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41 %3C프리시즌 딜러편%3E 이건 미친 짓이야 =========================================================================
「대박. 완전 대박.」
「레드 몹을 사육한댄다.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발상이냐?」
「됐고, 난 지리는 중. 팬티가 남아나질 않는다.」
「근데 사육이 가능하긴 한 거냐?」
한강에 나타난 해양 레드 타입 괴수를 유지웅이 생포했고, 그것을 키우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많은 국민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괴수를 키워서 잡아먹, 아니 써먹겠다니! 누가 감히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정부는 괴수 생포와 사육을 비밀로 하고자 했다. 그러나 워낙 목격자가 많은데다가, 유지웅이 팬카페에 공지사항으로 떡하니 올려버렸기에 그것은 불가능했다.
「바다는 해양 괴수 때문에 많은 유용한 항로가 막혀 있다. 그러나 레드 몹을 이용하면 기존에 이용하지 못했던 항로들을 개척할 수 있다.」
「유지웅 딜러가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했을 것.」
「생포된 레드 몹, 얌전히 사람의 눈치를 살펴.」
「한국, 세계 최초로 레드 몹 보유국 되나?」
언론은 앞을 다투어 이 사실을 보도했다. 해외에서도 취재 요청이 정신없이 몰려들었다. 레드 몹 사육이라는 사상초유의 아이템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여론까지 흥분한 것이다.
「한국, 부정할 수 없는 레이드 강국.」
「상임이사진의 한국 UN탈퇴 승인은 21세기 최대의 무리수?」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언론은 향후 미래에 관한 절반의 우려와 절반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미 한국은 유지웅의 존재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UN탈퇴 및 각종 경제 제재는 전혀 발목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거리낄 게 없어져 이전보다 더욱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최초의 레드 몹 보유국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이와 같은 변화가 앞으로 한국, 그리고 동아시아의 미래를 어떻게 견인할지, 서방의 언론은 우려와 부러움이 섞인 견해를 내놓았다.
반면 영국은 조금 달랐다.
「이번에 한국이 얻은 레드 몹이 해양 괴수라고 하더라. 만약 그걸 완전히 길들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레드 몹을 도버 해협으로 보내서 해로를 차단하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는 거냐? 해외 운송 수단이 항공로와 해로뿐인데?」
「해저터널이 있잖아.」
「병신. 넌 해로 봉쇄하면서 해저 터널은 놔두겠냐? 위치가 세상에 뻔히 공개돼 있는데?」
「항공로를 이용하면 되잖아.」
「그 많은 수입 생필품과 수입 식량을 전부 비행기로 옮기자고? 이거 라면 값이 백배는 되어야 정신을 차릴 놈일세.」
다른 서방과 달리 영국 언론과 여론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과 한국의 사이는 고금을 통틀어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상태다. 수교는 오래 전에 단절되었고, 어느 쪽이 먼저 선전포고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나쁘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섬 국가다. 국제 무역을 함에 있어 해로에 많은 것을 의존한다.
만약 한국이 레드 몹을 성공적으로 길들여 영국의 해상을 봉쇄한다면, 영국은 결국 고사할 수밖에 없다. 전자제품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도 아니고, 일반 상품까지 비행기에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 취하는 강경 외교 정책이 별 소득을 얻지 못한다는 것에 불만 여론이 점차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불만 여론은 16만 여의 런던 시민 학살이라는 공분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실익이 없는 드잡이질만 한다고 날카로운 비난을 던지고 있었다.
여기에 한국의 결정체 암시장, 레드 몹 보유까지 더해지자 불만 여론은 더욱 적극적으로 정권을 비난했다.
「미국은 이미 한국을 사실적인 비테러지원국으로 인정하고 수교를 다시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영국은 지금 뭐 하나?」
「원래 잘하던 거 있잖아? 미국과 외교 보조 맞추기. 근데 왜 이번에는 안 하지?」
「지금이야 혼란기니까 잠잠한 거지, 조금만 있어 봐라. 한국이 눈 깜짝할 사이에 추월해서 앞으로 나아갈 테니까. 그전에 어떻게든 관계 회복을 해야 한다.」
국제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익이다. 이와 같이 주장하는 불만 여론에 대해, 기존 여론은 불같이 맞섰다.
