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귀족이다-1393화 (1,393/1,550)

-- 프리시즌 헬조선편 후회가 없도록 --

알의 효능에 관한 모든 테스트를 마친 후, 트럼프는 만족스러운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힐러 보완 위주로 대비 시스템을 구축하되, 시간이 지날수록 알 섭취 위주로 비중을 옮겨가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각하. 아무래도 알의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고 또 홍보에 걸리는 시간 등 여러 가지 부가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알을 분말처럼 만들어서 제공받는다면 조미료처럼 요리에 뿌려 먹는 식으로 섭취해야 할 텐데, 느닷없이 분말을 매일 꾸준히 먹어야 한다면 거부감을 가지는 시민들이 적지 않게 나올 겁니다.”

세계 최강대국이라 해서 모든 시민들이 충분한 고등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서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시민들도 상당한 비율이다.

계도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알 분말이 자리 잡는 데는 제법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힐러 보완책은 그 공백을 충분히 채울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힐러를 상시 운용하는 것은 국가 장기적인 시점에서 여러 모로 낭비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우리 연방정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힐러 구조대 시스템을 병합한다면, 예산과 비용을 아끼면서 토끼 한 마리를 추가로 더 잡을 수도 있습니다.”

“좋군, 좋아.”

“알 분말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면 차후에는 대기 힐러의 수를 줄이고, 전문적인 힐러 구조대의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내무부 장관은 열심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

“물론 알 분말의 성분을 분석하고, 같은 효능을 낼 수 있는 약을 개발하는 데도 시간과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결정 에너지 그 자체가 물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최종적인 비전 제시까지, 트럼프가 보기에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보고였다.

“이대로 진행하게.”

미국은 브라우니로부터 알을 공급받기로 했다.

정식으로 계약서를 쓴 것은 아니었다. 영수와 감히 어떻게 그런 식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다만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약속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서 한 장씩 나눠 갖기는 했다. 그것은 계약의 효력보다는, 약속의 내용을 정리해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대금은 금으로 줘도 좋고, 달러로 줘도 좋아요. 아, 다른 화폐는 사절입니다.

운반이 가장 큰 골치였는데, 그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미국 땅 어느 곳이든 아무데나 큰 물류 창고를 만들어놓으세요. 제가 직접 가서 분말을 쌓아놓을게요. 위치는 미국 내면 어디든 상관없는데, 다섯 군데까지만 허용할게요. 그 이상은 저도 귀찮아서…….

미국은 급히 부랴부랴 분말을 보관할 임시 컨테이너 창고를 만들어서 브라우니한테 알려 주었다.

임시 창고 완공을 알리고 하룻밤이 지나니 브라우니한테 연락이 와 있었다. 모든 컨테이너를 분말로 가득 채워놓았다는 통보였다.

설마 하고 임시 창고를 찾은 책임관리자는 수천 개가 넘는 컨테이너가 남김없이 분말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미국, 그 넓은 땅에 흩어져 있는 다섯 군데의 임시 창고의 모든 컨테이너를 하룻밤 만에 모두 채워 놓다니.

트럼프는 보고를 받고 감탄했다.

“과연 영수로다, 영수야.”

한낱 영수의 힘이 이 정도인데, 신수의 진정한 힘은 대관절 어느 정도일까?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미국은 즉각 분말을 전미 지역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미국 시민들을 상대로 결정 에너지 오염의 위험성을 홍보하고, 분말을 반드시 섭취할 것을 요청했다.

분말은 한시적으로는 무상으로 제공되지만, 일정한 계도 기같이 끝나면 유상으로 판매될 계획이었다.

참고로 로스차일드, 록펠러 등 금괴를 제공한 대부호들은 ‘모든 미국적 법인, 자연인’ 중에서 독점적으로 분말 유통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았다.

즉 금괴를 제공한 대부호들이 아닌 다른 미국 기업, 미국인은 분말 유통 사업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브라우니를 상대로 완전한 독점권을 얻어내면 좋겠지만 애초에 그것은 불가능했기에, 미국 시장만이라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그런 이권을 보장받은 것이다.

초반에는 알 분말을 무상으로 제공하지만, 대부호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민에게는 무상이지만 그에 해당하는 가격을 미 정부로부터 보전받기 때문이다.

즉 대부호들은 미국인들의 주요 식량 시장 하나를 완전히 독점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먹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되는 아주 중요한 식량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신수의 지혜를 빌릴 수도 없었을 것이기에, 백악관으로서는 그 정도 배려는 해줄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트럼프도 지분이 있었다.

그렇게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뜻있는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것이 진정한 해결이 아닌, 임시방책임을 알고 있었다.

“오염 자체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결국 임시 땜질에 지나지 않아.”

“만약에라도 알 공급이 중단되면 사회적인 손해를 크게 보게 돼. 영수 브라우니는 그럴 일은 없다고 장담했지만…….”

“알 공급을 위해서 미국이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너무 천문학적이야. 그리고 그 비용의 대부분은 유통업을 독점한 기업들에게 돌아가지.”

알을 공급하는 브라우니 또한 막대한 이익을 챙기겠지만, 유통기업들이 이익을 챙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는 게 없으면서 큰 숟가락으로 밥상의 밥을 떠먹는다. 실제로 연방정부가 일괄적으로 알을 매입해서 뿌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또 비용도 적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대부호들의 이익이 백악관으로부터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해결했다 치지만, 다른 나라는 아무런 방법이 없지. 결정 에너지에 오염된 곡물이나 고기를 꼼짝없이 섭취할 수밖에 없어.”

