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귀족이다-1406화 (1,406/1,550)

나는 귀족이다 1406화

[헬조선 편]

78장 이쯤에서 정리 한번(7)

핵물질완전폐기조약은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미국,러시아,영국, 프랑스 등 전통적인 핵강국이 스스로 조약 에 합의한 것이 대중의 심리를 자극 했다.

“핵탄두만 없애는 게 아니라 원자 력 발전소까지 전부 다 없앤다고? 왜 이래야만 하는 건데?”

“괴수가 연료봉을 흡수하면 더 강 력해지니까 그렇지. 그리고 괴수가 원전을 터는 과정에서도 방사능이 새어 나을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일찌감치 예방하자는 거다.”

“미러영프가 스스로 핵탄두를 없애 겠다고 할 정도면 진짜 위험하긴 한 가 보다.”

“괴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지. 인 간들끼리 서로 죽을래 말래 아옹다 옹하더라도 외계인이 습격하면 일단

뭉치는 게 맞잖아.”

“근데 중국은 왜 가입 안 한 거 야?”

가입 안 한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 다.

이스라엘, 인도,파키스탄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가입을 하지 않았다. 심 지어 이란은 국제회의에 출석하지도 않았다.

사실 중국 등 3개국은 억울한 면 이 있었다.

유지웅이 적극적으로 설득을 한 것 도 아니고,1차 논의가 끝난 뒤 기 습적으로 자기들끼리 조약을 체결해

버렸으니까.

가장 억울한 것은 중국이었다.

핵확산금지조약에서 정식으로 핵보 유국으로 인정받는 5개국 중 유일하 게 제니스타운-핵물질완전폐기조약 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였기 때문이 었다.

다른 미가입국들을 대표로 혼자 욕 을 먹는 몸빵 신세가 된 셈이다.

황산치 부주석은 조용히 유지웅을 찾아가서 항의했지만,돌아오는 대 답은 가차 없었다.

“중국은 조약에 가입할 생각이 없 어 보여서 따로 부르지 않았어요.

제가 첫날 회의에서 모든 걸 충분히 설명드렸잖아요.”

“하지만……

“하지만 뭐요? 설마,제가 중국 바 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매달리면서 제 발 조약에 가입해서 인류를 위해 핵 연료 완전 폐기에 힘을 써주셔야 한 다고 애걸복걸이라도 해야 했었다는 건가요?”

“아니면 조약 가입을 빌미로 저한 테서 뭔가 이권이라도 받아내야겠 다,혹시 그런 의도가 있었나요?”

한 나라의 2인자에게 취할 태도는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이 유지웅 한테 할 수 있는 보복 조치가 없었 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괴롭히기 등 중국이 쓸 수 있는 외교적 카드 는 모두 다 쓴 뒤였다.

그 어떤 것도 유지응한테는 피해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고.

오히려 에그파우더를 포함한 제니 스그룹 상품을 수입하지 못해 안달 이 난 것은 중국 쪽이었다.

“그런 의도는 결코 없었습니다.”

“그럼 이제라도 가입하세요,조약.”

“계속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 게 뻔하니까 서둘러 진 행을 한 거지,중국이나 다른 핵보 유국의 가입을 반려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뒤늦게 조약에 가입했 다고 해서 차별도 없을 거고요.” 물론 차별은 없다.

하지만 똑같이 회의에 참석했으면 서도 뒤늦게 가입했다는 불명예는 두고두고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지금 매우 혼란스럽다.

미국과의 경제 전쟁이 아직까지 진

행 중이고,제니스그룹의 상품을 일 절 수입하지 못하고 있으며,여의도 반달곰이 화남 지방부터 내륙을 쑥 대밭으로 만들었고,그 사이 홍콩은 독립을 선언해 버렸고, 여기에 비밀 핵기지가 괴수의 습격을 받아 완전 히 파괴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핵물질완전폐기조약 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공산당 고 위 간부들은 하루가 다르게 피가 마 르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가입하시겠어요? 그럼 제가 다른 4개국 정상들한테 직통 전화 돌려서 물어보겠습니다. 아시 다시피 가입을 위해서는 기존 ‘가입

국’들의 승인이 필요해서요.”

