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족이다 1400화
[헬조선 편]
78장 이쯤에서 정리 한번⑴
정신을 차려보니 다 끝나 있더라.
중국 공산당 수뇌부를 위한 아주 적절한 표현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사진팡 주석이 이끄는 공산당은 여의도반달곰을 몰
아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 다.
내륙 깊숙이 침투한 여의도반달곰 은 마치 중국을 가지고 희롱이라도 하듯이 이리저리 어슬렁어슬렁 돌아 다니며 중국의 여러 대도시를 위협 했다.
가끔 북경의 지척까지 침투해서 낮 잠을 즐기기도 하는 등 예측 불가능 한 위협적 행보를 보였다.
때문에 공산당 수뇌부는 하루에 단
4시간도 제대로 된 숙면을 이룰 수 없었다.
여의도반달곰이 북경 지근까지 왔
을 때,공산당 수뇌부는 급히 항공 기를 이용해서 랴오닝성까지 피신했 다.
그러자 여의도반달곰은 보란 둣이 랴오닝성 인근으로 위치를 옮겼고, 공산당 수뇌부는 부랴부랴 상하이로 이동했다.
공산당이 상하이로 이동하자마자 여의도반달곰은 다시 그쪽 인근으로 거점을 옮겼고,수뇌부는 짐을 풀기 도 전에 다시 항공기에 올라 피신을 해야 했다.
2만여 명의 레이더로 구성된 공격 대가 여의도반달곰을 막아 보려고 애썼지만, 여의도반달곰은 때로는
그들을 가볍게 격퇴하기도 했고,때 로는 놀라운 기동력으로 무시하고 돌파하여 대륙을 질주하기도 했다.
공산당 수뇌부는 한 달 내내 여의 도반달곰을 피해 돌아다니느라고 기 력이 확 빠졌다.
당연히 홍콩에 한창 불어닥치는 개 혁의 바람에 개입할 여유 따위는 없 었다.
그들이라고 모를 리가 없었다.
지금 홍콩에 손을 쓰지 않으면 나 중에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을. 어 쩌면 홍콩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해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의도반달곰이 자기 집처 럼 중국을 휘젓고 다니는 상황이라, 홍콩에 신경을 할애할 여유가 없었 다.
“혹시 저놈 저거,우리가 어디로 피하는지 다 알고 일부러 따라다니 는 거 아닐까?”
어느 공산당 고위간부가 그런 자조 적인 말까지 할 정도로,여의도반달 곰은 집요하게 공산당 수뇌부가 피 신한 곳만 골라서 따라다녔다.
물론 수십에서 수백km 이상 거리가 떨어진 채다.
하지만 여의도반달곰한테 있어 그 정도 거리는 금세 돌파 가능한 수준 이기에,수뇌부는 도저히 마음을 놓 을 수 없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피해다니면서 레 이드 지시도 내리고,장성들도 갈구 고,수면도 거의 취하지 못하고.
그러는 사이에 홍콩은 번갯불에 콩 볶듯이 자주 독립국임을 선언하고 미국과 한국,러시아,일본의 국가 승인까지 받아냈다.
그 4개국을 살펴보면 전부 제니스 그룹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 이 있었다.
때문에 사진팡 주석이 대로하여 집 무실 집기를 전부 부숴 버렸다는 소 문이 돌았다.
조금만 여력이 있었더라도 홍콩에 인민군을 대대적으로 투입해서라도 저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합 홍콩 지부에 파견된
300여 명의 탱커,그리고 남중국해 까지 진출한 미 7함대를 찍어 누를 만한 전력을 파견할 여력이 전혀 없 었다.
매일 쫓기느라 잠도 거의 못 자니 온전한 판단을 내릴 정신도 없었고.
年석 각하,드디어 끝났습니다.”
마침내 모든 위기상황이 종료되었 다.
하지만 사진팡 주석을 비롯하여 수 뇌부 중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불과
30km틀 남겨둔 거리에서 여의도반 달 레이드가 벌어졌기에,그들은 신 경이 몹시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래,상황은 완전히 끝난 건 가?”
“예,여의도반달곰은 산둥반도에서 동중국해 방향으로 헤엄쳐서 사라졌 습니다.”
