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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로 게임지존-263화 (264/592)

263화

카디악 공략에는 정확히 네 시간이 걸렸다.

중간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체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만약 공략을 알고 있지 않았다면 훨씬 힘들었겠지.'

웨인은 망치를 늘어뜨리며 생각했다.

카디악은 덩치를 이용한 발 구르기나 망치 공격.

그리고 가끔씩 타깃을 지정해 외치는 포효가 있었다.

대격변 최종 콘텐츠의 중간 보스치고는 꽤나 단순한 패턴이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공격이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카디악은 수십 미터나 되는 금속 거인!

빌딩만 한 신체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유저들에겐 충분히 위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디악의 AI는 노련하고 경험이 많은 전사!

유저들이 피하는 패턴을 예측해, 해당 위치에 망치를 내리찍으면 꼼짝없이 죽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사실상 괴수물의 괴수를 상대하는 느낌이지.'

유럽 서버와 프로메테우스 길드는 특수한 비전 스킬을 구해 해결했다.

하지만 드림 라이프 길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회피, 방어 스킬을 각각 3개 이상 레벨 10까지 올릴 것.

김민혁이 제시한 조건을 맞추니, 더 이상 카디악의 공격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럼 어디…….'

웨인은 보상을 확인했다.

-카디악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호딘의 깃털>을 획득했습니다.

-<카디악의 대궁>을 획득했습니다.

-<아스가르드의 루비>를 획득했습니다.

-<투지의 혼x46개>를 획득했습니다.

-…….

대재앙의 월드 보스인 만큼, 주는 아이템도 무려 수십 종류!

'나중에 공로를 따져 분배해야겠군.'

가장 고가로 팔리는 건 역시 카디악의 대궁.

대격변 콘텐츠 최상급의 아이템인 만큼, 시장에 풀린다면 엄청난 거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사이 카디악이 말을 이었다.

"나를 소멸시키다니, 잘못 생각하고 있던 건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어디 한번 놈을 처치해 보아라."

-용사의 버프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스킬 데미지 및 치명타 확률, 치명타 피해가 상승했습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할 시 즉각 스킬의 쿨 타임이 초기화됩니다.

타이탄 히드라 이전의 몬스터들이 급격히 쉬워지는 버프!

이 버프를 이용해 데미지를 쑤셔 넣는 것이 타이탄 히드라 공략의 비결이었다.

'그럼 슬슬 상황을 확인해 볼까?'

웨인은 파티 메뉴를 열었다.

각 조의 인원 명단 옆에 있는 여러 그래프!

각각의 칸에는 딜링 그래프, 받은 피해량, 치유한 피해량 등의 각종 수치들이 정리되어 있다.

흔히 말하는 '딜 그래프'다.

웨인은 목록을 쭈욱 확인해 나갔다.

'……데미지는 역시 비어가 가장 높군.'

괴물 사냥꾼인 비어.

그가 특제 무기인 쇠기둥을 휘두를 때마다 최소 10인분 이상의 데미지가 들어갔다.

대형 몬스터 사냥에 특화된 클래스다운 기록!

다른 팀 몬스터 헌터 측 멤버들의 데미지도 높았다.

그러나 비어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데미지 1위는 역시 압도적으로 비어고, 2위는 무혈사신 녀석이 차지했나.'

쿼드로플 클래스의 능력이 개화하기 시작한 무혈사신이 당당히 2위!

지존법사도 당당히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웨인의 순위는 36위.

적당히 힘을 숨겼음에도 대장장이와 문신사 클래스의 유저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데미지를 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지.'

데미지나 치유량만 보았다가는 파티장 수준 미달로 욕만 먹는다.

웨인은 몇 가지 옵션을 고친 후 재차 딜 미터기를 확인했다.

'……역시.'

비어가 MVP고 무혈사신이 2위인 건 그대로다.

그러나 그 아래쪽의 랭킹 순위는 방금 전과 크게 달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전투 클래스 유저들의 기여도가 표시되었기 때문이다.

