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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행운을 드릴게요 (100/109)


100화 행운을 드릴게요
2022.04.17.


지금껏 많은 난관과 고비를 겪어왔지만 이번이 최대 위기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차라리 황실 기사단원 시험을 더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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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어떻게 했습니까?”

어떻게 할지 고민 끝에 결국 같은 기사단원에게 물었다. 서로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 없던 터라 기사는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불쾌한 기색 없이 선뜻 대답해주었다.

제일 좋아하는 꽃을 바치며 청혼했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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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제일 고전적이고 무난한 프로포즈.

하지만 에녹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조금 더 특별한 프로포즈를 준비하고 싶었다. 그 욕심이 큰 나머지 예상치 못하게 청혼이 미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조용히 에녹을 지켜보던 이안이 재촉하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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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청혼할 생각입니까, 형님?”

에녹이 모든 일에 언제나 재빠르고 확실하게 일 처리하던 제 형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답답하게 굴자 이안은 속이 탈 것 같았다. 최근 신경이 곤두설 만한 말을 잔뜩 들은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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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셸 영애 말입니다. 정말 착하고 상냥하지 않습니까?]

 
레티샤를 따라 파티에 참석했을 때였다. 멀리서 영애들과 대화를 나누는 레티샤를 힐끗 보며 영식들이 칭찬을 털어놓았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이안은 은근히 저를 부러워하는 시선에 속으로 흐뭇하게 웃었다.

하지만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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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안의 눈치를 슬쩍 보던 영식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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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셸 영애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이안도 레티샤를 노리는 귀족 영식들이 많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들을 줄은 예상하지 못해 표정 관리하느라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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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할 거야. 신중을 기울여서 그런 거지.”

완벽한 청혼을 위해서 잠시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지만 이안의 옆에 선 이엘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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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거리다가 웬 놈팡이한테 뺏기면 나한테 죽어!”

이엘 또한 이안처럼 비슷한 말을 들은 터라 에녹에게 빽 소리 지르며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에녹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청혼해야 할지 방법을 고민하는 것뿐이었다.

여전히 방법을 찾지 못했지만 어떤 반지로 준비할지는 금방 정해졌다.

핑크 다이아몬드.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소원을 이루어준다’라는 의미가 깃들었으니 반지로 만들기 제일 탁월했다.

이엘은 에녹을 위해 반지 디자인은 이건 어떠냐 저건 어떠냐 제안했지만 에녹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어느새 다섯 번째 퇴짜를 맞은 이엘은 이제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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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라서 참는 거지, 다른 데 가서 이러면 진상 소리 들어! 알겠어?”

청혼 거절당하면 가만 안 둔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이엘의 뒷모습을 보던 에녹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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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야.’

드디어 내일이 결판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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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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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청혼은 어떻게 하나.’

누구라도 좋으니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레티샤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꽃과 반지를 건네는 고전적인 청혼이었다. 머릿속에서 에녹에게 꽃다발을 내밀며 반지를 끼워주는 제 모습을 떠올려봤지만 제대로 연상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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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무 평범해.’

받아줄지 안 받아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진심을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퍽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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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도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고백할 생각을 했을까.’

눈앞이 막막해 레티샤는 잔뜩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그래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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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청혼하면서 할 말도 고민해야 하는데.’

에녹과 결혼하면 꼭 행복한 부부가 되고 싶었다. 그 마음을 담아서 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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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게 뭐가 있을까 기억을 더듬었다. 그 순간 레티샤는 오래전 반지를 샀을 때 세잎 클로버가 ‘행복’이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들은 걸 뒤늦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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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세 잎 클로버 다발을 살까?’

세 잎 클로버만 있으면 너무 소박할 테니 다른 꽃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레티샤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실행에 나섰다. 다행히 근처에 꽃집이 있어서 단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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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클로버도 있나요? 세 잎 클로버요.”

물으면서도 레티샤는 클로버와 함께 꾸밀 꽃으로 어떤 게 좋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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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이미 예약한 손님이 계셔서 지금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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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로 꽃을 사는 사람들이 많기에 당연히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꽃집 주인이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자 레티샤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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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꽃집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다음 꽃집도, 그다음 꽃집에서도 똑같은 대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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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가 이렇게 구하기 어려웠나?’

지난번 반지를 샀을 때 들었던 세 잎 클로버에 ‘행복’이라는 의미가 있단 말이 기억나 이거다 싶었다. 하지만 어느 꽃집을 가도 없다고만 하자 레티샤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아킬리즈 저택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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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들판에서 찾는 게 더 빠르겠다.’

정말 거기서 찾을까 고민하는데 문 앞에서 저를 기다리던 에녹과 딱 마주쳤다. 반가운 나머지 레티샤는 계획도 잊고 에녹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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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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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중요한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 중요한 일이 왠지 제게 있는 듯 보였다. 예상대로 에녹은 레티샤를 웃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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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건 뭐예요?”

