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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귀족이다-1098화 (1,098/1,550)

1098   < --  <프리시즌 헬조선편> 글로벌 공격대  -- >

“중국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필드 드래곤을 반드시 섬멸하겠습니다!”

국제공격대연합 설립을 공포하고, 첫 포부를 밝히는 자리에서 황백호 통령은 그렇게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연합의 첫 의장을 맡는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부의장은 유지웅, 정효주로 공동으로 맡게 되었다.

연합 설립식 날, 북한은 해외에서 밀려든 외신 기자들과 축하 사절단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국제 사회는 연합 본부가 평양에 세워진 것을 심상치 않은 변화의 조짐으로 받아들였다.

여러 선진국들은 무릎을 치며 선점을 빼앗긴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차후에도 지속적으로 괴수가 등장한다면, 국제공격대연합을 최초로 설립한 북한이 그 방위 체제 구축에 있어 주도권을 쥐게 될 테니.

설립식에 참석한 기자들도 그 점을 거론하며 수군거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레이더가 없는 국가에서 공격대연합을 설립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

“이러다가 차기 세계 패권을 북한이 쥐는 거 아니야?”

누군가가 웃자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말에 웃는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표정이 한층 심각해졌다.

“괴수한테는 재래식 무기가 아무 소용없어. 핵은 통할지 모르지만…… 절대 쓸 수 없는 카드지.”

“괴수가 나타날 때마다 핵을 쓴다면 지구 전체는 머지않아 방사능 오염으로 뒤덮이고 말 테니까.”

“앞으로는 국가 군사력을 재래식 무기가 아니라 보유한 레이더 수로 따져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레이더가 저 셋 외에 앞으로 더 나오기는 할까? 난 그게 가장 궁금한데.”

만약 황백호, 유지웅, 정효주 외에 다른 레이더가 생기지 않는다면 괴수의 습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여러 나라들은 그 점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빴다.

설립식은 비교적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국제공격대연합은 괴수의 위험으로부터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히 수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황백호는 설립식을 마치고 사흘 뒤 필드 드래곤 사냥을 위해 중국으로 떠날 것임을 밝혔다.

세계 유명 언론은 황백호가 사사로운 감정을 묻어두고 인류를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고 칭송했다.

“괴수 섬멸을 빌미로 자기를 죽이려고까지 했던 중국을 도와준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결정이 아니지.”

“참 속이 큰 사람이야. 북한은 정말 위대한 지도자를 얻었군.”

“국제공격대연합 설립에, 금 5,000톤에, 유지웅 의장의 전면적인 도움까지…… 이거 앞으로 북한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강자가 되겠는데?”

한편 중국은 국제공격대연합의 필드 드래곤 사냥 계획에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국가 고위 인사가 나서서 감사 성명을 발표할 법한데도, 쓸데없는 데서 자존심을 지킨다고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중국 놈들은 고마워하지도 않는데 뭐하러 도와주냐!”

“그냥 가지 마라! 필드 드래곤이 중국에서 설치게 놔두는 게 오히려 좋은 거다! 그놈들은 도와줄 필요가 없어!”

남한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지만, 그들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필드 드래곤 섬멸에 찬성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중국이 밉기는 하다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올바른 결정이야. 황백호 통령은 이번 일을 기회로 자기가 그릇이 아주 큰 지도자라는 것을 세계에 어필할 수 있게 됐으니.”

“대북 제재가 없어지긴 했지만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좋지 않지. 이번 일을 기회로 북한은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됐어.”

“유지웅 부의장이 조언한 거라는데. 유지웅 부의장이 북한 재건에 아주 열심이기는 한가보다.”

“근데 왜 돈은 우리나라에서 벌고 퍼주기는 북한에만 열심히 퍼주는 거야? 금 5,000톤을 왜 북한에 줬대?”

“아예 준 건 아니고 투자 형식으로 빌려준 거지만…… 그리고 투자는 우리나라에도 엄청 했지.”

국제적인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안은 채, 국제공격대연합은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측 지도부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창춘시의 뤼창 시장이 측근들을 거느리고 간소한 접대를 나왔을 뿐이었다.

그런 반응에 황백호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를 터트렸다.

“이런 망할 놈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들을 도와주러 왔는데 이런 옹졸한 응대를 할 수 있나!”

“괜찮습니다, 의장. 원래 그런 놈들이에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시다.”

유지웅은 심드렁해하며 그의 분노를 달랬다.

지금은 공격대연합으로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기에 그를 칭하는 호칭이 통령이 아니라 의장이었다.

“우린 그저 우리가 원하는 것만 취하면 됩니다.”

“음, 알겠어요. 역시 총리는 참 믿음직스럽습니다.”

“지금은 총리가 아니라 부의장이자, 공격대원입니다.”

“하하, 그렇군요. 내가 실수했습니다.”

황백호는 유지웅의 어른스러운 모습이 그저 믿음직스러웠다. 이 사람만 옆에 있다면 그 어떤 풍파가 몰아쳐도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 양해각서나 꼼꼼히 받아두자고요.”

공격대연합 측은 사전에 중국 정부에 조용히 제안을 건넸다.

괴수를 물리쳐주겠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 재산상의 피해는 오롯이 중국 정부의 몫임을 명시하라고.

중국 정부는 잠시 고심했으나 여수 레이드를 고려해볼 때 섬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공격대연합에 돌리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 듯해서 받아들였다.

만약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황백호가 정말 빈정 상해서 아예 철수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사실 필드 드래곤 섬멸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바로 중국이었으니.

“여기 있습니다.”

황백호는 뤼창 시장이 내민 중국 정부의 문서를 받아들었다.