「헛소리! 한국은 무고한 런던 시민을 이십만 명 가까이 학살하고도 사과 한 마디 없는 뻔뻔한 악의 국가다! 그런 국가와 화해를 하자고? 그것도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한국이 먼저 무릎 꿇고 나와서 백배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가 먼저 화해를 청하자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어느 곳에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먼저 화해를 청하는 법은 없다!」
유지웅은 런던 시민 16만 여 명을 학살했다. 그런 인물이 다스리는 나라와 화해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과반의 여론이 이와 같은 정당한 분노에 지지를 보냈다.
불만 여론도 잠자코 있지만은 않았다.
「사실 유지웅 딜러가 학살했다는 증거는 없지 않나?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데?」
「맞다. 그의 책임이라고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현 정부다.」
「미국을 봐라. 정말로 유지웅 딜러의 책임이라 여겼으면 공동선언이니 뭐니 같은 관계 회복에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을 거다. 지금 우리나라만 흐름을 거스르고 역주행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은 왜 못해?」
「이 비겁한 패배자들! 그러고도 너희들이 영국 시민이라고 할 수 있냐!」
「이 멍청한 피해주의자들! 한 번쯤은 생각이란 것을 하고 세상을 바라보란 말이다!」
「뭐야!」
「어쩔 건데?」
유지웅이라는 외부의 적을 맞아 어느 때보다 강력한 담합을 보였던 국론은, 이미 두 개로 분열된 채 유례없는 혼란을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 * *
“죄, 죄송합니다.”
대통령은 고개를 숙인 아들을 말없이 바라봤다. 얼마나 죄송스러운지 아들은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한숨이 솟구쳤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스린 뒤 차분히 말했다.
“귀속됐다고?”
“……네. 사실 그게 뭔지는 잘 모릅니다. 아직 얼떨떨하기만 하네요.”
“그래도 대강 설명은 들었지?”
“……네.”
귀속 반응. 그것은 블루 결정체가 최초로 접촉한 레이더에 보이는 독점 현상을 말한다. 일단 레이더에 귀속된 결정체는 그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최현석이 얻게 된 결정체의 결정도는 7,000. 무려 7,000억 원의 가치에 해당하는 놀라운 수치다.
“난 지금까지 자식들의 꿈과 의사를 존중했고, 올바르게 자기 길을 걷는다면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됐구나.”
“아, 아버지!”
“내일부터 당장 레이드 본부에 출근하거라.”
최현석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빛에는 놀라움과 억울함이 가득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 레스토랑은 어떡하고요?”
“부업으로 하는 거라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전업은 안 돼.”
“그럴 순 없습니다! 세계 최고의 셰프가 제 꿈이라는 것은 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
“그러게 누가 그걸 받으래?”
“제가 받고 싶어서 받은 게 아닙니다! 힘을 써서 억지로 쥐어준 거라고요! 제가 무슨 수로 그 사람을 힘으로 이깁니까!”
아들의 절절한 마음은 이해한다. 유지웅은 탱크의 단단한 장갑도 맨손으로 찢어버릴 수 있을 거라 추정되는 인물이니까. 레이더라고 해봤자 힐러인 아들이 힘으로 이길 수가 있나.
그래도 대통령은 냉정한 빛을 지우지 않았다. 사실 그도 조금 억울했다. 이왕 이리 된 거 아들을 끌어들여야겠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대통령이나 되어서 7,000억짜리 재화가 낭비되는 꼴은 두고 볼 수 없다. 하물며 다른 이도 아닌 내 친아들인데.”
“저는 아버지가 사임을 한다고 해서 그만…….”
“그래서 결정체를 받았다?”