사진팡은 망망대해를 열심히 헤엄 치는 여의도반달곰의 모습이 재생되 는 걸 보았다.
“헤엄 치는 속도가 무척 빨라 보이 는군.”
“약 60노트 정도입니다.”
“웬만한 군함은 따라잡지도 못하겠 어.”
육지에서도 그렇게 빠르던 놈이 바 다에서도 빠르다.
사진팡 주석은 힘없는 웃음을 보였 다.
한 달 동안 중국 전역을 괴롭혔던 여의도반달곰은 마침내 동중국해로 사라졌다.
중국 해군은 추적을 계속했지만 어 느 순간 여의도반달곰은 바다 속으 로 깊이 잠수해 버렸고,그 뒤로 추 적이 끊어졌다.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다시 중국을 괴롭힐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아니,어쩌면 그게 한동안일지도 모르지만…….
“알았네,일단 나는 좀 쉬어야겠
어.”
사진팡 주석은 눈이 붉게 퀭해진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회의실을 벗어나려다가 그만 비틀거렸다. 옆에서 당 간부가 얼른 그를 부축했고,그는 고맙다고 말한 뒤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
한 달 동안 거의 제대로 잠을 자 지 못했으니,곧바로 침실에 돌아가 서 곯아떨어져 누울 것이다. 아마 이틀 정도는 그대로 죽은 듯이 뻗어 있지 않을까.
사진팡 주석이 자리를 비우기를 기 다렸다는 듯이,다른 수뇌부도 앞을
다투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들도 사진팡 주석 못지않게 한달 내내 불면에 시달렸다.
언제 여의도반달곰이 자신들이 피 신한 곳까지 진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인지라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 했던 것이다.
회의실에는 당황한 실무자들만 남 았다.
“어쩌지? 홍콩 이야기는 아직 꺼내 지도 못했는데……
“주석님도 전혀 모르시진 않아. 다 만 지금은 너무 피곤하셔서 그 문제
를 생각할 겨를이 없으신 거겠지. 하루 정도 푹 쉬고 난 다음에 다시 보고드리면 될 거야.”
“지금 하루가 아니고 한 시간 단위 로 급한데……
“급할 게 뭐 있어? 어차피 홍콩 문제는 이미 반쯤 우리 중국 손을 떠났어.”
자주독립까지 선포하고 국가 승인 을 받았으며,7함대가 남중국해에서 당당히 주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부터는 홍콩의 독립 취소나 재 흡수를 다투기보다는,향후 중국의 영해 영역이나 EEZ 영역을 다투는
게 생산적일지도.
“홍콩은 이미 끝났어. 주석님도 그 걸 모르시진 않아.”
* * *
“난 중국이 너무 좋아.”
김범석은 부하 직원들 앞에서 진지 한 태도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중국이 많았으면 좋겠어. 하나 가지고는 성이 차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 겨우 두 개가 되었군 요.”
“두 개라니? 홍콩은 홍콩이지, 중 국이 아니야. 중국은 여전히 하나 다.”
“앗,실언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광저우시 유지들을 방문하고 돌아 온 김범석은 어느 때보다도 깊은 번 뇌에 잠겨 있었다.
“가능한 100개 이상의 도시 국가 들로 분열하고 싶지만…… 그게 안 되더라도 최소 20개 이상의 국가들 로 나누고 싶지만…… 아무래도 현 실적으로 지금 당장은 무리겠지?”
무리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합니
다, 아무리 중국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한들,한족이 가지는 중화라는 자부심은 하루아침에 꺾일 만한 게 아닙니다.”
“맞습니다. 현실적으로 위구르, 티 베트,내몽골 정도만 따로 떨어져 나가게 유도하는 게 최선일 겁니다. 물론 하는 김에 대만도 완전한 독립 국으로 인정받게 만들고요.”
“으으,좀 더 많은 중국을 보고 싶 은데……
나는 중국이 너무너무 좋다니까. 김범석은 속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렸 다.
“일단 그 정도만 분열해 놓으면 중 국의 힘은 충분히 약화됩니다. 차후 본중국은 차차 얼마든지 분열시킬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백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인 가…… 어쩔 수 없군.”
김범석은 애석하다는 듯이 작게 탄 식했고, 부하들의 얼굴에 묘한 감정 이 어렸다.
