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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로 게임지존-515화 (516/592)

515화

드림 라이프의 자원 떨이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났다.

그사이 루나틱의 자원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늘자 자원 시세>

-최상급 철광석 : 개당 2실버 31코퍼, 전날 대비 2.35% 하락

-특급 강화석 : 개당 97실버 21코퍼, 전달 대비 1.1% 하락

-…….

한국 서버에 있는 자원 시장의 평균 시세가 급격히 하락!

드림 라이프에서 매일같이 각종 광물 및 재료 아이템을 푼 결과였다.

-대박!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대다수의 유저들은 이 분위기를 반겼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뭔가 있어, 김민혁 그놈은 공짜로 이런 재료를 풀 놈이 아니야.

KU, 프로메테우스를 비롯한 대형 길드들!

드림 라이프와 경쟁하던 대형 길드의 간부들이 비밀리에 회동을 가졌다.

-미리 들은 이벤트 정보엔 딱히 그런 게 없는데.

-정말 남는 자원 팔아 젖히는 게 목적인가?

미리 보냈던 스파이들도 모두 허탕이었기에, 결국 어림짐작으로 대처해야 했다.

-시장을 어쩌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더 이상 놈들이 이득 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이번만큼은 뜻이 일치하는군.

-그럼 어떻게……?

-이렇게 하는 건 어떻소?

대형 길드의 간부들은 서로 은밀히 이야기를 나눴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자원 시세, 열흘 만에 다시 급등.

-대장장이 길드 및 조합에서 대규모 매입,

"기회 놓치지 않을 것."

대형 길드들이 힘을 합쳐 재료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슬슬 재료값 오르네요. 어제 사 둘걸;

-대형 길드들 지금 금고 다 열었다함ㅋㅋㅋ

-형님들 어장관리 나섰네.

ㄷㄷㄷ 물 흐리는 놈들 잡으려고.

-누가 보면 네가 제우스인 줄;

그뿐만이 아니었다.

-벨로나 왕국 귀족들, 저호황에 때아닌 재료 비축기.

-자원 운반을 노린 사략 도적단 출몰, 여행길에 주의 요망.

인맥으로 묶인 NPC들까지 자원 매수에 동참하거나, 하청 유저들을 이용해 자원 운반 행렬을 습격!

직접 나서진 않는 선에서 최대한 드림 라이프의 자원 공세를 막았다.

물론 드림 라이프 쪽에서도 그 정보를 입수했다.

방해 공작이 온다는 것, 그리고 그 뒤에 누가 있는지까지 말이다.

"프로메테우스, KU, 미라클, 그리고 갤럭시스타, 마법협회 등의 대형 길드 다섯 개가 추가로 동참했습니다."

"흐음."

"겉보기엔 전혀 관련 없는 길드들을 고용해 쓰기 때문에, 증거도 남지 않지요."

보고를 마친 베르한이 말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계속해서 이럴 겁니다. 어떻게……항의를 할까요? 아니면 뒤에서?"

"내버려 둬."

"예?"

베르한의 눈이 커졌다.

"내버려 두라고요?"

"지금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무슨……!"

대형 길드들의 담합이 사소한 일이라면, 큰일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깜짝 놀란 베르한이 덧붙였다.

"이대로 두면 저 길드들이 계속해서 재료를 매입할 겁니다, 그러면……!"

"그럼 우리는 그쪽 간부들에게 선물이라도 사 줘야겠군."

"……선물이라니요?"

"어차피 그쪽에서 시세를 잡아 준다면 우린 이득이니까."

"엇……."

현재 재료 판매로 나오는 매출은 못해도 하루에 4만 골드 이상.

그에 비해 견제로 잃는 재료값은 아무리 많아도 2,000골드가 안 되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그렇군요."

"굳이 대응할 것 없다. 선을 넘지만 않으면 내줄 건 내주고 피해를 줄이도록."

자리에 앉은 웨인은 문득 드는 생각에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재료 팔이로 모인 돈이 얼마나 되지?"

"순수 매출은 총 72만 골드, 세금이랑 인건비, 마나석 등 떼면 56만 골드 남습니다."

"56만 골드라……."

1골드당 3만 원이니, 현실로 치면 170억에 가까운 엄청난 거금!

해저에서 새 재료들이 들어온단 걸 생각하면 더욱 늘어날 예정이었다.

'돈벌이가 쏠쏠하군.'

