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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로 게임지존-352화 (353/592)

352화

좋은 병사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건 지휘관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카 섭정이 보낸 군인들은 한 왕국의 최고 정예병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보고 받지 못한 거대 괴수, 구미호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침착하게 산개하면서 지휘관들의 명령대로 투창이나 방패, 화살 등을 쏘아 댔다.

"놈은 한 마리다! 침착해!"

"시선을 끌어라, 마법사들은 각자 속성 마법 준비, 절대 모이면 안 된다!"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는 정석대로 움직이는 병사들.

오히려 흔들린 것은 유저들 쪽이었다.

"아니, 여기에 왜 괴물이 있어?"

"이 협곡 몬스터 레벨 높아 봤자 350대라고 알고 있는데?"

"저거 레벨 600이잖아!"

"튀어! 죽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고레벨일수록 사망 시 페널티가 높다.

웨인을 잡으러 온 사람들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일단 괴물은 NPC들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힘을 보존하려는 계산이다.

호오오-!

여우, 요미는 그런 유저들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공중으로 휘둘러진 앞쪽 팔에서 엄청난 바람이 일었다.

콰드드득!

도망치던 유저들이 급히 방패를 들다 그대로 쓸려 나갔다.

압도적인 레벨에서 나오는 데미지는 탱커들마저도 버티기 힘든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나 잘 싸우는군.'

웨인은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전투를 지켜보았다.

'장판교 그 자체인걸.'

좁은 협곡 지형인 덕분에 한곳을 틀어막자 진격 자체가 멈춘 상태.

워낙 레벨 차이가 나다 보니 어지간한 공격은 데미지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마법사들의 집중 공격에는 체력이 떨어졌지만, 그때마다 정기를 빨아들여 피해를 무효화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 적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보니 답이 안 나오는군.'

요미의 인간형은 프로메테우스 길드원들과 싸울 때 나타났지만 본체는 그렇지 않았다.

즉 현 시점에서 요미가 김민혁과 관련 있다는 걸 아는 건 아무도 없는 셈.

'핫도그와 나무무는 아니지만, 요미의 저 모습은 다르지.'

물론 들키는 것 외에도 요미를 꺼내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경험치가 감소했습니다.

-체력 완전 회복 엘릭서를 사용했습니다.

-마나 완전 회복 엘릭서를 사용했습니다.

웨인은 새로운 체력과 마나 완전 회복 엘릭서를 한 병 더 들이마셨다.

'체력과 마나 엘릭서를 각각 300개씩 먹으면 320골드쯤 나갈 것 같고…… 거기에 레벨도 2는 줄겠군.'

완전 회복 엘릭서의 값은 다른 회복 물약의 두 배 가까이 한다.

특별한 공략이 아니면 되도록 쓰지 않는 편.

하지만 웨인은 피눈물을 머금고 엘릭서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단숨에 체력과 마나를 모두 채우지 않는다면 요미의 소환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력과 마나야 채운다 해도, 경험치는 다시 사냥을 해야겠어.'

420레벨에 가까운 만큼 매초마다 엄청난 경험치가 빠져나간다.

피눈물이 흘렀지만,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잘나가던 요미의 움직임이 갑자기 한곳에 멈춘 것은.

캐앵!

"와아아!"

"재귀다! 재귀가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이 도망치는 반면 재귀는 오히려 역으로 달려들었다.

요미는 다른 유저들과 똑같이 대응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재귀는 모든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냈다.

"캬아아!"

"흡!"

그리고 그때마다 반드시 한 군데 이상 타격을 입히기까지 했다.

물론 레벨 차이 때문에 진짜로 사냥당할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그 데미지가 완전히 신경을 끌 정도는 또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요미가 이기긴 하겠군.'

아무리 재귀가 컨트롤이 뛰어나다 해도 저 정도 레벨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그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그때까지 400레벨 아래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재귀가 죽는다 해도 다른 랭커와 NPC군대가 건재하다.

그들을 요미 없이, 떨어진 레벨로 막는 건 심지어 스카디나 알렉이 와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는 진짜 싸워야 하겠군.'

스윽.

아래쪽으로 내려간 웨인은 그대로 재귀를 향해 데스 웨이브를 날렸다.

한창 요미와 싸우던 중에도 재귀는 놀랍도록 빨리 대응했다.

휘리릭.

패링으로 데스 웨이브를 피한 재귀의 눈이 커졌다.

"웨인……!"

상대 측 병력이 나올 건 모두가 예상하는 바였다.

하지만 최종 목표인 웨인이, 그것도 단신으로 나타나는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네놈이 꾸민 짓이냐?"

"……."

웨인은 대답하지 않은 채 공격을 이어 갔다.

굳이 말할 이유가 없었다.

1초마다 경험치와 체력, 마나가 눈 녹듯 사라지는 지금, 그럴 시간에 재귀를 빠르게 끝내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카앙! 캉!

두 사람의 검이 부딪히는 사이 요미는 다시 협곡 반대편을 향해 나아갔다.

간신히 물러나 재정비를 하던 원정군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호오오오!

