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09 %3C프리시즌 딜러편%3E 잡았다! 요놈....? =========================================================================
유지웅은 기억해냈다. 나미와 피즈가 인간 형태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을.
모든 화이트 괴수가 인간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건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미와 피즈의 예는, 히카리도 인간형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결정적인 것은 바로 미친 듯이 느껴지는 이 기세! 과연 화이트 괴수다운 산을 무너뜨릴 기세……라고는 죽어도 말 못하겠지만, 아무튼 일단 옐로 몹 정도는 낑낑거리며 물러날 힘이 느껴진다.
바로 이곳, 눈앞에서!
“하하하! 어딜 가시려고?”
유지웅은 앞으로 덥석 나섰다. 그리고 돈을 던지는 바구니를 냅다 뺏었다. 중년 남자는 기겁을 해서 바라봤다. 남자가 뭐라 뭐라 말을 하지만, 외국어라서 들을 수가 없었다. 여기가 독일이니까 아마 독일어겠지?
“정체를 드러내라! 이 사악한 놈!”
중년 남자의 멱살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다른 손으로는 묘기를 하던 소녀를 가리키며 외쳤다.
“아무리 말 못하는 미물이라 해도 그렇지! 감히 저렇게 어린 소녀를 인질로 잡고 착취하다니! 내가 인류의 이름으로 널 처단하고 말겠어!”
중년 남자는 겁을 잔뜩 먹은 얼굴로 뭐라 뭐라 반항했다. 그래봐야 산들바람 같은 저항일 뿐이다. 그제야 중년 남자는 유지웅의 힘이 예사롭지 않게 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얼굴이 더욱 새카맣게 죽어갔다.
주변에서도 난리였다.
“뭐야? 무슨 일이야?”
“몰라! 저 동양인이 갑자기 멱살을 잡더니 저러고 있어!”
“아니, 재주 잘 보고 돈도 잘 던져줬으면서 갑자기 왜 저래?”
“내가 아까 봤는데, 현찰을 뭉치로 던지더라! 트집 잡으려고 일부러 현찰을 그렇게 던진 거 아니야?”
“저 여자아이를 가리키면서 뭐라 뭐라 말을 했어! 분명히 소아성애자일 거야!”
“트집을 잡아서 저 여자아이를 어떻게 해보려는 게 틀림없어! 분명해!”
“경찰에 신고해야 해!”
구경꾼들은 난리가 났다. 몇 몇 힘 있는 남자들이 달려들어서 유지웅을 떼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유지웅은 돌로 만들어진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뭐, 뭐가 이렇게 힘이 세?”
“꿈쩍도 하지 않아! 툭 치면 날아가게 생겨놓고!”
“레이더다! 레이더가 틀림없어! 근딜 아니면 탱커라고!”
“레이더가 강도 짓을 하고 있어! 레이더 감찰센터에 신고해야 해! 경찰로는 안 돼!”
시민들은 난리법석이었다.
한편 유지웅은 유지웅대로 짜증이 났다.
“이것들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 니들을 구해주려는 건데 왜 이렇게 난리들이야! 이래서 영웅 노릇은 하면 안 돼!”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 그래도 머리가 있는지라 상황은 알 것 같았다. 유지웅은 눈을 부라리며 있는 대로 외쳤다.
“내가 지금 생사람을 잡는 게 아니야! 이놈은 사람으로 둔갑한 괴수라고! 히카리란 말이야! 방해하지 말고 저리 꺼져!”
유지웅은 팔을 한 차례 가볍게 휘둘렀다. 끙끙거리며 자신을 떼어놓으려던 이들이 저 멀리 나가 떨어졌다. 고통에 젖은 비명이 울렸다. 감히 나서진 못하고 지켜만 보던 이들이 귀청이 떨어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시끄러워! 저리 안 꺼져!”
유지웅은 선글라스를 벗고, 위협적으로 노려보았다.
일부 사람들의 눈빛이 변했다. 비로소 그가 누구인지 알아본 것이다. 저 얼굴을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유, 유지웅이다!”
“살인독재자!”
“살인독재자다! 살인독재자가 나타났어!”
“살인독재자가 거리 공연 부녀를 습격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딸을 범하려 하고 있어! 그것도 어린 여자아이를!”
유지웅은 있는 대로 짜증이 났다.
“뭐라고 떠들어 대는 거야! 이것들을 콱 그냥! 저리 안 꺼져!”
유지웅은 손을 높이 들었다. 손끝에 맺힌 섬광이 하늘 높이 발사되었다. 수직으로 뻗어 올라가던 빛은 허공에서 요란한 폭발을 일으켰다.
“으아아악! 우리 모두를 죽이려 한다! 증거인멸 하려나 봐!”
“도망쳐! 도망쳐!”
썰물 빠져나가듯이 사람들이 쫙 빠져 나갔다. 남은 것은 유지웅의 손에 멱살이 잡힌 히카리(로 추정되는 남자)와 녀석이 인질로 잡은 소녀뿐이었다.
