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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있다.
한 번도 고기를 먹어보지 않은 자는 있어도, 한 번만 고기를 먹어본 자는 없다고. 물론 여기에 극단적 채식주의자를 끼워 넣는 분위기 깨는 짓은 삼가도록 하자.
아무튼 정부 정책을 극렬히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한 번만 알 분말을 먹어보면 더 이상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거 맛있는데?”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이렇게 맛있는 소스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평생, 아니 매 삼시 세끼 다 먹을 수 있겠어.”
알 분말의 묘미를 느낀 이들은 언제 반대의 목소리를 내었느냐는 듯 그 환상적인 풍미에 깊이 빠져들었다.
분말 그 자체를 햄버거 패티에 뿌려서 먹어도 맛있고, 스테이크에 후추처럼 뿌려서 먹어도 맛있었다.
과일, 아이스크림에 뿌려 먹거나, 심지어는 물에 타서 걸쭉한 스프처럼 만든 뒤 먹는 이들도 있었다.
“뭘 어떻게 해서 먹어도 맛있잖아! 왜 이렇게 맛있는 소스가 이제야 나타난 거야!”
알 분말을 한 번이라도 먹어본 사람들은 더 이상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애초에 반대하는 이들 대부분은 교육 수준,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이들이 다수였다. 그들은 무조건 정부와 기업이 시민을 대상으로 짜고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결정 에너지 과잉 축적 현상의 존재, 알 분말의 효능. 그것들은 깡그리 무시하고 무조건 정경유착만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랬던 이들이기에, 알 분말의 맛에 사로잡힌 이후로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에 1개 용량만 먹으라니! 말도 안 되는 개소리 하지 마라!”
“더! 더! 더! 나에게 에그파우더를 더 달라!”
“난 하루에 30개분도 먹을 수 있다고! 빨리 에그파우더를 달란 말이야! 이럴 거면 그냥 돈 주고 팔라고!”
“왜 우리 동네 월마트에는 에그파우더를 들여놓지 않는 거냐! 텍사스라고 지금 차별하는 거냐, 뭐냐! 양키 놈들!”
브라우니가 1차 알 판매대금으로 받은 돈은 100억 달러.
알 1개 가격이 1달러이니(원형이 아닌 분말 형태로 제공하는 조건, 알 요리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100억 개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00억 개라고 하면 엄청나게 많아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인구가 약 3억 5,000만 명이니, 단순 계산으로 28.5일 동안 겨우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브라우니가 당장 100억 개의 분량을 지급한 것은 아니었다. 100억 달러는 일단 선금을 받은 것이었고, 브라우니가 실제로 지급한 물량은 100만 개 정도 되는 물량이었다.
때문에 계도 기간 동안 미국은 충분한 물량 공급보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더 힘을 썼다.
1회 지급량을 1인 정량 기준으로 1/100로 줄이고, 지급 간격을 약 10일에 1회로 했다. 당장의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거센 반발은 이미 예상했었다.
어쨌든 간에 사회의 생존 유지가 걸린 문제에 사적 자본주의 욕망을 끼워 넣었으니.
하지만 백악관도 할 말이 있었다.
“신수의 지혜를 빌리기 위해서는 금 2만 톤이 필요했고, 그 대가를 지불한 이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은, 자본주의의 나라로서 당연한 결정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미국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대부호들이 너무 지나친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연방 정부 차원에서 적당한 견제를 하기로 되어 있었고, 대부호들도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가정했던 거센 반발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왜 이거 밖에 안 주는 거야!”
“왜 월마트 진열대에서 보이지 않는 거냐고! 하루 종일 뒤지고 다녔는데 한 개도 없었어!”
“이베이에서는 왜 안 파는 거야, 도대체!”
심지어 무상으로 지급된 자기 분량을 온라인 경매 등에 되파는 사람까지도 나타났다.
엄밀히 따지면 1센트 밖에 안 되는 1회 지급량(알 1개의 1/100 분량)이 100달러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는, 웃지 못 할 촌극마저 벌어지고 있었다.
원가를 생각하면 무려 일만 배의 이익을 남긴 것이다. 물론 시민들은 지급량의 정확한 원가를 알지 못했지만.
“각하, 온라인 경매장에 풀리는 물량의 80%가 에그파우더 컨소시엄 측에서 풀어놓은 물량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음.”
트럼프는 기분이 묘했다.
에그파우더 컨소시엄은 금 2만 톤을 낸 대신 알 분말 독점 공급권을 획득한 이들을 총칭하는 말이었다.
공정한 가격에 물량을 제공해야 할 이들이 물량을 일부 빼돌려 온라인 경매 장사로 톡톡히 이익을 보고 있었다.
1달러에 사온 에그파우더를 1만 달러에 팔고 있으니.(1/100의 양이 100달러에 팔리고 있으니 1만 배)
이래서는 안 되는 걸 알지만, 자신 역시 그 컨소시엄에 참가한 상태이다 보니 뭐라고 대놓고 견제하기가 뭐했다. 어쨌든 간에 자신의 이익도 함께 증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각하, 절대적인 물량이 부족합니다. 에그파우더 수급량을 늘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분위기입니다.”
“일단 영수 브라우니한테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한국에는 이미 브라우니와의 교섭을 전담하는 국무부 인원이 상주해 있는 상태였다.
어쩌다 보니 정보부서에서는 지모가 유지웅과의 교섭을 전담하고, 이제는 국무부도 그의 애완조를 전담하기 위해 나서게 되었다.
