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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귀족이다-851화 (851/1,550)

00851  %3C프리시즌 딜러편%3E 에피소드 : 파워블로거  =========================================================================

‘나는경제다’의 블로그는 투자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금세 신화로 떠올랐다. 소액 투자가들 치고 그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특히 미국의 레이드 1차 산업 지원 정책의 이면과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한 것은 투자계의 전설이었다. 오죽하면 기관 투자가들도 그를 예의주시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성지 순례 왔습니다.」

「성지 순례요. 그런데 나경제님은 더 이상 업뎃은 안 하시나? 요즘 통 칼럼을 안 올리시네.」

「이분 원래 일주일에 한 편 정도 올림. 아직 5일 밖에 안 지났으니 느긋하게 기다리셈.」

블로그에는 그를 찬양하는 댓글로 넘쳐났다. 파워 블로거와 논쟁하며 노이즈 마케팅을 한다는 비아냥거림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유명 연구소 현직 직원이자 파워 블로거인 김박사가 자기 블로그에 짧게 적은 글이, 이런 분위기에 정점을 찍었다.

「나는경제다, 그 분 글을 보면 예측을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예측을 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현상 분석이나 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일절 없다.」

「오박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럼 나경제님이 대충 찍어 넘긴단 말씀인가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미래를 예측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견입니다.」

「예측이 아니라면, 그럼 뭐죠?」

「그 부분은 제가 대답을 아껴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소송이라도 걸리면 곤란해서요.」

예측이 아니다. 이 말을 놓고 방문객들 사이에서 논쟁이 불붙었다.

‘나는경제다’는 여러 번에 걸쳐 정확한 사실을 맞췄다. 찍어 맞췄다기에는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블로거 오박사는 예측은 아닌 듯하다고 한다. 그럼 대체 무엇인가?

「전부터 느낀 건데, 나경제 이 사람은 특별한 정보 소스가 있는 것 같다.」

「그게 결국 예측 아니야?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한 발 앞서 선점해서 미래를 예상하는 거잖아?」

「아니아니, 그런 소리가 아니야. 단순히 유용한 정보를 남보다 빠르게 획득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는 이야기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잘 봐. 이 게시물에서 나경제는 ‘미국은 ISD에 시달리다 처음 발표대로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을 했어. 이건 단순히 정보 입수에서 나온 말이라 보기 힘들어. 난 왠지 나경제가 사모펀드회사 MIDVAYNE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그럼 나경제는 MIDVAYNE이 백악관의 뜻을 꺾을 것을 알고 그런 변화를 예상한 건가?」

「헐. 나 소름. 이거 그럴듯하다.」

「아니, 그런 대형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블로그질이나 하고 있음?」

「내가 찾음. MIDVAYNE이 운용하는 총 투자금 규모가 100억 원도 안 된다고 함.」

「뭐야? 겨우 100억?」

「말도 안 돼! 어떻게 겨우 그 정도 금액 밖에 안 되는 회사가 ISD 제소를 한다는 거냐?」

개미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나는경제다’가 MIDVAYNE과 연관이 있다는 가설은 그럴싸했다. 실제로 MIDVAYNE이 총대를 멘 뒤에 미국의 정책이 변화했으니까.

그러나 MIDVAYNE이 운용하는 투자금이 100억도 안 된다면 이야기가 좀 이상해진다.

「MIDVAYNE은 대체 뭐 하는 회사냐?」

「설립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네. 게다가 국적이 한국?」

「뭐, 우리나라 회사였어? 말도 안 돼!」

「외국계 자본가가 조세회피지역으로 우리나라를 고른 거겠지.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훨씬 쉽잖아. 난 미국 자본가로 추측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미국이 ISD 제소 한 번에 그렇게 입장을 바꿀 리가 없어.」

「그래도 훨씬 좋은 조세회피국가가 널렸는데 왜 하필 우리나라를 골랐냐? 말도 안 된다.」

「그럼 나경제는 미국인일 수도 있다는 거냐?」

「…….」

뜬금없이 터져 나온 ‘나는경제다 미국인설’은 소액 투자가들 사이에 무거운 숙제를 안겼다.

「흠, 문법 소양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닐 수도……. 자기 할 말만 적는 것도 한국어에 아직 서툴러서 그런 게 아닐까?」

「이 정도 문법이면 평균이지. 국어 전문 학자도 아니고 문법 띄어쓰기 칼같이 지키는 사람이 어딨냐?」

「내 생각에도 미국인은 아니지만 재미교포 2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경제다’의 정체를 놓고 수많은 호기심과 추측이 오갔지만 결국 아무도 해답을 얻진 못했다. ‘나는경제다’는 자기 할 말만 일방적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와 한 마디 이상 대화를 주고받은 이도 없었다.

