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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로 게임지존-233화 (234/592)

233화

루나틱에는 여러 성장 아이템이 있다.

사용 시 스테이터스나 스킬 레벨을 영구적으로 증가시켜 주며, 대부분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테이터스의 영구적인 상승이 그만큼 엄청난 효과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웨인이 사용했던 회색 토끼의 심장이었다.

회색 토끼의 심장.

초보자 필드 보스인 회색 토끼에게서 가끔 드롭되는 성장 아이템이다.

민첩 1 상승이라는 옵션밖에 없지만, 개당 3골드라는 고가의 가격대에 팔리는 꿀 아이템!

1레벨당 5의 스테이터스가 주어지니, 고레벨 유저에게는 꽤나 수요가 있었다.

물론 성장 아이템에는 그만큼 많은 제한이 있다.

같은 아이템의 중복 사용은 불가능.

획득 확률도 매우 낮으며, 고레벨 성장 아이템은 특별한 가공 처리를 마쳐야 쓸 수 있기도 했다.

방금 웨인이 사용한 성장의 돌과 개화의 돌은 '펫 전용'의 성장 아이템이었다.

명예 상점에서만 구할 수 있는 레전더리급 아이템!

물론 다른 성장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사용 가능한 횟수는 펫 한 마리당 단 한 번이다.

제한은 그뿐만이 아니다.

해당 아이템은 한 사람당 종류별로 하나의 돌밖에 살 수 없다.

추가로 구매하기 위해선 5,000 포인트를 내고 상점을 초기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웨인이 이것을 두 개나 산 이유는 간단했다.

'슬슬 펫들의 스펙도 올릴 때가 되었지.'

웨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대격변 이후 몬스터들의 스펙은 이전보다 한층 더 뛰어오른다.

생산 클래스만 두 개인 상황에서는 펫들의 힘이 더 필요했다.

레전더리급.

현 시점에서 알려진 가장 높은 등급의 성장 아이템을 구매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이것보다 더 높은 등급이 있긴 하지만…….'

임모탈, 갓 등급 성장과 개화의 돌.

그러나 그것은 현 시점에서는 구할 수 없다.

레벨 400대 이상이 되어야 소문이라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아직은 미구현 아이템인 셈.

그걸 제외하면 현 시점에서 웨인이 구한 건 유저가 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성장의 돌이었다.

'명예 점수를 각각 1만 5천이나 들여야 얻을 수 있는 최상급 아이템이지.'

웨인의 눈이 아련해졌다.

한때 김민혁도 길드전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대형 길드 한 곳에서 화살 받이로 작업장 전체를 고용한 것이다.

물론 별다른 활약은 못 했다.

운이 가장 좋을 때가 HP가 없는 적 두어 명을 잡고 광역 마법에 터져 나간 경우.

채광과 약초 채집밖에 없는 작업장 캐릭터로써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판당 40점을 얻었지.'

현 시점에서 웨인이 사용한 명예 점수는 7만 포인트.

기존 구매가 6만 포인트에 초기화 포인트 1만까지 합한 값이다.

물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수는 없었다.

길드전의 규모부터 기여도까지 모든 게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의 김민혁이 한 역할은 흔한 화살 받이 A.

그러나 이번 전투에서는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웨인의 현 신분이 길드장이기도 한 만큼, 가장 많은 기여도를 계산 받은 것.

간접적인 활약에서 이 정도면 기네스북에 올라도 될 정도였다.

파앗!

핫도그와 나무무의 몸에서 빛이 사그라졌다.

-'핫도그'가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나무무'가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핫도그'에게 '크로노스의 축복' 버프가 생성되었습니다.

-'나무무'에게 '크로노스의 축복' 버프가 생성되었습니다.

-해당 버프는 시간이 만료되는 경우 외에는 해제되지 않습니다.

크로노스의 축복!

획득 경험치를 한 달 동안 늘려 준다.

레전더리급 성장의 돌인 만큼 무려 10배나 되는 효과.

한 달의 시간이라면 충분히 핫도그와 나무무의 레벨을 키울 수 있었다.

'얼른 사냥을 하고 싶군.'

드륵.

짐을 챙기고 일어난 웨인이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지.'

웨인은 베르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민혁 : 베르한,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베르한 : 네. 말씀하십시오.

-김민혁 : 문신사 길드의 길드장, 그리고 문신사 유저들에게 연락해 줘.

