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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로 게임지존-287화 (288/592)

287화

"뭐? 레전더리 아이템이 나왔다고!"

"예, 지금 가셔야 합니다."

"이런 망할!"

소식을 들은 4대 길드 및 각 대형 길드의 담당자들은 눈이 튀어나오도록 놀랐다.

바로 그것을 위해서 블랙마켓에 자신들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레전더리 아이템.

길드 차원에서 대형 레이드를 가도 백에 한 번이나 나올까말까 하는 등급이다.

물론 아이템 하나로 덕을 보는 건 유저 한 명 뿐.

그러나 그 한 명의 유저는 길드 간 힘의 차이를 돌이킬 수 없이 벌릴 수 있었다.

모든 길드가 레전더리 아이템을 하나라도 더 입수하기 위해 눈에 핏발이 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프로메테우스 길드의 담당자, 임재명 대리도 그중 한 명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임재명이 물었다.

"종류는 뭐래?"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공개가 되면…… 아!"

귓속말을 주고받던 인턴이 눈을 크게 떴다.

"나왔습니다. 그런데……."

"뭔데?"

"……펫 전용 아이템이랍니다."

"펫 전용 레전더리 아이템이라고?"

짐을 챙기던 임재명의 몸에서 힘이 풀렸다.

털썩. 소파에 주저앉은 임재명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십년감수했네. 됐어, 그럼. 누가 가져가는지랑 가격대 파악하고 지켜봐."

임재명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길드의 담당자들이나 큰손들도 곧바로 나서는 대신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펫 스킬은 테이머를 제외하면 펫의 비중은 루나틱에서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경매장 내부의 분위기도 마찬가지.

그러나 몇 사람은 눈을 크게 떴다.

웨인도 그중 한 명이었다.

"경매 물품은 이렇습니다!"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아이템 개요가 떠올랐다.

<스킬 북 : 펜릴의 일격>

-등급 : 레전더리

-분류 : 스킬 북

-제한 : 펫 전용

-효과 : 펫에게 사용 시 해당 펫이 펜릴의 일격 스킬 획득

-기타 : 신살자로 유명한 전설적인 늑대 마수, 펜릴의 일격.

정보를 확인한 웨인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저 스킬은…….'

펜릴의 원전은 북구신화.

신들과 맞서 싸운 괴물인 만큼, 루나틱 안에서도 펜릴은 신화적인 몬스터로 설정되어 있었다.

최상급 콘텐츠로 분류가 된 펜릴.

그 레벨은 무려 750에 달했다.

마계는 물론, 천계 파밍을 마친 최고레벨 유저들도 잡지 못할 정도!

하지만 펜릴의 일격이 유명한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레크사르가 가장 자주 애용하던 스킬이지.'

테이머 클래스에는 2개의 육성법이 있었다.

몬스터 로드와 비스트 마스터.

레크사르는 그중 몬스터 로드 계열 1위이자, 전 세계 테이머 랭킹 1위 유저였다.

웨인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떴다.

'이제 기억나는군.'

아마란스와 레크사르.

사실 둘의 레벨과 컨트롤은 사실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입지는 비스트마스터의 아마란스보다 레크사르가 몇 배나 넓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몬스터 로드의 데미지 기대치와 범용성이 비스트마스터보다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사회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100골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경매가 시작되었으나 참가자들은 섣불리 손을 들지 않았다.

웨인이란 큰손도 있지만, 펫 스킬에 100골드가 넘는 돈을 쓰는 건 충분히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펜릴의 일격? 그래 봤자 펫 한 마리에게만 배우게 할 수 있는 스킬이잖아?'

'일격이면 한 대 세게 때리는 기술인데,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그 정도로는 조금…….'

게다가 아이템에 나온 개요 설명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내용뿐.

간을 보던 참가자들도 가격이 오르자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10여 분 후.

경매장 안엔 서너 명의 목소리만 반복해서 들리고 있었다.

웨인과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떨어져 나간 것이다.

레전더리 아이템 치고는 상당히 빠른 포기.

어떤 사람은 아예 신경을 끄고 다른 일을 보기도 했다.

'예상대로군.'

