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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로 게임지존-467화 (468/592)

467화

히든 퀘스트.

숨겨진 조건을 만족하면 나타나는 퀘스트로써, 대부분 일반 퀘스트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주기로 유명했다.

높은 레벨의 히든 퀘스트는 게임 전체의 판도를 바꿀 정도.

그러나 막상 퀘스트 창을 받은 웨인의 감상은 기쁨이 아니었다.

'이건 곤란하게 됐군.'

웨인은 입맛을 다셨다.

'꿀이긴 한데, 이러다가 당뇨에 걸릴지도 모르겠어.'

웨인의 퀘스트 창에는 이미 두 개의 갓급 퀘스트가 있었다.

또 다른 퀘스트, 그것도 연계 퀘스트를 수행하다가는 몸이 세 개여도 부족하리라.

-제목 : 되살아난 하늘의 마

-유니크 히든 퀘스트

-기한 : 없음

-완수 조건 : 천마에 대한 정보 획득(0/1), 천마 제거 혹은 항복시키기(0/1), 천마신공의 비밀 획득(0/1)

-보상 : 진(眞)항마촉지인 문신 획득, 천상의 영웅 칭호 획득

*해당 퀘스트는 '오래된 숙적' 퀘스트를 완료한 유저가 있을 경우 자동으로 실패

'문신……!'

항마촉지인은 부처가 악마를 쫓아낼 때 썼다고 하는 문신.

저것만 있다면 언데드나 악마형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걱정할 게 없으리라.

'어비스에서 사냥할 때 큰 도움이 되겠군.'

지금은 공손정에게 이 퀘스트가 떴는지 알아봐야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제목 : 오래된 숙적

-유니크 히든 퀘스트

-기한 : 없음

-완수 조건 : 전설의 대장장이에 대한 정보 획득(0/1), 전설의 대장장이 혹은 그 후인 1회 처치 혹은 항복시키기(0/1)

-보상 : 천하독존 스킬 획득, 모든 천마 클래스의 스킬 레벨 최대치+1, 천상에 오르다 퀘스트 획득

*해당 퀘스트는 '되살아난 하늘의 마' 퀘스트를 완료한 유저가 있을 경우 자동으로 실패

천마의 숨겨진 스킬 및 퀘스트의 개방!

이를 위해선 반드시 키클롭스의 후인이나 제자를 죽여야 하는 구조였다.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죽어야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겠군.'

한 유저가 퀘스트를 완료하는 순간, 다른 유저는 해당 퀘스트를 평생 완료할 수 없게 되는 조건!

'버리자니 아깝고, 지금 당장 하기엔 시간이 애매하다.'

고민하던 웨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묶여 있던 공손정을 보던 중, 갑자기 머릿속이 맑아졌다.

'이러면 되겠군.'

웨인은 곧바로 공손정에게 말했다.

"퀘스트의 내용대로라면, 여기서 널 죽이면 퀘스트 조건을 채울 수 있겠군."

"역시 너도 비슷한 내용인가."

한숨을 내쉰 공손정이 대답했다.

"죽여라, 아무리 상성 때문에 해도 생산 클래스 섞인 놈한테 지고서 구걸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그 전에 이게 무슨 자초지종이 있는지 듣고 싶은데."

"간단하다, 내 클래스인 천마의 스승 NPC가 그쪽 NPC인 전설의 대장장이에게 졌거든."

"흠……."

"그것도 아주 시원하게 져서, 두 번 다시 세상에 나설 수 없게 되었다."

"잠깐, 그럼 집행검 이야기는?"

"그 NPC가 말하길 그 건은 일부러 져 줬다더군."

"뭐?"

"직접 싸워 봤는데, 검이 일격에 부러지지 않아서 그걸 누가 만들었는지 물어보고 살려 주었다고 했다. 나중에 그게 천마를 몰아냈다는 전설로 바뀌었고."

"……."

장대한 설정의 숨은 진실을 들은 웨인은 순간 벙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그 후로 천마는 전설의 대장장이를 찾아갔고, 싸움 끝에 크게 당해 두 번 다신 예전의 힘을 되찾을 수 없었다는 내용이다."

"……."

"그 대장장이가 쓰는 기술과 무공…… 아니, 스킬에 마를 봉인하는 상성이 생긴 것도 그때부터고."

그때였다.

공손정이 말을 마칠 무렵.

내용을 정리하던 웨인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천마에 대한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천마신공의 비밀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의 조건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획득!

대박이긴 하지만, 아직 한 가지가 남아 있었다.

"그럼 이제 시간이 됐군. 빨리 끝내."

스윽.

공손정이 목을 길게 뻗었다.

