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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로 게임지존-433화 (434/592)

433화

"……그래서 일단 몸을 뺐다. 의뢰 요건은 충족했으니까."

살막의 소주 거점.

시모해위의 보고를 들은 웨인이 말했다.

"그거면 됐다."

"그 녀석, 상당한 실력자였다."

"실력자?"

"무혈사신이라고 하더군.

"무혈사신이라……."

익숙한 이름을 들은 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놈을 죽이라면 죽일 수 있지만, 그건 따로 금액을 계산해야 한다. 어떻게 할 거지?"

"의뢰자만 없애면 충분해."

웨인은 고개를 저은 뒤 생각했다.

'일이 바빠서 연락을 못 했는데, 혈교에 가 있었군.'

부교주와 같이 다닐 정도라면 꽤나 중요한 위치인 셈.

'이거 잘만 하면 제대로 이용해먹을 수 있겠군…….'

생각을 마친 웨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벤토리를 열었다.

"일단 약속했던 보수를 줘야겠군."

"벌써 완성했나?"

"확인해 봐."

"……!"

놀라워하며 받던 시모해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획득한 아이템은 자하령.

두 번째 전투에서 시모해위가 떨어뜨렸던 바로 그 장신구였기 때문이다.

'지금 날 놀리는 건가?'

시모해위가 언성을 높이려던 순간.

암살자의 감각이 무언가 이상한 점을 감지했다.

'잠깐.'

-자하령

-등급 : 레전더리

-분류 : 반지(장신구)

-내구도 : 36,500/36,500

-제한 : 레벨 450이상, 암살자, 살수, 도적 클래스 전용

-효과 : 공격력 +3,691 민첩 +2,150, 치명타 확률 +36%, 치명타 피해 +7,160, 일반 관통력 +31%, 스킬 관통력 +36%, 공격 시 초당 공격력의 32% 독 대미지 부여, 10초마다 랜덤으로 걸려 있는 상태 이상, 디버프 1개를 해제 및 이로운 버프 부여.

-기타 : 화산파와 사천당가에서 같이 만들어 낸 반지, 현재는 귀무자에게 빼앗겨 흔적이 묘연하다.

시모해위의 눈이 커졌다.

"이건…… 놀랍군."

새로 만들어 봤자 적절한 옵션이 아닐 수도 있으니, 기존 장신구의 성능을 강화시킨 것이다.

멋쩍게 물러서는 시모해위를 향해 웨인이 말했다.

"소식 발표는 내일 하도록 하지."

"……알았다."

시모해위는 잠시 반지를 살펴보다가 말했다.

"혹시 원하는 게 있나?"

"뭐?"

"단순히 의뢰주를 역으로 죽여 주는 것에 비하면 너무 큰 보상인 것 같아서."

"흠……."

웨인은 잠깐 고민하다 대답했다.

"바람의 용과 태산 만절곡과 관련된 정보가 있으면 좋겠군."

그때였다.

듣고 있던 시모해위가 물었다.

"태산 만절곡과 바람의 용이라 했나?"

"어."

"잠깐 기다려라."

시모해위는 곧바로 메시지 창을 켰다.

-시모해위 : 부막주.

-부막주3311 : 예.

곧이어 답장에는 부막주라는 닉네임이 찍혔다.

부막주가 된 이후, 현재는 닉네임까지 부막주로 바꿔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모해위 : 만절곡 숨겨진 계곡과 천제단 퀘스트를 가져오도록.

부막주의 답장은 조금 뒤에 도착했다.

-부막주3311 : 가능은 합니다만, 어디다 쓰시려고……?

-시모해위 : 철면인에게 줄 거다.

-부막주3311 : 그거 최소 2천 골드급 유니크 퀘스트입니다만, 그냥 줘도 됩니까?

-시모해위 :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

시모해위는 의뢰인 석에 앉아 있는 웨인을 흘긋 보았다.

-시모해위 : 철면인 저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더 무서운 놈이다.

액세서리를 본 순간 깨달았다.

철면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레전더리급 아이템을 몇 개라도 찍어 낼 수 있다고.

그 정도면 중국 서버 내의 세력 균형뿐만 아니라 전 세계구급에서도 먹힐 만한 능력이었다.

-시모해위 : 앞으로 살막은 철면인, 나아가서 흑도련과 최대한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부막주3311 : 알겠습니다.

부막주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잠시 후.

두루마리를 가져온 부막주가 사라지자 시모해위는 곧바로 웨인에게 그걸 내밀었다.

"받아라."

"이게 뭔데?"

"만절곡의 계곡과 천제단에 대한 퀘스트 두루마리다.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 거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VIP에게 주는 특별 서비스니까, 신경 쓰지 마라."

예상 외의 소득이었다.