게임 머니긴 하지만, 한때 웨인이 코인 투자를 해서 얻은 전 재산과 비슷할 정도의 거금이었다.

과거, 루나틱에 들어올 시절엔 꿈도 꾸지 못하던 대박!

'역시 스케일이 큰 거래가 많은 이익을 낸단 말이지.'

물론 여기서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웨인의 목표는 돈뿐만 아니라 루나틱의 '정점'도 있었으니까.

잠시 후, 베르한과의 용무를 마친 웨인은 이어서 데오마론에게 연락을 넣었다.

-김민혁 :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있는데, 시간 있나?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데오마론 : 만나서 이야기하지. 1시간 내로 갈 테니까.

연락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도착한 답장!

실제로 데오마론은 메시지를 보낸 지 30분 만에 집무실에 도착했다.

혹시나 다른 유저가 끼어들세라 모든 일을 제쳐 두고 헐레벌떡 달려온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그래서, 그 프로젝트란 게 뭐지?"

데오마론은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물었다.

"잠수함까지 다 만들었으니, 그 다음은 비행기라도 만들 셈인가?"

"아니."

"그래……."

"비행기도 만들긴 해야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

휘익, 말을 잃은 데오마론을 향해 웨인은 미리 준비한 주머니를 건넸다.

"이건?"

"인건비 및 자본금."

주머니를 연 데오마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뭔……!"

그럴 만했다.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은 무려 50만 골드.

웨인이 재료들을 팔아 얻은 수익의 대부분이었으니까.

현금으로 치면 150억.

합리적으로 쓴다면 어지간한 대형 길드의 수년치 예산이었다.

"창고 정리로 모은 자본금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충분이라…… 뭘 만들든 간에 차고도 넘칠걸."

"그럼 다행이군."

웨인은 말을 이었다.

"재료는 드림 라이프 길드 쪽에 있으니, 잠수함 때 도왔던 마법 공학자와 기술자들 위주로 최선의 드림팀을 짜 보도록, 드워프 NPC들은 반드시 포섭하고."

"……숫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큰 작업이 될 테니까."

"큰 작업이라…… 그거 좋지."

작업 규모가 커질수록 완성 시 획득하는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도 많았다.

데오마론의 눈이 빛났다.

"재밌겠군, 그럼 이제 뭘 만들면 될지 말해 봐."

"주머니 안쪽을 봐라."

웨인은 그렇게 말하고 데오마론이 주머니 안의 설계도와 시안을 꺼내는 걸 지켜보았다.

씨익.

자신만만한 미소가 가득하던 데오마론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

웨인은 신중한 사람이었다.

데오마론의 안색이 실시간으로 창백해지는 걸 기다려 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혹시라도 패닉에 빠져 탈주해 버리면 안 되니 말이다.

"……아까 비행기는 나중에 만든다고 했지."

"그랬다만."

"내가 널 잘못 생각했군."

"음?"

고개를 갸웃하는 웨인.

숨을 몰아쉰 데오마론이 말을 이었다.

"지금까진 너랑 웨인이 쌍벽을 이루는 또라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어."

"그건 또 무슨 소리지."

"김민혁, 네가 최고다. 가상현실 게임에서 이딴 발상을 하는 건 너밖에 없을 테니까."

"그런가……."

웨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칭찬 고맙다."

"……."

잠시 후, 데오마론과 남은 이야기를 마친 웨인은 천천히 기지개를 켰다.

'해저 자원들도 개척했고, 다음 계획도 준비가 되었다…….'

긴 시간이 드는 일은 모두 미리 맡겨 둔 셈.

'그럼 슬슬 세계 최초 클리어에 도전할 때가 되었군.'

웨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다음 날, 드림 라이프의 공지 게시판에 새로운 한 가지 공지가 올라왔다.

-1주일 후 대악마 이모탈 공략, 빡겜반 지정 인원들은 날짜 일정 비워 놓을 것.

대악마 이모탈.

대격변 콘텐츠의 최종 보스이자, 통합 서버를 열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보스의 공략 선언이었다.

***

1주일 후 이모탈이 나타나는 필드인 멸망의 땅.

평소 누구도 오지 않던 땅이지만, 오늘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어그릴스와 팀원들, 무혈사신에 지존법사 및 비전투 클래스 유저들까지.

드림 라이프의 PVE 관련 유저들이 모조리 집결!

"1팀 10번까지 집합 완료!"

"2팀 10번까지 집합 완료!"