절망의 그림자였다.

***

"후우……."

수 시간 후, 웨인은 입안에 맴도는 보라색 침을 뱉었다.

"겨우 도망쳤군."

체력과 마나 완전 회복 엘릭서를 너무 먹다 보니 현실에서 딸기맛 쉐이크만 봐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마신 엘릭서만 해도 총 1,000개.

많이 먹기 대회에서 나오는 기록이 대체로 100여 개라는 걸 감안할 때, 얼마나 포션을 많이 마셨는지 알 수 있었다.

-포션 중독 말기

-포션을 이용한 회복의 효과가 30% 감소합니다.

-포만감

-음식을 섭취할 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30% 감소합니다.

포션을 마시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디버프는 덤.

게다가 420레벨을 눈앞에 두고 있던 웨인의 레벨도 크게 떨어졌다.

'……설마 416레벨까지 떨어질 줄이야.'

1%의 경험치를 위해 어떤 고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피눈물이 절로 나올 법한 일.

설령 수천만 원을 사기당하더라도 이만큼 안타깝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레전더리 퀘스트라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지.'

레전더리 퀘스트의 후반부 구간은 모든 연계 퀘스트마다 엄청난 경험치와 아이템이 걸려 있다.

게다가 현재 웨인은 수천 명이서 얻어야 할 보상을 혼자서 독식할 수 있는 상황.

이 정도 거래라면 충분히 경험치와 레벨 손실을 감수할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다 많은 양의 경험치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귀 놈만 아니었으면 417레벨을 유지했을 텐데.'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그것이었다.

요미가 원정군을 몰아내자마자 거두고 도망쳤지만, 재귀의 추적은 상상 이상으로 집요했던 것이다.

문신 구현 스크롤을 충분히 준비해 두지 않았다면, 그리고 문신 효과로 이동속도를 최대한 올리지 않았다면 분명 추격을 떨쳐 내지 못했을 게 틀림없었다.

'역시 재귀로군.'

요미의 레벨은 600 이상.

공격 속도와 데미지 모두 현 시점에서 버텨 낼 유저가 없다.

심지어 공격 패턴까지도 알려져 있지 않은 상대임에도, 재귀는 당연하다는 듯 덤벼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모든 공격을 피해 내며 역공을 가했다.

과거, 방송과 동영상으로 보면서 열광했던 모습 그대로.

아니, 그 이상이었다.

'대비를 조금 더 철저히 했어야 했어.'

웨인은 굉장히 신중한 성격이다.

아슬아슬한 대승리보다는 확실한 계획대로 흘러가 이기는 승리를 선호하기도 했다.

과거의 지식과 패턴 외우기를 기반으로 한 만큼, 창의적인 발상이나 임기응변은 그다지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방금 같은 전투와 행동은 그런 방침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다.

도박수를 쓰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는 판도 있는 법이니까.

-아발론의 여명(6)의 완수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마침 요미가 몰아낸 원정군이 완전히 후퇴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웨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

원래는 수백수천 명이서 함께해야 하는 대규모 퀘스트.

작은 심부름 같은 노멀 퀘스트라도 수천 명이 함께해야 한다면 어마어마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이것은 레전더리 퀘스트.

무엇이 나올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뭐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예상보다 적진 않겠군.'

웨인은 씩 웃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어서 오게! 영웅이여!"

-아발론의 여명(6)을 완료했습니다.

-숨겨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1만 명을 쫓아낸 자'를 획득했습니다.

결과를 확인한 드리안 후작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설마, 스카 섭정이 보낸 군대를 혼자서 막아 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다른 모험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그럼 혼자서? 그 군대를?"

"그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하하, 이거 놀랍군. 신들께서 우리 왕국을 위해 자네를 보낸 게 분명해!"

이번에 밀려난 원정군은 아발론 왕국 곳곳에서 내로라하는 병사와 기사, 마법사 들이 모두 모인 최정예.

그런 인원들이 협곡에서 쓸려 나간 건 단순히 한 번의 전투에서 이긴 걸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일단 적의 정예가 빠져나가자 자연스레 각 전선에 있던 병사들의 숨통이 트였다.

금방이라도 밀릴 것 같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가져온 것이다.

이런 승전 소식이 전해지자 병사들의 사기도 크게 올랐다.

현실이었다면 용기가 나는 것으로 끝이겠지만, 루나틱 안에서는 실제로 모든 아발론 왕국 측 NPC, 유저들의 능력치가 상승!

특히 이번 전투는 웨인이 단신으로 나갔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정예부대를 단 한 명이서 막을 수 있다면, 그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중립을 지키던 귀족들도 이 일로 행동을 결정할지도 몰랐다.

이 모든 게 단 한 번의 대승리로 인해 나타날 영향.

드리안 후작이 과할 정도로 웨인을 치하하는 것에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멀린의 반지를 찾아온 것도 그렇고,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일을 연이어 이렇게 해내다니……."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을 잡는 것도 실력이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퀘스트의 결과가 시시각각 반영되었다.