‘이게 어째서 일보 후퇴야? 열 보 전진은 될 거 같은데.’
'사장님은 너무 스케일이 크셔서 감당할 수가 없다니까.’
저런 인물이 왜 담성그룹에서는 그
렇게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했을까? 김범석을 모시는 이들이 늘 느끼는 의문이었다.
‘이형원 그 병신 같은 놈은 저런 인재한테 비자금 관리나 시켰었단 말이야?’
‘사람 보는 눈이 그 모양이니 자기 가 하는 사업마다 죄다 망해서 마이 너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은 거겠 지.’
1심 선고가 나온 이형원은 3심에 서 뒤집어지지 않는 한,이미 죽을 때까지 교도소에서 나올 수 없는 신 세가 되었다.
이형원뿐만 아니라 수백 명에 달하 는 그룹 고위 임직원들도 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다.
항소 절차에 들어가긴 했지만 이미 그들에게 희망은 없었다.
담성그룹은 김범석의 손에 의해 완 전히 물갈이가 되었고,수십 년간 그룹을 지배했던 이씨 일가의 입김 은 완전히 걷혔다.
“이번에 어디어디 성이 큰 피해를 입었지?”
“광둥성, 광시 좡족 자치구,장시 성,후난성,구이저우성,후베이성, 안후이성,장쑤성,허난성,산시성,
허베이성,장쑤성이 큰 피해를 입었 습니다. 그 외 다른 지역은 여의도 반달곰이 침투하지 않았고요.”
“재산 피해를 따지면 적어도 3,000 억 달러 이상은 될 겁니다. 인명 피 해가 전혀 없다는 게 기적입니다.”
“흠,인간이 만든 물질적 시설만
파괴하는 괴수라.... 마치 신화에
서나 볼 법한 일이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김범석이 손뻑을 가볍게 쳤다.
“피해를 입은 성들은 중국 중앙 정 부에 불만이 제법 크게 쌓여 있지 않을까? 선전시 지역 유지들도 슬쩍
떠보니 불만이 상당히 축적돼 있던 데 말이야.”
“아마 그럴 겁니다.”
“공산당 수뇌부가 쓸데없이 이리저 리 피신을 다니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커졌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여의도 반달곰이 마치 그들을 따라다니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불만들을 잘만 활용하면 중 국 분열을 위한 불쏘시개로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아니 더라도 나중에는 언젠가 활활 타오 를 수 있도록 말이야.”
“사실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몇
개 성이 놀란 엘로 몹의 난동으로 추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근데 하필 이면 성 소속의 레이더들이 모두 임 시 징집돼버린 터라 전혀 막을 도리 가 없어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합니 다.”
“저런,인명 피해는?”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 엘 로 몹이 나타나자마자 주민들을 즉 시 소거한 덕분입니다.”
“그래도 중앙 정부에 대한 불만은 생겼겠군.”
“아무래도 그럴 겁니다. 이미 1만
3천 명이나 죽여놓고 또 2만 명을
추가로 징집했는데도,한 달 내내 중국 전역을 엉망으로 만들기만 했 을 뿐 제대로 섬멸을 한 것도 아니 니까요.”
“중국 지방성 권력자들은 이미 사 진팡 주석의 지도력에 은근한 실망 감과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적어도 괴수 시대에서 중국을 이끌 만한 지 도력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모양 입니다.”
“다음 전인대 대회가 상당히 볼 만 할 겁니다. 이건 조심스러운 말이지 만,또 한 번의 비극적 유혈이 중국 땅을 흐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김범석은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
다,
사진팡 주석의 무능함 부각.
홍콩의 독립.
그리고 각 지방성 권력자들의 불신 과 불만까지.
자신이 원하는 중국의 대분열이 그 려지기 위한 재료들이 차근차근 성 숙돼 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주인님,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인님이 좋아하시는 중국을 한 아 름 안겨드리겠습니다!’
예전에 유지웅과 나눴던 대화가 귓 가에 아른거린다.
-석아.
-예,주인님.
-나는 중국이 좋다. 그래서 중국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어. 셀 수도 없 을 정도로 아주 많이.
-저도 오늘 이 순간부터 영원한 중류팬이 되겠습니다!
주인님의 호불호가 곧 나의 호불호 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