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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로 게임지존-35화 (36/592)

35화

"흑마법사인데요?"

"그래 봤자다. 여기 있는 흑마법사들은 전부 견습 흑마법사들이거든."

"견습이라면?"

지그문트가 끼어들었다. 리더이기에 내색은 안 했지만, 흑마법사란 소리에 꽤나 놀라 있었다.

웨인은 평온한 어조로 대답했다.

"레벨 조정이 됐다는 소립니다. 48, 아마 높아도 50을 넘기진 않을 겁니다. 스켈레톤도 마찬가지고요."

"흠."

"체력이나 공격력은 그 이하이니까 편히 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저도요."

웨인의 레벨은 40.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의 말을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던전의 시작부터 끝까지. 옳은 말만 해 온 웨인.

이제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그럼 각자 정해서 움직이자. 웨인 님, 혹시 갈림길에 따라 상성이 다르게 나옵니까?"

"전부 똑같죠."

"오케이. 그럼 저는 저 끝부터 갈게요. 먼저 가는 사람이 임자!"

말을 마친 지그문트가 뛰었다. 남은 사람 사이에서 웃음과 장난기 섞인 호통이 같이 나왔다.

웨인은 그러는 사이 미리 봐 둔 갈림길로 향했다.

구분하는 건 간단하다.

다른 곳과 달리, 미세하게 찬 바람이 불어 나오는 걸 느끼면 된다.

저벅.

안쪽으로 들어간 웨인이 전투 자세를 잡았다.

상대는 스켈레톤 3마리와 견습 흑마법사 1명.

스켈레톤은 쉽다. 라이베른 후작령에서부터 숱하게 죽여 오며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다.

패턴이 약간 달라지고, 레벨이 올랐다곤 하나 그놈이 그놈이었다.

"네놈…… 방해하지 마라……!"

문제는 저 뒤에 있는 견습 흑마법사.

한 번이라도 마법을 완성시키면 심각한 애로 사항이 꽃핀다.

웨인은 신성 망치를 꺼내 들고 열기의 손길을 썼다. 그리고 달려드는 스켈레톤을 향해 스트롱 배시를 내리꽂았다.

각종 버프를 받은 덕에, 지금의 피지컬은 50레벨급과 비슷한 상태.

그 일격에 맞은 스켈레톤은 두개골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나갔다.

죽은 건 아니지만 전투 불능 상태다.

웨인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달렸다.

목표는 저 뒤에서 주문을 외우는 견습 흑마법사다.

타앗.

거리가 좁아지자 견습 흑마법사는 양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

콰앙!

곧바로 견습 흑마법사를 두들겨 패는 웨인. 망치뿐만 아니라 주먹, 발, 심지어는 머리까지 써서 공격을 이어 갔다.

"캐스팅 안 돼, 못 해!"

"큭! 그림자보다 어둡고 끈적끈적한 힘이여, 나를…… 크학! 이, 이놈이!"

캐스팅이 중단될 때마다 견습 흑마법사는 신음을 토했다.

저게 완성되는 순간, 임무는 실패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니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양옆에 있던 스켈레톤들이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창이나 칼 등이 웨인을 노리고 내리꽂혀 들어왔다.

웨인은 그때마다 이리저리 피하며 집요하게 흑마법사만을 노렸다.

애초에 그다지 빠르지 않기도 했고, 요령을 알고 있기에 문제없었다.

결국 흑마법사에게 먼저 한계가 찾아왔다.

"캐에엑……."

애초부터 체력이 별로 높지 않은 몬스터.

집요한 공격 앞에 결국 흑마법사는 한 줌의 재로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숱하게 상대해 보았던 스켈레톤들뿐.

"스트롱 배시!"

결과는 뻔했다. 몬스터를 마저 처리한 웨인은 남은 수정구를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파창!

단번에 깨져 나가는 수정구.

그 조각 사이에서 증기가 피어오르더니, 포탈 하나를 열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웨인은 새로 생겨난 포탈을 향해 다가갔다.

원래는 저길 통해 로비로 나가, 보스를 상대하는 게 다음 순서.

그러나 웨인은 포탈에 들어가는 대신 허리를 굽혔다.

"그럼 이제……."

다시 일어선 그의 손엔 날카로운 수정 조각이 들려 있었다.