물론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을 약 올리거나 체면을 손상시키는 것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닙니다. 아직 본국의 결정이 나 지 않았습니다.”

“……하.”

“부주석님도 참 고생이 많으십니 다. 그래도 한 나라의 2인자씩이나 되시는데,1인자를 대신해서 욕먹으 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계시니까 말이에요.”

유지웅이 안쓰럽다는 듯이 말하는 태도가 부주석의 심기를 더욱 박박 긁었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처량 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 다.

애초에 이 자리는 자신이 올 자리 가 아니었다.

사진팡 주석이 자존심 때문에 자신 을 대신 보낸 거지.

부주석은 항의만 하러 왔을 뿐,아 무것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 다.

* * *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도 마찬가 지로 유지웅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1차 회의에서 조약 가입을 망설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지웅이 그 날 바로 다른 4개국만 불러다가 조 약을 체결해 버릴지는 몰랐다.

망설이는 태도를 적당히 보여주면 다른 부분에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 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예를 들어서 에그파우더 수입이라

던가,결정체 산업 시설이나 기술 유치라던가.

그런데 유지웅이 이렇게 일을 과감 하게 처리할 줄은 몰랐다.

“지금이라도 가입을 하시려면 하면 됩니다. 불이익받을 것은 전혀 없어 요.”

이스라엘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조약에 가입했다.

대통령은 세상을 보는 눈이 제법 신중했고,여기서 괜히 한 번 더 발 을 랬다가는 모양만 더 나빠진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은 망설임

을 떨치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었다. 자국만 핵을 없앴다가 상대 방이 숨겨놓은 핵이 위협이 되는 미 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유지웅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두 분 대통령께서 지금 한 가지 크게 놓치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 다.”

“이 조약은 제가 인류의 미래를 위 해 야심 차게 만든 겁니다. 근데 조 약의 내용을 어기면,그것도 원전 폐기 같은 게 아니라 핵탄두 폐기

같은 중대한 내용을 어기면 제가 그 배신자를 가만히 놔둘 거라고 생각 하세요?”

“만약 핵탄두 페기를 이행하지 않 고 숨기면 전 제가 할 수 있는 모 든 힘을 다해서 보복할 겁니다. 마 찬가지로 조약 가입국이 다른 나라 에 핵을 투사한다면,저는 그 나라 전 영토를 아무도 살 수 없게 만들 어버릴 겁니다. 전 그럴 힘이 있습 니다.”

반신반의하던 인도와 파키스탄도 결국 조약에 가입하기로 결정을 내 렸다.

이제 핵보유국 중에서 조약에 가입 하지 않은 것은 중국과 이란뿐이었 다.

* * *

-곧 깨어날 예정입니다.

블리츠랭크는 스카이비의 정찰을 통해 중국 핵기지를 습격한 괴수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었다.

핵물질을 흡수하고 동면에 들어간 것처럼 휴식을 취하던 괴수가 곧 깨 어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30분 안으로 깨어날 예정 입니다.

“아,중국 이 바보들을 대체 어쩌 면 좋니.”

유지웅은 뒷짐을 진 채 어슬렁어슬 렁 돌아다녔고,정효주가 보다못해 한마디 했다.

“안됐지만 차라리 제대로 크게 얻 어맞고 정신 차리는 게 나중을 위해 서라도 나아.”

“공산당들은 제대로 크게 얻어맞아 도 정신을 차릴 만한 놈들이 아니니 까 그렇지. 원래 우리 시대에서 중 국 공산당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기

억하잖아?”

“물론 기억하지. 참 말도 안 통하 는 바보들이었어.”

“불만 보면 뛰어드는 나방 같은 놈 들이라고. 권력만 보면 뛰어드 는……. 에휴.”

-지금이라도 조용히 처리할 수 있 습니다.

“조용히 처리하면 뭐가 달라져? 결 국 임시 처방이고 중국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텐데. 괴수가 핵기지를 습격하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모를까.”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을 셀 수도

없이 일어날 것이다.