「브라우니는 걱정 말라고 합니다. 조만간 물량을 대폭 늘리기 위한 방법을 실행할 거라고 했습니다.」
“물량을 어떻게 늘린단 말인지 그 내용은 들었나?”
「그게…… 양식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트럼프는 황당해서 수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양식장?”
브라우니도 나름 생각이 있고, 깊은 뜻이 있다.
애초에 감당도 못할 미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덜컥 나서지도 않았다. 만약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부족했다면 좀 더 작은 시장을 노렸을 것이다.
그동안 브라우니는 지구의 큰 바다들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아마조니온 어군을 찾아다녔다.
덕분에 녀석은 아마조니온이 바다에서는 꽤나 흔한 종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아마조니온은 대부분 옐로 급의 결정도를 갖고 있었다. 브라질에서 발견된 세 개체는 그중에서도 레드까지 성장한 특이한 개체였다.
바다에 떼를 지어 사는 아마조니온은 거의 전부 옐로 등급이었는데, 아마 레드 급이 되면 수상생활보다는 육상생활이 더 좋아서 물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놈들, 거의 대부분 해저 바닥에 사는군.’
이러니까 이렇게 개체가 많은데도 아직까지 인류의 눈에 띄지 않은 것이지.
서해에서 발견된 아마조니온 어군은 알을 낳을 장소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서해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꼭 얕은 바다에만 알을 낳는 것은 아니었다.
‘바닥을 파고 그 안에 알을 낳지만, 장소를 가리지는 않아. 하지만 유달리 선호하는 장소가 있군.’
브라우니는 마리아나 해구에서 떼거지로 모인 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은 주변에 비해 수온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편이었고, 알이 잔뜩 포진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100만 개 이상은 넘는 듯이 보였다.
‘좋아, 내 가설을 시험할 때다.’
일단 알을 남김없이 챙겨 돌아온 브라우니는 주인을 찾아갔다.
―주인님, 주인님.
“왜?”
―저 퍼플 하나만 주십셔.
“옛다. 흘리지 말고 먹어. 부스러기라도 흘리면 나중에 골치 아파질 수 있어.”
―옙, 걱정하지 마세요.
퍼플 결정체를 냉큼 받아든 브라우니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역시 가까운 곳이 최고지.’
진도군 서쪽, 다도해 해저에 위치를 정한 브라우니는 그곳에 해저 바닥에 퍼플 결정체를 놓았다.
자신의 권능으로 단단히 퍼플 결정체 표면을 감싸, 아무도 취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것으로서 분실의 염려는 사라졌다.
그리고 약 사흘 후 다시 그 장소를 찾았다.
‘역시 내 가설이 맞았어!’
퍼플 결정체 주변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아마조니온 알이 잔뜩 널려 있었다. 5억? 10억? 아니, 이미 세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숫자였다.
퍼플 결정체의 힘에 본능적으로 끌린 아마조니온들이 몰려 와서 주변에 알을 낳은 것이다. 아마 알이 부화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전 지구의 개체들 대부분이 몰려와서 알을 깐 수준인데?’
겨우 사흘 만에 이 정도 물량이라니.
양식장이 성공했음을 확신한 브라우니는 잔뜩 의기양양해져서 제니스 타운에 파견된 미국 국무부 직원을 찾았다.
―됐습니다. 양식장 마련했어요.
양식장이 성공했다는 소식에 백악관은 바빠졌다.
뿐만 아니라 에그파우더 컨소시엄도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움직였다.
대부호들을 대표로 에그파우더 컨소시엄 회장을 맡은 세인 아민 카네기가 백악관을 찾았다.
“컨소시엄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초 공급 시스템 뼈대는 대강 갖췄고, 나머지는 차차 진행하면 됩니다. 당장 에그파우더 물량을 전미에 공급하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없어요.”
일반 시민들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겠지만, 어차피 독점 시장 아닌가.
사업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서비스를 받는 시민들의 불편함 개선은 고려 개상이 아니다.
컨소시엄을 이룬 대부호들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 위주로 골몰하는 중이었다.
경매에서 일만 배 이상의 차익을 꾸준히 실행되는 걸 본 그들은 에그파우더가 가지는 잠재력을 깨달았다.
‘이건 단지 사람을 과잉 축적 반응에서 보호하는 의약품이 아니다! 그 자체로 중독될 수밖에 없는 진미다!’
에그파우더는 음식에 뿌려먹는 소스로서 어느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어울렸다. 심지어 그 자체를 수프처럼 요리해서 먹어도 뛰어난 맛을 자랑했다.
그전까지 에그파우더 컨소시엄은 에그파우더를 ‘생존에 필수적인, 대체불가능한 식량’으로만 보았다.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천천히 바라보니, 그전에는 알지 못했던 대단한 잠재력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살기 위해 억지로 먹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 ‘먹기 위해서 사는 즐거움’이 될 자질이 충만했던 것이다.
“브라우니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양식장 구축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오, 그럼 어느 정도의 물량을 공급할 수 있습니까?”
“브라우니 말에 의하면 이론적으로는 지구 전체의 사람들이 매끼마다 에그파우더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물량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세인 아민 카네기는 반색을 띠었다. 역시 그만큼 좋은 소식이 있으니 백악관으로 부른 것이었다.
“대통령, 에그파우더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어요. 생존을 위한 식량으로서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이미 에그파우더 없이는 식사를 하기 싫어질 정도로 그 맛에 중독되었습니다. 심지어 우유에 에그파우더를 타서 먹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 이야기는 나도 압니다.”
“일일 3억 5,000만 개? 그 정도로는 턱도 없습니다. 적어도 그 백배는 되어야 최소 마지노선 물량을 맞출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