언젠가는 미국에서도 오염된 곡물이나 육류가 생산되어서 국제 시장으로 수출될 것이다.

미국은 굳이 그것들을 정화할 필요가 없이, 그냥 내다 팔면 그만이다. 자국민에게는 알 분말을 공급하면 그만이니.

차후에는 알 분말을 무기삼아 국제외교관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으리라.

미국의 패권주의가 지나치게 강화되고, 그로 인한 무역 불균형은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를 침체시킬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런 미래를 우려했다.

“결국 완전한 해결은 아니라는 거지.”

제니스 컴퍼니에 개설한 브라우니 계좌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오자 담당자는 깜짝 놀랐다.

대강의 사정을 알아본 담당자는 브라우니와 미국 사이에 엄청난 빅딜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1차 입금액이 100억 달러라니.”

물론 제니스 컴퍼니의 전체 자산에 비하면 소소한 금액이지만, 일개 직원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큰 금액이었다.

결국 이 내용은 상부에 보고되었고, 마침내 유지웅의 귀에까지 들었다.

보고를 들은 유지웅은 브라우니를 불러다가 물었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저번에 말씀드린 서해산 아마조니온 알 수출 대금입니다. 과잉 축적 치료제로 팔고 있어요.

“뭐야? 너, 설마 치료 방법을 찾았어?”

―물론입니다. 제가 누굽니까.

“어떻게?”

―깃털에 저의 권능을 한 방울 담아서 알들 위에 놓고 태워 그 에너지를 흡수시킵니다. 그리고 그 알을 먹으면 결정 에너지가 체내에 쌓이지 않고 자연적으로 흡수돼요.

“와, 그런 게 가능했어?”

―혹시 알에 그런 효능을 부여하면 미국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도해봤거든요. 시험 삼아 해봤는데 잘 되더라고요. 다행이지요.

“이런 기특한 녀석.”

유지웅은 갑자기 녀석이 귀여워 보였다.

다른 빨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돈을 갖다 쓸 궁리만 하는데(물론 그 이상의 업적이나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브라우니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회사 계좌에 엄청난 대금을 차곡차곡 적립하고 있지 않은가.

“잘 됐다. 안 그래도 요즘 현금이 좀 부족했었는데, 나도 남이 벌어온 돈 한 번 좀 써봐야지.”

―저, 저도 나중에 쓸 일이 생길지 모르니 조금만 남겨주시면…….

“인마, 내가 누구야? 나 유지웅이야. 코 묻은 돈 안 뺏어먹어.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돌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냥 유지웅도 남이 벌어온 돈을 공짜로 갖다 쓰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껴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럼 효능은 어느 정도인데?”

―아, 제가 효능은 조금 거짓말을 했어요.

“거짓말? 야, 브라우니. 허위광고는 범죄이자 양심을 저버리는 비상도적인 행위야. 그러면 안 돼.”

―효력 지속 기간을 실제보다 1/50 정도로 줄여 말했어요. 아무래도 사고가 생길 것을 방지하려면 그 정도 안전장치는 해놔야 할 거 같아서요.

하루에 한 알이 아닌, 50일에 한 알을 먹어도 그 기간 동안 효능은 유지된다. 매일 한 알을 먹는다고 해서 효능이 더 중첩되거나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실험을 진행한 이들은 그런 사실을 몰랐기에, 한 알만으로도 50일이나 효능이 지속되는지 여부는 실험하지 않았다.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유지웅은 납득했다.

“그렇군. 원래 그렇게 하는 게 맞지. 델지전자 냉장고 봐봐. 실제로는 한 30년 쓸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어놓고 정작 광고할 때는 10년 수명이라고 광고하고 있지. 얼마나 양심적이니? 난 내 애완조가 이렇게 따뜻한 양심을 갖고 있다는 게 그저 자랑스럽구나.”

아마조니온 출현이 돌고 돌아 이런 태풍을 만들어내는 걸 보니, 유지웅은 세상일은 참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게 완전한 해결은 아니지. 알을 구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과잉 축적의 위험에 꼼짝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과잉 축적 문제를 해결한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염된 곡물이나 육류를 국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융통하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과잉 축적 자체가 애초에 자신의 책임이 아니었기에, 유지웅으로서는 더 해줄 게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애완조가 부분적인 해결책이지만 방법을 고안하지도 않았나.

“박사님들이 완전한 방법을 개발할 때까지는 이대로 버티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뭐.”

알 분말은 처음에 환영받지 못했다.

처음 미국 시민들은 정부와 대기업이 자신들을 속이는 거라 생각했다. 자신들의 주머니를 갈취하기 위해 되지도 않는 핑계를 만드는 거라 생각했다.

연방정부의 정책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았지만, 반발을 품고 적개심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덕분에 매일같이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백악관은 과잉 축적 사태가 거짓임을 인정하라! 인정하라!”

“멀쩡한 물, 곡물, 육류를 먹고 탈이 난다는 게 웬말이냐!”

“웬말이냐! 웬말이냐!”

“대기업의 배를 불리려는 대통령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초기의 혼란은 이미 예상한 바였으나,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졌다. 트럼프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지지율과 시민들의 혼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해결의 실마리는 우스운 곳에서 시작되었다.

“우왓! 이 햄버거 뭐야? 왜 이렇게 맛있어? 늘 먹던 것과 맛이 전혀 달라!”

“응, 알 분말을 고기 패티에 뿌렸거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