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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귀족이다-1226화 (1,226/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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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춘구와 박시연은 최근에 프라임 공격대에 합류한 신입 대원이었다. 김범석한테 스카우트된 장태준이 첫 임무로 손수 찾아가 영입한 이들이다.

프라임 공격대원이 된 후 그들의 삶은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평범한 직장이었던 그들은 하루아침에 연봉 1억 5,000만 원의 고소득자가 되었다. 삶에 여유가 생겼고 생활수준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수십 억 원의 연봉을 받는 담성 공격대원들이 별로 부럽지는 않았다. 얼마 전 인천 운남동 블랙캣 레이드 실패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걸 봤기 때문이다.

정작 블랙캣을 잡은 것은 유지웅, 그것도 홀몸으로 아무렇지 않게 처치했다.

10배 이상 차이 나는 연봉에도 불구하고 프라임 공격대를 선택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기왕 레이드를 할 거면 최대한 안전하게. 돈 벌자고 목숨을 내놓을 수는 없잖아?’

‘안 그래도 초기라서 시행착오가 많을 텐데…… 이럴 땐 무조건 잘하는 사람 밑에서 크는 게 답이지.’

그들은 프라임 공격대에 합류한 이후, 다른 대원들은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오직 장태준만이 직속 상사로서 다양한 훈련과 교육을 시켜주었을 뿐이다.

그렇게 훗날을 대비하며 훈련과 교육에 열중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출동 지시가 떨어졌다.

“네? 러시아요?”

“그래요. 프라임 공격대 정식 출동입니다. 정효주 딜러를 제외한 모든 대원들이 러시아로 출동합니다.”

“정효주 사모님을 제외한다면…… 그럼 황백호 통령님과 유지웅 의장님도 오시는 건가요?”

“맞습니다. 그리고 호칭은 제대로 해주세요. 황백호 메인 탱커님, 그리고 유지웅 공격대장님입니다. 여러분은 프라임 공격대 소속이라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황백호 메인 탱커, 유지웅 공격대장.

그 둘을 그렇게 부를 수 있다는 자격은 두 딜러에게 묘하게 벅찬 감정을 선사했다.

둘은 서둘러 제니스 팰리스로 향했고, 거기에서 유지웅을 포함한 다른 대원들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공대장님! 신입 대원 최준구 원딜입니다!”

“신입 대원 박시연 원딜입니다!”

씩씩하게 인사하는 두 남녀를 보고 유지웅은 밝은 표정을 띠며 인사했다.

“아, 얼마 전에 새로 영입했다는 분이 이 분들이군요. 반가워요, 앞으로 잘해 봅시다.”

“처음으로 밥값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밥값? 웬 밥값?”

유지웅은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두 원딜은 자신들이 뭔가 실수를 했나 괜히 불안해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공으로 월급 받고 있는 게 늘 죄송했는데 이렇게 실전 참여 기회를 얻게 돼서…….”

“아니, 그러니까 무슨 월급이요? 우리 프라임 공격대는 월급제가 아닌데?”

“……?”

두 원딜은 어리둥절해서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럼 일 년에 1억 5,000만 원씩 준다는 건 뭔데?

“저어, 저희 둘은 현재 연봉 1억 5,000만원씩 받고 있는…….”

“아아, 그건 연봉이 아니라 기초 복지입니다. 우리 공격대는 월급 같은 거 없어요. 레이드 수익을 나눠 가지는 시스템이라서 그런 거 없습니다.”

“레이드 수익을 나누다니요?”

“괴수 한 마리 잡을 때마다 생기는 수익이 있잖아요. 그걸 나누는 겁니다.”

괴수를 잡을 때마다 수익이 나오던가? 둘은 헷갈렸지만 더 물어보기가 왠지 어려웠다.

“괴수 연구소에서 평균 10억 내지 25억 정도에 괴수 사체를 매입합니다. 일단 그게 1차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이죠.”

“아, 그렇게나 많이 주나요? 겨우 사체인데요?”