-김민혁 : 내가 만나고 싶다고.

-베르한 : ……알겠습니다.

문신사 클래스는 속성 및 스킬 저항력에서 최고의 가성비를 보이는 귀족 클래스.

유저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지금, 조만간 대우가 180도 바뀔 클래스이기도 했다.

'원래는 지금보다 더 미래의 일이지만…….'

웨인은 입술을 가볍게 핥았다.

'그럼 어디 미래에 귀족 중의 귀족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 볼까?'

***

"아, 누가 저 사람 데려왔어?"

6인 파티인 '즐거운 열렙파티.'

탱커 역할을 겸하고 있던 전사, 케일이 소리쳤다.

파티의 분위기를 위해서는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행동.

그러나 이번에는 케일의 말이 맞았다.

단 한 사람 때문에 여러 번이나 사냥을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 또다시 해야 하네."

"아니, 스탄 님. 뒤에서 어그로 좀 끄는 것도 제대로 못 하시면……."

다른 파티원들의 표정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몇 명은 목까지 나오려던 욕을 억지로 집어넣기까지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못 해서……."

꾸벅.

스탄은 허리까지 깊게 굽히며 사과했다.

샤일로크 광산.

레벨 250대 몬스터가 주로 나오며, 주된 패턴은 통로 정면에서 오는 수백 마리의 몬스터 웨이브다.

얼핏 들으면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좁은 지형 덕분에 배치만 잘하면 충분히 깰 수 있는 난이도다.

탱커 유저들이 앞을 막고, 마법사가 광역 마법을 쓰면 끝!

가끔씩 양옆이나 뒤에서 정예 몬스터들이 오지만, 다른 파티원들이 잘만 마크해 주면 별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파티원 다섯이 경험자였기에 웬만하면 별문제 없이 클리어했을 터.

문제는 스탄이라는 유저에게 있었다.

'내 클래스가 이러니 하는 수 없지…….'

스탄의 클래스는 궁수, 그리고 하이-클래스의 문신사.

문신사 쪽에서는 랭킹 순위권이지만, 파티 사냥을 할 때마다 항상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냥을 할 때마다 스탄이 엘리트 몬스터를 놓쳐 공략을 망쳤기 때문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만 해 볼게요."

"이번이 일곱 번짼데, 또?"

"문신사라면서요? 생산직 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전투도 제대로 못 할 거면 파티 사냥 하면 안 되죠."

파티원들이 한마디씩 덧붙인다.

그때마다 스탄의 안색도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잠시 후.

짝.

박수를 친 케일이 주변 사람들을 대표해 선언했다.

"됐고, 나가세요. 시오르 님한테 추천받아서 데려온 건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파티에서 추방되었습니다.

-던전 밖으로 이동했습니다.

파티 추방 메시지.

스탄은 우울한 표정으로 메시지 창을 열었다.

-스탄 : 이번에도 안 됐네요. 정말 열심히 찾아 주셨는데…….

-시오르 : 아, 이번에도…….

-시오르 : ㅠㅠ 힘내세요.

-스탄 : 아닙니다. 제가 못 해서 그런 건데요, 뭘.

시오르는 스탄의 몇 안 되는 지인 중 한 명이었다.

과거, 문신 작업을 인연으로 만난 사이.

사냥이 안 되는 그를 위해 각종 파티를 알선해 주는 선한 유저이기도 했다.

스탄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메시지를 쳤다.

-스탄 : 제가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즐거운 루나틱 되세요.

-시오르 : 네, 스탄님도요.

창을 닫은 스탄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지금은 떠난 다른 문신사 유저들의 마지막 채팅이 스쳐 지나갔다.

-저 그냥 새로 키울래요. 죄송해요.

-이 직업엔 미래가 없네요. 여러분도 즐나틱 하려면 얼른 탈문신 하세요.

현실의 벽에 부딪힌 문신사 유저들의 이탈!

비주류 클래스를 하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일이었다.

스탄이 착잡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띠링!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길드장 직속 메시지!

타투이스트 길드의 길드장인 스탄만이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능이었다.

스탄은 메시지 창을 열었다.

보낸 이의 닉네임은 돈주안.

타투이스트 길드의 문신사 간부 중 한 명이었다.

-돈주안 : 스탄 님, 지금 길드에 와 주셔야겠는데요.

-스탄 : 왜, 블랙베어 길드에서 또 시비야?