문신사나 음유시인 등의 비전투 클래스!

직접 데미지를 입히진 않았지만, 엄연히 공략을 성공시킨 한 축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는군.'

지금 웨인이 조작한 건 딜 미터기의 게시 옵션.

미래에 가장 대중적으로 검증된 표준 딜 미터기 형태의 세팅이다.

1코퍼에 따라 잠자리와 밥이 달라지는 사채업자들의 작업장!

눈 뜨고 남에게 코 베이기 싫다면, 싫어도 하는 수 없이 배워야 하는 게 이 딜 미터기 조작이었다.

'치유량은 성직자들이 제일 많지만, 역시 비전투 클래스 중 가장 힘낸 건 음유시인들이군.'

문신사와 음유시인은 기여도에서 거의 비슷했지만, 전체 총합은 아슬아슬하게 음유시인의 승리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신사는 한번 문신을 해 주면 끝인 반면, 음유시인은 중간에도 상대의 스킬을 끊거나 버프 및 힐링을 통해 추가 기여도를 쌓기 때문이다.

슬쩍.

그래프를 보던 웨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나저나 역시 엄청나군.'

문신사와 음유시인.

둘 다 얼마 전까지 비주류 클래스였음에도 강력한 전투 클래스 유저 이상의 몫을 해냈다.

미래에 1티어 중의 1티어라 불리는 귀족 클래스다운 스펙!

물론, 지금은 웨인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좋아.'

기여를 확인한 웨인은 각 파티 조의 조장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사망자는 얼마나 됩니까?"

"저희 파티는 없습니다."

"여기도요."

"여기 한 명 있습니다. 기사 클래스, 탱커, 라면타파 님이 발 구르기에 걸려 못 빠져나오셨습니다."

"이쪽에도 한 명 있습니다. 궁수, 원거리 딜러, 아르신 님이 낙뢰에 당했습니다."

대부분이 무사했지만, 몇 명의 파티가 사망자를 보고했다.

사망자의 숫자는 총 22명.

웨인은 재빨리 그쪽에 인원 분배를 다시 해 공백을 메웠다.

근처에서 카메라를 돌리던 나훈석은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20명…… 지금 분명 20명이라고 했지?'

최초로 카디악을 쓰러뜨린 것은 유럽 서버의 그랑데 로얄 길드.

당시 그랑데 로얄 길드는 무려 전체 공략의 절반에 가까운 1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두 번째로 클리어한 프로메테우스는 240명 중 67명이 사망!

어떻게든 공략을 이어 갈 수는 있었지만, 타이탄 히드라를 이길 수는 없었다.

20명이라면 그 1/3밖에 되지 않는 사상자다.

나훈석뿐만 아니라 다른 촬영 작가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

'220명이 버프를 받고 간다면, 실제 전투 인원만 세도 200명이 넘겠지.'

그 정도면 거의 온전한 전력으로 타이탄 히드라에게 도전이 가능했다.

파죽지세.

나훈석은 머릿속에서 그 속담을 되뇌었다.

그때였다.

"20명이라…… 생각보다 많이 죽었군요."

"첫 실전이다 보니 훈련과 차이가 어느 정도 있었나 봅니다."

"저희가 욕심을 부려 스킬 사이클이 맞지 않았던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이분 말대로 실전은 훈련과 꽤나 차이가 크니까요."

손사래를 친 웨인의 표정이 굳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너무 많이 죽었는데, 뭔가 문제가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예."

"수정할 점 말씀해 주시면 해 보겠습니다."

미래의 공략을 완벽히 숙지한 데다 스킬까지 준비한 공략대.

그럼에도 20명이나 죽었다면 적응이나 패턴 확인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다.

"일단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확인해 봐야 하니 힐러분들의 위치 및 스킬 패턴을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다들 성직자 유저분들을 데려오세요."

"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공격대!

흔히 보이는 반발이나 남 탓은 보이지 않는, 깔끔한 지시와 복종이었다.

"역시 드림 라이프군."

나훈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게임넷의 설문 자료에서, 파티가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압도적인 1위로 피드백 시간이 등극!