유지웅이 나서서 간단히 해결해 버 리면 중국은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 하고,지금의 수준에 안주하게 된다.

그것은 훗날 본격화될 괴수 시대에 있어 비극이다.

중국에게나,세계에게나.

-깨어났습니다. 스카이비 1호기에 게 철수 및 감시를 지시했습니다.

“들키진 않겠지?”

-스카이비는 광학 및 전파 교란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 인간이 만든 감시망을 피할 수 있습니다. 너무 빠르게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말입니

다.

물론 레이더나 광학 탐지는 피할 수 있지만,고속 비행 중에 발생하 는 대기열이라든가 굉음은 어쩌지 못한다.

“에휴,바보들. 조약에 가입했으면 내가 나서서 도와줄 명분이라도 생 기잖아. 하여튼 내려놓지를 못해요, 내려놓지를 못해.”

“명분이 꼭 있어야 돼?”

“내 양심을 설득해서 움직일 명 부 ”

“아하,완벽하게 납득했어.”

스카이비가 전송하는 영상은 블리

츠랭크의 두 눈을 통해 허공에 홀로 그램처럼 투영되고 있었다.

폐허가 된 핵기지에는 사람의 모습 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인근 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무척 높아,중앙 정부에서도 조사단을 제 대로 파견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다.

폭발로 폐허가 된 땅이 어느 순간 쩌적거리며 크게 갈리기 시작했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 다.

거대한 앞발이 땅을 뚫고 하늘을 찌르듯이 불쑥 튀어나왔다.

곧이어 다른 앞발도 뒤따르듯이 땅 을 뚫고 나왔고,이윽고 거대한 맹 수의 머리가 빠져나왔다.

날카로운 발톱을 자랑하는 뭉툭한 두 개의 앞발.

세 개의 눈동자를 가진 짧고 거대 한 머리.

괴수의 정체는 바로 두더지였다.

“이야…… 꽤 큰데? 블랭,저놈 체 급이 어느 정도나 되냐?”

-신장은 약 220미터 이상으로 보 입니다. 스카이비가 결정도 감지 능 력이 없어 정확한 등급은 파악이 어 렵습니다만,적어도 핵스톨 이상 가

는 파워를 지녔을 것으로 보입니다.

“레드여야 하지. 설마 벌써 블랙 몹이 나오려고. 아니야,핵탄두를 흡 수했으면 블랙일지도 모르지.” 유지웅은 또 한숨을 쉬었다.

“역시 핵물질 때문에 이 시대의 괴 수들이 더 빨리 강해지고 있는 게 맞는 거 같아. 균열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이상 하루빨리 핵물질을 통 제해야 해.”

바로 그 순간 유지웅의 스마트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지모는 물론이고 여기저기에서 문 자와 연락,콜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이미 습격을 받은 핵기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진 모양 이다.

그중에는 황산치 부주석의 전화도 있었다.

조약을 가입한 나라 대표들은 이미 본국으로 돌아갔지만,황산치 부주 석은 아직 제니스타운에 남아 있었 다.

유지웅은 황산치 부주석의 연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드디어 연락을 받았다.

네,유지응입니다.

-유 의장님, 혹시 보고를 받으셨습 니까?

“네,대충은요. 참 안 되셨네요.”

유지웅이 덤덤히 말하자 황산치 부 주석은 다소 충격을 받은 듯이 아무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조언이라도•…".

“제가 그래서 핵물질완전폐기조약 을 주장했던 겁니다. 인간이 핵물질 을 운용하는 건,저런 괴수 강화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일어날 거예요.” -도와주십시오.

“대가는 비쌀 겁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조약 가입은 물론이고 다른 요구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지금은 괴수 처치가 먼저이니 나 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곧바로 출 발하죠.”

전화를 끊은 뒤 정효주가 물었다.

“웬일로 순순히 도와줘? 한바탕 할 줄 알았더니.”

“한바탕 해야지.”

유지웅은 무뚝뚝하게 덧붙였다.

“전화 말고 몸으로. 여기 말고 중

국에서. 아주 크게 한바탕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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