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화
-마블포트에 새로운 랜드마크 추가!
-유저가 지은 최고의 대장간? 레벨 90 공방 뜨다!
-데오마론, 이대로 뒤처지는가? 아이템 팩토리에 쏠리는 관심.
마블포트는 수많은 배가 드나드는 무역 대도시였다.
그런 곳에 새로운 건축물이 생겼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웹상으로 퍼져 나갔다.
-루나틱 세계 최대의 유저 건축물 완공! 인게임 카테고리 기네스북 항목 마침내 갱신되다.
-중국 서버 적룡 길드,
"질 수 없다."
사상 최대 규모의 초거대 대장간 시설 건설 계획 착수.
-대장간 건설에 15만 골드 이상 들어…… 엄청난 재원. 어떻게 갚을지 관심 모아…….
순식간에 홈페이지를 비롯한 웹상에 올라오는 관련 소식들.
정보가 갱신된 건 뉴스 목록뿐만이 아니었다.
<김민혁(유저)>
-상위 문서 : 루나틱 관련 인물
-관련 문서 : 루나틱/랭커, 루나틱/유명 플레이어, 무혈사신, 드림 라이프(루나틱)…….
-이 문서는 비로그인 사용자의 편집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사유는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
-8. 루나틱 최대 규모의 대장간 소유자.
우드 위키의 김민혁 문서의 항목에도 관련 내용이 추가!
이미 개별 문서가 있었지만 그 아래로 한 줄이 더 늘어났다.
세계 최대의 대장간 시설 보유자라는 타이틀.
김민혁이 그것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드 위키에 등재되기엔 자격이 차고 넘쳤다.
영향은 한국 서버에서 그치지 않았다.
해외 서버.
다른 대륙에 있는 수많은 유저들도 마찬가지로 관심을 가졌다.
서버 간 막혀 있어서 접촉을 못 할 뿐이지, 이미 김민혁은 해외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 요주의 인물들 중 한 명이었다.
-김민혁은 방송을 하지 않습니까?
-타이탄 히드라 공략과 대회 영상 외에도 김민혁의 작업 영상을 보고 싶습니다.
해외 서버에서 인게임넷을 향해 빗발치는 질문들!
김민혁이 펫 대회에서 우승한 후, 국내 플랫폼들은 이런 문의를 하루에 수천 건씩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들린 기네스북급 건축물 완공 소식.
해외의 일반 유저들뿐만 아니라 각 서버의 초대형 길드도 재빠르게 반응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움직임이 있었다.
김민혁에 대한 경쟁심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하거나, 혹은 김민혁과 접촉해 끌어들이려는 것!
-세계급 대장장이 유저라면 충분히 스카우트 할 만하지.
-개인 방송을 잘 안 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
깐깐한 대형 길드의 스카우터들이지만 하나같이 김민혁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의 조건을 책정했다.
카이사 대륙의 개척이 끝나고, 각 서버가 연결되면 그들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루나틱의 여섯 서버.
모든 대륙을 합치면 유저 수는 무려 5억이 넘는다.
그만한 수의 사람들이 한 사람의 이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
카라트 사막.
새 대장간을 확인한 웨인은 이곳의 피라미드 던전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케르륵.
케엑.
달려드는 미라를 향해 스킬을 사용하자, 성인 남성만 한 빛의 창이 뿜어져 나왔다.
콰드득!
몸이 뚫린 미라가 허우적대는 사이 불덩어리가 재차 날아와 마무리했다.
피라미드 던전 몬스터들의 레벨은 360대.
굉장히 높은 수준이지만, 대장장이 스킬과 망치를 쓴다면 순식간에 때려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신 구현 스킬을 수련하는 도중.
최대한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 대장장이 스킬은 가급적 쓰지 않고 있었다.
"음."
다른 몬스터 무리도 마저 처치.
각종 속성 공격에 미라와 풍뎅이 떼들은 접근조차 못 하고 아이템으로 변했다.
깔끔한 사냥이었지만 웨인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건설 현장에 비해 스킬 성장이 상당히 느려졌기 때문이다.
'예상대로군.'
대장간 작업 당시 웨인이 소화한 인원은 못해도 8천 명.
하루에 8천 명씩, 더블 타투를 이용해 각종 문신 스킬을 사용했다.
즉 실제로 쓴 스킬의 수는 최소 4만 번 이상이라는 뜻이다.
숙련도가 오르지 않으려 해도 오를 수밖에 없는 엄청난 작업량!
반면 지금의 문신 구현은 아무리 많이 써 봤자 하루에 3~4천 번 정도다.
횟수당 스킬 1개이니, 거의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
웨인은 쉬지 않고 몬스터를 잡으며 결론을 내렸다.
