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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로 게임지존-454화 (455/592)

454화

'들은 대로군.'

무림맹과 혈교가 같이 습격해 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웨인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벤트가 끝나기 전에 올 줄 알았지.'

현 상태로 정사마대전이 끝난다면 흑도련은 최소 다섯 개의 성을 얻게 된다.

특히 안휘성은 무림맹의 한 축인 남궁세가의 거점!

무림맹으로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니만큼, 이대로 끝낼 리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강한 건 예상외였다.

준비된 혈교와 무림맹의 연합 공격은 알면서도 막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미리부터 준비했더라면 막을 수는 있었겠지만, 적어도 수만 명 이상의 피해가 났으리라.

'중국 서버라고 방심해 정면에서 막았다가는 낭패를 볼 뻔했군.'

낙성곡.

웨인은 전투가 시작된 후, 몰래 도망가는 척하며 일부러 무림맹과 혈교의 고수들을 유인했다.

살막주에게 의뢰해 은월대에게 일부러 정보를 흘린 것은 덤.

애초부터 온 목표가 흑도련주이니만큼, 무조건 미끼를 물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무림맹주와 소교주는 이 미끼를 물었다.

웨인은 결투를 앞두고 미리 준비한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이다.

동시에 맞은편에 있던 유저가 말했다.

"항복! 내가 졌다!"

-생사결 이벤트에서 흑도련주가 1승을 획득했습니다.

-흑도련주가 칠보주화 300개를 획득했습니다.

-흑도련주가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혈교의 칠보주화 150개가 사라졌습니다.

예상치도 못했던 외침에 무림맹과 혈교 유저 모두 경악했다.

그러나 놀랄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혈사신 님이 혈교를 탈퇴했습니다.

-무혈사신 님이 철면인 님과 일행이 되었습니다.

-생사결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뒤이어 이어진 메시지.

정사마대전이 끝나지 않아 흑도련에 신규 가입할 수는 없었지만, 행동의 의미는 명확했다.

"……이 자식, 네가 감히 혈교를 배신하겠다는 거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사풍이 외쳤다.

"배신?"

남자, 무혈사신은 그 말을 듣고 뒤돌아 대답했다.

"내 위에는 원래부터 김…… 아니, 철면인 님뿐이었다."

"……."

사사풍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흑도련주가 너보다 강하다는 거냐?"

"당연하지."

무혈사신은 태연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이 더욱 사사풍을 분노케 했는지, 사사풍의 얼굴이 홍시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저…… 저놈을……!"

"됐어, 전 공격대는 지금 바로 흑도련주와 무혈사신을 쳐라!"

생사결 이벤트가 종료된 지금 더 이상 망설일 건 없었다.

지운결이 명령을 내린 순간 무림맹 고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연한 표정의 무혈사신은 웨인을 향해 스스럼없이 말했다.

"이번에는 저도 놀랐습니다."

가까이 다가온 무혈사신이 스스럼없이 말했다.

처음 철면인의 정체를 들었을 때 무혈사신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설명을 듣던 무혈사신은 금세 납득했다.

서버를 넘어 단시간에 거대 세력을 키우는 기적은 세상에서 오직 단 한 사람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설마, 중국 서버에서 복병을 키우고 계셨을 줄은……."

"너만 알고 있어."

"물론이죠."

고개를 끄덕인 무혈사신이 물었다.

"이다음엔 어떻게 합니까?"

"다음은…… 원래 하려던 대로 해야지."

웨인은 곧바로 대답하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엎드려."

"예!"

무혈사신은 곧바로 지시를 따랐다.

그 순간.

키에에에엑!

석판이 빛을 내자, 그 속에서 소름끼치는 괴성과 함께 괴물들이 나타났다.

제석천교의 신전에서 직접 공수해 온 '아수라'와 '나찰'들이었다.

"이, 이놈들은 뭐야!"

"허억……!"

바로 나타난 아수라와 나찰들이 날개를 휘젓자, 거기서 바람의 칼날이 나오더니 여러 고수들의 목을 베어 냈다.

그사이 웨인은 계속해서 다음 석판을 뜯어 냈다.

샤아아아…….

샤아악!

