주가 놀라 시윤의 얼굴을 바라보자 시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띠며 미주를 따뜻하게 바라봤다.

<찰칵>

그 순간이 사진에 찍혔다. 아름다운 신혼부부가 서로를 바라보며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한 모습이.

사진 촬영을 마친 스태프들은 자신들의 손길을 거친 멋진 작품들을 두고 환호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시 한번 박수를 치며 이번에는 키스를 외쳐댔다.


<키스! 키스!>

미주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시윤을 보자 시윤이 살짝 입매를 굳히고 미주를 마주했다.

행복한 출발을 위해 분위기를 띄워주는 것이 뷰티 스태프들의 역할이기도 했지만, 멋진 신랑 신부의 앞길을 축복하려는 진실된 마음에서 이들은 한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부끄럼 타는 신부는 처음 봐요.>

<그래서 더 이뻐요.>

<빨리 키스해요. 키스.>

자기들끼리의 대화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들이 오고 갔고 키스를 외치는 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미주는 그저 시윤 옆에 밀착해 있는 것 외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러자 시윤이 미주를 바라보며 조용히 묻는다.


“괜찮겠어요?”

“…….”

“난 괜찮은데.”

무심하지만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말하는 시윤을 보며 미주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형 남자.’

이제 곧 결혼식과 부부라는 연기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로맨틱한 분위기에 빠져 보고 싶었다.


<키스 해. 키스 해.>

환호가 점점 커지고.

시윤이 고개를 숙여 미주의 입술을 찾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미주도 고개를 들어 시윤의 입술을 맞았다.

시윤이 두 팔로 미주의 허리를 감싸고 미주 역시 시윤을 향해 손을 올렸다. 생각보다 시윤의 입술은 더 뜨거웠고 미주의 입술은 더 부드러웠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는 끊이질 않았지만 미주에겐 더 이상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머릿속이 아릿해졌다.

미주의 반응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시윤 역시 미주의 입술을 머금고 뜨거운 입맞춤을 보냈다.

둘의 입맞춤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떨어지기 싫은 마음은 미주도 시윤도 모두 동일했지만 자제력을 갖고 두 사람의 입맞춤을 멈춘 사람은 시윤이었다.

눈을 감고 시윤을 느끼던 미주는 입술이 떨어지자, 그제야 감은 눈을 살포시 떴다. 뜨거운 눈빛으로 시윤이 미주만을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예뻐요.”

시윤은 한 손을 올려 미주의 볼을 어루만지며 미주의 뜨거운 숨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예쁘다는 한마디에 미주의 흥분은 가라앉질 못했고 그녀의 달뜬 표정에 시윤은 자신의 열정을 꺼트리지 못했다.

시윤이 미주의 볼을 어루만지고 있던 자신의 손을 이번엔 입술에 갖다 댔다.

가슬한 제 자신의 손가락이 미주의 말캉한 입술에 스치자 시윤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미주가 부드럽게 입술로 시윤의 손가락을 쓸자 그 행동이 곧 시윤을 자극시켰고 시윤이 다시 뜨거워진 입술을 맞댔다.

살짝 벌어진 미주의 입안으로 시윤의 뜨거운 호흡이 들어찼다. 미주의 속을 제 자신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욕망에 뜨거우면서도 부드러운 시윤의 움직임이 멈추질 않았다.

미주의 목에서 참지 못하고 여린 신음이 가볍게 흘러나왔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소리이고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소리.

시윤은 미주의 소리를 더 듣고 싶어 미주의 입술을 벌리고 아랫입술만을 살짝 베어 물었다.

벌어진 미주의 입술 사이로 상쾌한 공기와 시윤의 뜨거운 숨결이 가득 들어갔다.

이번엔 힐을 신은 미주가 발끝을 들어 시윤의 아랫입술을 머금었다.

그녀의 몸놀림을 즐기며 시윤은 미주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달고 부드럽고…… 미치겠고.’

