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화
레전더리 퀘스트는 발표된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여러 개인 방송 진행자들이 소재를 찾아 달려들고, 게임 관련 방송 프로그램들도 특별 계획 편성에 들어간다.
심지어 퀘스트가 끝난 다음에도 그 영향력은 계속해서 퍼져 나간다.
규모가 큰 콘텐츠는 서버 전체의 시나리오를 콘텐츠의 진행에 따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버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관련 소식이 순식간에 퍼질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악인이 덕을 보는 세상? 하늘이 웨인을 돕다. 얼리소울 협곡에 여우형 보스 몬스터 나타나.
-아발론 왕실 측의 반격, 웨인은 누워서 이득보다.
물론 웨인의 이름이 메인 기사에 도배되지는 않았다.
-몬스터의 정체는 구미호. 레벨 600 이상의 초대형 보스 몬스터로 밝혀져…….
-알렉, 아직은 유저에게 허락되지 않은 몬스터라 밝혀. 현재는 대격변에 집중하기로.
주 관심사는 역시 요미였다.
600레벨이 넘는 초대형 보스 몬스터라는 점도 있었지만, 특히 사람들을 열광시킨 건 처음 나타난 구미호 보스 몬스터라는 것이었다.
-중국 서버 랭킹 1위 위영한, 구미호 먼저 잡기 위해 원정 나서.
-일본 서버 유저 반응.
"구미호 요괴, 신기하다."
호기심이 대부분…….
구미호는 한, 중, 일 삼국을 비롯한 동양권 문화 모두에 잘 알려진 유명한 전승.
당연히 관련 몬스터를 가장 먼저 잡고자 하는 경쟁도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구미호의 출현 소식에 한국 서버뿐만 아니라 동양권 서버 전체가 달아올랐다.
특히 유저가 많은 중국 쪽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구미호 요괴를 잡기 위한 원정대와 함께 수천 명의 유저가 한꺼번에 출발!
게임에 수십억을 투자 가능한 대부호나 재벌 2, 3세들은 피의 길을 만들며 원정을 오려고 했다.
물론 그 원정은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미개척 지대의 험난함은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바깥이 구미호와 웨인 이야기로 가득한 사이, 왕국 내부의 상황도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얼리소울 협곡의 전투 이후, 스카 섭정군이 곳곳에서 패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목 : 왜 우리 계속 지냐?
-작성자 : 선혜오빠
-내용 : 분명 최종 거점 앞까지 다 오지 않았음? 왜 갑자기 거점 다 먹히고 밀리고 있냐?
(댓글 목록)
-이진현 : 중립 귀족들이 왕가 쪽에 합류해서 그럼. 동영상 게시판에 멀린의 반지 이벤트 컷 신 찍은 거 있으니까 함 보셈.
-제이크핀 : 윗 댓 순서가 잘못됐네, 왕가 고위 기사랑 마법사들 템 바꾸고 휩쓸고 다닌 게 먼저지. 이래서 랭커 대장장이들 합류하면 빨리 끝내야 함.
-팩트만말하는앵무새 : 니가 못 해서.
-마운틴몽키 : ㅋㅋㅋㅋㅋㅋ
-woolsan : 엌ㅋㅋㅋㅋ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연이어 패배하자 의문을 가진 유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유저들의 게시 글은 올라오자마자 수백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제목 : 오늘자_아발론 전쟁_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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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예일머
-내용 : 화질 좀 흐린데 그건 어쩔 수 없고, 아무튼 왕성 기사단이랑 마법사들은 잘 보일 거임. 쟤네가 진짜 말도 안 되게 세서 지금 다 쓸어 버리는 중.
(댓글 목록)
-(best)암흑황제카인 : 저 저기 현장에서 퀘스트 뛰고 있는데, 문제는 NPC가 아님. 웨인 새끼가 존나 고레벨 아이템 만들어서 NPC들 무장시킴. 저기 찍힌 NPC들 다 웨인제 아이템임. 빌런이라 심성은 좀 고약한데, 실력은 거의 김민혁이나 데오마론급 맞는 거 같음.
-솔파스 : 바르자노 어떻게 하냐 ㅋㅋ 데오마론도 못 넘었는데 이제 4위로 밀려나겠네.
-hekatic : 웨인이 그렇게 세면 대체 어디서 실력을 키웠지? 4대 길드랑 몰래 제휴한 거 아냐?
-지존누이 : 웨인이 어케 4대 길드에 들어감; 닌자짓 한 애를 잘도 길드에서 받아 주겠다.