'확실히 유용한 스킬이군.'
문신 구현을 이용한 사냥!
전투 경험치를 쌓으며 생산 스킬을 동시에 육성할 수 있는 건 굉장한 이점이었다.
재료와 마나값으로 골드가 나간다는 게 단점.
웨인은 그 문제를 효율적인 사냥으로 해결했다.
미리 함정을 파 둔 뒤, 몬스터를 몰아 한 번에 공격하는 방식.
이렇게 하면 스크롤 두세 장으로 10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정도 패턴이야 익숙하지.'
극한의 절약을 강조하는 웨인!
사냥이 계속되자 매번마다 골드를 뿌려도 오히려 이득이 나오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다만 이 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몇 번의 사냥을 마치자 그 생각은 확신으로 변했다.
'둘 다 같이 얻을 수는 없게 해 놨군.'
웨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신 구현을 이용한다면 기존의 문신 시술 노가다는 포기해야 했다.
기존의 문신 스킬은 시술에 꽤나 시간이 걸리고, 한 번 쓴 문신을 지우는 데도 재료와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더블 타투를 이용한 빠른 작업은 불가능.
그마저도 대장간 건설 때처럼 많은 사람이 모여야 꾸준히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결국 그런 건설을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건데…….'
웨인은 잠시 후 고개를 저었다.
'지금 드림 라이프의 자금으로는 힘들다.'
웨인은 신중한 성격이다.
이미 드림 라이프는 큰 지출을 한 번 한 상황.
굳이 무리한 지출을 하면서까지 지을 만한 건 더 없다.
그것이 결론이었다.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군.'
웨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또 다른 몬스터 무리를 사냥했다.
그때였다.
메시지 창이 갑자기 반짝이기 시작했다.
-베르한 : 웨인 님.
-베르한 : 찾아오신 고객분이 있습니다. 김민혁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는데…….
-김민혁 : 고객?
베르한은 드림 라이프의 부길드 마스터 겸 총무를 겸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드림 라이프의 2인자인 셈.
그런 그가 직접 김민혁에게 연락을 넣을 정도의 상대다?
'쉽지 않은 인물인 건 확실하군.'
웨인은 메시지 창을 입력했다.
-김민혁 : 누가 왔지?
-…….
-베르한 : 데오마론입니다.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웨인은 남은 몬스터를 처치한 뒤 일어났다.
-김민혁 : 잠시 기다리라고 해.
-김민혁 : 내가 지금 가지.
***
마블포트 제1대장간.
웨인은 이곳에서 데오마론을 만났다.
"오랜만이군."
"무슨 일로 왔지?"
데오마론은 몇 달 사이 많은 변화를 겪은 모습이었다.
레벨 383.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도 모두 에픽 아이템 이상으로 만들어진 세트 장비였다.
세트 아이템은 일반 장비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그걸 감안하면 데오마론이 장비한 아이템의 가치는 낮게 쳐도 서울의 아파트를 살 만한급!
과거에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역시 엄청난 자금력이었다.
'하긴 데오마론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대장장이 클래스는 생산 계열 중 가장 쓸모가 많은 클래스로 꼽힌다.
적게 잡아도 수십만의 유저가 서브 클래스, 혹은 메인 클래스로 플레이하는 인기 직업!
그리고 데오마론은 그 대장장이의 공식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거대 생산 길드, 아이템 팩토리를 같이 이끄는 것은 덤.
과거, 4대 길드가 가벼이 여기지 못할 만큼의 인물다운 능력이다.
데오마론이 말했다.
"용건을 꺼내기 전에 한 가지 말해 두고 싶은 게 있다."
"음?"
"김민혁…… 엄청나게 강해졌군, 나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야."
웨인이 데오마론을 보았듯, 데오마론도 웨인의 모습을 주의 깊게 살폈다.
랭킹 1위 대장장이의 감각은 웨인의 레벨과 스킬, 장비가 어떤지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결과를 본 순간, 데오마론의 눈이 커졌다.
'최소 390레벨 이상…… 아니, 어쩌면 400레벨을 넘을지도!'
400레벨을 넘은 사람은 전 세계 서버를 둘러봐도 손에 꼽는다.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길드인 미라클.
그곳에서도 알렉과 스카디, 최항우 등의 최고 간부들 정도만이 이룬 성취였다.
해외 서버에서는 랭킹 1~3위 정도가 되어야 겨우 문턱에 닿을 정도.
'얼마나 히든 피스들을 먹어 댄 건지 짐작도 안 가는군.'
물론 구체적으로 웨인이 레벨이 얼마나 되는지는 본인밖에 알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방금 꺼낸 말대로 지금의 웨인은 데오마론보다 확실히 강하다는 것.
