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귀족이다-1137화 (1,137/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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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괴수.

자강도 괴수 필드 드래곤.

인류는 이미 두 차례 괴수의 습격을 받았고, 황백호와 유지웅, 정효주라는 레이더 공격대를 통해 무사히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는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출현한 괴수가 두 마리인 것이지, 앞으로 더 많은 괴수들이 출현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래서 여러 나라들은 나름대로 괴수에 대한 방호 대비를 했다.

물론 괴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전이지, 괴수를 물리친다는 개념이 아니다.

이미 자강도 전투, 중국 레이드를 통해 괴수는 핵을 포함해서 인류가 가진 병기가 전혀 안 통한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까.

방호 대계의 주요 골자는 대부분 괴수가 출현했을 때 조기 경보, 재빠른 주민 소개,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괴수를 유인한다는 작전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공격대연합에 레이드 요청을 하여 괴수를 소멸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어느 나라든 괴수 방호 작전은 비슷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현실적으로 그 외에 적절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열거한 것은 직접 방호 작전의 개요로, 이에 대응되는 것으로 간접 방호 작전이 있다.

괴수 출현을 대비하여 평시에 미리 사회 인프라 시설을 수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는 100% 탈원전을 선언했다.

“괴수가 원자로 시설을 습격할 경우 그 피해는 무제한입니다.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괴수가 나타나 습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완전한 탈원전은 필요불가결한 선택입니다.”

원전은 사람들에게 배척받는 발전 시설로 전락했다.

이미 일본에서 필드 드래곤이 원전을 습격했던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던 만큼, 사람들은 더 이상 원전을 신뢰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발전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원자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길 원했다.

정치적, 경제적 문제로 값비싼 발전 단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나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원전을 가동하고 있었지만, 탈원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원전을 없애라!”

“괴수가 원전을 초토화하면 방사능 누출 피해는 무제한이다! 나라가 멸망한다!”

“레이드 공격대는 겨우 한 팀인데 제 시간에 맞춰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겠느냐! 원전 같은 위험한 시설은 아예 없애버리는 게 맞다!”

“뿌리를 뽑아야 한다!”

포틀랜드 외곽에서 약 80km 떨어진 해안에는 신형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스리마일섬 핵발전소 사고 이후 허가가 나지 않다가 근래에 겨우 지어진 눈물겨운 사연이 있는 곳이다. 미국 내에서 꾸준히 빗발치는 탈원전 추세를 뚫고 힘들게 지어진 시설이었다.

그리고 그 원자력 발전소는 지어진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커다란 수난에 처했다.

“주방위군이 출동했습니다!”

“겨우 주방위군으로 뭘 한다고! 연방군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공군기지에서는 이미 출동했답니다.”

포틀랜드 시장은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온갖 정치적 난관과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겨우 지어진 원자력 발전소 부근에 괴수가 나타나서 난동을 부리다니.

시장은 상황실에 걸린 대형 화면을 통해 괴수의 모습을 확인했다. 먼 거리에서 고감도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이 보내오는 영상이었다.

괴수는 거대한 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날개를 펼치지 않은 채 두 발로 걷고 있었는데, 땅에서 머리까지 높이가 대략 10미터는 될 것 같다. 가까이에서 올려다본다면 오금이 저릴 만큼 위압이 넘쳤다.

특이하게도 괴수 매는 일반적인 갈색 계열이 아닌, 온통 황금색을 내뿜는 깃털을 갖고 있었다.

“그래도 필드 드래곤이나 여수에 나타났던 해양 괴수에 비하면 작습니다.”

보좌관이 다행이라는 듯이 말을 하자 시장은 눈살을 찌푸린 채 홱 돌아보았다.

“다행? 지금 다행이라는 소리가 나오나? 까딱하다가는 우리 포틀랜드 전체가 방사능을 뒤집어쓰게 생겼는데?”

험악한 호통에 보좌관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연방군은 언제 오느냐 이 말이야!”

바로 그 순간 상황실 화면이 변했다.

매의 모습을 한 괴수 표면에서 잇따라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장은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비비고 바라봤고, 어디선가 연락을 받은 보좌관이 살았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연방 공군이 도착했습니다! 지금부터 유인 작전을 개시한다고 합니다!”

“오, 드디어!”

포틀랜드 시장은 비로소 살았다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연방군이 괴수를 물리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원자력 발전소에서 멀리 유인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프라임 공격대는 어떻게 됐지? 연방 정부가 지원 요청을 넣었나?”

“아마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늦어, 너무 늦어!”

포틀랜드 시장은 초조해서 입술을 물어뜯다가, 화면에 드러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폭염과 연기가 걷히고 드러난 괴수의 모습은 멀쩡했다. 그 많은 로켓탄을 퍼부었는데도 그을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시장뿐만 아니라 상황실에 모인 이들 전부 같은 마음으로 신음을 흘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니 정말 충격적입니다.”

현대 병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건 알고 있지만, 눈으로 직접 보니 그 충격이 색달랐다.

“그래도 괴수가 공격에 반응이라도 해서 다행입니다. 유인 작전이 먹히고 있습니다.”

미 공군의 공격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 괴수에게 타격은 전혀 주지 못했지만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매의 모습을 한 괴수는 공격이 쏟아지는 방향을 향해 뒤뚱뒤뚱 걷기 시작했다. 괴수가 핵발전소에서 조금씩 멀어지자 비로소 상황실에는 어느 정도 여유 섞인 웃음이 터졌다.

“아무래도 날지는 못하는 모양이네, 저 괴수. 날개는 그냥 폼인가 봐.”