동시에 바닥을 기어 다니는 사람 몸통만 한 지네들이 나타났다.

집채만 한 크기의 지네 몬스터들보다 약해 보이지만, 사실 이 지네들은 무려 500레벨이 넘는 이계의 마물들이었다.

"내 다리잇!"

"허억……."

"이놈들…… 보통 몬스터가 아니다! 다들 물러나!"

선공을 하던 연합군 측 딜러들 몇 명이 그대로 물려 죽자, 그제야 나머지 인원들은 흠칫 놀라며 물러났다.

그러나 그들이 신경 써야 할 적은 몬스터 외에도 또 있었다.

-황보우한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칠보주화 95개를 획득했습니다.

'대박이군.'

웨인은 계곡 곳곳을 돌아다니며 혼자 떨어진 무림맹이나 혈교의 랭커들을 노렸다.

최우선은 연합 측 유저였지만, 가끔 덤벼 오는 몬스터가 있다면 피하지 않고 싸우는 건 마찬가지!

-이계의 마물을 처치했습니다.

-남은 이계의 마물 개수 : 919마리

지네를 잡자 웨인의 퀘스트 창에 표시되던 숫자도 변했다.

요미가 맡긴 퀘스트인 마물 처치를 하면서 무림맹과 혈교의 고수들을 막을 몬스터까지 구한 것이다.

'게다가 저 녀석들이라면 대처법도 잘 알고 말이지.'

웨인은 씩 웃으며 인벤토리에서 새하얀 돌들을 꺼내 뿌렸다.

순간 이쪽으로 다가오던 지네 여러 마리가 급히 몸을 뺐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 흰 돌조각들은 다름 아닌 제석천의 힘이 담긴 뇌정.

이계의 마물들에게 있어 상극이나 다름없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저, 저거……."

"소금이다! 다들, 누구 소금 가지고 있는 사람 없어?"

예로부터 소금은 지네나 벌레들의 약점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방충을 위해 소금을 방구석에 쌓는 일도 흔하니만큼, 이번에도 중국 유저들은 웨인이 뿌리는 게 소금이라 확신했다.

'멍청한 놈들.'

웨인은 싸우면서 속으로 중국 유저들을 비웃었다.

'소금 같은 걸로 마물을 쫓아낼 수 있으면, 뇌정석을 구하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었겠지.'

실제로 랭커 중 몇 명이 가진 소금이나 생밤 등을 뿌렸지만 지네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에 형태만 같고 내용물이 다른 이계의 마물들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혈사신, 협곡의 입구를 막고 누구도 통과시키지 마라. 인간이든 몬스터든 마찬가지야."

"네, 혀…… 철면인 님."

무혈사신이 형님이라 부르는 사람이 한 명뿐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

그게 알려지는 사태는 피해야 했기에 무혈사신은 급히 말을 정정하고 협곡의 한쪽 입구로 향했다.

'입구는 막았고, 출구 쪽은 안휘성으로 이어져 있다.'

즉 저 너머에는 흑도련의 주력이 싸울 준비를 마치고 움직이고 있다는 뜻.

연합군 랭커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지만, 200여 명으로 수십만이 넘는 유저들과 싸울 수는 없었다.

'그럼 이제 사냥을 할 무대는 갖춰진 셈이군.'

물론 무림맹과 혈교 유저들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지금!"

"하아!"

주술사 유저들이 부적과 방울을 흔들자 땅에서 솟아난 칼날들이 지네를 꿰뚫었다.

아수라와 나찰들이 놓치지 않고 바람 칼날을 날렸지만, 최상위 랭커들이 일제히 검기를 일으켜 쳐 냈다.

무려 50레벨 가까이 차이가 나는 몬스터를 상대로도 생각보다 선전하는 중!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무림맹 측에서 고용한 신비 고수였다.

키에엑!

캬악!

신비 고수가 대검을 움직일 때마다 여지없이 피가 터져 나왔다.

다른 중국 유저들이 세 명이서 한 마릴 상대한다면, 그는 한 명이서 세 마릴 잡고 있었다.

'저 사람은…….'

웨인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쉽게 일을 마치긴 힘들겠군.'

***

지운결은 재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다들 모여, 대열을 짜서 후퇴한다!"

