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02 %3C프리시즌 딜러편%3E 에피소드 : 나는 챌린저다 =========================================================================
「롤비군10년차 봤음? 답 없는 트롤 새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인생 승리자더라.」
「그게 무슨 말?」
「롤비군10년차 어제자 방송한 거 보셈. 42분 32초쯤에 나옴.」
「보고 옴. ㅅㅂ 지렸다. 저게 같은 사람 맞음?」
「큰일 났다. 여자친구가 오징어로 보이기 시작했어…….」
「아니, 어떻게 저런 찐따 같은 트롤이 저런 여신을 와이프로 데리고 있는 거야?」
「척 보면 딱이지 않냐? 여자 나이 되게 어려 보이던데, 세상 물정 모를 때 잘 꼬드겨서 결혼한 거겠지, 뭐…….」
「아무튼 부럽다.」
「와이프 방송에 또 얼굴 안 비치나?」
정효주의 미모는 시청자들 사이에 핫 이슈로 떠올랐다. 상위 0.015%의 미모, 1만 명 당 1.5명 꼴이라는 탱커의 미모는 유지웅을 노답 트롤 게이머로 알고 있던 이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롤비군이 방송으로 버는 수입이 상당하지 않냐?」
「그러게. 내가 듣기로 달에 900은 되는 거 같더라.」
「뭐야. 결국 우리가 쏴준 별풍선 덕분에 저런 이쁜 와이프 얻은 거란 소리?」
「그건 좀 오버다. 솔직히 롤비군 방송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되지 않았냐?」
「근데 유부남인데 방송만 하고 따로 하는 일은 없냐?」
「그러게. 그건 좀 이상한 듯.」
한편 유지웅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불거지는 부러움과 질시를 알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게임을 할 때마다 방송을 켜고 자신의 실력을 뽐낸다.
「진짜 할일 없는 백수 새끼 같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게임을 하는 거냐?」
「저런 노답한테 어떻게 그런 와이프가 있지?」
“게임하고 있어?”
“응.”
“간식 만들었는데 먹으면서 해.”
“알았어.”
「학학 와이프님 절 가져요!」
「롤비군님! 처제나 처형 뭐 그런 분들 없나요? 있으면 저 소개 점!」
「롤비군님!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쁜 처제 있으면 제발 소개 좀 부탁해요!」
어쩌다가 정효주가 얼굴을 한 번 비추기라도 하면 채팅방은 난리가 난다. 물론 그녀는 몰랐다. 열심히 게임을 하는 소꿉친구가 굶지 않도록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줬을 뿐이다.
방송을 하는 것은 아는데 시청자 수가 한 10명도 안 되는 줄 안다. 유지웅의 게임 실력은 그녀가 봐도 정말 형편없기 때문이다. 어떤 미친놈이 저런 실력자의 방송을 보겠어?
시청자 수가 설마 몇 만 명을 돌파한 그런 인기BJ인 줄은 그녀는 꿈에도 몰랐다.
“휴우, 오늘 게임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혼을 불사른 플레이를 했더니 좀 많이 피곤하네요.”
「혼을 불사른 게 저거란다…….」
「진짜 이런 노답 트롤 새끼한테 그런 여신 와이프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롤비군님! 정말 그 분 와이프예요?」
방송을 정리하기 전 유지웅은 시청자들의 채팅방을 보고 눈에 띄는 질문을 골라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준다. 주로 자기 신상에 관한 것보다는 게임 플레이에 관한 대답을 해준다.
그런데 오늘은 게임 플레이 관련 질문이 일절 없었다. 남심으로 대동단결!
“아, 사실 아직은 아니고요. 올해 안에 결혼할 사이에요.”
「내가 저럴 줄 알았다! 저런 노답 새끼가 그런 여신을 어떻게 와이프로 거느릴 수 있냐!」
「올해 안에 결혼한다잖아. 뭐가 다른데?」
「님들 그걸 믿음? 난 처음부터 거짓말일 줄 알았음.」
「뻔하다. 방송하면서 돈 좀 벌었다고 으스대니까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가 넘어온 거겠지. 안 봐도 비디오다.」
「그건 너무 비약인데…….」
질시와 부러움에 찬 이들이 욕이나 근거 없는 비난을 해댔다. 그러나 채팅창이 너무 정신없이 빠르게 올라가는 바람에 유지웅은 미처 그런 것들을 다 보지 못했다.
“갓난아기 때부터 같이 알고 지낸 소꿉친구인데 되게 참하고 착해서 좋아하게 됐어요.”
「와, 그럼 양가쪽 어른들도 아시는 거임?」
“곧 말씀드려야죠.”
「?? 뭐야? 그럼 결혼할 사이 아니지 않음?」
「그러게. 양가 부모도 아직 모르는데 무슨 벌써 결혼할 사이라는 거임?」
「뭐야, 알고 보니 혼자 앞서 나간 그런 거네.」
「ㅋㅋㅋㅋㅋㅋ 롤비군 이 새끼 게임 실력도 착각 쩌는데 연애도 착각 개쩐다.」
채팅창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럼 그렇지, 와이프는 무슨 와이프,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고 있었네, 역시 노답 트롤 새끼였어, 뭐 그런 비방이 오갔다. 그의 게임 플레이를 보고 킬킬거리던 분위기 그대로였다.
“밥 다 됐는데 내려 와.”
“응, 알았어.”