테이머에게 들어가면 제 몫을 충분히 다할 스킬.

하지만 일반 유저들로써는 150골드가 넘는 거금을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정말로 그것이 필요한 테이머거나.

혹은 그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설마, 그 레크사르가 있었을 줄이야.'

웨인은 한쪽으로 눈을 돌렸다.

경매를 따라오고 있는 거구의 남성 유저.

닉네임을 가린 상태긴 하지만, 미래에도 익숙한 거구이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서 스킬을 손에 넣은 거였군.'

사실 레크사르가 여기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같은 레전더리 스킬 북이 2개 이상 있을 확률은 0.00016%.

확률을 생각하면 전생에선 레크사르가 경매에서 이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다른 쪽은…….'

현재 펜릴의 일격을 노리는 사람은 셋.

웨인과 레크사르, 그리고 PK혈맹이라는 대형 길드의 대리인이었다.

이미 190골드가 넘었지만, 둘은 물러날 기색이 없었다.

'역시 PK혈맹이로군. 아이템으로 돈 버는 길드답게 보는 눈이 좋아.'

PK혈맹은 루나틱에 있던 대형 길드 중 하나였다.

4대 길드 바로 아래서 치열하게 영역 다툼 중인 수많은 대형 길드들!

그러나 PK혈맹은 다른 대형 길드들과 약간 달랐다.

타 길드가 현실의 기업, 업주들이 개입한 반면, PK혈맹은 옛 게임에서 성주 역할을 하던 유저들이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성주들, 옛날 게임의 혈맹이나 클랜.'

"191골드."

"192골드."

"193골드."

"193골드 10실버."

이대로라면 종료 시간까지 엎치락뒤치락 할 기세였다.

'아까운 시간을 더 쓸 수 없지.'

웨인은 손을 들었다.

경매 금액을 확인하던 사회자의 어조가 커졌다.

"네, 2719번 고객님…… 앗! 250골드, 250골드 나왔습니다!"

200골드에서 250골드로.

단숨에 250만 원을 더 부르는 소리에 나머지 둘의 시선이 이쪽으로 몰렸다.

"……으으음!"

"끙……."

레크사르와 PK혈맹 길드원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250골드는 현금으로 따지면 대략 1,250만 원.

펫 레전더리 아이템에 사용하기엔 과한 금액이었다.

결국 PK혈맹의 대리인이 먼저 포기했다.

이를 갈아붙인 대리인은 손을 내리며 웨인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몇천 번이고 죽였으리라.

"2……60골드."

잠시 후, 레크사르가 숨을 몰아쉬며 금액을 높였다.

물론 웨인이 감당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펜릴의 일격이 가진 효과를 생각하면 굉장히 싼 가격이지만 말이야.'

웨인은 씩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이쪽으로 손을 내미는 사회자에게 말했다.

"350골드."

더 이상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자본의 승리였다.

***

"오늘 이곳을 찾아 주신 여러분, 만족하셨길 바랍니다. 그럼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VIP경매가 끝났다.

-<스킬 북 : 펜릴의 일격>을 획득했습니다.

-<스킬 인챈트 : 작열하는 번개의 힘>을 획득했습니다.

-<룬타라의 회오리 보주>를 획득했습니다.

-…….

웨인의 인벤토리는 가득했다.

펫 전용 아이템 외에도 미래에 큰 가치가 있는 아이템들을 전부 쓸어 담았기 때문이다.

블랙마켓 한 회 차의 VIP 경매를 거의 독점한 수준.

4천 골드 가까이가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게다가 전체적인 손익을 따지면 분명한 이득이었다.

펜릴의 일격.

이 스킬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웨인은 지존법사에게 말했다.

"나온 아이템들을 봤지? 어땠어?"

"모두 굉장하더군요. VIP 경매라 그런지……."

지존법사의 아이템은 거의 다 레어, 유니크 등급이었다.

세트 효과나 스킬, 각종 옵션까지 생각하다 보니 낮은 등급의 아이템을 끼게 된 것이다.

"저도 저런 아이템들만 있다면 380레벨 던전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존법사가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빡겜반에서 노력을 많이 해야지."

"네?"