반대쪽 손도 잡으려던 레티샤는 고개를 갸웃했다. 에녹의 다른 손에 검은 천이 들린 게 보였다.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에녹은 피식 웃으며 레티샤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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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이 있어서. 잠시 써주시겠습니까?”

에녹이 건넨 건 검은 천으로 만든 안대였다. 안대였을 줄은 전혀 몰랐던 레티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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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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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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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호한 대답에 레티샤는 머뭇거리며 안대를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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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무서운데…….’

에녹이 어서 안대를 쓰라는 듯 눈짓해서야 마지못해 썼다. 천이 얇아서 가려도 보일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전혀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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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곳으로 가는 거 아니죠?”

불안한 마음에 레티샤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잡히는 게 없어 더 초조해지는 찰나 커다란 손이 부드럽게 제 손을 움켜잡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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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곳으로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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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이 안 보여서 조금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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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천천히 걸어봐요.”

다정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힘입어 레티샤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발을 뗐다. 기어가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느린 걸음걸이에 답답할 법도 하건만 에녹은 재촉 한번 안 했다.

그 순간 작은 실소가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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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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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티샤가 왜 그러냐는 듯이 고개를 들자 에녹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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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꼭 잡는 게 귀여워서.”

그제야 레티샤는 평소보다 더 세게 에녹의 손을 쥐어 잡았다는 걸 알아챘다. 의지할 데가 없어 그런 건데 어쩐지 놀리는 것처럼 들려 넓은 손바닥을 손톱으로 할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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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 벗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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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됩니다.”

바로 손을 빼려고 했지만 에녹이 빠르게 움켜쥔 탓에 레티샤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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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렇게 가야 해요?”

눈이 안 보이는 불편함은 사라졌지만 답답해지기 시작해 목소리 끝이 축 늘어졌다.

바로 알아챈 에녹이 웃으며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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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아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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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아뇨!”

고개를 끄덕일 뻔한 레티샤가 단번에 거절했다. 안대를 쓴 채로 에녹이 저를 안아 들것을 상상하자 뺨이 살짝 붉어졌다. 앞이 안 보여 힘들지만 차라리 제가 걷는 게 더 나았다.

그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에녹이 가볍게 웃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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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참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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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거면 가만 안 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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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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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래는 것도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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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장담 못 하겠는데.”

안대를 썼는데도 눈앞에 곤란한 표정을 짓는 에녹이 보이는 것 같았다.

조금 더 걷던 레티샤는 안대를 벗고 싶어 잡은 손을 꼼지락거렸다. 그제야 드디어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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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벗어도 됩니다.”

에녹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레티샤는 기다렸다는 듯이 안대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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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갑자기 시야가 밝아져 제대로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쏟아지는 햇살에 살짝 눈을 가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곧 빛에 익숙해서야 서서히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뜻 봤을 땐 평범한 클로버 밭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전부 네 잎 클로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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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뭐예요?”

수많은 네 잎 클로버에 쌓인 레티샤는 보면서도 믿기지 않아 두 눈을 깜빡였다. 숨 막히도록 벅차올라서 이대로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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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 행운이니까.”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짙은 검은 머리카락. 그 아래로 살짝 내리깐 잿빛 눈동자. 그리고 귓가에 나긋하게 흐르는 목소리에 레티샤는 선 채로 달콤한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어 멍하니 올려다보자 에녹은 부끄러운지 평소답지 않게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처음 느꼈다.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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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

눈물이 앞을 가려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 하지만 제 손을 감싼 따뜻한 손길을 놓칠 수 없어 세게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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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의 행복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말하면서도 잡은 손을 파르르 떠는 에녹의 모습에 어떻게 진심을 전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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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지금 너무 행복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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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당신 덕분에 아주 행복해요.”

자꾸 눈물이 나왔다.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내자 에녹이 손가락 끝으로 닦아내며 벨벳 케이스를 열어 보였다. 케이스 안에는 레티샤가 오랫동안 가지고 싶었던 욕심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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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주시겠습니까?”

보자마자 레티샤는 대답 대신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순간 에녹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갓 핀 꽃처럼 반짝이는 반지를 끼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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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샤는 홀린 것처럼 제 손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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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혼자만의 일방적인 사랑이 아닌 같은 마음이라는 증표가 담긴 반지. 마치 에녹의 마음을 제가 가진 기분이었다.

이걸 얼마나 가지고 싶었는지. 감격스러워서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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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한없이 기쁜 마음과 별개로 서러운 감정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레티샤는 에녹의 손에 저와 똑같은 반지를 끼워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에녹이 당황한 것도 잠시, 살며시 웃으며 레티샤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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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기다리게 하는 일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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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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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서로 나눠 받은 반지가 밝은 햇살에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완벽한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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