웨인은 두루마리를 챙긴 후 인벤토리에서 금자 300냥을 꺼냈다.

"나도 질 수 없지, 옛다. 받아 가라."

"이건……."

"지난번에 죽였을 때 떨어뜨린 호패 값이다, 너무 많으면 다음 의뢰 때 차감하지."

"……."

앞으로도 일이 있다면 살막을 얼마든지 이용하겠다는 뜻!

시모해위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알았다."

그러고서는 곧바로 뒤돌아 나갔다.

더 이상 같이 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상상하기도 두렵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흠, 살막주도 그렇게 딱딱한 놈은 아니었군."

혼자 남은 웨인은 씩 웃었다.

중국 서버 최고이자, 전 세계 최고일지도 모를 도적 겸 암살자 유저의 숨은 모습!

전생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씩 웃은 웨인이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살막과는 앞으로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겠어.'

무림맹과 혈교 모두 아래에 두고 부리는 암살자 유저 조직이 있다.

흑도련이 그런 부분에선 약간 밀리고 있지만, 살막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전혀 꿀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살막을 완전히 흑도련 산하에 넣거나, 동맹 관계까지는 발전시킬 수 있겠지.'

웨인은 그 자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

다음 날.

흑도련뿐만 아니라, 중국 서버 커뮤니티가 한 가지 소식으로 시끄러워졌다.

-철면인, 암살당하다.

-레벨 2 다운, 그 외에도 주 무장이었던 흑룡언월도 분실…….

-의뢰주는 알 수 없음, 살막이 개입한 것은 확실.

철면인의 암살 소식.

영구적인 죽음은 아니지만, 레벨이 무려 2나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철면인은 그 사실을 발표하며 살막, 그리고 그 너머의 의뢰인에게도 경고했다.

흑도련은 이 원한을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살막과 흑도련의 싸움은 큰 사건.

처음부터 주시하고 있던 다른 세력들은 금방 입장을 내놓았다.

-무림맹이 살막 규탄, 암살 조직 타도는 대의라 밝혀…….

-길호충,

"철면인이 협조 요청을 한다면, 기꺼이 지원하겠다."

혈교도 다를 바 없었다.

-사사풍,

"살막의 암살자들이 더 날뛰게 둘 수 없다."

-혈교, 새로이 대암살 전문 부대 창설. 도적 유저들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수십 개의 뉴스에 이은 수많은 조치들.

물론 전부 흔히 말하는 '보여 주기식' 행정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무림맹과 혈교 모두 살막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드러나는 것.

두 번째는 살막을 먼저 치는 순간 입을 엄청난 손해 때문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반응에 찬성하는 건 아니었다.

"살막 놈들, 이참에 교육을 시켜 놓아야 합니다!"

"암살 좀 한다고 신비 4대 세력이니 뭐니 하는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더 날뛰기 전에 그냥……!"

혈교 내의 과격파 세력, 그리고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스카우트 유저들은 진심으로 살막을 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소교주와 부교주, 그 외의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자 결국 그런 여론도 사그라들었다.

흑도련의 세력은 현재 무림맹과 혈교 모두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태.

일단 철면인을 잡아 한 번 성장세를 꺾어 놓은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나야 좋은 일이지.'

여행 마차 안.

의자에 앉아 커뮤니티를 확인하던 웨인이 생각했다.

'죽은 적도 없으니 더더욱.'

살막주가 발설하지 않는 한, 무림맹과 혈교는 철면인이 한 번 죽은 줄 알고 있으리라.

'이제야 마음 놓고 히든 피스를 찾으러 갈 수 있겠군.'

태산 만절곡.

맵의 이름을 떠올린 웨인의 표정이 굳었다.

'전생에서는 용의 영혼들이 돌아다니는 장소였지.'

용의 영혼들이 악귀와 함께 묶인 장소.

무려 630레벨의 몬스터들이었기에, 미래에도 최상위 랭커들이 파티를 맺어 가는 사냥터였다.

'혼자 가는 건 미친 짓이었고.'

웨인은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그래도 지금 이걸 할 수 있어서 다행이군.'

현 시점에서 각 서버 필드에 나타나는 몬스터의 최대 레벨은 600.

천무황릉에 나타났던 인페르노 골렘들의 레벨이 599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만약 콘텐츠가 뚫려 630레벨대가 나왔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 뚫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바로 만절곡으로 가는 건 아니었다.

그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도착했군.'

마차가 멈춘 순간, 웨인의 눈앞에 지명 알림이 나타났다.

-금조현

현이라고 하지만, 곳곳에 유저가 있는 꽤나 큰 도시였다.

황제에게 받은 영지들 중의 한 곳!

직접 행정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세금과 특산물은 모두 가지는 게 가능했다.

