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귀족이다-1531화 (1,531/1,550)

나는 귀족이다 1531화

[헬조선 편]

94장 신 한중일 관계(1)

CS건설에서 독립한 최종식 사장은 거점도시 레이더들을 상대로 한 초 호화 특급호텔 건축 사업에 들어갔 다.

시공사로 선정된 CS건설은 열흘이 지나기 전에 깔끔하게 완성된 사업

계획서를 들고 최종식 사장을 찾았 다.

원래 최종식 사장의 고용주였던, CS그룹 오너 일가 박치원 사장이 손수 브리핑에 나섰다.

“……이상입니다.”

전 객실의 스위트룸화.

전 시설의 프리미엄화.

전 호텔의 프리셔스화.

최종식 사장은 자신이 CS건설 이 사 시절 올린 기안서의 내용이 정확

히 반영된 사업계획서 내용에 만족 감을 보였다.

“음, 좋군요.”

한때는 일개 신입 임원에 지나지 않았던 최종식의 한 마디에, 박치원 사장의 안색이 밝아졌다.

박 사장이 거느리고 온 임원들의 안색도 덩달아 좋아졌다.

“그런데 실은, 이번에 사업 계획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그 말에 임원들의 안색이 일제히 굳어졌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것은 표정 관리가 뛰어나서일 뿐, 그들은

감정은 심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사업 규모 를 좀 더 확장하기로 바뀐 것이니까 요.”

다시 임원들과 박치원 사장의 안색 이 밝아졌다.

“규모가 확장되었다면, 그 의미는 혹시……?”

“네, CS건설 전무님. 서일본 거점 도시 외에 중일본, 동일본 거점도시 에도 한꺼번에 호텔을 짓기로 했습 니다. 세 호텔 동시 착공입니다.”

“동시 착공……

박치원 사장은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하나 짓는 데만 6조 원이 들어가 는 호텔이다.

그것을 세 개나, 그것도 동시에 한 꺼번에 짓겠다니.

“단, 신경 써줘야 할 게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세 호텔이 같은 호텔이되, 똑같은 호텔이어서는 안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이야?

박치원 사장의 눈빛이 순간 멍해졌 다.

“고객들이 외관을 봤을 때 아, 세

개가 같은 호텔이구나 하고 바로 직 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로 비 안이나 객실에 묵었을 때도 마찬 가지입니다.”

최종식 사장은 차분히 말을 이었 다.

“하지만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로 똑같이 찍어낸 호텔이라는 느낌은 조금도 받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의 계열의 같은 호텔이지만, 서로 완전 히 다른 호텔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완벽히 이해했습 니다.”

“알겠습니다. 그런 기안에 맞춰서 다른 두 개 호텔의 설계와 조감도도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후 CS건설은 중일본, 동일본 에 들어갈 호텔 설계도와 조감도도 만들어서 가져왔다.

최종식 사장은 시원스럽게 승인 사 인을 내려 주었고, CS건설은 늘어 난 일거리에 환호했다.

자그마치 18조 원짜리 발주 공사, 게다가 공사부지 밀도가 높은 편이 라 공사 난이도도 수월한 편이다.

최근 국내에 공사 일감이 줄어 재 정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가뭄에

단비 같은 발주를 맡은 것이다.

건설 승인이 난 후, CS건설 전무 는 최종식 사장으로부터 조용한 부 름을 받았다.

“전무님.”

“네, 최종식 사장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부하 임원은 초우량 클라이언트가 되어 나타났다.

하지만 전무는 겉으로는 전혀 내색 을 하지 않은 채 정중히 그를 대했 다.

“우리 선수끼리 쓸데없는 신경전은 하지 말자는 마음에서 제가 조용히

불렀습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이신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 니다.”

“제가 공사 마진은 넉넉히 챙겨드 리는 만큼, 뒷돈 챙기기 같은 건 하 지 마시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제니 스그룹이 그런 것에 매우 민감한 것 은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제니스타운에서 예전 버릇 못 고치고 그 짓거리 하다가 영구 퇴출된 건설사가 어디 한둘입 니까.”

