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64 천둥군주 =========================================================================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북극곰 괴수가 말을 하자 유지웅은 물론이고 공격대 전체가 깜짝 놀랐다. 사실 나미, 나디아 등의 경우를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쉽지 않겠습니다, 써.”
“왜죠, 쿤겐?”
“나미와 나디아는 인간의 모습을 취하면서 전투력에 제약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북극곰은 그렇지 않습니다.”
테레사는 공격대 본대 중에서 누구보다 예리하게 가장 먼저 그 사실을 짚어냈다.
“제 생각에는 진정한 화이트 괴수의 무력을 겪게 될 것 같습니다.”
대원들은 불현듯 노틸러스와 싸웠을 때를 떠올렸다. 유지웅이 제3차 궁극기, 광역 버프를 각성하면서 이길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역대 어느 괴수 못지않게 까다로웠던 상대였다.
그러나 산처럼 거대한 조개와 크긴 하지만 맹수의 형태를 갖고 있는 괴수가 같은 힘을 갖고 있다면, 아마 후자가 더욱 상대하기 까다로울 것이다. 노틸러스는 기동력이 형편없었지만, 북극곰은 그렇지 않을 터이니.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습니다. 전원 전투 준비!”
“예!”
유지웅은 다시금 광역 버프에 집중했다.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오오라가 더욱 짙어졌다. 대원 한 명 한 명이 그에 감응하듯 전신이 시뻘건 광채에 물들고 있었다.
‘너만 레드 결정체 있냐! 우리도 있다!’
브라우니도 그에 맞추듯이 온몸 가득 뒤덮고 있던 붉은 깃털을 벗어버리고, 전신이 칠흑처럼 검게 물들어갔다. 녀석도 위기를 느끼고 처음부터 완전히 힘의 제약을 푼 것이다. 그래봐야 블랙 밖에 안 되는 녀석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캬아아악!
브라우니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용감하게 고공에서 빠르게 낙하하며 쇄도했다. 전신 가득 머금은 핏빛 광채가 유성우처럼 떨어져 내렸다.
북극곰 괴수의 두 눈이 번쩍 빛났다.
「가소로운 것!」
말 그대로, 번개가 허공에서 번쩍였다. 정효주는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굉음이 울렸다.
‘뭐지?’
정효주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만큼 북극곰 괴수의 움직임이 빨랐던 것이다. 대답은 본대에서 나왔다.
“브, 브라우니가!”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세상에 맙소사! 기세 좋게 들어가던 브라우니가 뱅글뱅글 돌며 저 멀리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브라우니가 겨우 한 방에?”
“말도 안 돼.”
“우, 우리…… 이길 수 있을까?”
노틸러스를 상대로도 어느 정도 활약을 펼쳤던 브라우니가 보이지도 않는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대원들은 새삼 느껴진 힘의 격차에 작게 신음했다. 분명한 사실은, 노틸러스와 북극곰의 강함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크어어엉!」
북극곰이 기세 좋게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정효주는 장검을 높이 세워 녀석의 앞발을 막았다. 발톱이 장검에 부딪치며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동시에 충격파가 그녀의 전신을 덮쳤다.
“으으…….”
한참이나 뒤로 나동그라진 정효주는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대가 부산해졌다.
“3단계 부상도야! 서둘러 힐을 줘!”
“힐 아끼지 마! 어차피 한 놈이야!”
본대에서 힐이 들어왔다. 벌떡 일어난 정효주는 여유 있게 자신을 관찰하는 북극곰 괴수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겨우 한 방에…….’
고작 한 방이었다. 그 한 방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던 보호막이 깨져나갔으며, 3급 부상도를 남겼다.
그 보호막이 어디 보통 보호막인가? 유지웅 자체 버프를 받아 한층 더 강화된 4단계 보호막이다. 그런 보호막을 뚫고, 레드 결정체로 강화된 정효주의 육신에 3급 부상도를 남긴 것이다. 일반 탱커는 4단계 보호막을 받고 있어도, 스치기만 해도 죽을 것이다.
「상처가 아무는군. 그래, 너희들! 치유사를 데리고 있구나.」
“허억!”
「가소로운 벌레들 같으니.」
북극곰 괴수가 몸을 돌리자 정효주는 기겁을 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위기였다. 본래 탱커가 어그로를 끌고, 힐러가 전투를 유지하며, 딜러가 끝내는 것이 레이드의 기본이다. 허나 북극곰 괴수가 힐러진을 먼저 공격한다면 레이드 자체가 엉망이 되고 만다.
“안 돼!”
정효주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검이 파르스름한 빛을 뿜기 시작했다. 섬광 궁극의 에너지가 무기에 집약되며 밀도를 높였다. 그녀는 힘껏 검을 찔러 넣었다.
「어딜 감히!」
북극곰이 앞발로 그녀를 쳐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온몸을 비틀었다. 북극곰의 공격을 피하진 못했지만, 무기를 앞발에 찔러 넣는데는 간신히 성공했다.
까가강!
「크윽!」
기분 나쁜 불협화음이 울렸다. 정효주는 칫 하고 이를 갈았다. 북극곰의 공격이 빗맞아서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반대로 자신의 공격도 녀석의 발톱 하나만 겨우 잘랐다.
‘자, 와라! 내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겠지?’
정효주는 자신만만했다. 방금 공격으로 북극곰은 생각을 달리 할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치유사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가상하군. 그만큼 너희들의 심장이라는 말이렸다?」
“뭐, 뭐야!”