"후퇴…… 하지만 철면인은?"

"철면인이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리들이 살아 있으면 기회는 또 온다!"

낙성곡에 갑자기 나타난 초고레벨 몬스터들!

철면인이 준비한 함정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철면인과 연관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굳이 불리한 장소에서 싸워 줄 이유가 없지.'

현실에서 수많은 사업을 성공시킨 것도 빠른 상황 판단 덕분이다.

지운결이 마저 지시를 내리자, 수많은 유저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젠장, 팔이 여섯 개니 더 막기 힘들잖아."

"야! 발밑에!"

"발이 뭐…… 끄으아아악!"

아수라의 레벨은 490~510 사이.

강력한 몬스터이긴 하나,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을 정돈 아니었다.

문제는 아래서부터 오는 지네들!

550레벨이 넘는 이 마물들은 상태 이상 효과가 있는 무공을 때려 박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바닥을 신경 써라!"

"지네들한테 상태 이상 무공을 집중해!"

"궁수만 나찰들을 저격해서 스킬만 끊어 주고, 나머지는 뒤쪽으로!"

연합군 랭커들은 천천히 뒤쪽으로 가는 길을 뚫었다.

그렇게 웨인이 몬스터를 풀어 둔 협곡을 벗어나려 할 무렵.

가장 앞쪽에서 움직이던 혈교 고수들이 눈을 크게 떴다.

"저거, 저기 저 새끼……."

"무혈이다!"

계곡 입구에 자리 잡은 무혈사신의 모습.

주변엔 아수라와 지네 여러 마리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야! 배신자!"

"네가 감히 배신을 때려?"

혈교 랭커들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감히 우리 혈교 길드를 배신해?"

"중국 서버에서 발 못 붙일 줄 알아라!"

서슬 퍼런 위협에 입구를 지키던 무혈사신이 고개를 들었다.

"거참, 주절주절 더럽게 시끄럽네."

"뭐?"

"할 말 있으면 빨리 덤벼. 몬스터 상대하는 것도 지루하니까."

"……."

태연하게 대꾸한 무혈사신은 그 상태에서 손을 들어 귓구멍을 후비적거렸다.

몬스터들을 뚫고 나왔던 혈교 랭커들은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더 말할 기분도 들지 않는군."

"어차피 저 새끼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스펙 좀 세다고 거들먹거리는 것도 그렇고."

"언젠가 한번 기 좀 잡아 주려 했는데, 이제 사정 볼 필요 없이 쳐도 되겠군."

무혈사신의 포지션은 혈교의 비밀 병기.

당연히 영입된 후 온갖 히든 피스와 경험치, 재료를 몰아 받았다.

기존에 있던 혈교 유저들로서는 배알이 꼴리는 일이었지만, 사사풍에게 감히 그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흑도련주와 무림맹의 신비 고수, 그리고 천마가 나타난 후엔 더욱 그랬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내가 하지."

가장 먼저 나선 혈교 랭커의 닉네임은 월백.

혈교의 에이스 중 한 명이자, 중국 서버 전체를 통틀어 8위권이라는 어마어마한 순위의 실력자였다.

사사풍이나 지운결 등은 실제 컨트롤보단 단체의 수장으로써 얻은 지위이니, 사실상 5위 안쪽인 셈!

"널 죽이고, 소교주한테 내가 더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하마."

월백이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터져 나왔다.

8+급 스킬인 적혈마라강기, 그것도 12성 마스터를 마쳐 최종 오의까지 개방된 형상이었다.

"으랴아!"

순식간에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그때였다.

무혈사신의 모습이 번개같이 사라졌다 나타난 것은.

"끄걱!"

월백의 몸이 한 차례 떨렸다.

그러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용기사용 장창이 월백의 코 위쪽을 으깨 버렸기 때문이다.

-월백 님이 사망했습니다.

"헉……!"

"말, 말도 안 되는."

혈교 측 랭커 중 가장 강했던 월백이 허무하게 죽었다.

뛰어들 각을 보던 다른 랭커들은 경악해 뒤로 물러났다.

흘긋, 그런 그들을 보던 무혈사신이 귀를 판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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