-hekatic : 그럼 혼자 힘으로 저만큼 대장장이 캐릭터를 키웠다고?
그중에는 웨인의 비중을 알고 있는 일부 유저들의 것도 있었다.
이를 보던 일반 유저들은 한 가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hekatic : 만약 정말 그렇다면 웨인은 김민혁 이상인데? 말이 되나 그게?
웨인의 실력이 김민혁보다 훨씬 더 나은가.
하는 생각을 말이다.
물론 그런 의문을 품는 것은 극히 일부였다.
대부분은 다른 주제로 뜨겁게 타올랐다.
-제목 : 갓직히 생산직 너프해야함.
-작성자 : 무마니광전사
-내용 : 지난번 김민혁도 그렇고, 어떻게 대장장이 랭커 한 명이 게임 판도를를 다 바꿔 버리냐? 생산 클래스 어려운 것도 옛말이지, 김민혁이 다 뚫어 놓은 길 이제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되잖아. 솔직히 이건 오버 밸런스라고 생각하지 않냐? 난 지금 진짜 억울해서 눈물이 막 나오려고 한다. 문신사도 그렇고, 음유시인도 그렇고, 행동이랑 성격 분석해서 그런 직업을 준다는 게…….
(댓글 목록)
-에인세예르 : 관심종자 out
-이영한 : 꼬우면…… 아시죠?
-무마니광전사 : 내가 불이익 봐서 이러는 게 아니다. 너희들을 위해서 이러는 건데 못 알아봐 주는 니네가 한심;
-이영한 : ㅋㅋㅋㅋㅋㅋ
-soldouter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작스레 나타난 생산직 오버 파워 밸런스 떡밥!
김민혁의 활약과 데오마론의 작업으로 인해, 전생에는 없었던 현상이 몇 번이나 일어난 결과였다.
다만 그런 유저들은 생산직 클래스가 해야 하는 노력의 양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다른 유저들이 몬스터를 잡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동안 묵묵히 망치를 두들겨야 하는 고된 작업!
대장장이와 각종 비주류 클래스는 힘든 초반을 버텨 내고 나온 이른바 '왕귀형' 생산 클래스였다.
그 사실을 아는 유저들에 의해 직업 밸런스 논란은 순식간에 잠재워졌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른 이야깃거리는 많았다.
연이은 스카 섭정의 패배와 구미호의 출현, 그리고 클래스 간 밸런스에 대한 논쟁까지!
수많은 글들이 게시판에 올라왔지만 웨인의 이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운이 좋게' 구미호가 출현해 군대를 밀어냈고, 웨인은 그 이득을 거의 공짜로 얻었다고 여겨질 뿐.
당사자인 웨인으로서는 꽤나 괜찮은 상황이었다.
구미호와 관련되어 있다고 의심을 받는다면, 다음번에 요미를 쓸 때 그것까지 고려해야 할 테니까.
다만 요미를 쓰는 건 이번 한 번뿐이었다.
다른 전투에까지 쓰기엔 경험치가 너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더 이상 정예군 공격과 같은 위기가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도권을 찾아온 에이레나 공주 쪽의 반격이 이어지자, 정예를 잃은 스카 섭정의 세력은 거짓말같이 밀려났다.
결정타는 캐퓰릿 왕국의 참전!
얼마 전 있었던 전쟁에서 패했긴 하지만, 캐퓰릿 왕국도 아발론 왕국과 자웅을 겨룰 만한 강국이다.
가망이 없어 보일 땐 조용했지만, 일단 스카 섭정이 흔들리자 곧바로 그 기회를 잡고 늘어졌다.
오른쪽에서는 캐퓰릿 왕국군, 왼쪽에서는 아발론 왕실의 군대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장 피하고 싶었던 전쟁의 형태.
그럼에도 스카 섭정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마도사라 불릴 만한 고레벨의 마법사 NPC들을 대량으로 출전시켰고, 악마 몬스터들이 시민들을 학살하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병사들을 모았다.
불리한 상황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물량!
하지만 새로운 아이템으로 무장한 왕가 측 마법사와 기사들은 매 전투마다 용맹이 싸워 압도적인 적들을 이겨 냈다.
물론 웨인도 그동안 장비만 만들고 있진 않았다.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 직접 참전!
전방과 후방을 가리지 않고 싸우며 수많은 적의 정예 NPC와 현상금 사냥꾼을 꺾었다.
사령관이나 대마법사를 죽이고 전투 MVP를 차지한 것도 여러 번!
그중에는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보이는 전투만 못해도 세 번 이상 있었다.