예를 들어 그는 다른 파워블로거 칼럼에 반대를 할 때, 자기 생각을 댓글로 작성해서 단다. 그에 관해서 해당 블로거 혹은 다른 방문객들이 반론을 펼쳐도 반응이 없다. 마찬가지로 자기 블로그에 달린 댓글이나 질문글에도 일절 반응이 없다.

소통 자체가 되지 않으니 뭘 알아낼 수야 있나. 어떤 대답도 해주지 않는 행태에 많은 이들이 답답함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소리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일성그룹 해체는 확정이고, 비자금도 무사히 환수될 것.」

「하청 비리? 몇 년 안에 근절됨.」

「기업 비자금에 곧 폭탄 떨어짐. 전쟁 날 수도 있음.」

여느 분석가가 했다면 그냥 웃고 넘어가거나 혹은 진지한 토론 놀이에 한 번 쓰이고 버려질 이야기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예측이 틀린 적 없는 인물이 언급한 것이다.

그의 블로그에 글이 올라올 때마다 그 내용에 따라 국내 주식, 채권시장이 우왕좌왕했다. 일성그룹 해체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긴가 민가 하던 이들은 이제 그가 하는 말이라면 쇠로 죽을 쑨다고 해도 믿게 되었다.

「최저 시급 곧 만원으로 올라감. 2만원이 적당하지만 너무 급히 올리면 경제 타격이 클까 봐…….」

「헐. 나경제님, 이거 진짜예요? 완전 대박!」

「;;; 근로자 입장에서 최저 시급 만원되면 좋긴 한데 이럼 내가 묻어놓은 주식들은 어떻게 되는 거임? 기업주가들 엄청 폭락하겠네…….」

「아우, 나는 만원 올라간단 소리만 들어도 행복하다. 근데 진짜 나경제님 이거 어떻게 아셨지?」

그는 국제 경제 정세에 해박할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에도 놀라우리만치 정확한 예측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기업들 기술 경쟁력이 너무 형편없음. 앞으로 이런 기업들은 도태되는 시대가 될 거임. 편하고 치사한 길만 골라가는 애들은 당연히 망해야 함.」

어느 날 섬뜩한 예측 하나가 올라왔다. 지금까지 짧은 기간 안에 일어날 미시적인 사건을 언급했다면, 이번 것은 좀 달랐다.

「이건 좀 거시적인 예측인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좀 더 자세히 말해주면 좋겠는데.」

「나경제님! 편하고 치사한 길만 골라간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좀 알려주시면 안 돼요?ㅠㅠ」

일일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은 사실 아무 기대도 안 했다. 이번에도 ‘나는경제다’는 아무 반응이 없을 것이라고, 모두 체념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게시물을 마지막으로, 3주가 넘도록 ‘나는경제다’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슬슬 불안함을 느꼈다. 설마 그가 천기누설을 한 죄로 잡혀간 것은 아닌가, 하는 극단적인 망상을 내놓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초조하게 그의 귀환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무렵,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ㅈㅅ 코멘이 이리 많은 줄 이제 알았어요. 헐. 나 일일 방문객 수 이거 뭐죠? 개감동…….」

「무슨 말씀이세요?」

「일일 방문객 수 100만 돌파한 게 언젠데……. 혹시 이제 보신 거예요?」

「블로그 관리를 제가 안 해서요. 관리는 범석이가 하거든요. 전 칼럼에 적을 내용만 불러주는 거고, 범석이가 받아 적어서 올리곤 했어요.」

「범석이? 그게 누구죠? 친구인가요?」

「개인비서요.」

「개인비서래…….」

「와, 역시 존잘. 금수저.」

「근데 범석이란 이름 왠지 귀에 익은데……?」

그렇게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드디어 투자신께서 신도들의 열렬한 기도에 응답을 하시어 강림하셨다는 사실이다!

「나경제님! 투자 정보 좀 알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저도요! 저도 알려주세요! 이번에 M&K 주식을 샀는데 지금 이거 많이 올랐거든요? 좀 더 갖고 있을까요, 아니면 이제 팔아버릴까요?」

「M&K? 그게 뭐하는 회사죠?」

「M&K를 모르세요?;;;;」

국내 결정체 정제업체 중 2위를 자랑하는 기업을 몰라? 다른 이도 아니고 투자의 신이라 불리는 그가? 방문객들은 처음에 그가 농담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 아니면 계정이 해킹을 당했다거나.

‘이상하다. M&K를 몰라? 이게 말이 돼?’

‘혹시 해킹당한 거 아니야?’

‘시가총액이 82조 원이나 되는 기업을 모른다고? 이건 너무 어거진데?’

