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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로 게임지존-103화 (104/592)

103화

하플링.

경제, 상업 면에 특화된 아인종이자, 장차 용인을 제외하고는 최고의 값어치를 지니는 종족.

아직은 유저들에게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1~2년 후의 하플링은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올리비아는 그중에서도 특출 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아인종이 있었다.

혼혈(混血), 두 종족의 사이에서 태어난 개체들이 그것이다.

'올리비아가…… 혼혈이었나?'

웨인은 눈을 부릅뜬 채 상태창을 주시했다.

밝게 빛나는 홀로그램 위로 금빛 글씨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주종 관계>

-이름 : 올리비아

-레벨 : 301

-종족 : 하플링/수인(혼혈)

-소속 : 마블포트(벨로나 왕국)

-주인 : 커트(웨인, 김민혁)

-직업 : 상인, 관료, 도적

-현 직책 : 마블포트 시장 수행 비서

-사용 가능 스킬 : 관찰, 행정학, 경제학, 청탁, 단검술, 손재주……. (전체 스킬 보기)

-착용 장비 : (보기)

-호감도 : 78

-특성 : 지구력, 이성, 표범의 눈

-수인족의 특성이 잠재되어 있다.

'그것도 수인족과…….'

혼혈은 부와 모, 두 종족의 장점을 확정적으로 전부 가진다.

그 때문에 아인종 중에서도 혼혈 NPC는 극히 드물었다.

안 그래도 부르는 게 값인 하플링.

거기다 혼혈이라면 그 희귀도는 가히 정령수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웨인도 회귀 전 하플링 노예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노예, 올리비아가 혼혈이라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럼 어째서 처음부터 못 본 거지?'

잠시 생각하던 웨인.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처음 올리비아를 샀을 때, 레벨이 낮은 그녀는 해당 특성이 외부로 나타나지 않았다.

잠재되어 있던 수인족의 특성.

그것이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개화한 것이다.

'이게 이렇게 되는군.'

웨인은 얼떨떨한 기분을 진정시킨 후 생각했다.

'수인족…… 그렇다면 올리비아를 통해 수인 해방전쟁 퀘스트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루나틱에는 특별히 퀘스트가 몇 개 존재한다.

메인 스트림, 대륙의 역사가 흘러가게 할 정도의 큰 스토리가 낀 퀘스트.

이것을 레전더리 퀘스트라 부르며, 대표적인 예시로는 라이데른 후작 토벌, 페어리 브로치의 수리 등이 있었다.

수인 해방전쟁도 그런 레전더리 퀘스트 중 하나였다.

'원래는 유저들이 카이사 대륙 안쪽에서 충분히 레벨 업을 한 다음에야 그 조건이 해금되지만 말이지.'

수많은 연계 퀘스트 끝에 겨우 나타나는 레전더리 퀘스트.

잘만 하면 그것의 흐름을 이쪽이 원하는 대로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몰랐다.

웨인은 올리비아에게 시선을 향했다.

"올리비아."

"네?"

"방금 느꼈는데, 너 그냥 하플링은 아닌 것 같은데."

"……!"

"혹시 혼혈이냐?"

올리비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사실을 어떻게……!"

"감추기엔 너무 뚜렷하게 보여서."

"……어머니는 하플링이었어요. 어릴 적에 돌아가셔서 얼굴은 잘 모르지만."

더 감추는 것도 의미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올리비아는 천천히 과거사를 털어놓았다.

"다른 하플링들은 그다지 저를 내켜 하지 않았어요. 혼혈이니까요."

혼혈은 같은 동족들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웨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릴 적엔 아빠를 따라다녔어요, 5년 정도 전까지는."

"5년 전?"

"네. 저를 노린 노예 사냥꾼 집단이 납치 계획을 실행한 게 그때거든요."

어린아이의 납치.

사실상 유괴나 다름없는 짓을 한 사냥꾼 집단은 곧바로 거금을 받고 올리비아를 팔아넘겼다.

그 후로 올리비아는 이곳저곳의 노예시장을 전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순순히 처우를 받아들이는 일반 노예들과 달리, 악착같이 발버둥 쳤기 때문이다.

구매자들은 자연스레 그녀를 꺼렸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들어 오게 된 것이었다.