웨인은 망설임 없이 손목에 조각을 대고 그었다.

슥!

피가 묻어 나와 새빨개진 손.

웨인은 그 핏방울을 수정구 사이에 흘렸다.

파직! 파지직!

잠시 후 포탈의 색이 변했다.

안심되는 푸른색에서, 금방이라도 피가 뚝뚝 흘러내릴 듯한 붉은색이 된 것이다.

'됐다!'

웨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원래 여긴 다른 파티가 나중에 찾게 되는 곳이지만…….'

발할라 파티가 최초 공략에 성공했지만, 유일하게 성공한 파티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온 파티 중에서 전투 중 흘린 피가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유저가 1명 있었다.

"흡."

웨인은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포탈의 안으로 들어가자 붉고 어두운 동굴이 나타났다.

마치 생물의 창자 안을 걸어 다니는 듯한 느낌.

그것도 엄청나게 거대한 생물이다.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간담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질퍽.

발이 살덩어리 속에 푹 빠졌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예상했기에 웨인은 미리 준비한 부츠로 갈아 신었다.

몇 분 더 걷다 보니 눈앞을 무언가가 가로막았다.

꿀렁.

거대한 살점으로 이루어진 문. 다른 길도 없는 걸로 보아, 여기가 끝인 듯했다.

웨인이 손잡이를 잡자 살점의 문은 기다렸다는 듯 옆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걸 본 순간, 웨인은 저도 모르게 손에 들린 망치를 떨어뜨렸다.

"오오!"

붉은 포탈의 끝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

과거, 다른 파티의 유저들이 발견한 이 히든 피스는, 다름 아닌 금화와 각종 재료가 가득 든 3개의 보물 상자였다.

웨인은 상자를 향해 다가가며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보물 상자를 열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너무 끌어선 안 된다.

'어차피 속에 있는 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 나중에 봐야겠군.'

생각을 마친 웨인은 3개의 보물 상자를 모두 인벤토리에 쓸어 담았다.

광석을 캐기 위해 배낭을 많이 가지고 다닌 덕에, 상자를 넣는 건 무리 없이 해결했다.

로비로 나온 웨인은 다른 파티원들과 합류했다.

예상대로 표식을 깨는 건 전원이 성공한 상태였다.

흑마법사와 스켈레톤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상대였기 때문이다.

간단한 재정비를 마친 여섯은 곧바로 보스 룸으로 돌입했다.

"공격!"

파티가 들어가자 안에 있던 샐러맨더가 붉은 눈을 빛냈다.

"하찮은 미물들! 모두 불태워 주마!"

"시작한다! 다들 얘기했던 대로!"

파앗.

지그문트와 명공이 앞서 나갔다.

그 뒤를 이어 나머지 셋도 다 같이 자리를 잡았다.

"홀리 라이트!"

선제공격을 한 건 탱커 역할을 하는 지그문트였다. 강렬한 빛이 팔을 휩쓸자 샐러맨더는 팔을 휘두르며 외쳤다.

"모두 죽여 주마!"

쿠웅!

지그문트를 노리고 날아든 꼬리가 바닥을 때렸다.

집채만 한 덩치이다 보니,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보스 룸 전체가 들썩였다.

웨인은 주의 깊게 샐러맨더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저런 식으로 육탄전을 벌이다, 체력이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쿠르르릉-!

"온다! 화염 구체야!"

말을 마친 지그문트, 명공, 독구 셋이 흩어졌다.

다음 순간 천장에서 화염구 2개가 떨어져 내렸다.

저걸 샐러맨더에게 때려 넣으면 강력한 데미지를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각도나 힘 조절이 잘못된다면 그 데미지는 고스란히 플레이어의 몫,

후대에 들어온 파티들은 그 때문에 갖은 고생을 다 했다.

그러나…….

"하앗!"

셋은 삼각형 방향에서 각기 포지션을 맡았고, 본능적으로 합을 맞춰 구체를 튕겼다.

캬아아아악!

화염구를 맞은 샐러맨더가 무시무시한 포효를 내질렀다.

그 눈을 향해 독구가 화살을 쐈다.

-크리티컬 히트!

-크리티컬 히트!

속이 탁 풀리는 알림. 샐러맨더의 체력이 단숨에 훅 까인다.

