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 < -- <프리시즌 헬조선편> 그래서 지룡은 떠났다 -- >
필드 드래곤이 일본 동부 해안에 다시 출몰했다.
덕분에 일본 열도 전체는 발칵 뒤집혔다.
어느 정도 필드 드래곤의 침공 가능성을 염두에 두던 신중파들도 설마 정말로 일본을, 그리고 이렇게 빨리 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필드 드래곤이 상륙한다!”
“해안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켜!”
해수면 위로 머리를 드러낸 필드 드래곤은 후쿠시마 이와키 지역을 향해 유유히 헤엄쳐서 접근해왔다.
일본 방위성은 갈팡질팡했다.
처음에는 자위대를 출동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재래식 병력은 괴수 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음이 드러났다. 지금 상황에서 자위대 보고 막으라는 것은 시간만 ‘아주 조금’ 끌다가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의미한 손실인 걸 알기에 주저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국민들이 위기에 처했는데 국토와 국민을 지켜야 할 자위대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차후 자위대의 존폐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항공 전력 위주로 출동해서 괴수를 유인하도록! 전투기와 전투 헬기를 모조리 출동시켜!”
자위대는 전투기고 헬기고, 있는 항공기는 모조리 긁어모아서 동부 해안 지역으로 향했다. 타지역에 흩어져 있는 항공기도 한 기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출동시켰다.
“작전 계획은 괴수를 먼 영해 밖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절대 괴수가 일본 땅에 발을 들이게 해서는 안 된다!”
수십 기가 넘는 항공기 편대가 미사일과 로켓탄, 기관총탄을 쏟아 부으며 필드 드래곤의 발목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항공기 편대만 나서지 않았다.
지상 포병 부대도 괴수의 시야가 닿지 않는 먼 거리에서 포탄 사격을 통해 괴수를 유인하고자 했다.
함선도 가만있지 않았다.
일본이 자랑하는 이지스함 6척이 먼 사거리 밖에서 미사일을 쏟아대며 괴수를 유인하고자 애썼다.
구형 이지스함 아마고 함장 히로시는 저 멀리 원격 영상에 잡힌 필드 드래곤을 노려보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까이 접근해서 함포 사격을 한다!”
“함장님!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괴수 시야 밖에서 아무리 포탄을 쏘아대 봐야 별다른 유인 작전은 못 돼! 게다가 항공기들이 기관총으로 약을 올리고 다시 육지 쪽으로 돌아가고 있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어서 괴수가 어쩌지도 못하니 더욱 바짝 약이 오르겠지! 부함장, 자네라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나?”
“…….”
“그러니 맛좋은 먹잇감이 나서서 대놓고 유인한다. 자기가 잡을 수 있겠다 싶은 위치와 거리, 속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다가 괴수 손에 본함이 침몰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 각오 없이 저런 괴물을 어떻게 유인할 수 있겠나! 이대로 저 괴물의 상륙을 허용하면 어차피 일본 국토는 괴수의 무차별한 파괴 행각 앞에 짓밟히고 만다! 우리가 겪을 최악의 경우라 해봤자 겨우 본함 한 척으로 국민의 영토와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거다!”
“함장님, 알겠습니다.”
부함장은 함장의 결의에 감동한 듯 입술을 깨물며 끄덕였고, 다른 장교들도 각오 서린 눈빛을 교환했다.
“함장님, 본함의 단독 작전은 아무래도 너무 위험하고 효율이 낮습니다.”
“뭐라고! 너 이 자식, 설마 목숨이 아까워서 그러는 거냐! 너야말로 이와키 출신 아니더냐! 지금 우리는 네 고향을 지키려고 이러는 거다!”
작전장교가 나서자 함장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줄 알고 눈알을 부라리며 윽박질렀다. 하지만 작전장교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우리는 단수가 아닙니다! 5척의 동료함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단독 유인 작전보다는 7척의 이지스함이 교대로 공수교대 진형을 유지하며 유인하는 게 성공률, 그리고 생환율 모두가 높습니다!”
“…….”
