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귀족이다-817화 (817/1,550)

00817  %3C프리시즌 딜러편%3E테러와 트롤 사이  =========================================================================

중국은 유지웅이 풀어버린 국채 물량 때문에 적지 않은 타격을 보았다. 그 때문에 공산당 지도부는 유지웅이라면 이를 갈고 있었다. 저번에 유지웅이 기습적으로 쏟아낸 국채 물량 때문에 위안화 환율이 한동안 휘청거렸고, 그로 인해 국가 경제에도 손실이 있었다.

이는 국가 자존심 문제였다. 일단 급한 대로 국채 물량 공격을 받아내고 한숨을 돌린 중국 지도부는 결코 그 일을 넘어가지 않으리라 벼르고 있었다.

결국 한국은 경제 봉쇄로 고사할 것이다. 그때 본격적으로 개입하여 복수도 하고, 체면도 차리고, 그리고 과실도 취하리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웬걸? 뚜껑을 열어보니 일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결정체 좀 팔아주세요! 원화 좀 팔아주세요! 가전제품 좀 팔아주세요!

―저 놈 말고 저한테 먼저 팔아주세요!

“자, 줄을 서시오.”

유지웅 팬카페 익명 장터 게시판에는 해외 아이피가 넘쳐났다. 국적과 신분을 숨기고 결정체를 매입하기 위해 달려든 해외 바이어들이었다.

유지웅은 블루 결정체를 이용해 원화의 가치를 올리고, 수출품도 내다팔고, 필요한 수입품은 매입하고, 심지어 입맛대로 끼워 팔기를 하거나 사은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니, 내가 님들 물건 이렇게 많이 사줬는데 사은품이 이거 밖에 안 돼요?”

―저희도 몰래 밀거래 하는 거라 조금 빡빡해서…… 남는 게 없어요. 정말입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정부에서 비호해주고 있는 거 내가 다 아는데? 오히려 나라가 보호하는 밀거래라서 세금도 합법적으로 안 내는 거 다 아는데?”

―…….

“잔말 말고 밀가루 일만 톤 샀으니까 일천 톤은 서비스로 주세요.”

―그, 그건 너무 과합니다!

“장사 하루 이틀 하고 말 거예요? 기분 좋게 사은품 챙겨주면 내가 흡족해서 다음에 또 살 거 아니에요? 그냥 쿨하게 사은품 내놓으라고요.”

―드, 드리겠습니다!

유지웅은 ‘나라가 보호하는 밀거래’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거 이번에 새로 출시한 가전제품들인데 아주 좋아요. 열정 넘치는 협력업체들에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부품들이 안에 들어가 있어요. 사는 김에 이것도 사 봐요.”

―다, 당장은 큰 필요가 없는데요?

“어허, 내가 설마 재고 처리 같은 거 하는 사람으로 보임? 군말 말고 그냥 한 번 사서 써보시라니까. 내가 특별히 싸게 해드릴게.”

―예전보다 오히려 가격이 비싸졌는데요?!

“아, 그거야 예전 가격이 잘못 책정돼서 그런 거고요. 정상 가격으로 다시 책정한 건데 거기서 내가 특별히 30%나 할인한 가격이라고요. 나 못 믿음?

―사, 사드리겠습니다!

일개 팬카페의 장터 게시판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수출품과 수입품이 거래되는 진귀한 현상이 빚어졌다. 유지웅은 적극적으로 판매중개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상품을 팔고,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수입품을 매입했다.

그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블루 결정체가 지닌 힘이었다.

왜냐하면…….

―칼 자이쯔! 신 반도체 개발 단서 발견! 블루 결정체의 새로운 활용!

―화이자! 새로운 암 치료제 가능성 언급! 항암 효과 10배 높고 부작용은 5배 이하로 적어! 블루 결정체의 힘!

―블루 결정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달성에 필수!

그린 결정체는 에너지, 재료 물질, 신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널리 쓰인다. 예를 들어 고강도 H빔을 만드는 데에도 쓰이고,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심지어 그린 결정체와 상관없을 것 같은 석유화합물에도 첨가된다. 말 그대로 안 쓰이는 곳이 없다.

그런데 블루 결정체를 사용할 경우 그린 결정체보다 훨씬 뛰어난 H빔, 철근, 신약,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에너지는 기본이다.

이러니 기업들의 경쟁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혈안이 돼서 블루 결정체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 이상 그 흉악한 테러리스트에게 휘둘릴 순 없소. 한국 역시 마찬가지요.”

“맞습니다. 위대한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이 일개 테러리스트의 눈치를 본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하지만 희생이 적지 않을 겁니다.”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면 응당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역사에 기록되어 두고두고 자랑할 수 있는 희생이란 말입니다.”

그런 한국의 상황은 중국으로서는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반도국은 작지만 강한 거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어떤 손해를 치르더라도 거꾸러뜨려야 했다. 그리고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한국은 즉각 테러 행위에 대해 사죄 및 배상하고 UN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라. 이에 대한 수락의 의사표시를 지금으로부터 72시간 안에 취해라.」

중국 정부는 그렇게 최후통첩을 했다. 아마 한국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굴욕적인 무조건 항복이나 다를 바 없으니.

