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귀족이다-1299화 (1,299/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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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체 희토류 공장.

규소에 결정체를 섞어 원자 구조를 영구히 변화시킴으로써 첨단산업에 필요한 17가지 희토류를 생산하는 곳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공 희토류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북한에만 존재한다.

희토류는 추출 과정에서 지독한 화학 약품을 쓰기 때문에 엄청난 환경오염을 동반한다.

하지만 결정체 희토류는 그런 환경오염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때문에 UN과 WTO에서는 기존 희토류가 아닌 결정체 희토류를 사용하도록 회원국들에 적극 권장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전 세계 희토류 수요의 95% 이상을 공급했던 중국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결정체 희토류를 더욱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유럽 역시 환경오염 문제를 들어 중국산 결정체 희토류 공급을 압박했다.

세계 최대 수입국인 일본과 한국이 중국산 희토류에 등을 돌리자, 중국산 희토류는 결국 그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때문에 황백호 통령 이하 내각 구성원들은 희토류 공장을 매우 각별하게 여겼다.

폐허가 된 평양에서 다시 일어선 북한이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등공신이자 산업화의 첨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토류 공장 인근에 켈루자가 나타났을 때, 북한 내각은 발칵 뒤집어졌다.

황백호는 즉시 국가비상회의를 소집했다.

“지금 유지웅 총리가 오고 있어요. 그 전까지만 시간을 벌면 됩니다.”

다행히 켈루자는 특별히 공장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쪽에서 적극적으로 유인 작전을 펼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언제든지 공장 쪽으로 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 그때를 대비해서 즉시 유인할 수 있도록 대비는 해야 했다.

“통령 각하, 그런데 총리와 부총리 둘이서 켈루자 두 마리를 잡는 게 정말 가능합니까?”

김태식 행정안전부 장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혁명을 함께 완수한 인물로, 황백호보다 나이가 15세 많다.

그의 얼굴에 가득 찬 근심에 황백호는 소리 없이 웃었다.

“김태식 장관, 걱정하지 마세요. 총리와 부총리는 세계 최강의 원거리 딜러입니다. 그 둘은 개인이되 군단입니다. 그 둘이 잡지 못할 괴수는 이 세상에 없어요.”

“남조선 운남동에서 블랙캣 괴수를 혼자서 잡은 것은 저 역시 봤습니다. 하지만 켈루자는 블랙캣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한 괴수 아닙니까? 과연 혼자서 잘 할 수 있을지…….”

“믿고 지켜보세요.”

내각 각료들의 염려는 결국 황백호는 왜 현장으로 가지 않느냐, 거기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자가 회복이 가능한 황백호는 이 나라를 재건한 국부이자 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인물이 전장으로 떠나주면 마음이 든든할 텐데, 이곳 평양에서 국정 업무나 보고 있으니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유지웅은 고공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뒤에서 박 실장이 비명을 지르는 게 들렸지만, 그는 가뿐하게 무시했다.

‘이 정도 높이는 보호막 따위 안 켜도 되겠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효주한테는 걸어주자. 그는 정효주를 향해 손을 뻗어 보호막을 시전했다.

쿠웅, 하고 커다란 충격음이 울렸다. 먼지가 풀썩 일어나며 시야를 가렸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찍은 켈루자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킨 그는 그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흙먼지를 뚫고 느긋하게 걸어 나오는 모습은 탄성이 나올 만큼 여유가 흘러 넘쳤다.

호버링한 채로 느리게 따라오는 무인 드론이 그 모습을 낱낱이 촬영해 채널로 송출했다.

‘이 정도 연출이면 그림이 제법 예쁘게 잘 뽑혔겠지?’

유지웅은 흐뭇한 미소를 필사적으로 감춘 채, 한껏 비장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오른손에 쥔 활을 앞으로 들고, 왼손을 등 뒤로 돌려 화살촉을 하나 뽑았다.