"워낙 어릴 적 일이라 이젠 얼굴도 기억 안 나요."

말을 마친 올리비아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웨인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수인 해방전쟁……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최우선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콘텐츠다.'

드넓은 카이사 대륙.

한국 서버뿐 아니라 전 세계 서버의 유저들이 다 와도 카이사 대륙은 넉넉했다.

그런 대륙 전체가 휘말리는 게 바로 수인 해방전쟁 콘텐츠다.

'수많은 특별 칭호들이 주어지고, 최종 전투의 참가자에게는 유니크 칭호가 주어지지.'

전쟁은 상인에게 있어 돈벌이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규모가 전 세계 서버를 합친 것보다 크다면, 무슨 수를 써서도 반드시 뛰어들어야 하는 큰 돈벌이였다.

'혼혈이라 하더라도 수인족, 데리고 있다면 추후 이 콘텐츠에 끼어들 때 남들보다 한 발짝 앞서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확인해 둘 게 하나 있었다.

웨인은 올리비아에게 물었다.

"올리비아."

"예?"

"부모님을 찾고 싶은 생각은 없나?"

수인족과의 연계를 위해서는 올리비아의 부모와 반드시 연을 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카이사 대륙의 수인족 대부분은 각지에서 대부분 노예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예상과 암거래의 흔적을 찾는 것은 같은 수인족이 아니면 어렵다.'

추후 인연이 있더라도, 해당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준비가 필요했다.

최소한 1년. 그 이상의 기간을 투자해야 할 정도.

수많은 '꿀팁'을 알고 있는 웨인이 직접 하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지금 부모를 찾으려 해 봤자 한없이 늘어질 게 뻔하지.'

잠시 후, 이어지는 올리비아의 대답도 크게 예상을 벗어나진 않았다.

"찾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밤색 머리를 쓸어 넘긴 올리비아가 말을 이었다.

"덕분에 저 같은 사람이 더 나오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요. 그 점에 있어서는 커트 시장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래도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신경을 써 주도록 하지. 너는 그만한 쓸모가 있으니까."

말을 마친 웨인은 대양의 심장 목걸이의 옵션을 확인했다.

<대양의 심장>

-등급 : 크래프트-에픽

-분류 : 목걸이

-내구도 : 1,800/1,800

-제한 : 레벨 300 미만 착용 불가능.

-효과 : 방어력 +120, 민첩 +120 손재주 +150, 행운 +400, 스킬 방어력 +50, 상태 이상 효과, 지속 시간 40% 감소, 피격 시 받는 전체 데미지 20% 감소

-인챈트 슬롯 : (0/4)개

-인챈트 효과 : x

-기타 : 명인의 경지에 이른 대장장이가 만든 목걸이다. 액세서리에 익숙지 않은 느낌이 곳곳에 묻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목걸이 중에서도 짝을 찾기 힘든 고급품이다.

무기를 만들었으면 레전더리급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웨인은 살며시 어깨를 으쓱했다.

'미스릴의 양 자체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보다는 액세서리를 제작했다는 경험 자체에 의의가 있었다.

'슬슬 나가 볼까.'

달칵.

뒷정리를 마친 웨인은 그 자리에서 짐을 쌌다. 급한 용무는 해결했지만 아직 쉬기엔 일렀기 때문이다.

"급한 업무는 더 없나?"

"검은 망치 왕국의 드워프들이 면담을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급한 상황은 아닙니다."

"좋아, 그럼 앞으로도 마블포트 일은 네게 맡기마."

"알겠습니다."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올리비아.

잠시 후 그녀가 물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시나요?"

"그야 간단하지."

웨인은 배낭을 챙기며 대답했다.

"전쟁이 있는 곳으로."

***

그 시각, 발할라의 카이사 대륙 길드 하우스.

회의실에는 20여 명의 각 부장들이 앉아 있었다.

비상 대책 회의에 있던 수의 2배 가까운 인원.

미접속 중이거나, 다른 일을 관리하던 간부들까지 전부 모인 덕분이다.

인원들을 둘러본 지그문트가 머리를 숙였다.

"다시 모아서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길마님."

간부진 유저들은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럴 수도 있다는 태도였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금방 모은 겁니까?"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난 거예요?"

길드원들 사이에서 피림과 유니아가 입을 열었다.