'그럼 가 볼까?'

웨인은 곧바로 관청으로 향했다.

혈교의 영역이었기에 마을 곳곳엔 혈교 측 유저들이 많이 보였다.

'여유가 되면 이곳에서 혈교랑 무림맹 세력을 몰아내야겠군.'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마을이지만, 미래에는 무림맹과 혈교가 이 지역을 두고 수만 명이 피를 흘리는 싸움을 벌인다.

전생에서는 결국 양측이 나눠 가지며 끝났지만, 이번 생에서는 다를 것이다.

웨인은 평범한 모습으로 위장한 뒤 들어갔다.

관아 곳곳에는 재판을 받거나 업무 처리, 혹은 병사로써 훈련을 받는 유저와 NPC들이 모여다니고 있었다.

'이곳 현령이 유저 출신이었지.'

관련 퀘스트를 완료한 유저는 보상으로 현령이나 지부대인 같은 직책을 받을 수 있었다.

스펙이 부족한 유저들은 지역의 문파에게 굽신거리기도 했지만, 일부 고위직은 역으로 그런 문파를 부리며 사익을 얻기도 했다.

"무슨 일이오?"

-재판

-징집 모집

-현상금 의뢰

-세금 납부

-상단 및 문파 개설 허가

-기타

관아 입구를 넘어가자 메뉴가 나타났다.

웨인은 기타를 누른 후 말했다.

"현령을 만나고 싶은데."

"그러려면 그럴 만한 권한이 필요하오."

"그거라면 여기 준비해 왔다."

관병의 말에 웨인은 인벤토리를 열고 증서를 꺼냈다.

"뭔……."

내용을 보던 NPC 병사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그 모습을 보던 웨인이 덧붙였다.

"들어가서 말해라, 금조현과 주변 촌 12개의 새 주인이 왔다고."

***

금조현의 현령은 언당추라는 이름의 유저였다.

현실에서는 별 볼 일 없는 무역 회사의 사원이지만, 루나틱에서는 한 현의 책임자로서 나름 인지도를 쌓은 올드 유저.

그런 그가 항상 말하는 게 있었다.

-돈은 많을수록 좋다.

박봉의 월급, 그리고 상사와 바이어의 욕설을 들으면서 그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그 알량한 월급 때문이었으니까.

언당추가 루나틱에서 관리가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모험이나 사냥을 즐길 순 없지만, 리스크 없이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 그에게 새 땅 주인이 나타났다는 건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문서는 뭔가 문제가 없었나?"

"예, 진품입니다. 황궁 직인도 찍혀 있고……."

"그렇단 말이지."

문서가 사실이라면, 언당추는 이제부터 새 땅 주인에게 수익의 반 이상을 바쳐야 했다.

금조현의 세금뿐만 아니라, 특산물과 땅의 곡물 및 자원에 대한 권리가 저쪽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간신히 혈교와의 커넥션을 뚫어 놓았는데, 새 주인이 온다면 그마저도 물거품이 될 터.

'그건 안 돼.'

사냥터나 지역의 권리만은 어떻게든 지켜야 했다.

혈교가 원하는 게 그것이니까.

'그러려면 저 녀석을 어떻게든 구워삶아야…….'

슥, 새로 온 남자 금민혁을 바라보던 언당추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행색이 좀 구려 보이는데, 보아하니 장비도 200레벨 초중반 거고.'

금민혁이 입은 장비는 대부분 주목을 끌지 않는 수준의 레벨대.

타인의 시선을 끌어들이지 않는 용도였지만, 언당추의 눈엔 다르게 비쳤다.

'경우의수는 두 가지다.'

운 좋게 고위 관리 NPC의 퀘스트를 받아 땅의 소유권을 얻었든가, 혹은 부모의 백으로 잘나가는 금수저라든가.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겠는걸?'

언당추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이봐."

"네."

언당추의 부름에 근처에 있던 서기 한 명이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넌 지금 당장 깡도리패에게 가서 이렇게 전해."

"어떻게 전할까요?"

우도리패는 금조촌 토착의 흑도 패거리다.

개개인은 별 볼 일 없으나, 간부들과 수장인 깡도리는 무려 레벨 300이 넘는 고레벨이었다.

"새 땅 주인 놈이 너희를 다 쫓아내고 자기 패거리를 심으려 한다고."

"알겠습니다."

스슥. 서기가 사라지는 걸 확인한 언당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몇 번 호되게 데이다 보면 적당히 포기하고 떠나거나 처분하겠지.'

그렇게 되면 관리뿐만 아니라 실제 소유주도 언당추가 되는 셈.

지금보다 한층 더 수익이 들어올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기대가 되는구먼, 흐흐.'

언당추는 속으로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금민혁이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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