"네놈이 내 눈을! 내 눈을!"

"라이트 실드!"

불타오르는 앞발이 쇄도해 오는 걸 지그문트가 막아섰다. 체력이 크게 줄었으나 죽을 정돈 아니었다.

그사이 피림의 캐스팅이 완성됐다. 지팡이를 뻗은 그녀가 외쳤다.

"아이스 포그!"

차가운 안개가 보스 룸에 깔렸다. 연타로 들어가는 데미지에, 샐러맨더는 곧바로 두 번째 페이즈로 넘어갔다.

"캬아악!"

이번에는 4개의 화염구가 떨어졌다. 3명이 각자 1개씩을 맡았지만, 나머지 한 방향이 부족했다.

'안 되겠다.'

'1개는 그냥 넘길밖에.'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보고 있던 웨인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콰앙!

일제히 튕겨 들어가는 4개의 화염 구체.

그에 맞춰 샐러맨더의 피통이 쭉쭉 떨어져 나갔다.

"웨인 님!"

"운이 좋았습니다."

지그문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웨인은 짧게 대답했다.

파앗! 팟!

그 이후에도 몇 번 화염구가 내려왔으나, 일행은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패턴.

그 결과는 최상이거나 적어도 그에 가까웠다.

순식간에 줄어드는 샐러맨더의 HP가 그 증거였다.

그것이 20퍼센트 아래로 떨어진 순간이었다.

"인간 놈들……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 어둠의 힘으로 모두 죽여 주마!"

쿠오오오.

샐러맨더의 전신에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에 맞춰 지그문트와 명공도 각각 중간 보스 때 썼던 스킬을 사용했다.

'3페이즈……!'

'딜링을 집중해야!'

각오를 다지던 파티원들. 그러나 그들은 곧 이상을 발견했다.

'어라?'

"왜 HP가 줄지 않지?"

원래 샐러맨더의 검은 불은 광역으로 지속 딜을 입힌다.

그것이 중복되면 절대 깰 수 없기에,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 되어야 하지만…….

-저항력이 높아 검은 불꽃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저항력이 높아 검은 불꽃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저항력……!"

"이건 사실상 거저먹기로구먼!"

놀라는 지그문트의 옆에서 독구가 쾌재를 불렀다.

그 말대로다. 지속 딜이 없는 샐러맨더는 사실상 레벨이 10이상 하향된 거나 다름없었다.

다만 그것은 어느 정도 저항력이 될 때의 이야기.

"큭……!"

웨인은 줄어드는 HP를 보며 신음성을 냈다.

이그니르의 염인만으로는 아슬아슬하게 부족한 모양이다.

"다들 속도를 내 주세요! 빠르게 깹니다!"

지그문트가 외쳤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때렸다.

샐러맨더는 몇 번 더 8개의 화염구를 내리꽂았으나, 의미 없는 발악일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검은 불이 꺼졌다.

크아아악!

샐러맨더는 단말마와 함께 최후를 맞았다. 급히 뒤로 물러난 파티 앞에 새 알림창이 떠올랐다.

-<샐러맨더의 동굴 던전>을 처음으로 클리어했습니다.

-칭호 <불도마뱀 살해자>를 획득했습니다.

-스테이터스창에서 칭호 <불도마뱀 살해자>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호라.'

웨인은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불도마뱀 살해자는 장착 시 불 속성 공격력을 추가해 주는 칭호다.

또한 가지고만 있더라도 저항력을 5 추가해 준다. 그렇기에 불 속성의 던전이나 필드에서 꽤나 유용하게 쓰였다.

"됐다……!"

"깼다!"

옆에서 환호성을 내지르는 파티원들. 그 얼굴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첫 던전 클리어. 그것도 굉장히 어려운 난이도의 던전이니 기분이 좋을 만도 했다.

하지만 앞서 명공이 말했듯.

아직 기뻐하거나 놀라기엔 일렀다.

"음?"

아이템을 살피던 지그문트가 흠칫했다.

웨인은 그 이유가 뭔지 알고 있었다.

저 안에 있는 아이템 중, 미래에서의 소문이 자자한 유니크 아이템.

지그문트의 명성을 루나틱 각지에 퍼뜨린 불의 마검 '무스펠'이 드롭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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