마법사와 정령사, 두 가지 클래스를 마스터에 가깝게 찍은 그녀다.

귀여운 외형과 달리, 레벨과 컨트롤만큼은 최상위 0.1퍼센트 랭커들 사이에서도 특출 난 정도.

유니아는 더욱 가치가 높았다.

무려 현 성직자 랭킹 1위였으니까.

외모가 귀엽다곤 하지만, 이 자리에 있을 만한 자격은 차고 넘친다.

지그문트가 대답했다.

"지금부터 듣는 이야기는, 절대 외부 인원들에게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음?"

"무슨 말씀이신지……."

순간 간부들은 어리둥절한 시선을 서로 교환했다.

애당초 4대 길드의 간부 회의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야 뭐……."

"항상 그러고 있습니다."

여유로운 모습의 간부진들. 지그문트는 그들을 향해 진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약속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모든 간부들이 일제히 자세를 고쳐 잡았다.

"물론입니다."

"예."

"좋습니다. 그럼 말씀드리죠."

한 차례 심호흡을 한 지그문트가 본론으로 넘어갔다.

"잘 들으십시오. 이제부터 레드 드래곤즈가 어딜 어떻게 공격해 올지, 그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헉!"

"그런?"

깜짝 놀라는 간부들, 지그문트는 그중 1명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저 사람이 첩자라니, 지금 생각해도 믿기가 힘들군.'

처음 같이 길드를 만든 네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보는 사람은 그에 준하는 중요 직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아니고서야 이번 건은 설명할 수가 없다.'

지그문트는 심호흡을 한 뒤, 문건에 적힌 내용을 읽었다.

"레드 드래곤즈는 이번에 동맹 길드인 트라이림 길드를 노릴 겁니다."

"그럼 볼 것 있나? 당장 척살조를……!"

명공이 일어나 소리쳤다.

전투광인 그다운 모습.

그러나 지그문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우릴 끌어내기 위한 미끼입니다."

"그, 그렇군. 미끼라……."

명공은 머쓱해하며 자리에 앉았다. 대신 일어난 건 다른 간부들이었다.

"미끼?"

"그럼 진짜로 노리는 곳은 어디입니까."

"노리는 곳은…… 여기, 이 도시 항구입니다."

지그문트가 말을 이었다.

"놈들은 우리 길드가 타고 오는 정기선, 그 배를 노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본래 정기선을 노리는 건 하책 중 하책이다.

배 자체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카이사 대륙 NPC들에게 척살을 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배의 소유주가 발할라 길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떻게 된 건진 모르지만, 놈들은 우리 발할라 길드가 극비리에 정기선을 구매했다는 것마저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배를 습격하자 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차분히 이어지는 지그문트의 설명. 그와 비례해 간부진들의 술렁임도 커졌다.

"허어."

"그놈들이 어떻게……."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당장 병력을 보내야……!"

"걱정 마십시오."

탁, 지그문트가 일어나 말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훗날 그를 4대 길드의 수장으로 만든 리더십.

게임 수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능력 덕분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레드 드래곤즈에게 4대 길드가 어떤 곳인지 보여 줄 겁니다."

꽈악.

주먹을 으스러져라 쥔 지그문트가 으르렁거렸다.

"그쪽 간부진 캐릭터가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닐 때까지 말이죠."

"……."

그 후의 회의는 세부적인 작전 설명과 논의가 주를 이뤘다.

모든 설계가 끝난 뒤, 지그문트는 조용히 메시지 창을 켰다.

-지그문트 : 김민혁 씨, 끝났습니다.

답장은 머지않아 왔다.

-김민혁 : 어땠지?

-지그문트 : ……역시나 그렇더군요. 회의 때 한 발짝 늦게 대답하는 것까지도.

-김민혁 : 그럼 얘기가 간단해지는군.

간부진 1명이 첩자라는 사실이 확실해진 이상, 남은 건 그 첩자를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심호흡을 하던 지그문트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엔 정말 믿을 수 있는 간부 5~6명이 자리해 있었다.

"……."

말 대신 눈짓을 주고받는 그들.

생략된 목소리는 메시지 너머의 김민혁이 타자로 대신 내 주었다.

-김민혁 : 그럼 어디 한번 낚아 보자고, 황금을 입에 문 지렁이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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