"빡겜반에서 1등하면 내가 장비를 만들어 준다. 저것보다 좋으면 좋았지, 안 좋지는 않을 거야."

4개의 비전 야금술.

거기에 태양의 대장장이 클래스까지 얻은 웨인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레전더리 등급만으로 세트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능력!

20년 후에도 이 정도 스펙은 20년 후의 데오마론 정도나 가지고 있었다.

지존법사의 눈이 커졌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래, 옵션도 원하는 대로 세팅해서 제작해 주지."

"……."

전투형 흑마법사는 일반적인 흑마법사에서 벗어난 육성법.

일반적인 경우엔 정석 육성법에 밀리지만,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훨씬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럼 해 보겠습니다."

"열심히 해 봐."

웨인은 지존법사의 어깨를 툭 치며 생각했다.

'지존법사가 제대로 성장한다면, 한국 5대 법사를 넘어 세계 5대 법사가 될지도 모르지.'

전투 흑마법사는 비주류 육성법였지만, 그건 절대로 흑마법사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각종 디버프와 파괴적인 흑마법을 시기적절하게 사용할 줄 안다면 그 잠재력은 상상했던 것 이상!

컨트롤이 어려워서 그렇지, 지존법사급 정도 유저가 쓴다면 그 위력은 PVP는 물론 PVE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게다가 흑마법사의 스킬들은 나중에 반드시 필요한 게 많고.'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다른 길드들과 싸우려면 한 개의 손이라도 더 필요했다.

지존법사 외에도 얻을 수 있는 전력은 모두 가져갈 생각이었다.

'다이아, 플래티넘 등급도 빠뜨릴 수 없지.'

회색 토끼의 심장 같은 스테이터스 향상 아이템은 오히려 그런 곳에 더 많이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VIP급 경매에 올라올 만한 스테이터스 향상 아이템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잠시 후, 경매장을 모두 돌아본 웨인은 밖으로 나왔다.

'6,230골드 65실버인가.'

억대의 돈을 단번에 버리고 온 셈!

그러나 그 이상의 이득을 얻었으니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펜릴의 일격만으로도 생각보다 싸게 먹힌 셈이지.'

웨인은 게이트로 향했다.

막 경매장 필드를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저기 간다!"

"잡아!"

등 뒤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단검과 경갑옷, 그리고 인피면구를 쓴 도적 블러드 플레이어들!

'대부 업체에 있던 놈들의 동료군.'

그러나 아이템이 무색하게도 웨인은 단번에 블러드 플레이어들의 정체를 파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킬 패턴과 검을 쥐는 패시브 자세부터가 질리도록 보아 왔기 때문이다.

'선(先) 질풍순보 다음에 마비 일격부터 준비하는 건 그쪽 놈들의 특성이지.'

움직임이 다른 나머지는 PK혈맹원이리라.

덕분에 웨인은 놈들이 무엇을 노리는지도 곧바로 알아챘다.

'정면승부는 승산이 없단 걸 알고 있군.'

도적 유저들의 스킬 중 하나인 소매치기.

성공 시 상대 인벤토리의 아이템을 훔쳐 갈 수 있었다.

직접적인 데미지가 없으니 상대를 공격했다는 판정도 나타나지 않을 터.

사실상 경매장의 NPC들에게 제재 받지 않으면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도적들만 데려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리라.

'일단 실패하면 끝이긴 하지만 말이야.'

소매치기의 성공 확률은 극히 낮다.

당연히 저 도적 유저들 모두 스킬 성공률을 대폭 올리는 아이템, 버프 세팅을 한 뒤였다.

'그때 동영상에서는 정말 순식간에 일이 끝났었지.'

물론 웨인은 해당 꼼수를 잘 알고 있었다.

그 말은 저 트릭에 대한 대처법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소매치기!

가까이 다가온 도적이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척.

아이템 1개가 손에 잡혔다.

'잡았다.'

도적의 눈매가 초승달을 그렸다.

그러나 스킬 메시지를 본 순간, 그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이 커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에 잡힌 것이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소매치기를 성공했습니다.

-<개똥>을 획득했습니다.

'이런 미친!'

선두로 지나치던 도적의 발걸음이 그대로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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