그렇다고 투자의 신으로 추앙받는 그한테 ‘혹시 다른 사람이세요?’라고 묻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만약 그가 기분이 상한다면, 그리고 더 이상 계시를 내려주지 않는다면, 이 많은 소액 투자가들은 과연 무엇을 이정표로 삼아야 하는가.

어느 누가 조심스럽게 용기를 냈다.

「우리나라 결정체 정제 기업이잖아요. 그 업종에서 시가총액이 2위에 달하는데. 82조 원이나 되는…….」

「ㅈㅅ. 제가 그런 구멍가게까지 다 알진 못해서요.」

‘구, 구멍가게래!’

‘뭐야? 이거 정말 해킹당한 거 아니야?’

「암튼 제 블로그 방문해주신 분들에게 많이 감사합니다. 저 지금 있다가 미국에서 택배가 왔대서 가봐야 해요. 아, 맞다! 지금 UN 재가입 때문에 정부와 국회에서 엄청 논의 중인 거 그냥 무시하세요.」

「왜, 왜죠?」

「UN 재가입 안 해요. 그럼 진짜 바빠서 이만.」

그리고 ‘나는경제다’는 사라졌다. 많은 이들은 허탈한 심정을 느껴야 했다.

「UN 재가입? 이거 거의 확정된 거 아니었음?」

「재가입 안 한대잖아. 그럼 가입할 일이 없겠지.」

「말도 안 돼. 지금이 얼마나 적기인데. UN 재가입이 물거품이 된다는 게 믿어져?」

「지금까지 나경제님이 한번이라도 틀린 적은 있구?」

「하지만 저 사람이 나경제 본인이라는 보장은 없잖아!」

사람들은 긴가 민가 하면서도 결국 UN 재가입이 불발된다는 쪽에 투자금을 배팅했다.

「충격! 정부, UN 재가입 없을 것이라 발표!」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의 예측대로 정말 UN 재가입이 불발로 끝난 것이다. 그것도 외부의 방해가 아니라 국내 내부의 결심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3주 만에 나타난 그는 블로그 주인이 분명했던 것이다. 잠시나마 흔들렸던 이들은 자신들의 얕은 신앙심을 뉘우치며, 매일같이 방명록에 들러 그의 귀환을 기도했다.

그러나 UN 재가입 불발을 언급한 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칼럼에 남긴 모든 내용은 장차 국내외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필수적인 투자 복음으로 길이 전해졌다고 한다.

*  *  *

“오오, 드디어 도착했다!”

인천항에 들어선 호화 크루즈선의 위용에 행인들도 잠깐씩 멈추고 질린 듯이 바라봤다. 길이만 4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호화 유람선의 위풍당당함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주눅 들게 했다.

“……택배 온다며.”

“응. 저거.”

항구까지 택배를 받으러 온다고 해서 대체 뭔가 했더니, 알고 보니 수조 원짜리 호화 크루즈선이란다.

“근데 저건 갑자기 왜? 어디다 쓰게? 여행 사업이라도 하려고?”

“아니. 낚싯배로 쓸 건데?”

“…….”

잠시 말문이 막힌 정효주는 문득 크루저슨 측면에 크게 새겨진 알파벳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Jungle Vayne? 저게 무슨 뜻이야?”

“응. 미드 베인 이제 질려서 정글 베인 하고 있어. 진짜 엄청 재밌더라.”

============================ 작품 후기 ============================

필독 공지!!! 입니다! 진짜 필독!!!

Q : 정규시즌 보고 싶다. 프리시즌 대체 언제 끝남?

A : 정규시즌 2월 10일 766편을 기점으로 완결됐습니다.

Q : 프리시즌으로 대체 왜 질질 끄는 거? 그냥 끝내면 안 됨?

A : 선호작 삭제를 부탁합니다. 저도 벽에 대화하는 기분이에요.

Q : 신작은 대체 언제?

A : 제가 쓰고 싶을 때? 쓸 상황이 되었을 때?

Q : 나 신작 보고 싶은데 프리시즌 끝내고 신작만 쓰면 안 됨?

A : 제가 님 전속 작가는 아니잖아요. 저 하구 싶은 대로 할 꺼에요.

Q : 신작에 관해 조금이라도 해줄 말은?

A : 준비하는 게 있긴 한데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않아서 공개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올해 안에는 가시적인 결과물이 있을 겁니다. 집필 일정이 확정되기 전에는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양치기 소년이 되기는 싫거든요. 창작하는 일 하다 보면 그런 일이 실제로 비일비재하고요. 창작이라는 게 제 맘대로, 제 의지대로만 되지 않아서요.

Q : 전에 말한 스페이스 오페라인가?

A : 저도 그러고 싶었는데 그건 좀 힘들 듯... 아마 시트콤 계열이 되지 않을까 생각 중. 그러나 레이드물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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