“그게 다 이유가 있어요. 아직은 설명드릴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고요.”

두 원딜은 일단 거기서 궁금증을 접어둬야 했다.

정효주를 제외한 대원들을 태운 수송기는 러시아를 향해 곧장 출발했다. 수송기는 미 공군이 자랑하는 초음속 항공기답게 무척이나 빨랐다.

러시아에 당도하니 황백호 통령이 이미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저 분이 바로 황백호 통령님…….’

‘북한의 최고 권력자…….’

신입 원딜 둘은 숨을 죽이며 황백호 통령을 몰래 훔쳐봤다. 차례차례 인사를 마친 황백호는 그 둘을 향해 반가운 미소를 보였다.

“이 두 분이 신입이군요. 메인 탱커 황백호입니다.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영광입니다, 황백호 탱커님!”

“항상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상견례를 마치고, 프라임 공격대는 러시아 군인들의 안내를 받아 짜르 레프가 있는 현장으로 출발했다.

현장에는 이미 28인의 짜르 공격대원들이 와서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유지웅을 포함한 프라임 공격대를 신을 우러러 보듯이 바라봤다.

“저 봐. 유지웅 형님이셔.”

“황백호 통령님도 계시네.”

“와, 쩐다. 저 여유 넘치는 느긋한 모습들을 봐.”

“가서 사인해달라고 하면 미친 놈 취급 받겠지? 아, 사인 받고 싶은데.”

“레이드 끝나고 슬쩍 말해 보자. 레이드 하면서 조금 친해지면 그래도 웃으면서 해줄 거 같은데.”

유지웅은 레이드를 시작하기 전, 장태준을 불러다가 자세히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장태준 팀장님의 전술지휘능력을 믿습니다. 장 팀장님은 아마 앞으로 레이드 전술 발전 역사에 있어 전무후무한 자취를 남길 거라고 기대합니다.”

“과, 과찬이십니다. 의장님…….”

장태준은 너무 과분한 칭찬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장 팀장님은 지금 레이드 전술 이해도와 응용도에 있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분이십니다. 그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조금 더 가르치고 보여드릴 게 있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너무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오히려 제가 공격대장님을 보고 배워야 할 게 까마득합니다. 이전에 하신 레이드 영상에서도 사실 많은 영감과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열린 태도, 더욱 마음에 듭니다. 역시 우리 범석이가 사람을 제대로 봤네요.”

유지웅은 겸연쩍어 하는 장태준을 잠시 보다가 목소리를 진지하게 다잡고 말을 계속했다.

“짜르 레프 따위는 사실 저 혼자서도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레이드 목표는 무조건 빠르게 잡는 게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짜르 공격대, 그리고 우리 프라임 공격대원들에게 충분한 경험과 담력을 쌓게 하는 게 주목적이시지요?”

“그걸 이해하고 계시니 됐습니다. 잘해 봐요.”

“예, 공격대장님.”

짜르 공격대와 프라임 공격대는 세세하게 다듬은 전술을 숙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메인 탱커이자 북한의 지도자인 황백호마저 진지하게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다른 대원들도 열심히 전술을 숙지했다.

특히 짜르 공격대 탱커들은 저번 레이드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 그래서 짜르 레프가 그렇게 난동을 부렸던 거구나!”

“정말 아쉬워. 미리 알았으면 우리 소중한 동료 둘을 잃지 않았을 텐데…….”

“딜러가 정말 귀하디귀한 몸이라던데, 우리는 그 귀중한 딜러 둘을 어이없게 잃었으니…….”

잠깐의 깊은 반성과 자책 이후, 드디어 레이드 실행 결정이 떨어졌다.

“실전 지휘는 내가 합니다. 모두 내 지시를 잘 따르세요. 아무리 터무니없어 보이는 말이어도 내 지시만 잘 따르면 누구도 죽지 않고 끝낼 수 있습니다.”

전투 개시 직전, 유지웅은 짜르&프라임 공격대원 전부를 모아놓고 마지막 당부를 했다.