전기가 흐르듯 시윤의 몸 구석구석에 뜨거운 피가 펄떡였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치 못한 듯 미주는 시윤에게 빠져 있었다. 시윤 역시 마찬가지다.


‘이 여자를 끊을 수 없다.’

잠시라도. 단 1초라도 미주를 더 느끼고 싶었다.

시윤이 미주를 깊숙이 끌어안고 마지막이라는 듯 강한 입맞춤으로 미주를 몰아붙였다.

두 사람의 뜨거운 호흡이 엉키고 뾰족한 코끝이 서로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진하고 뜨거운 입맞춤 끝에 미주의 입술을 머금었던 시윤이 느릿하게 입술을 떼어냈다.

다시 한번 눈이 마주치면 더 이상은 막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시윤은 미주의 머리 위로 자신의 볼을 살포시 갖다 대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번엔 미주의 말랑 한 볼이 자신의 가슴에 착 들러붙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가빠진 호흡과 서로의 떨림을 공유했다.

<쿠쿵 쿠쿵.>

시윤의 심장 소리가 미주에게 전해졌다. 거세지만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미주는 편안함을 느끼는 중이다.

시윤은 한 손을 들어 미주의 머리를 가볍게 매만지며 미주의 호흡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적막을 깨고 미주가 작게 속삭였다.


“저기……, 창피해서 눈을 못 뜨겠어요.”

지금 미주가 의지할 사람은 시윤밖에 없다. 헤어와 메이크업 스태프들이 있는 한가운데서 뜨거운 행위를 선보였으니 그 행위의 공범인 시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뭐가 창피해요?”

“사람들요.”

시윤이 그녀의 머릿결을 느끼며 가볍게 그 위에 입술을 갖다 댔다.


“이젠 익숙해졌나 봐요?”

“네?”

“사람들이 있는 건 창피하고 나랑 키스하는 거. 그건 괜찮은가?”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어찌 안 창피할까. 하지만 시윤이 휘젓는 달콤함에 부끄러움을 살짝 잊었을 뿐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보니까 그게 창피…….”

“이미 다 나갔는데.”

뷰티 스태프들은 둘만의 시간을 위해 짐을 챙겨 조용히 자리를 떴던 것이다.

미주는 사람들의 움직임조차 느끼지 못하고 시윤에게 취해 있었던 것이고.


“언제요?”

그제야 미주는 눈을 살짝 뜬 채 시윤의 품에서 주위를 살폈다.

거실엔 시윤과 자신밖에 없다는 걸 확인하자 그때서야 시윤에게 푹 파묻혀 있는 제자신이 민망해졌다.


“어머!”

얼른 시윤의 품을 떠나보려 몸을 밀어냈지만, 시윤이 쉽게 놓아 주질 않는다.


“아까 갔어요.”

‘왜 난 그것도 몰랐을까.’

“그리고 우린 늦었고.”

“네?

고개를 들어 시윤을 바라보려 하지만 꼭 안긴 그의 품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지금 안 가면 시청에 결혼 날짜 다시 신청해야 해요.”

미주는 품에 꼭 갇힌 채 움직일 수 있는 부분. 오로지 고개만을 살짝 들어 시윤을 올려다 봤다. 시윤의 가슴에 미주의 날렵한 턱이 간지럽게 꽂혔다.


“뭐해요, 빨리 가야죠.”

“후우, 그래야겠죠.”

시윤이 힘을 살짝 풀어 미주와의 거리를 조금 만들었다.


“왜요? 결혼식장 가려니 걱정돼요?”

어이없는 미주의 질문에 시윤은 기가 찼다.


“아니, 너무 깊은 한숨을 내쉬니까. 후회하나 싶어서요.”

또 또. 토끼가 호랑이 걱정을 하고 있다.

시윤은 피식 웃다가 미주를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숨이 막히도록 꼬옥 안고 흔들다 놓아 줬다.


“갑시다.”

폭풍처럼 몰아치고 간 숨 막히는 포옹에 미주는 얼떨떨했지만 시윤에게 잡힌 손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둘은 30분 내 시청에 도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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