NPC들의 대화에 관련 멘트가 추가되고, 여러 퀘스트들의 내용도 시나리오에 따라 자동으로 업데이트되었다.

퀘스트를 받던 유저들은 깜짝 놀랐다.

"어? 수성전 반복 퀘스트 사라졌네?"

"이건 뭐야, 반격의 시간?"

수비 위주이던 퀘스트들이 사라지고, 대신 공격, 반격 관련 퀘스트들이 대량으로 출현!

동시에 NPC들의 대사도 갱신이 되었다.

"웨인이라 했던가, 그 모험가가 단신으로 스카 섭정의 군대를 몰아낸 덕분이야."

"다른 곳에선 소문이 영 안 좋은 모양인데, 우리들한테 있어서는 구세주지."

"우리 애들이 웨인의 반만큼만 잘해 줬으면 이 전쟁이 진작 끝났을 텐데, 아이고 삭신이야……."

새로운 대사를 듣던 유저들의 눈이 커졌다.

한편 철갑코뿔소 요새에서는 칭찬을 마친 드리안 후작이 문득 입을 벌렸다.

"아, 참, 공주님께서 자네의 공을 치하하고 싶다고 하시더군."

에이레나 공주는 이제 아발론과 캐퓰릿 두 왕국의 왕위 계승자다.

그만큼 일반 유저들은 쉽게 보기 힘든 고레벨의 NPC!

그런 공주가 로비에 나타나자, 주변에 있던 유저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게다가 그 상대가 웨인이라면야!

"헐."

"설마, 저 빌런이?"

"대장장이 클래스 잘 키우면 진짜 대박이긴 한가 보다. 김민혁이랑 데오마론에 웨인까지……."

술렁이는 유저들의 가운데,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공주는 양손에 가득 상자를 들고 있었다.

"영웅에게 걸맞은 장비들이에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에이레나 공주가 상자를 건넸다.

동시에 웨인의 눈앞에 아이템 획득 메시지가 나타났다.

-쿠자크의 봉인석을 획득했습니다.

-천체의 관찰자를 획득했습니다.

-별빛 은하수의 부츠를 획득했습니다.

-지옥 불 발록의 뿔 귀걸이를 획득했습니다.

-아만토르의 지팡이를 획득했습니다.

웨인의 눈이 커졌다.

'아이템이 다섯 개?'

인벤토리를 확인하자 가장 상단에 최근 얻은 아이템 5개가 보였다.

<지옥 불 발록의 뿔 귀걸이>

-등급 : 레전더리

-분류 : 액세서리

-내구도 : 45,000/45,000

-제한 : 레벨 420 이상, 힘 3,930 이상, 체력 3,550 이상, 지옥 불 스킬 보유

-효과 : 스킬 공격력+850, 체력 회복력+10%, 치명타 피해+500, 관통력+190, 모든 지옥 불 속성 효과의 지속 시간 13% 증가, 지옥 불 검기, 업화의 스킬 레벨+1

-세트 효과 : 피격 시 관통 데미지 10% 추가 감소, 방어 스킬 성공 시 악마의 포효 발동

-기타 : 지옥 불을 다루는 마족, 발록의 뿔로 만들어진 귀걸이

<천체의 관찰자>

-분류 : 무기

-내구도 : 55,000/55,000

-제한 : 레벨 420 이상, 지능 4,000 이상, 지혜 3,200 이상, 3개 클래스 이상 마스터, 비전 계열 마법 5개 이상 마스터

-효과 : 공격력+7,230, 지능+3,320, 지혜+2,800, 스킬 공격력+3,300, 쿨 타임 25% 감소, 스킬 시전 시간 10% 감소, 스킬 관통력+1,410, 치명타 데미지+2,300, 하루에 한 번 '천체 관찰자' 형태 변신 가능

-천체 관찰자 : 변신 시 천체 관찰자용 강력한 전용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며, 공격력+30% 방어력과 스킬 방어력, 모든 저항+150%

-기타 : 천체를 관찰하던 티탄의 힘이 깃든 강력한 보주

420레벨 제한의 레전더리 아이템이 다섯 개!

이 정도 보상이라면 충분히 레벨 다운을 감수할 만했다.

'대단하군!'

예상대로 수천 명의 보상을 독점하자 막대한 양의 아이템과 경험치가 주어졌다.

레벨도 416레벨에서 다시 418레벨 초반까지 상승!

전체적으로 보면 레벨 다운이지만, 다른 보상과 연계 퀘스트를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이었다.

심지어 이 퀘스트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예상대로 엄청난 보상이군.'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웨인을 향해 공주가 말을 이었다.

"일단 직접 드릴 수 있는 물품은 이 정도고…… 이제부터 오직 왕국만이 드릴 수 있는 것을 드리겠습니다."

"왕국만의?"

보상이 더 남아 있단 말인가?

이어지는 설명을 듣던 웨인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

'맙소사.'

그리고 한 차례 큰 심호흡이 이어졌다.

'……설마, 내 예상을 뛰어넘은 대박 보상이 주어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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