“여기서 블랙캣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는 사람 없죠? 여차하면 저 혼자서 괴수를 무찌를 수도 있으니, 전혀 걱정할 것 없어요. 오늘 아무도 안 죽습니다. 가장 큰 목적은 여러분들이 경험을 쌓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시작. 메인 탱커, 전진.”

무장을 갖춘 황백호가 끄덕이고는 선두에 섰다.

그는 직경 40cm 가량 되는 금속 방패와 120cm 가량 되는 철퇴를 들었다. 뿐만 아니라 등과 두 다리에도 대검 등의 보조 무기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으랴아아아아!”

황백호가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짜르 레프가 고개를 들고 돌아봤다.

몸을 일으킨 녀석은 으르렁거리면서 황백호를 노려보았고, 그는 주저 없이 녀석을 향해 힘껏 달려들었다.

레이드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유지웅은 활을 손에 들고 있었지만, 단 한 번의 화살도 날리지 않았다. 그는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채, 지휘 역할에 충실했다.

“3번부터 6번까지 다시 딜 재개. 1, 2번은 잠시 빠질 것. 거리 충분히 유지. 7번부터 모두 대기.”

유지웅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짜르 대원들의 교신기에 통역 음성이 울렸다. 딜러진 역할을 맡은 탱커들은 각자 부여된 번호에 따라 착실하게 움직였다.

공격과 대기의 교대가 이뤄지며, 진형이 또 한 번 순식간에 변화했다. 교대 투입된 탱커들이 근접 딜러처럼 딜을 넣기 시작했지만, 짜르 레프는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흥분한 녀석은 지금 온통 황백호 통령만을 노리고, 물어뜯고 있었다.

“이 정도로 될 것 같으냐!”

짜르 레프가 또 한 번 다리를 물어뜯으려 했다.

황백호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왼손에 장착한 금속 방패로 녀석의 이빨을 후려쳤고, 덕분에 미끄러진 이빨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 깨물었다.

땅에 착지한 짜르 레프는 으르렁거리며 황백호를 노려보았다.

유지웅이 신이 나서 외쳤다.

“아주 잘하고 있어요, 메인 탱커! 당신의 도발력은 역시 세계 제일 수준이야!”

“훗, 이 모든 게 공격대장의 철저한 개인 과외 덕분이지요.”

한편, 장태준은 전투 장면에서 단 한 순간도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상황실을 채운 러시아 레이드 사령부 군인들도 똑같은 심정이었다.

‘아름답다…….’

수십 명의 대원들이 집단을 이뤄 한 마리 괴수를 공략하는 모습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조화로운 광경은 피가 흐르는 실전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까지 느껴졌다.

무엇보다 유지웅의 지시가 완벽했다.

적절하게 근딜진(실제로는 탱커들)을 배치하고, 진형을 수정하며, 교대와 투입을 정확하게 이뤄낸다.

교대가 이뤄지는 빈틈을 노려 세 명의 원거리 딜러에게 정확한 공격 지시를 내린다.

마치 수백 번, 수천 번 이상 공격대 지휘를 해본 사람처럼, 유지웅의 지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더욱 대단한 점은, 단지 괴수를 잡으려는 데 그치지 않고 대원들에게 골고루 경험을 쌓게 하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장태준은 그 점이 가장 대단했다. 유지웅이 지휘자로서도 괴수를 갖고 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황백호 통령의 어그로 잡는 스킬도 정말 대단하다. 그저 공격력과 힘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야.’

다른 탱커들은 힐을 믿고 괴수한테 공격을 당해가면서 어그로를 확보한다.

하지만 황백호는 달랐다. 그는 방패를 이용해서 괴수의 이빨이나 발톱 공격을 수도 없이 튕겨냈다. 먹힐 줄 알았던 공격이 빗나갈 때마다 괴수는 잔뜩 약이 올라서 으르렁거렸다.

말 그대로, 황백호는 괴수가 자기한테 분노를 품고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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