「소꿉친구가 진짜 착하고 참하네. 혼자 사는 친구 밥도 제대로 못 먹을까 봐 요리도 해주고.」
「집이 가까운가 봐.」
「님들, 근데 상식적으로 아무리 남매 같은 소꿉친구라도 매일 오다시피 하면서 밥해주고 챙겨주고 하는 것은 그린라이트 아님?」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셈. 그런 여신이 뭐가 아쉬워서 저런 노답 트롤 새끼를 남자로 보겠…… 어? 화면 왜 이럼?」
「롤비군이 일어나면서 카메라 건드린 듯. 지금 카메라 돌아갔다.」
「뭐, 뭐야!」
「맙소사! 지금 우리가 뭘 보고 있는 거임?」
유지웅은 웹캠이 아니라 고성능 소형 캠코더를 연결해서 방송을 한다. 그래서 방송 화질이 매우 좋다.
근데 캠코더가 작다 보니 일어나면서 실수로 툭 친 게 카메라 각도가 완전히 돌아가 버렸다. 심지어 방송을 끄는 것도 잊었다.
원래 그는 상층 침실 구석에 게임 방송 데스크를 차려놨다. 아무래도 하층 거실에 두면 효주도 있고 해서 방송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구석 방향으로 비추던 캠코더가 실수로 돌아가면서 완전히 반대쪽 방향을 비추고 말았다. 그러니까 200평대 침실이 그대로 보이도록.
「이게 사람 사는 집이야?」
「이거 최소 200평.」
「이거 침실임? 거실임? 와, 무슨 침실이 저렇게 넓어?」
「인테리어 장난 아니다. 진짜 영화에서나 보던 집 같다.」
채팅방은 난리가 났다. 캠코더가 실수로 돌아가면서 드러난 상층 침실 풍경은 화려함과 사치의 절정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200평은 족히 되어 보인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야경이었다.
캠코더가 워낙 성능이 좋다 보니 벽면 창밖의 풍경까지 고스란히 찍어서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침실 규모에 발광하던 이들 중 일부가 문득 창밖의 야경에 주목했다.
「와, 야경 쩐다.」
「잠깐, 저거 63빌딩 아니야?」
「어, 그러네? 그럼 설마 한강 근처 아파트인가?」
「근데 한강 근처에 저렇게 방이 넓은 아파트가 있냐? 저거 못돼도 200평은 되어 보이는데…….」
「63빌딩이 다이랙트로 보이네. 이거 시야각으로 찾아보면 어떻게 집 위치 안 나오냐?」
「내가 계산해봄. 공돌이의 근성을 보여주겠다.」
창 밖 야경에는 63빌딩이 곧바로 보이고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건물은 일절 없었다. 그렇다면 BJ의 집이 꽤 고층 아파트라는 소리가 된다.
「캠코더로 보이는 63빌딩의 각도를 일직선으로 보면 후보군이 꽤 줄어든다.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저 침대 모델 검색해봤는데 저거 킹사이즈임. 침대 크기 대비해서 방 크기 계산해봤는데 최소 180평 이상임.」
「잠깐! 나 지금 계단 발견함.ㅋㅋㅋㅋ」
「저? 진짜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있다. 저걸 왜 이제 봤지?」
「그럼 복층 아파트라는 소리 아님?」
「찾았다! 63빌딩이 이 각도로 보이는 아파트 중에 180평 넘고 복층인 아파트는 딱 하나 있음!」
「어디? 어디임?」
「여의도 케즈빌 최상층 펜트하우스임. 평수가 200평대라 함. 복층 구조니까 총 400평임. 롤비군 이 분 최소 펜트하우스에 혼자 사시는 분.」
「펜트하우스? 그게 뭐냐?」
「서민은 모르는 그런 게 있음.」
펜트하우스가 뭔지 모르는 이들도, 200평대 복층 구조 아파트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심지어 63빌딩이 바로 보이는 한강에 위치했다.
「혹시 가격이 얼마나 됨?」
「검색해봤는데 케즈빌 펜트하우스 그거 600억은 줘야 살 수 있다고 함.」
「600억? 미쳤다! 60억을 잘못 말한 거 아니지?」
「600억 맞음.」
「600억이나 60억이나 어쨌든 인생 승리자 아님?」
「와……. 나 할 말 잃음.」
수만 명의 사람들이 참가한 채팅창이 일순 고요해졌다. 실로 기적 같은 일이다. 아무리 잠깐이라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저거 월세도 달에 최소 천 이상으로 알고 있음.」
「개쩌네…….」
「승리자네…….」
「와이프님의 미모가 이제 납득이 되고 있어…….」
「아직 와이프 아니라잖아.」
「무슨 상관이야? 600억대 펜트하우스에 혼자 사는 남잔데, 나라도 장가가겠다. 기꺼이 게이가 되겠어.」
얼마 후 방송이 종료되었다. 오랜 시간 아무 작업이 없자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졌기 때문이다. 방송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시청자들은 방송국 게시판에서 오랫동안 게시글과 댓글로 이야기를 했다.
「씹노답 트롤 새끼인 줄 알았는데 진짜 위너였다.」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앞으로 나 별풍선 안 줄래……. 무슨 재벌한테 적선하는 것도 아니고…….」
「어, 님들? 지금 롤비군님이 공지사항 올림! 이거 봄?」
「내용이 머임?」
「이번 주말에 정모한대여! 오프라인으로 자기 게임하는 거 보여주고, 개인 교습도 해준대여! 게임 강의도 한다고 함!」
「……1대1 교습?」
「강의?」
============================ 작품 후기 ============================
게임까지 잘하면 불공평하자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