아무리 강력한 공격대 파티라도 이 시간은 꺼려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피드백은 누가 못 했냐, 누가 잘했느냐는 보상으로 연결되는 민감한 문제!

말 한마디를 잘못 꺼내는 순간,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아니지만…… 그건 그쪽이 회사처럼 운영되어서 그런 거고.'

하지만 드림 라이프는 달랐다.

김민혁이 직설적으로 지적을 하고 있음에도 모두 반발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심지어 거의 완벽하게 공략에 성공했는 데도 말이야.'

나훈석은 달인을 찾아보자 in루나틱 외에도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4대 길드는 물론, 여러 대형 길드나 중형 길드의 공격대 파티까지 수없이 보아 온 경험자!

그런 그였지만 이 정도의 공격대 파티는 단 한 번밖에 본 적이 없었다.

미라클.

전 세계 서버를 통틀어 루나틱 최강의 공격대를 보유한 바로 그곳 말이다.

'그럼 이거 정말로 될지도 모르겠군.'

타이탄 히드라의 최초 클리어!

만약 성공하기만 한다면, 이번 편 특집은 아예 방송 제목을 바꿔서 내보내야 할 만큼 흥할 게 틀림없었다.

'대박이다……!'

그것도 거의 로또 1등급 대박.

무적 버프를 받고 있음에도, 갑작스레 나훈석의 이마에 없던 땀방울이 맺혔다.

***

타이탄 히드라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프로메테우스 길드의 공략 동영상에서였다.

길드 차원에서 공개해 '유투브'에 올린 최초 공략 동영상!

버프를 받고 움직이는 프로메테우스 길드를 본 유저들이 채팅 창에서 말했다.

-카디악만 잡으면 할 만하네.

-저런 버프 두르고 싸우면 어떤 기분일까?

용사의 버프는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불타는 망령들이나 지옥의 채찍 악마들.

후반부의 정예 몬스터들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나갔다.

-서문아 신난 거 봐라. 네크로맨서 군대 진짜 버글버글하네.

-ㄴㄴ 아까 못 봐서 그럼. 카디악이 툭 치니까 싹 쓸려나갈 때 서문아 표정을 봤어야 하는데.

-그나저나 한석규 탱킹 진짜 잘하네. 프로메테우스 싫은 거랑 별개로 저건 배워야 한다.

각종 정예 몬스터가 쓰러져 갈 때까지만 해도 유저들은 이번에도 깨겠지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타이탄 히드라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채팅 창은 일제히 얼어붙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워낙 덩치가 컸기 때문에, 유투브 송출도 일순간 멈췄기 때문이다.

'센 건 덩치뿐만이 아니지.'

미라클이 타이탄 히드라를 클리어하기 이전, 수많은 길드가 자신만의 공략을 준비하고 도전했다.

그러나 결국 미라클이 타이탄 히드라를 클리어하기 전까지 성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본적인 스펙이 되지 않는다면, 타이탄 히드라의 몸에 상처 자체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미라클은 그것을 파훼하기 위해 한 사람을 외부에서 데려왔다.

대형 몬스터들에게 수배 이상의 데미지와 함께 '상처'를 낼 수 있는 단 한 사람.

괴물 사냥꾼 비어그릴스가 바로 그였다.

'실제로 엄청났지.'

비어그릴스가 공격을 하면, 그때마다 타이탄 히드라의 몸에 상처가 났다.

미라클 길드원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MVP 중 한 명에 들 정도!

그러나 그 사실은 한 가지 의미를 더 지니고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비어그릴스를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미라클마저도 타이탄 히드라 공략에서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웨인은 생각을 마친 뒤 고개를 들었다.

컷 신이 끝난 뒤인지라 덩치가 더욱 잘 보였다.

-타이탄 히드라

산까지는 아니더라도, 15층 아파트 여러 채를 이어붙인 길이의 강철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잘 보이는군.'

팔짱을 낀 웨인이 씨익 웃었다.

'저놈의 약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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