“아니! 그건 아닙니다! 그때는 이미 결정체를 받아버린 뒤였다고요!”
“아무튼 내일부터 레이드 본부로 출근하거라. 레스토랑은 며늘아기한테 맡기고.”
“그, 그런!”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이보다 절망스럽지는 않으리라. 최고의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이 강제로 무너졌다. 최현석은 양손으로 뺨을 감싼 채 고개를 숙였다.
아들을 냉정히 바라보며, 대통령은 나름대로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제 2년……. 아니, 일 년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4년 임기는 절반을 살짝 넘긴 상태다. 이 년이 조금 안 되는, 좀 더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일 년이 조금 넘는 시간만 참으면 된다. 단임 대통령이란 명예롭지 않은 꼬리가 붙긴 하겠지만 재선 출마 포기를 했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까?
“대통령님. 유지웅 딜러가 접견을 요청했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유지웅에게 사전 약속 따위는 필요 없다.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청와대를 찾아온다. 그러면 비서실에서는 부랴부랴 스케줄을 취소하고 대담 자리를 만든다.
어떻게 보면 민폐이기는 한데 그것을 민폐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유지웅은 이 나라에서 초법률, 초권력적인 인물이니.
“여기 계셨군요. 어? 허셰프도 있었네요?”
“…….”
최현석은 자신의 방송 별칭을 부르는 유지웅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어제 방송도 잘 봤어요. 역시 최현석 셰프의 캐릭터는 알아주더군요. 저도 빨리 출연하고 싶어요.”
“……출연은 제 소관이 아닙니다. 그것은 피디한테 이야기하시죠.”
“안 그래도 메일 몇 번 보내놨는데 안 읽는 것 같더라고요. 말 좀 전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 메일 좀 읽으라고.”
그렇게 유지웅은 가벼운 안부로 유쾌하게 서두를 시작했다.
“괴수 사육은 잘 되어 가나요? 제가 제대로 쥐어 패놓았으니 아마 말은 잘 들을 겁니다.”
“……최고의 공격대를 동원해서 사육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과정이 순조롭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유지웅이 괴수를 선물하긴 했으나, 소유권은 여전히 유지웅에게 있었다. 김기영과 김범석이 발 빠르게 나서서 그렇게 계약 관계를 처리한 것이다. 대신 정부는 괴수 사육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부담하고, 이용권에 관한 지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신지……?”
대통령은 그것이 불안했다. 유지웅은 뜬금없이 청와대를 찾아오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아무 일 없이 찾아오진 않았다. 즉 중요한 용건이 있으면 예고 없이 찾아오곤 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일마다 매번 한국이 휘청거릴 정도로 큰일이라는 게 문제다.
“내후년 대통령 재선에 도전하실 건가요?”
“…….”
당연히 안 할 생각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 이야기는 왜 갑자기 꺼내지? 아들한테 뇌물까지 먹여가면서 사임을 저지한 사람이?
대통령이 대답이 없자 유지웅은 자기 할 말을 이어 나갔다.
“음……. 제가 WCO와 UR이라는 기구를 만들기로 했잖아요. 그건 아시죠?”
“네. 그런데요?”
국제 결정체 센터. 그리고 공격대 연합.
유지웅이 창설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국제 기구였다. 벌써부터 온 나라의 관심이 몰려들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왜 그 이야기를 꺼내지? 대통령은 벌써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라 WCO와 UR을 운용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요. 그래서 세계은행 비슷한 것을 하나 만들어서 자금 지원을 원활히 하려고 하는데, 총재를 맡길 만한 적당한 인물이…….”
대통령은 주저 없이, 빠르게 대답했다.
“재선 출마합니다. 3선도 할 거고 4선도 할 겁니다. 그러니 다른데 가서 찾아보시죠.”
“그래요? 아쉽다…….”
유지웅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다음에 할 말은 잊지 않았다.
“그럼 퇴임하신 다음에 다시 올게요.”
“이, 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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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미 잡혀 있다. 단지 깨닫지 못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