“매처럼 생겨서 매과인 줄 알았는데, 그냥 치킨이었네.”

“이제 프라임 공격대만 오면 피해 없이 저놈을 튀겨버릴 수 있겠어.”

“유지웅 의장이 혹시 저 놈마저 테이밍 해버리는 게 아닐까? 그러면 재밌겠는데?”

여기저기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격대장과 협의하고 대답해주겠습니다.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해도 될 겁니다.”

국제공격대연합 초대의장 황백호는 미국에서 레이드 요청이 들어오자 그렇게 대답했다.

그는 연합의 의장이지만, 프라임 공격대장은 유지웅이었다. 때문에 자기 독단으로 레이드를 결정할 수는 없었다.

미국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유지웅이라면 흔쾌히 수락을 해줄 테니까.

미국과 황백호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효주와 저는 여기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의장님도 그곳에서 출발하세요.”

「알겠어요. 포틀랜드에서 만납시다.」

시급을 다투는 일이므로 동선 절약을 위해 프라임 공격대는 각자 출발하기로 했다. 이럴 때를 위해 미국이 상시 대기시켜놓은 장거리 수송기가 있어서 아무 문제없었다.

유지웅은 정효주와 함께 미 공군 장거리 수송기에 탄 채 포틀랜드로 향했다.

그의 표정은 내내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아니, 기왕 출현할 거면 일본이나 중국에 떡 하니 나타나주지 하필 미국일 게 뭐야. 미국 갔다 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또 먼 걸음을 가야 해?”

“지금 네 불만은 그게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무슨 소리? 설마 내가 중국과 일본에서 깽판을 치지 못해서 이렇게 아쉬워하는 거라고 생각한 거라면 사실 그건 철저히 옳은 말이야. 효주 너니까 내가 사실대로 말해주는 거야.”

“응. 그래그래.”

정효주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네가 황금매 레이드에서 사고 친 다음 변한 뒤로 나는 반쯤 포기했거든.”

“왠지 안 좋게 들리는데?”

“나쁜 의미는 아냐. 말 그대로 너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걸 포기한 거야. 그냥 너한테 맞춰 가는 게 나을 거 같아.”

정효주는 입을 가리고 슬쩍 웃었다.

“그리고 사실 그게 좀 재밌기도 하고.”

“그치? 그렇지?”

“근데 난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서 참치 낚시 할 때가 제일 재미있었던 거 같아. 지금은 뭐랄까…… 돈도 많고 유명세도 떨쳐서 좋긴 한데, 가끔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기도 해. 진솔한 친구도 만들 수 없잖아.”

“네 그 수많은 인스타 팔로워들 하나하나가 진솔한 친구라고 생각해.”

“내가 먹다 남은 케이크 사진만 올려도 자지러지는 사람들이 무슨 친구야.”

정효주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폰을 들어 이리저리 각도를 취했다.

“자세 좀 잡아볼래?”

“오케이.”

유지웅은 얼른 상체를 앞으로 내민 채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했다. 정효주는 그와 자신의 모습이 잘 나오게 해서 이리저리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인스타에 올리려고?”

“응.”

“친구 없어서 외롭다는 거 다 거짓말.”

“외로운 건 사실이거든?”

정효주는 샐쭉해서 눈을 살짝 흘기고는, 보정 프로그램으로 열심히 사진을 다듬기 시작했다. 유지웅이 혀를 찼다.

“아니, 효주 너는 굴욕 각도만 안 잡으면 셀카 하나하나가 다 예술인데 뭐 하러 보정까지 해? 피부도 꿀이면서.”

“나 때문이 아니고 너 때문에 보정하는 건데?”

“……으악. 할 말 없음.”

유지웅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폰을 켜서 정효주의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1억 명이 넘는 엄청난 팔로워 숫자를 보고 유지웅은 혀를 차며 놀라워했다.

“언제 팔로워 1억 넘었어? 나한테 말도 안 해주고!”

“네 앞에서 1억은 부끄럽기만 하잖아. 그래서 말 안 했어.”

유지웅 못지않게 정효주도 유명 인사다.

특히 완벽 그 자체인 미모와 발군의 사격 솜씨, 그리고 레이더라는 사실이 그녀의 희소성을 한층 더 부각시켜준다. 헐리우드에서는 그녀가 모델이나 영화 촬영 같은 것을 하지 않을까 늘상 애간장이 타고 있다.

“브리핑을 드리겠습니다.”

휴식실에 노크를 하고 들어온 지모 대위가 긴장한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포틀랜드에 출현한 괴수 코드네임이 ‘골든 호크’로 정해졌습니다. 골든 호크는 핵발전소 250미터까지 접근했다가 연방 공군의 로켓 공격을 받고 화가 나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현재 연방 공군이 입체 포위 작전을 통해 골든 호크를 인적이 없는 황량한 벌판으로 유인 중입니다.”

“골든 호크? 그럼 조류인가 본데 공군 전투기가 위험하지는 않나요?”

“매의 모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다행히 날지는 못합니다. 이동 속도는 시속 80km 이상으로 매우 빠른 편입니다.”

“골든 호크라…… 이거 우리나라 말로 하면 황금매 아니야?”

그렇게 중얼거리던 정효주가 별안간 쿡 웃으며 유지웅을 돌아보았고, 유지웅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효주 너, 그렇게 웃지 마! 그렇게 웃지 말란 말이야!”

“꺄하하하!”

지모는 영문을 몰라서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두 분, 왜 그러시는 거죠?”

“지모 대위님은 모르실 거예요. 지웅이는 황금매라는 단어에 아주 큰 흑역사가 있거든요.”

게임 이야기인가? 지모는 얼핏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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