느릿하게 걸으며 화살촉을 활에 매기고,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위협을 느꼈는지 켈루자가 이쪽을 바라보는 게 보인다. 하지만 특별히 공격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유지웅은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를 그대로 놓았다.

희박한 비거를 머금은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켈루자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화살촉은 켈루자의 앞발에 박히며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유지웅은 다시 화살촉을 꺼내 빠르게 활시위를 매겼다. 그리고 힘껏 잡아당겼다가 손을 놓았고, 또다시 켈루자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유지웅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에 걸맞게 화살을 시위에 메기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었다.

어느덧 거리가 150미터까지 좁혀졌다.

순간 유지웅은 왼손에서부터 뿜어져 올라오는 짜릿한 감각을 느꼈다. 그 감각은 신경계를 두드리며, 짧지만 날카로운 경고를 남겼다.

그 경고대로, 유지웅은 고개를 슬쩍 왼쪽으로 꺾었다.

바로 그 순간, 보이지 않는 열 궤적이 방금 전까지 얼굴이 있던 것을 스치고 지나갔다.

tongue attack이었다.

공격이 빗나가자 켈루자도 당황했는지 혀를 회수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리게 변했다.

시청자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뭐야? 지금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으악! 통 어택이다!」

「헐, 저걸 피하셨어!」

「아니, 저게 가능해?」

「난 봤어. 분명히 봤어. 그냥 선 채로 고개만 옆으로 까딱하셔서 그걸 피하셨어.」

「눈으로 보고 피하신 거야! 대단하다, 대단해!」

「아니, 저게 보인단 말이야?」

유지웅은 씩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금 화살을 꺼냈다.

그 순간 날카로운 감촉이 한 번 더 신경을 자극했고, 그는 왼발을 회전축으로 삼아 그대로 몸을 반 바퀴 돌렸다.

바로 조금 전까지 그가 서 있던 곳을 향해 늘어난 혀가 꿰뚫고 지나갔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게 반응했다면 그대로 충돌해서 혀가 박살이 났을 것이다.

“큰일 날 뻔했네.”

벌써 혀가 망가지면 곤란하단다, 아가야.

유지웅은 느긋하게 화살을 날리며 마침내 거리를 100미터까지 좁혔다.

통 어택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마치 걷는 듯이 천천히 옆으로 움직이며 통 어택을 피했다.

그 매끄러운 회피 동작에 게시판은 이미 흥분과 광란의 도가니로 변한 지 오래였다.

「저런 느린 움직임으로 어떻게 저걸 피하냐고! 이건 사기야!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돼!」

정효주는 라이플을 겨눈 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하고 굉음이 울리고 거의 동시에 켈루자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그녀는 라이플 총구를 살짝 아래로 내린 후, 탄환을 다시 채워 넣었다.

그녀가 쓰는 라이플은 탄창이 없는 모델이다. 즉 한 번 사격을 하고 나면 일일이 손으로 다시 탄환을 장전해줘야 한다.

불편한 모델이지만 그녀는 이런 발사 방식의 총이 마음에 들었다.

한 발 쏘고 난 뒤에 잠시 탄환을 채워 넣으며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라이플 유저가 지닐 수 있는 진정한 로망이다.

‘온다!’

정효주는 공격 낌새를 느꼈다.

어그로가 튄 경우를 대비하는 서브 탱커로서 오랫동안 활약을 했고, 퍼플 결정체를 섭취함으로써 비약적인 강함을 얻었다.

지금 그녀는 0이나 다름없는 짧은 시간 동안 흐르는 어그로도 캐치할 수 있었다.

탕!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총구가 불을 뿜었다.

탄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아오던 혓바닥과 그대로 허공에서 부딪치며 폭발을 만들어냈다.