-돈주안 : 그…… 예. 어차피 시에 넘어갈 거, 차라리 지금 넘기라고…….

-스탄 : 절대 안 판다고 해. 저번처럼.

스탄은 짜증스런 표정으로 메시지를 입력했다.

'길드 하우스를 내어 달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타투이스트 길드.

문신사 유저들만의 길드로써, 현재는 대략 1백여 명 정도가 가입해 있었다.

당시에는 길드도 꽤나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문신사가 비주류로 밀려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남은 건 애정으로 게임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뿐이었다.

'노리는 이유는 알겠지만, 그곳만은 안 돼.'

길드 하우스는 초창기부터 계속해서 가지고 있었던 건물이다.

도시 내에서도 중심가에 있어, 각종 시설이 가까운 데다 고급 퀘스트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는 노른자위 지역!

주변을 평정한 블랙베어 길드가 노리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스탄은 계속해서 거래 제안을 거절해 왔다.

길드 하우스를 판다는 것은 해당 길드가 망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추억이 깃든 장소인 만큼 얼마를 내도 팔 생각이 없는 건 덤.

'그렇지만 이걸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스탄은 알림 창을 켰다.

<알림>

-길드 '타투이스트'의 유지비가 부족합니다. 골드를 충전해 주세요.

-현재 부족한 골드 수 : 581골드 84실버 13코퍼

몇 달 동안 수입이 없다 보니 유지비를 내지 못했다.

수익을 내려면 투자를 해야 하는 문신사들로서는 최악의 상황.

그렇게 밀린 길드 유지비와 세금이 어느새 600골드 가까이 쌓였다.

현금으로는 무려 2천5백만 원이나 되는 거금이었다.

길드원들 모두가 나눠 지불해도 최소 인당 25만 원.

그러나 스탄은 그렇게까지 해서 길드를 유지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나…….'

결심을 굳힌 스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길드 채팅의 알림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돈주안 : 스탄 길마님! 지금 길드 하우스로 와 주셔야 합니다.

스탄은 이를 갈았다.

-스탄 : 그 새끼들이 기어코……! 야,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 내가 지금 전차를 몰고 가서…… 하아.

-돈주안 : 아닙니다. 길마님, 그게…… 블랙베어 길드 말고 다른 사람입니다.

-돈주안 : 사정을 듣더니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셔서…….

-스탄 : 도움?

타타탁.

스탄의 메시지 입력 속도가 빨라졌다.

-스탄 : 뭔 소리야?

-돈주안 : 비주류 클래스 유저들을 돕고 싶다고…… 그래서 문신사 길드부터 찾아오셨답니다.

-스탄 : 대가 없이?

-돈주안 : 네. 1골드도 안 바란답니다.

그럴 수가 있나?

눈이 휘둥그레진 스탄이 질문했다.

-스탄 : ……사기는 아니지?

-돈주안 : 그럴 리가요.

-돈주안 : 김민혁 님입니다, 지금 오신 분.

김민혁!

생산, 버프형 클래스 유저들 사이에서는 그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라 평해질 정도였다.

본인의 장비로 4대 길드를 쩔쩔매게 만드는 실력의 남자!

현재 김민혁은 모든 생산 클래스 유저들이 꿈에 그리는 전설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 김민혁이 찾아왔다고?'

스탄은 고개를 갸웃했다.

문신사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 클래스.

생산 클래스 유저 중 가장 잘나가는 사람이 굳이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

'일단 한번 만나나 볼까?'

진짜라면 이유를 물어보고, 가짜라면 신고하거나 쫓아내면 된다.

아무리 전투력이 없더라도 사기꾼 한 명 못 잡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마을로 가던 스탄의 몸이 순간 멈칫했다.

길드 하우스 쪽이 시끄러웠다.

'뭐야?'

저벅저벅.

재빨리 달려가던 스탄의 눈에 곧 사태가 보였다.

길드 하우스를 둘러싼 검은 아이템 세팅의 유저들 수십여 명.

전부 블랙베어 길드의 유저들이다.

소란은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설마……!'

길드 간 무력 시위!

만약 그렇다면 다른 길드원이 위험했다.

스탄은 급히 안으로 달려가려 자세를 잡았다.

바로 그때.

콰르릉!

길드 안쪽에서 엄청난 천둥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제는 수억 조회 수를 달성한 강철의 손 경연 대회 동영상.

그곳에서 끝도 없이 나왔던 바로 그 천둥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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