하지만 웨인은 그런 전장에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세상에……."
"저러니 프로메테우스랑 KU가 쫓아도 자신 있게 템 가지고 도망쳤지."
같은 전장에 있던 유저들은 그런 웨인을 향해 눈을 크게 떴다.
최상위 랭커 여럿을 상대하고, 김민혁이나 스카디와 비교되기도 하는 악명 높은 빌런인 웨인!
처음부터 싸우는 걸 지켜보니 그 강함의 비결을 얼핏 알 것 같았다.
'저게 되나?'
'이번에는 힘들 텐데.'
일반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이 100이라면, 유저들은 그 힘으로 80~90의 힘을 가진 적을 상대한다.
하지만 웨인이 상대하는 적들은 항상 120의 힘을 가진 적들뿐!
가끔씩은 130~150의 힘을 내는 적에게 달려들어, 보이지 않던 승리의 '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저렇게 한계까지 계속 몸을 혹사시키는데 안 강해지면 재능이 없는 거지.'
'루나틱이라 다행이네, 현실에서 저렇게 했으면 골병들었을걸.'
'무섭지도 않나. 저러다 죽으면 잃어버리는 돈이랑 경험치가 얼만데…….'
강한 힘에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사실을 새삼 깨닫는 유저들이었다.
물론 그들이 웨인의 속사정까지 알 리 없었다.
화살이 빗발치고 마법이 곳곳에서 터지는 전쟁터의 한복판!
적의 시체를 방패 삼아 돌격하던 웨인이 심호흡을 했다.
'요미를 너무 오래 꺼냈어. 잃어버린 경험치를 복구하려면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전쟁에 참가해 공을 세우면 일반 사냥이나 던전 공략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고레벨 NPC 기사, 마법사, 그리고 랭커 현상금 사냥꾼 유저들은 살아 있는 경험치 덩어리라 할 수 있을 정도.
'머리가 나빠서 손해를 봤으면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멧돼지가 아니면 생각하기 힘든 발상!
하지만 과거, 작업장에서는 흔히 있던 일이었다.
실제로 그곳에서는 손해를 보면 몸을 더 써서 그것을 보충했다.
하루 3시간만 자는 걸 반복하는 초과 작업은 가벼운 편.
정말로 큰 손해는 콩팥이나 신장 한 개씩을 떼어야 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그럭저럭 할 만한 작업이었다.
'현상금 사냥꾼들도 꽤나 쏠쏠하군.'
전쟁 콘텐츠가 진행 중이기에 아이템은 떨어뜨리지 않지만, 경험치만으로도 손해는 보충할 수 있었다.
실제로 수많은 현상금 사냥꾼들을 처치하며 레벨이 다시 419로 상승했다.
다만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재귀……!'
웨인이 협곡 전투에서 도망친 이후, 재귀는 어느 전투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유저들이라면 상관없는 일이지만 재귀는 안심할 수 없었다.
재귀 정도라면 단신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불안하긴 한데, 걱정해 봐야 남는 것도 없지.'
일단은 눈앞의 적들을 사냥하고 레벨을 복구하는 게 먼저다.
웨인은 다시금 스카 섭정 측 NPC 기사들을 학살했다.
그렇게 전투가 몇 번 더 승리로 끝나자 마침내 스카 섭정 측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지스 길드가 먼저 세력을 이탈했고, 여러 대귀족들도 왕실 측에 항복해 왔다.
스카 섭정은 마지막까지 저항했지만, 기울어진 전세를 되돌리기엔 부족했다.
-'시공을 초월한 사랑'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숨겨진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에로스의 사도'를 획득했습니다.
-에로스 신의 가호를 획득했습니다.
-매력 스테이터스가 영구적으로 10 상승했습니다.
-10,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아발론 왕국의 공작 작위를 획득했습니다.
과거에 끊겼던 퀘스트인 시공을 초월한 사랑의 완전한 클리어!
기존에 있던 루트대로는 아니지만, 어쨌건 목적지에는 도달한 셈이다.
'드디어 마쳤군.'
420레벨 달성 및 레전더리 아이템들과 1만 골드를 획득!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던 레전더리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오히려 경험치와 골드 등에서 전보다 더 큰 이득을 보았다.
이제 남은 한 가지 일을 마친다면 아발론 왕국에서의 일도 끝이었다.
'그럼 이제 이것만 남았군.'
웨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속대로 아발론 왕국의 강남 분당을 내 소유로 하는 일!'
씨익.
땅문서를 보던 웨인의 입꼬리에 미소가 나타났다.
'역시 투자는 땅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