그 모습을 보던 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휘익!

무언가를 휘두르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공손정의 눈앞에도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갑이 풀렸습니다.

"뭐 하는 거지?"

"여기서 죽어서 캐릭터를 망칠 각오라면, 그 대신 계약 하나 하지 않겠어?"

"무슨 계약을 말하는 거냐?"

"내가 하는 의뢰 몇 개를 해결해 주는 대신, 언제든지 내게 1:1로 도전할 수 있는 것으로. 그렇게 하지."

"……!"

공손정의 눈이 커졌다.

"나를 죽이지 않겠다고?"

"그래, 너는 꽤나 이용 가치가 있을 것 같군."

"이용 가치라……."

"물론 나 혼자 일방적으로 이득 보는 건 아닐 거다.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 테지."

철면인과 우호 관계를 맺는다면, 흑도련 및 관련 단체들과의 싸움도 피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오문과 황궁의 인맥을 이용할 수도 있으니, 천마로서는 거절할 게 없는 셈.

"의뢰야 상관없지만, 나랑 같이 사냥을 하거나 보스를 잡는 건 힘들 거다."

공손정이 말했다.

"어째서?"

"천마 클래스는 문파 가입이나 파티 사냥이 안 된다."

"……!"

루나틱의 규칙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천마는 클래스 특성상 엄청나게 강한 대신, 파티 사냥이나 문파 가입 자체가 막혀 있었다.

엄청난 페널티였다.

대형, 초대형 길드들이 득실거리는 루나틱에서 솔로 플레이가 강제된단 건 콘텐츠의 반 이상을 즐길 수 없단 뜻이었으니까.

'서버에 한 개밖에 없던 히든 클래스답긴 한데, 막상 듣고 보니 그렇게까지 좋은 건 아니군.'

천마뿐만 아니라 다른 히든 클래스들도 마찬가지.

웨인이 처음 회귀를 한 후, 굳이 히든 클래스에 미련을 두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 정도야."

"괜찮겠나?"

"천마의 도움이 없더라도 이미 흑도련은 충분히 강하다."

게다가.

웨인은 말을 이었다.

"굳이 파티 사냥이 아니라도, 네 컨트롤이나 전투 센스는 내가 본 유저들 중에서 한 손가락 안에 꼽고 말이지."

"……!"

***

2주일 후.

"크아악!"

집채만 한 흰 용이 몸을 둥글게 말며 머릴 늘어뜨렸다.

동시에 사냥을 마친 웨인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순백의 용을 사냥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백룡 여의주를 획득했습니다.

흑룡 백룡 여의주.

미래, 춘절(한국의 설날) 이벤트 전용의 드롭 아이템들이었다.

'각 용의 여의주가 6천 개씩…….'

인벤토리를 확인한 웨인이 씨익 미소지었다.

"이 정도면 춘절 이벤트도 충분히 대비했다 할 수 있겠군."

중국은 모든 서버를 합쳐서 가장 인구가 많다.

즉, 특정 이벤트를 할 시 경쟁자도 그만큼 많다는 뜻.

당연히 이벤트 랭킹을 찍었을 때의 보상도 컸다.

이유? 간단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야말로 루나틱의 제1순위 법칙이었기 때문이다.

'경험치와 일반 아이템들도 충분히 얻어 두었고…… 여러모로 뽕을 뽑고 가는군.'

그래도 가장 큰 이득은 역시 천마와의 연결 고리를 만든 것이었다.

2주 전, 웨인의 설명을 들은 천마, 공손정은 엄청난 속도로 몸을 일으켰다.

"……!"

급히 경계 태세를 취한 웨인에게, 공손정이 날카로운 어조로 외쳤다.

"흥, 그런 말 따위, 네놈에게 들어 봤자 전혀 기쁘지 않다."

"……."

"언젠가 지금 나를 살려 준 걸 후회하게 될 거다."

"……."

"일 때문에 찾을 땐 여기로 연락하고."

공손정은 그 말과 함께 종이 아이템 한 개를 던지고 사라졌다.

<메모장>

-등급 : 노멀

-분류 : 일반

-제한 : 불에 태우거나 물에 빠뜨릴 시 일정 확률로 내용이 손상될 수 있음

-효과 : 원하는 내용을 기록할 수 있다.

-내용 : 메신저 id : ********, 첫 메시지 내용 : 혈세 혈세 혈혈세.

-기타 : 메모용 종이, 메모가 적혀 있다.

적힌 것은 따로 연락을 넣을 수 있는 루나틱 메신저 주소와 첫 접선 내용.