일렬로 늘어선 드림 라이프 길드원들이 보고를 마쳤다.

그 옆에는 방송을 찍으러 온 인게임넷의 PD 나훈석도 있었다.

'엄청나군.'

나훈석은 입을 쩍 벌렸다.

사방에 있는 유저들 모두 최상위권 랭커들.

프로메테우스와 미라클도 취재해 본 적 있었지만, 그 둘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 위용이었다.

'만약 이모탈을 깬다면 그 자체로 대단한 특종이 되겠어!'

대격변 콘텐츠의 최종 보스!

단순히 월드 보스를 잡았다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를 마무리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게다가 이모탈은 전 서버에서 단 한 마리밖에 없는 보스 몬스터이니까 더욱 그렇고.'

대재앙의 월드 보스들은 계속 나오지만, 이모탈만은 이번 한 번이 끝!

처음이자 유일한 타이틀이니만큼, 전 세계의 랭커 및 유저들도 이 도전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현재 실시간 시청률 : 31.57%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급격히 오르고 있는 시청률이 그 증거였다.

'그런데 저건 뭐지?'

한참 주변을 둘러보던 나훈석의 시선이 뒤쪽에 가 멎었다.

검은 천으로 덮인 20여 개의 대형 금속 구조물, 그리고 그 주변에 가득 쌓인 포션과 구급약품, 음식 등이 보였다.

'포션들은 장기전을 대비한 것 같은데, 저 구조물은 뭔지 모르겠군.'

김민혁에게 물어보아도 기다려 보라는 말뿐.

결국 나훈석은 일단 진행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고 있던 유저, 그리고 최상위권 랭커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저건 뭐지?"

"드림 라이프에서 준비한 비밀 병긴가."

김민혁의 대규모 레이드 패턴은 간단했다.

각 보스의 '기믹'에 따른 약점을 파악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공략법으로 '꿀'을 빠는 것.

이번 공략에도 분명 저것이 깊이 연관되어 있으리라.

"어찌 됐건 김민혁이 나서 줘서 다행이군."

"이모탈 공략은 미라클이랑 프로메테우스밖에 해 본 적 없는데, 덕분에 어떤 적들이 나오는지 볼 수 있겠어."

프로메테우스와 미라클도 이모탈에 도전했지만, 관련 정보는 철저히 숨겨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모탈은 누가 먼저 깨느냐에 따라 게임 자체의 판도가 달라지는 강력한 보스.

그런 면에서 생중계를 제안한 드림 라이프는 여러 대형 길드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확실히 대단하군, 설마 이모탈 도전을 바로 준비할 줄이야."

미라클 길드의 사냥터.

550레벨대 몬스터를 잡은 알렉이 말했다.

"그래서, 넌 저놈들이 해낼 거라고 봐?"

"아니."

같은 길드원의 물음에 알렉은 고개를 저었다.

"이모탈을 잡으려면 그 전에 그놈들부터 다시 잡아야 하잖아. 그것도 하드모드로."

"하긴……."

앞서 나왔던 모든 대재앙의 월드 보스!

이들을 차례차례 잡은 다음에야 비로소 이모탈과 마주할 수 있었다.

물론 그때까지 인원과 물자가 남아 있다면 말이다.

"그거 때문에 알면서도 못 잡고 있는 중이고."

알렉은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 꼼수가 있나 이리저리 들이받았는데, 정말 그거 다 잡는 수밖에 없었지."

"그럼……."

"그래, 김민혁이가 뭔 안간힘을 쓰든 못 잡는 건 마찬가지란 말이지."

프로메테우스와 미라클이 굳이 방해를 보내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생중계도 생중계지만, 애초에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보다 스카디 녀석 레벨링이 중요해. 그 녀석 지금 몇 렙이지?"

"어제 536레벨 찍고 지금 사냥 중."

"걔 레벨 38 넘으면 바로 잊힌 자들의 터전으로 간다. 준비하고 있어."

"오케이."

그때였다.

알렉과 길드원들이 다음 사냥터를 생각하고 있을 무렵, 급히 달려온 다른 길드원 한 명이 외쳤다.

"야! 야! 야! 씨바아알!"

"왜 그래?"

"방송, 방송 봐! 방송……!"

말도 제대로 못 잇고 헐떡이는 모습.

표정이 굳은 알렉이 급히 실시간 생중계 채널을 열었다.

잠시 후.

"……이건 또 무슨……."

알렉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김민혁 이 자식, 이건 반칙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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