켈루자의 혀가 허공에서 주춤거리며 멈칫 했고, 시청자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또! 또 맞추셨다!」

「와, 대박. 완전 대박. 이게 인간으로서 가능한 플레이냐?」

「이거 게임 아니다. 실전이다. 게임이랑 혼동하는 일 없도록 해라. 그나저나 정말 쩔긴 쩐다.」

「미국 공격대 애들은 가드 탱커가 대충 감으로 뛰어들어서 육탄 방어로 막아냈는데…… 우리 프라임 공격대 오너분들은 아예 차원이 다르시네.」

「지웅이 형님은 고개랑 발만 까딱해서 흘리듯이 간단히 피하시고, 효주 누님은 통 어택 오는 거에 그대로 탄환을 갈겨서 막아내시고. 용호상박이다. 누가 더 낫고말고 따질 것도 없이 엄청나다.」

정효주는 켈루자를 향해 걸어가며 다시금 방아쇠를 당겼다.

또다시 허공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혓바닥이 멈칫 했다.

이런 식으로 통 어택을 막아낸 것만 해도 벌써 10번이 넘는다. 요행이나 천운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명백한 증거다.

유지웅, 그리고 정효주.

그 둘에게 통 어택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켈루자를 가지고 노는 듯이 가볍게 피하거나 막아낸다.

전 세계에 보도되는 이 장면을 보고, 지금쯤 수많은 이들이 전율에 몸을 떨고 있을 것이다.

정효주도 마침내 100미터 거리까지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더 이상 접근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연속으로 딜을 넣기 시작했다.

유지웅은 좌우로 끊임없이 움직였다.

왼쪽으로 10미터 정도 움직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10미터 정도 움직이는 것을 반복했다. 바로 켈루자의 통 어택을 피하기 위한 무빙이었다.

그는 결코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가만히 정지해서 화살을 날리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옆으로 아주 살짝 움직였다.

그럼 매우 아슬아슬한 차이로 통 어택이 그가 서 있던 자리를 꿰뚫고 지나간다.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일이었다. 시청자들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도 연신 눈을 비벼댔다.

「효주 누님이 총으로 쏴서 통 어택 상쇄시키는 게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슬쩍슬쩍 움직여서 피하는 게 더 멋있어 보인다.」

「그러게. 통 어택 피하는데 과도한 움직임 같은 것도 전혀 보이지 않고. 초고수의 여유가 느껴진다.」

유지웅은 딜량을 조절하는데 극도의 정신력을 발휘했다.

잘못해서 출력 조절에 실패하면 켈루자가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만다. 그런 결과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미 1인 공격대 행세하는 것만 해도 너무 많은 힘을 드러냈어. 아직은 좀 더 힘을 숨겨야 돼.’

왜냐고? 그게 재미있으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보인 힘만 해도 레이더로서는 세계 최강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미 자신은 단순히 원거리 딜러라는 클래스가 아닌, 1인 공격대라는 특별한 포지션으로 취급받는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전설을 쓸 것이다. 그것도 한 페이지가 아닌 두 페이지! 바로 정효주와 함께!

「아앗! 켈루자가 몸을 낮추고 있어!」

「뛰어오르려고 하나 봐!」

「지웅이 형님, 피해야 합니다!」

유지웅은 시간을 슬쩍 확인했다. 어느덧 레이드를 시작하고 58분이 넘어섰다.

‘효주가 정확히 1시간 컷 하자고 했었지?’

둘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정효주도 아마 실시간으로 시간 경과 여부를 체크하고 있을 것이다.

켈루자가 높이 떠올랐다. 100여 미터가 넘는 거리를 넘어 그대로 자신을 내려찍으려는 것이다.

유지웅은 피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 자리에 선 채 거듭해서 속사를 갈겼다.

「형님! 피해야 해요! 이제 움직이세요!」

「아아, 안 돼요! 피하세요!」

켈루자가 포물선을 그리며 자신을 향해 하강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유지웅은 가볍게 뒤로 도약했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켈루자가 그 자리를 덮쳤고, 근처 커다란 바위에 올라 선 유지웅은 최후의 한 방을 날렸다.

콰앙, 하는 굉음과 함께 켈루자의 머리에서 이제껏 없었던 가장 큰 폭발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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