건설만큼 뒷돈 챙기기, 비자금 조

성하기에 좋은 사업이 없다.

고층 빌딩, 아파트 단지 등을 지어 올리면서 이것저것 빼먹을 영역이 수십, 수백 가지가 널렸으니까.

하지만 최종식 사장은 CS건설에서 이사까지 올라간 인물, 그런 건설계 의 관행적인 비리에는 빠삭한 인물 이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네, 최종식 사장님. 너무 염려 마 십시오. 문제없이 잘해내도록 하겠 습니다.”

일본의 경제식민지화에 성공한 유 지웅은 뿌듯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일본 전역에서의 상업 레이드에 관 한 독점권을 얻어냈으니, 이제는 차 근차근 레이드세를 받아가면서 배를 살찌우면 된다.

한일 역사 관계에서 오랫동안 수탈 당한 조상들의 원한을 이것으로 조 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음, 어깨가 매우 무거워. 일본 레 이드세는 내 돈이면서 내 돈이 아니 기도 하단 말이지.”

일제강점기 수탈 등의 배상 조치로 취한 사적 제제의 영역이다 보니, 아무래도 순수한 내 돈이라는 생각 이 들기 어렵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라면 누구나 이런 마음이 어느 정도 들 것이다.

“일본 레이드세를 어디에 써야지 잘 썼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날까?”

“일단 소녀상부터 한 100만 개쯤 만들자. 그래서 일본 어디에서든 볼 수 있게 전부 설치하는 거야. 어 때?”

“100만 개 가지고 될까? 한 1억

개는 찍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1억 개. 지금 바로 주문 넣 을게.”

“그리고 일본 전역에 올바른 역사 를 알릴 수 있도록 역사보급시설을 많이 세워서 운영하는 게 좋겠어.”

“하는 김에 한중일 역사 수업을 필 수 과정으로 만들어서 일본의 초중 고 모든 학교에서 교육할 수 있도록 하자.”

“그것도 괜찮네.”

“교과서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수 업할 강사풀도 따로 구성해야 하고, 교과 과정도 따로 개편해야 하고,

돈 진짜 많이 들어가겠는데?”

“이러다가 레이드세 번 거 일본 역 사 수업에 다 꼬라박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에이, 엄살은. 그래도 레이드세가 얼마인데 겨우 이거 한다고 다 꼬라 박겠니?”

유지웅은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 다.

“그래, 그동안 일본은 나한테 수도 없이 얻어맞았는데, 정작 일본 국민 들은 자기들이 왜 나를 때리는지 전 혀 몰랐었어. 이제는 그걸 제대로 알려줄 때야.”

본래의 시간 축에서도, 그리고 이 번 시간 축에서도 유지웅은 일본을 거듭 공격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본 국민, 그리 고 일본을 편드는 이 나라 일부 국 민들은 그 연유를 모른다.

“일단 우리 말뚝이 조상님이 군함 도에서 얼마나 큰 고생을 했는지, 그거부터 영화로 만들어서 일본에 방영해야겠어.”

“아, 그거라면 이번에 영화 제작 이야기 나오는 거 있던데, 너도 거 기에 후발 투자자로 끼어드는 게 어 때?”

“그래? 제작사 한 번 불러서 미팅 해봐야겠다.”

유지웅은 제작사 미팅을 가지려고 했으나, 곧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 을 깨달았다.

그룹 홍보사업부 사장이 그 지시를 듣고 찾아와서 다음과 같이 보고한 것이다.

“그 영화는 우리 그룹에서 제작비 대서 제작하는 겁니다. 국내 영화 최초로 제작비 1억 달러 돌파라고 홍보도 많이 했습니다.”

“아, 그랬어요? 전 왜 몰랐죠?”

“이 정도 프로젝트 규모로 의장님

께 직보되지는 않으니까 그랬던 거 같습니다. 지금 제작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전 세계 동시 상영이 가능할 까요?”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스크린의 90% 이상을 독점했으면 합니다. 적어도 반년 이상은요.”