섬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피해에 관해서 연합이 무제한적으로 책임이 없음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의 존재와 그 내용을 공표하는 것은 금지한다는 특약이 있었다.

“반경 50km 이내의 사람들은 대피시켰겠지요?”

“물론입니다.”

뤼창 시장은 깍듯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중앙 지도부가 자존심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은 지금, 연합 앞에서 자신이 중국을 대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창춘시는 필드 드래곤의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지역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심기가 좋지 않을 황백호를 자극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했다.

“혹시 모르니 반경 150km내의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지 그 수단과 계획도 갖춰 놓으시오.”

“문제없습니다.”

뤼창 시장은 자신만만했다.

그만한 대피 계획은 중앙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그러면서도 정작 군사위원회 소속 당원들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으니, 황백호는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다.

“황백호 의장.”

유지웅이 조그맣게 그를 불렀다. 그를 돌아본 황백호는 시선을 마주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이제 조금만 참으면 된다.’

이번 레이드를 토대로 북한이 얻을 것은 많았다.

먼저 국제 사회의 신뢰, 그리고 괴수방위시스템 구축을 위한 선구자로서의 자격, 향후 북한에 앞을 다투어 들어올 유무형의 엄청난 투자, 기타 등등.

마지막으로 자강도를 날리면서까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중국에 대한 복수다.

“몰아요! 몰아! 그쪽으로! 아니아니, 그쪽이 아니라 조금 더 왼쪽으로! 좋아요! 바로 그 방향으로 쭉 몰아요!”

유지웅은 신이 나서 외쳤다.

공격을 받아 잔뜩 열이 받은 필드 드래곤은 황백호를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유지웅은 그 모습을 보고 신이 나서 휘파람을 불다가 아차 하고는 화살통에 손을 뻗었다.

“쿨 타임 됐다. 다시 공격하자!”

“탄이 떨어졌어!”

“나도 거의 다 떨어졌어. 잘 됐다. 이참에 다시 돌아가서 재보급하고 오자.”

유지웅은 활에 시위를 먹이며 콧노래를 불렀다.

“창춘 시의 모든 인명 대피를 완료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들어갑니다! 짜잔!”

유지웅은 그대로 시위를 놓았다.

원래 미세 조정이 더 힘든 법이다. 비거를 마이크로 단위까지 조절하다시피 해서 적게 담아야(안 그러면 괴수가 일격에 터져 나가 버린다) 하기 때문에 무척 고된 작업이지만, 오늘의 이 날을 위해 매일같이 맹훈련을 했기에 이제는 대충 장전하고 쏴도 목표했던 파괴력을 기대할 수 있었다.

“철수! 이제 그만 철수합니다!”

유지웅이 크게 외치자 황백호는 귀신같이 알아듣고는 재빨리 바위 뒤로 몸을 피했다.

필드 드래곤도 무척 몸놀림이 빠르지만 황백호에 비하면 몇 박자 늦었다.

뒤늦게 황백호가 몸을 감춘 바위를 들이박은 필드 드래곤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황백호를 찾는 것이지만, 이미 그는 먼지바람에 몸을 숨긴 채 멀찍이 거리를 벌린 뒤였다.

―캬오오오!

필드 드래곤은 머리를 높이 들어올린 채 울부짖었다. 황백호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모양이었다.

유지웅이 그 모습을 보고 씨익 웃었다.

“화가 나지? 화가 나서 약 올라 죽겠지? 내가 그 심정을 아주 잘 안단다, 얘야. 어서 미쳐 날뛰어주렴.”

한참 동안 포효하던 필드 드래곤은 그래도 분노를 못 참겠는지 원래 방향 그대로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방향 저 먼 곳에는 바로 창춘시가 있었다.

“이, 이렇게 철수하시면 어떡합니까!”

뤼창 시장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창춘시에 들이박인 필드 드래곤이 도시를 마구 때려 부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막아줄 줄 알았던 황백호 공격대는 느닷없이 철수를 해버렸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8시간 이상 전투를 했습니다. 피로가 쌓여서 더는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러다가 자칫 우리가 큰 피해라도 입으면 앞으로 필드 드래곤은 누가 사냥합니까?”

“…….”

황백호가 또박또박 대답하자 뤼창 시장은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8시간 이상 격한 전투를 치른 게 사실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도시가 박살나고 있습니다!”

“주민 소거 작업은 진작 끝냈으니 괜찮습니다. 재산 피해 따위야 한 명의 인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중국은 돈도 많은 나라잖습니까.”

“그, 그렇지만…….”

뤼창 시장의 표정이 새카맣게 죽어나갔다.

“그럼 대체 언제 다시 싸우실 겁니까?”

“무기 재보급도 해야 하고, 피로도 풀어야 합니다. 우리가 8시간 동안 전혀 휴식 없이 격렬한 전투를 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지금 이렇게 해명하고 있을 체력도 없습니다.”

“벌써 저녁이군요. 배가 고파 죽겠어요. 빨리 밥부터 먹고 피로 회복을 위해 수면을 취해야 합니다, 공대장.”

“좋은 의견입니다, 부공대장.”

정효주는 어느새 죽이 척척 맞는 두 남자를 바라보며 조용히 라이플만 손질했다.

고칼로리 식사를 마친 후 세 공격대원은 휴식을 취하러 간이막사에 들어가서 불을 껐다. 뤼창 시장은 임시 주둔지를 떠나지도 못하고 밤새 뜬눈으로 그들이 깨기만을 기다렸다.

그 순간에도 창춘 시의 많은 빌딩들이 박살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8시간 일했으니 칼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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