중국은 일부러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과 시간제한을 걸었다. 명분을 쌓기 위해서였다.

최후통첩을 날린 후 중국은 자유 행사를 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전투 병력을 이용한 국지전은 괴수를 자극할 수 있으니 현대전에서는 공멸을 바라지 않는다면 시행할 수 없다.

때문에 중국은 대량의 미사일 전쟁을 준비했다. 중국 전역에 있는 모든 미사일 기지가 용트림을 준비했다.

*  *  *

“왜 하필 72시간이죠?”

“아마도 전국인민대표대회 회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강세입니다. 72시간이 경과한 다음날 전인대 정례 회의가 열립니다. 전인대는 중국 헌법상 국회 기능을 하는 최고 국가권력기관입니다.”

“아하, 그 자리에서 저를 어떻게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겠다는 거군요?”

“예. 중국은 유지웅 씨와 우리나라를 이번 전인대에 대대적으로 이용해먹을 작정입니다.”

“중국이 그렇게 나온다면 저로서도 참을 수 없는 일이지요. 위조 여권 준비해주세요.”

“예?”

위조 여권이란 소리에 남기철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니, 저번에도 위조 여권 받아가서 제대로 큰일을 치르고 오지 않으셨나?

물론 국가 입장에서는 그게 전화위복이 되긴 했다. 그래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또 자라 보고 멀쩡할 리가 있겠는가.

“서, 설마 중국 한복판에서 테러를 하시려는 건…….”

“아니, 제가 테러를 왜 합니까?”

저번에도 하셨잖아요! 영국 가서 제대로 크게 한 방 터트리고 오셨잖아요! 남기철은 그렇게 외치고픈 심정이었다.

유지웅은 알았다는 듯이 작게 감탄사를 내고는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봤다.

“런던 참사 그거 제가 한 거 아니라고 했잖아요. 설마 남기철 국장님, 아니 정부는 저를 못 믿는 겁니까?”

“아닙니다. 믿고 있습니다.”

믿고 있기는 개뿔. 정부 고위 관료 중에서 유지웅의 결백을 믿는 이는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유지웅이 런던에 공격을 한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마 요즘은 ‘테러가 아니라 체포에 항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한 자기방위가 과잉적으로 나타난 비극’이라는 과잉방어론이 대세다. 그래도 내 나라 국민이니까 심정적으로는 편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든 국회든 대외적으로는 ‘절대 테러가 아니다. 아마 다른 폭발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시치미를 잡아떼었다.

“빨리 위조 여권 갖다 주세요. 급하단 말이에요.”

“아, 알겠습니다.”

저번에 그것은 이미 한 번 사용을 한 터라 더 이상 쓸 수가 없게 되었다. 남기철은 가슴에 돌이 내려앉은 듯했지만, 중간직이 별 수 있나. 상부에 그대로 전달했다.

당연히 상부는 청와대에 전달했고, 대통령은 뒷목을 잡고 측근들을 소환했다.

“유지웅 딜러가 위조 여권을 또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중국으로 갈 모양입니다.”

“절대로, 절대로 안 됩니다! 북경에서 그 짓을 되풀이했다가는 정말 국제사회에서 고립당하고 맙니다!”

“맞습니다! 한 번은 우리 정부도 알지 못하는 터라 어찌어찌해서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두 번은 안 됩니다! 이 일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 번 더 고립당하면 이번에는 세계 기축통화국이 되는 거 아닙니까? 요즘 밀거래 시장 돌아가는 거 보면 분위기가 그렇던데요.”

“…….”

누군가 생각 없이 꺼낸 말에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말을 꺼낸 이도 무안했는지 얼굴을 돌렸다.

‘그럴 듯한데?’

‘듣고 보니…….’

‘사실 UN에서 탈퇴당하고 오히려 국가 경제가 나아졌어.’

심판 몰래 반칙으로 넣은 결승골이 그렇게 달콤하다던가. 정부 각료들은 순간이나마 고민에 빠졌다. 선수가 반칙을 하려는 것을 한 번 더 모른 체 해, 말어? 감독으로서 피할 수 없는 번뇌였다.

“……요구를 들어주도록 하죠. 어차피 우리 힘으로 어찌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요구를 안 들어주면 청와대에 쳐들어와서 난리를 피울지도 모릅니다.”

“꼭 런던에서 했던 것처럼 난리를 피운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절대로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으면 될 겁니다.”

모든 것은 믿고 싶은 대로.

*  *  *

“오오, 많이도 왔네.”

입맛을 다시는 유지웅을 보고 안내를 맡은 국정원 요원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역시 사실이었나?’

런던 참사는 거짓이 아니었단 말인가? 요원은 불안해졌다. 전인대 한복판에서 설마 난리를 피우는 것은 아니겠지? 저 많은 사람들을 다 죽여 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어, 가만?’

잠깐? 그러고 보니 저곳을 날려버리면 어떻게 되나?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머리가 날아가는 셈이지 않나? 왠지 이거 솔깃한데?

“자, 갑시다.”

“아, 예.”

요원은 성큼성큼 앞서 나가는 유지웅의 뒤를 따르며 걱정 반 궁금증 반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트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테러범이 되었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ㅌㄹ이(가) 되고 싶다.

ㅌㄹ가 멀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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