“목숨을 거는 것은 군인으로서 훌륭한 자세입니다. 하지만 기왕 목숨을 걸겠다면 작전의 성공성이 가장 높은 쪽을 향해 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옳은 말이다. 내가 흥분해서 잠시 지나쳤다. 인정하고 사과하지.”
“아닙니다, 함장님.”
갑자기 사령실의 분위기가 급격히 훈훈해졌다.
“좋다, 그럼 자네가 생각한 작전 개요를 다른 동료함들에도 전하고 협조를 구하도록! 아, 그전에 내가 사령관님께 먼저 제안을 올려보겠다!”
“하잇!”
일본 동부 해안에 필드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유지웅은 분주하게 출동 준비를 했다.
그는 제일 먼저 황백호 통령에게 연락을 취해, 서둘러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권했다. 다행히 평양에는 미군이 제공한 수직이착륙기가 상시 대기하고 있어, 황백호 통령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필드 드래곤이 일본에 나타났단 말입니까?」
“네, 그래요. 통령, 서둘러 한국으로 와주세요. 지금이야말로 세 명의 레이더가 다시 한 번 뭉쳐서 프라임 공격대를 결성해야 할 때입니다.”
「일단 출발하지요.」
중국에서 필드 드래곤을 유인하며 종횡무진 도시들을 초토화하고 다니던 시절이 생각난 황백호는 목소리에 즐거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전화를 마친 유지웅은 정효주를 돌아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효주야, 드디어 심판의 때가 왔어.”
“그냥 네가 활개 칠 때라고 해. 내 앞에서는 그래도 돼.”
“아니거든? 심판의 때가 맞거든?”
정효주는 유지웅이 억울해하는 표정을 무시한 채 말을 계속 했다.
“근데 황백호 통령을 벌써부터 한국에 불러서 대기시키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아직 일본의 요청도 안 왔는데. 명백히 일국의 최고지도자가 언제 할지 모르는 레이드 때문에 허송세월 기다린다는 것은 좀 웃기잖아.”
“대기라니? 한국에서? 무슨 소리야?”
“너야말로 무슨 뜻이야? 아, 설마……?”
“한국에 얌전히 처박혀서 일본의 출동 요청을 기다리다가는 골든타임을 놓친다구. 걔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괴수 때문에 원전이 날아가서 태평양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키게 되는 경우가 오게 되더라도 절대로 우리에게 먼저 요청을 하지 않아. 극우 내각이 얼마나 자존심이 센데.”
“하지만 희토류는 일본이 먼저 요청을 했잖아?”
“그거야 제조업체들이 죽게 생겼으니 CEO 지들이 직접 나선 거지, 일본 내각 고위직에서 우리한테 협상 건으로 전화 한 통이라도 한 적 있어? 전부 기업가들에게 떠맡기고 자기들은 뒤에서 빠져 있다가 결과가 잘 되니까 생색이나 내고 그랬지.”
적나라하긴 하지만 너무 사실을 적시하는 말이라서 정효주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문득 그가 한 말 중에서 방금 자신이 놓친 부분을 되짚었다.
“그런데 원전이 날아가서 태평양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킨다는 것은 무슨 말이야? 너무 비약적인 상상 아니야?”
“이미 인생 1회차 과거에서 한 번 일어났던…… 아차차, 그 일은 넘어가자. 아무튼 결정체가 없는 이 세상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중요한 전기 생산 수단이고, 지금 지룡이가 있는 동부 해안에는 원전이 있다는 거지. 우리는 그 점을 신경 써야 해.”
“괴수가 나타났으니 벌써 안전하게 차단하고 가동을 중지하지 않았을까?”
“그럴 애들이었으면 애초에 그런 짓을 안 저질렀지.”
유지웅은 알고, 정효주는 모르는 이야기.
그가 원래 있던 본래의 세상에서 일본은 결정체와 우라늄을 섞어 더욱 고효율적인 발전 방식을 취하고자 했다.
이미 결정체는 그 자체로 깨끗하고 풍부한 전력원이었지만, ‘결정체 원자력 구성’에 성공할 경우 에너지 생산성은 몇 백 배 이상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즉 전력 공급 단가가 비약적으로 싸지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환경단체와 여론의 제약에 시달리면서도 결정체 원자력을 구축하기 위해 꽤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그 중에서 실용화 단계까지 이른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는…….