정효주가 그 말에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북극곰 괴수가 본대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날카롭고 커다란 이빨 사이에서 엄청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흡사 천둥구름을 입안에 삼키고 있는 듯이 무시무시한 기류가 흘렀다. 순식간에 예열을 마친 천둥벼락이 쏜살처럼 뿜어져 나갔다.
“으, 으아아!”
이미 광역 보호막을 치고 있었지만, 유지웅은 기겁을 하고 또 다른 광역 보호막을 덧씌우려고 했다. 후려치기로 정효주의 단일 보호막을 한 번 박살 낸 녀석이 아닌가. 한 장의 광역 보호막으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불안했다.
그러나 그가 반응보다 북극곰의 공격이 더 빨랐다. 천둥벼락이 사방을 긁으며 요란하게 광역 보호막을 덮쳤다. 스파크가 여기저기 튀어 올랐다. 강력한 전기장이 광역 보호막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크윽!”
마침내 광역 보호막이 무너졌다. 유지웅은 준비를 마치고 재차 광역 보호막을 치려고 했다. 그러나 천둥벼락은 광역 보호막을 박살내고도 힘이 남아 있었다. 그 잔류가 공격대 대원들을 사정없이 덮쳤다.
“으아아악!”
“히, 힐! 어서 힐을!”
본대는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힐러들은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에 신음하면서 힐을 시전했다. 가장 먼저 힐을 받은 것은 유지웅이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광역 보호막을 쳤다.
“하나 더! 하나 더!”
그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광역 보호막을 쳤다. 그러는 동안에 힐러들은 빠른 속도로 부상당한 대원들을 치유했다.
“죽은 대원은 없지요?”
“예.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어요.”
“장난 아닌데…….”
유지웅은 신음을 흘렸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공대장님! 또 와요!”
그는 놀라서 바라봤다. 북극곰은 후속타를 준비하려는 듯이 입을 또 크게 벌리고 있었다. 전기 폭풍이 북극곰을 중심으로 맴돌며 사방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안 돼!”
정효주는 이를 악물며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북극곰은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시 번개를 발사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 앞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의 몸으로 받아내어 위력을 줄이고자 함이었다.
“아아악!”
보호막 없이 직접 받아낸 대가는 컸다. 온몸이 타들어가는 듯이 아팠다. 어쩔 수 없었다. 유지웅은 광역 보호막을 치느라 그녀에게 보호막을 걸어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힐을!”
힐러들이 다급히 외치며 힐을 시전했다. 멀리서 따스한 힐이 들어오며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거대한 번개는 그녀를 비웃듯이 가볍게 스치고 멀리 광역 보호막을 때렸다. 유지웅은 이를 악물고 광역 보호막에 좀 더 힘을 집중했다.
“멈춰! 멈추라고!”
이번 공격은 길었다. 잠깐 번개를 뱉어냈던 아까와 달리, 북극곰은 입을 쩍 벌린 채로 쉬지 않고 번개를 뿜어냈다. 정효주는 이를 악물고 북극곰에게 달려들었다.
「어리석은 것!」
섬광 궁극기의 에너지를 머금은 검이 허공을 그었다. 북극곰은 앞발을 들어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녀는 확신했다. 이 공격으로 녀석의 앞발을 잘라낼 수 있으리라고.
까강!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북극곰의 앞발은, 2차 궁극기의 힘이 실린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그제야 보였다. 북극곰의 앞발 끝에 눈에 띌 정도로 뭉친 빛의 막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앞발을 중심으로 강력한 전기장이 흐르는 듯이 보였다.
「너만 힘을 한 점에 집중할 수 있을 줄 아느냐?」
북극곰이 비웃듯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녀석의 번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유지웅은 이를 악물었다. 쉴 새 없이 광역 보호막에 힘을 불어넣고 있지만, 북극곰의 공격에 중화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대로라면 분명히 진다.
‘대체 왜 이렇게 쎈 거야?’
이를 악물고 힘을 집중하면서도, 그 점이 의문이었다. 진정한 화이트 괴수의 힘이 원래 이 정도인가?
‘나, 나도 레드 결정체 있는데!’
“아, 안 돼요! 부서지겠어요!”
“모두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마지막 한 장 남은 광역 보호막이 부서지려는 순간 테레사가 그렇게 외치며 유지웅 앞으로 달려들었다. 몸으로 그를 보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머, 멈췄다?”
북극곰의 공격이 멈췄다. 대원들은 놀라서 전방을 살폈다. 북극곰의 위치가 변했다. 그리고 북극곰이 서 있던 지형이 파여 있었다. 누군가가 북극곰을 공격한 것이다.
“뭐야?”
“앗, 저기를 봐! 저게 뭐지?”
어느 대원이 허공을 가리켰다. 동료들의 시선도 그쪽 방향으로 향했다. 유지웅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오, 오리나!”
비비 인형의 모습을 한 오리나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오리나가 앞으로 내민 오른손 위에는 작은 태양을 응축한 듯이 찬란한 빛을 내뿜는 구체가 떠올라 있었다.
============================ 작품 후기 ============================
볼리베어(lv18, 30K 0D 25A)와 이렐리아(lv18, 0K 0D 0A)가 영혼의 맞다이 중.
반피 남은 애니비아(lv15, 0K 10D 0A)가 2렙 궁 믿고 달려들었다가 물어뜯기 한 방에 알로 돌아감.
오리아나(lv18, 0K 0D 0A)가 볼리베어 레이드에 가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