‘이런 녀석쯤이야.’
유지웅은 한껏 의기양양했다. 운이 참 좋다. 유럽에 오고 사흘도 안 되어 이렇게 떡 하니 성공하다니. 아무래도 행운의 여신이 따르는 모양이다.
“왜, 왜 이러십니까?”
중년 남자는 애처롭게 말했지만, 말이 통할 리가 있나. 여기 말을 모르는데.
“모습을 드러내라! 이 녀석!”
유지웅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그 모습이 마치 피에 굶주린 맹수 같았다.
“어서 본 모습을 드러내라고! 이 망할 녀석! 악!”
그때였다. 유지웅은 등 뒤에서 강한 충격을 느끼고 그만 중년 남자를 놓쳤다. 그는 의식을 잃은 듯이 앞으로 푹 쓰러졌다.
아까 묘기를 부리던 소녀가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큰일 날 뻔했군. 이렇게 갑자기 마주칠 줄이야.”
소녀는 가볍게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온힘을 다한 공격이라 그런지 어깨가 많이 뻐근했다.
“역시 인간들 사이에 퍼진 말이 사실인가. 같은 동족임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던데.”
설마 3억이나 되는 인구를 인질로 잡겠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바로 쳐들어올 줄이야. 이것이야말로 이곳 사람들의 목숨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 아닌가.
“넌 이만 가 봐라.”
“예, 예?”
“더 이상은 네 도움이 필요 없다. 가 봐.”
“가, 감사합니다.”
거리의 재주꾼 노릇을 하며 먹고 살던 중년 남자는 바구니를 집어 들고는 후다닥 도망쳤다. 히카리는 기절한 것으로 보이는 유지웅을 내려다보았다.
“좀 더 가까이에서 인간을 관찰하며 공부하고 싶었는데 방해하다니……. 하지만 잘 됐어. 이제 더 이상 내 목숨을 위협할 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녀, 히카리는 히죽 웃었다. 아빠라면 깜박 죽을 수 없을 만큼 예쁜 미소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흉악한 괴수의 본능이다.
“이 녀석을 죽이고 나면 재미나게 놀아봐야겠어. 인간들을 가지고……. 킥킥킥.”
히카리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푸르스름한 빛이 각각 손바닥에서 흘러나와 하나로 뭉쳤다. 합쳐진 빛은 구의 형태를 이루며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죽어라!”
힘차게 외치며, 히카리는 힘껏 압축한 빛을 내던졌다.
그때였다. 기절한 줄 알았던 유지웅이 움직였다. 아니, 정확히는 왼손만 움직였다. 마치 왼손 혼자 깨어 있는 것처럼 번쩍 일어나 몸의 무게를 지탱하고, 그대로 히카리가 던진 빛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걸 맞고도 정신을 차리다니! 역시 쉬운 놈이 아니구나!”
히카리는 재빨리 두 손을 모았다. 정신을 차렸다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않으리라. 방심하지 않고 녀석을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뭐지?’
순간 히카리는 보았다. 유지웅의 자세가 뭔가 이상했다. 머리를 푹 숙이고 있고 오른팔과 두 다리도 축 늘어져 있다.
꼭 뭐랄까.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기절한 그의 왼손을 잡고 강제로 들어 올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왼손 혼자 낑낑거리며 몸을 지탱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놀라운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왼손이 마치 공을 받아내듯 손바닥을 쫙 폈다. 히카리가 던진 에너지 구체는 그 앞에 잠시 주춤하더니, 빨려 들어가듯이 사라졌다.
동시에 왼손 앞에 무언가 조그만 빛이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매우 빨랐다.
‘저게 뭐…….’
후속 공격을 하려던 히카리는 새하얀 빛의 파도가 자신을 덮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기억이 끊겼다.
* * *
“아야야…….”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유지웅은 뒤통수를 비비며 일어섰다.
“이게 어떻게 된 거……. 헉!”
그때 유지웅은 발견했다. 재주를 부리던 소녀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소녀를 안아 올리며 그는 분노했다.
“얘야! 괜찮니? 괜찮아? 이런 천하의 극악무도한 마물 같으니! 내 생명을 소중히 여겨 좋게 항복 권고를 하러 왔더니 기습으로 내빼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런 소녀까지 다치게 만들어! 용서할 수 없다! 노예로 만들어 평생 부려먹겠어!”
“흐으윽…….”
“애야, 정신이 들어?”
신음을 흘리던 소녀가 눈을 떴다. 그와 눈이 마주친 소녀는 갑작스럽게 그를 밀어내며 품을 벗어났다. 어린 소녀라 믿어지지 않는 굉장한 힘이었다.
얼떨떨해하던 유지웅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보니 왼손이 아직도 진동하고 있다. 이 미친 것아, 정신 차려! 이렇게 말하듯이.
“젠장! 네가 히카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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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주인공이라 해도 방심한 틈을 타서 힘껏 뒤통수를 맞으면 당할 수도 있습니다.
뒤통수를 주의합시다.
ps : 내용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