천마 클래스 유저라도 친구는 등록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연락처가 맞다는 건 확인했으니, 잘못 갈 염려는 없겠군."

연락처가 틀려도 이득인 건 오히려 웨인 쪽이었다.

천마로써도 흑도련의 비호를 받으며 '정정당당히'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더없이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물론 그 전에 천마, 공손정의 자존심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새삼 직접 보니 놀랍군."

웨인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설마, 그 유명하던 천마가 칭찬에 약하다는 소문이 사실일 줄이야."

20년 후의 미래.

천마에 대한 썰 중엔 이런 게 있었다.

-여담.

-천마는 칭찬에 약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다. (여기)에 따르면 천상무투전 당시 알프레도가 엄지손가락을 올리자 미미하게 표정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천마가 유저들의 칭찬, 특히 고레벨 랭커들의 칭찬에 사족을 못 쓴다는 소문!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수많은 증언들이 섞여 있었기에 믿을 게 못 되었다.

-이거 믿고 스펙 쩐다고 칭찬했다가 목검이랑 거적 데기 말고 다 털렸다. 절대 믿지 말도록.

-그럼 저건 뭐임?

-걍 짜증나서 뭐라 말하려다 거겠지.

-저기서 성질대로 했으면 알프레도랑 알렉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을 텐데, 아무리 천마라도 그 정도면 다혈질이 아니라 멍청한 거고.

그러나 웨인은 그 진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인정할 만큼 강한 자의 칭찬, 그중에서도 스펙이나 템발이 아니라 순수 실력적인 면만 칭찬해야 반응하지.'

만약 스펙이나 아이템, 스킬 관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다.

전생에선 어떤 유저가 캡쳐본들을 모아 만든 추론일 뿐이었지만, 직접 만나 보니 그게 사실이란 게 밝혀진 것이다.

'뭐, 그만큼 컨트롤이 좋으니까. 그 정도야.'

실제로 천마의 전투 센스는 재귀보다 한 수 위!

전세계적 원톱 프로게이머인 알프레도나, 무시무시한 컨트롤을 보인 살막주 정도만이 천마와 비슷한 실력을 보여 주었다.

"천마는 천마고, 나도 놈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면 게으름을 피울 순 없겠어."

그때였다.

웨인이 다시 사냥을 하러 일어날 무렵.

필드의 지평선 너머에 아까 전엔 없던 NPC가 있는 게 보였다.

"저건……."

가까이 간 웨인의 눈이 커졌다.

-황금두꺼비 선인

중추절 관련 특수 NPC인 황금두꺼비 선인의 등장!

'그럼 퀘스트도 할 수 있나?'

만약 퀘스트를 수행 가능하다면, 지금까지 모아 온 인벤토리를 비울 수 있는 기회였다.

'안 그래도 여기서 사냥하며 배낭을 거진 다 채웠는데, 마침 잘됐군.'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밑져야 본전.

웨인은 조심스레 선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선인님, 혹시 찾으시는 거라도……."

"두껍! 나는 두꺼비가 아닐세. 개구리일세!"

"아…… 네."

뇌물을 통해 정체를 숨기려는 두꺼비 선인의 안심을 얻는 게 이벤트의 첫 단계.

"그럼 개구리 선인님, 이걸……."

그때였다.

웨인이 미리 모아 두었던 예스잼과 중추절 아이템을 꺼내려 할 무렵.

멀쩡히 서 있던 황금두꺼비 선인이 갑자기 돌처럼 굳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 어디.

ㄹㅗ오……."

황금두꺼비 선인뿐만이 아니라 주변 지형 모두 마찬가지.

몬스터는 물론, 흐르던 물이나 공중에 떠다니던 바위까지 전부 정지했다.

자유로운 것은 오직 웨인 한 명뿐.

'이건…….!'

이미 몇 번이나 본 상황이었기에, 웨인은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챘다.

동시에 둘 사이로 빛과 함께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루나틱 중국 지사의 버그 리포팅 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버그 리포팅?"

"네, 현재 해당 상황은 있을 수 없는 버그로 판명되었으니, 잠시 협조 부탁드립니다."

백업 필드는 원래 유저가 들어올 수 없는 장소.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문제는 웨인이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어 보았다는 데 있었다.

"버그라는 건가."

"예, 아무쪼록 협조를……."

웨인은 머리를 굴렸다.

"이해할 수 없군."

"네?"

"난 여기서 부당한 이득을 취한적도 없고, 들어온 것도 퀘스트대로 진행했는데 버그라? 그럼 보상은 제대로 해 주겠지?"

"예?"

"이게 버그라고 치면, 그만큼 내 소중한 시간이 뺏긴 거니까. 안 그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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