‘국제 협약의 연구 안전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무리를 하다가 그 사단을 냈지.’
제어에 실패한 원자로가 폭주를 일으켰고, 그 때문에 결정체 핵연료가 멜트스루까지 일으켜서 인근 지역에 엄청난 오염 피해를 불러 일으켰다.
핵연료는 바다까지 흘러들어갔고 하마터면 태평양 전체가 방사능에 오염될 뻔했으나, 당시 최윤이 개발한 방사능 제거제가 있어 추가 피해 없이 막을 수 있었다.
그 이후 결정체와 원자력 에너지를 섞어 증폭시키는 연구에 대한 지지는 쏙 들어갔고, 결정체는 적어도 에너지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다시 순정으로 사용하는 게 세계적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윤 박사님이 만든 그 방사능 제거제가 없어! 아, 내가 간단한 제조 힌트라도 알고 있었으면 만들어내도록 할 수 있을 텐데.’
“효주야, 잘 들어. 일본은 원래 사실 은폐와 왜곡, 조작에 특화된 국가야. 그리고 자존심이 세서 외부의 도움은 받지 않으려고 하지.”
“그거야 그렇지.”
“괴수의 습격이 코앞이 있지만 도쿄 전력은 ‘설마 여기까지 박살나겠어?’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원전을 가동할 거야. 설령 원전이 파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일본은 절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원전이 파괴돼서 방사능이 바다를 오염시키면 우리는 더 이상 참치회를 먹을 수 없게 돼.”
“윽, 그건 너무 싫은데.”
“어차피 우리가 나서도 괴수를 처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자위대를 갈아 넣어서 괴수를 어떻게든 우리나라로 유인하려 하겠지. 그게 원래 일본 스타일이야. 그러니 방법은 하나뿐이지.”
유지웅은 허리에 손을 척 얹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지룡이가 원전을 치기 전에 다른 곳으로 유인해야 해. 일본의 요청 따위는 무시해도 돼.”
“너무 너, 지룡이를 너무 친근하게 부르는 거 아니, 아참! 나까지 대체 왜 이래!”
소스라치게 놀라 입을 가리는 정효주를 보며, 유지웅은 작게 키득거렸다.
“커플일심동체, 몰라? 너와 난 몸도 마음도 이미 하나라구.”
“시, 싫어! 차라리 몸이라면 몰라도 마음까지는!”
“이미 우린 하나야. 역사는 우리 커플의 지도력과 추진력을 영원토록 기억할 거야.”
유지웅은 멀리 동쪽을 가리키며 호기롭게 외쳤다.
“자, 일본으로 가자! 지룡이 잡으러!”
“진짜 잡을 생각은 없잖아.”
“아닌데? 이제 슬슬 잡아서 애완으로 키울 건데? 그나저나 그 녀석을 키우려면 어느 정도 크기의 새장을 지어야 할까.”
“땅하고 바다에서 사는 놈인데 새장은 또 뭐야.”
“그놈 왠지 잘 가르치면 하늘도 막 날아다니고 그럴 거 같거든.”
6척으로 이뤄진 이지스 함대는 즉석으로 만든 기동진을 펼치며 필드 드래곤을 향해 접근했다. 미사일 대신 함포와 기관포를 이용해 필드 드래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하늘에서 퍼붓기만 하는 공격에 바짝 약이 올라 우왕좌왕하던 필드 드래곤은 옳다구나 하고 달려들었다.
산개한 채 움직이던 이지스함들은 전체 진형을 뒤로 빼면서, 후미의 한 척을 남겨 필드 드래곤을 향해 포탄을 퍼부었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뒤로 빠지다가 다른 동료함과 교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크나큰 오차가 있었으니…….
“으악! 너, 너무 빠르다!”
“이대로는 따라잡힙니다! 충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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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자체 분위기는 신나 보이지만..
사실 우울함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럴 땐 나귀족을 쓰면 아주 조금은 나아지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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