전투력과 대장장이 기술 양쪽 다 마찬가지였다.
만약 웨인이 공식 랭킹에 등록한다면, 데오마론의 자리는 만년 2위가 되리라.
'이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보니 꽤나 씁쓸한걸.'
모든 조건이 우세함에도 어느 순간부터 역전!
게으름을 피운 것도 아니고, 치트도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었다.
재능.
돌이킬 수 없는 재능의 격차만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나름 열심히 하긴 했는데, 이건 못 따라가겠어.'
어쨌거나 둘 사이엔 돌이킬 수 없는 차이가 있다.
데오마론이 아는 사실이라면 웨인도 알고 있을 터.
루나틱의 시스템 상 일단 벌어진 차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메우기 힘들었다.
최고 레벨들 간의 경쟁은 그 특징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 사실을 데오마론이 이 자리에서 꺼낸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데오마론이 말을 이었다.
"즉 내가 아무리 뭔가를 하더라도 너를 따라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러니 김민혁, 거래를 하자."
당당하게 요구하는 데오마론!
과거, 웨인이 데오마론에게 말하던 때와는 정반대인 입장이었다.
"무슨 거래?"
"이 대장간을 잠시 빌리고 싶다. 기한은 대략 한 달 정도."
"그냥?"
"일당 1,000골드, 총 3만 골드를 내고 빌리지. 이 정도면 충분히 파격적인 조건 아닌가?"
보통 파격적인 조건이 아니었다.
단지 시설을 빌리는 데 수 억 대의 대금을 제안!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 정도의 거래는 기업 간에나 볼 수 있는 규모였다.
그때였다.
웨인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3만 골드라……."
"어때, 끌리나?"
"그다지 내키지 않는군."
"……!"
데오마론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얼마나 더 주면 되지?"
"돈은 필요 없다."
"필요 없다고?"
데오마론은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드림 라이프가 다른 곳에서 골드를 빌렸다는 건 이미 다들 아는 정보다.
꽤나 골드가 궁할 거라 생각했는데, 김민혁의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여유로웠다.
'설마?'
가능성은 하나다.
김민혁이 이미 대형 투자 건을 받아 냈다는 것.
데오마론의 생각이 한 곳에 닿았다.
그때였다.
기다렸다는 듯 웨인이 말을 이었다.
"데오마론, 네가 돈이 넘쳐나는 건 알고 있다."
아이템 팩토리와 본인의 능력으로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은 데오마론!
현 시점에선 여유 자금만 30만 골드가 가볍게 넘었다.
그리고 웨인은 그보다 훨씬 더 벌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돈이 궁한 것도 사실이지."
"……."
"하지만 10만 골드, 그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금방 벌 수 있다."
10만 골드는 엄청난 거금이다.
그걸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
허세이거나, 혹은 진짜로 능력이 있거나.
물론 이 말은 후자에 속한 경우였다.
데오마론이 물었다.
"좋아, 거래 조건을 변경하지. 원하는 게 있나?"
"물론 있다."
웨인은 생각해 뒀던 거래 조건을 말했다.
잠시 후, 결과를 예상하던 데오마론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김민혁이라는 말밖에 안 나오는군. 지독하기 짝이 없어."
"너에게도 손해가 되는 이야긴 아닐 텐데."
"그래서 더욱 그렇지. 내 밑천을 다 털어 가면서 생색까지 내려고 하니까."
"싫다면 거절해도 상관없다."
"그럴 수 없단 건 알고 있다. 젠장, 수락하마."
"좋아."
거절할 수 없는 거래 조건!
데오마론이 이를 갈 때였다.
"그럼 빨리 계약을 체결하지."
"……설마!"
웨인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종이를 본 데오마론이 소리쳤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거냐?"
"대장간에 대장장이가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특히 대장장이 랭킹 1위 데오마론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유리한 판을 깔아 둔 웨인의 승리였다.
잠시 후, 거래를 마친 데오마론은 연신 혀를 차며 사라졌다.
혼자만 있는 방 안.
"……운이 좋군."
웨인은 남들에게 보여 주지 않았던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문신 수련 때문에 한동안 자릴 비워야 했는데, 설마 그사이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올 줄이야.'
어차피 자리를 비우는 건 정해진 일정.
그사이 데오마론이 대여료를 내고 사용한다면 웨인도 전혀 나쁠 게 없었다.
그 사실을 감추느라 꽤나 땀을 뺐지만, 이제는 더 이상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
'덕분에 마음 놓고 문신사 스킬을 수련할 수 있겠어.'
거기엔 아주 분명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럼 어디…….'
스윽, 자리에서 일어난 웨인이 생각했다.
'슬슬 데오마론이 만들어 준 일자리로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