“비용이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그 거 말고는 문제가 없을 거 같습니 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해서 제작비 1.7억 달러가

투입된 ‘영화 군함도’는 일본 전국 에 일제히 걸리게 되었다.

거점도시가 들어서고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일본인 들은 야금야금 문화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은 일본인들 은 도배되다시피 붙은 군함도 포스 터에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거 뭐야? 무슨 영화 상영을 하 나밖에 안 해?”

“군함도? 이거 한국 영화 아니야?”

“그러고 보니 제니스그룹에서 나가 사키시의 군함도를 할양받아서 가져

갔다는 말을 들은 거 같은데.”

“아! 그 섬! 신수가 파내서 제니스 타운 나로도로 가져간 그 섬을 말하 는 거지, 지금?”

신수가 군함도를 파내서 가져간 것 은 전 세계적으로 방영되었기에, 일 본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 점에 얽힌 역사를 다룬 영화라 는 게 알려지자 극장을 찾은 일본인 들은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되 었다.

그리고 일본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큰 충격을 받은 채 극장을 나서야 했다.

“그 모든 게 실화라고?”

“말도 안 돼. 우리 일본에서 불과 수십 년 전에 그런 야만적인 일이 벌어졌었다니!”

“태평양전쟁 때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우우…… 토하고 싶어졌어. 토할 것만 같아.”

식민지에서 먼 길을 끌려와 강제로 군함도에 석탄 채굴을 위해 투입된 노동자들.

관람객들의 눈에 그들의 처우는 사 형수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첨가된 코멘트 는 그들의 속을 더욱 쓰라리게 만들 었다.

「영화의 모든 내용은 허구가 아 닌, 역사에 기반한 실화입니다.J

「영화의 연출은 관객의 충격 완화 를 위해, 실제보다 훨씬 순화된 내 용입니다.」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한일 간에 얽 힌 역사적 갈등을 전혀 알지 못한 다. 일본 우익 정당에서 수십 년 동 안 왜곡된 역사를 보급해왔기 때문

이다.

그랬던 이들에게, 전국 동시 상영 스크린 점유율 90% 이상의 한국 영화 군함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주었다.

군함도 덕분에 사회적으로 가라앉 은 분위기가 팽배하자, 신이 난 것 은 유지웅을 종교처럼 섬기는 일본 인들이 었다.

“보아라! 이것이 바로 우리 일본이 구원자 유지웅 사마께 지은 원죄이 니라!”

“구원자 유지웅 사마가 등장하신 순간부터 우리 일본이 지배당하는

것은 필연적인 역사였던 것이다!”

“우리 일본은 회개해야 한다! 회개 해서 유지웅 사마 앞에 무릎 꿇고 그분의 징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분위기는 메마른 들에 붙은 불길처럼 사방으로 쭉쭉 뻗어 나갔

—우익청년들이 제니스 컴퍼니 홈 페이지에 악플을 달아서 현재 우리 일본이 이 지경이 되었다.

이런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일본 국

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한일간에 얽힌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자는 분위기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어림도 없었을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 국민들은 유지웅 을 과거 맥아더 장군 이상 가는 신 적인 인물로 떠받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군함도 상영으로 인 해 일본이 과거 한국에 지은 죄를 인지하게 되니, 유지웅의 일본 점거 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니스그룹은

삼일본의 모든 초중고교에 한중일 역사수업 신규 과정을 개설하기로 했다.

단군 이후부터 한중일이 어떤 관계 로 얽히고설키게 되었는지를, 한국 의 시선을 중심으로 하되 올바른 객 관성을 유지한 내용을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유지웅에 대한 선망과 죄의식에 목 말라 있던 대다수 일본인들은 이와 같은 결정을 크게 반겼다.

“우리는 구원자 유지웅 사마와 그 조상들께 크나큰 원죄를 지은 민족 이다!”

“우리는 우리의 원죄를 똑바로 바 라보아야만 한다!”

“죄지은 일본인들이여, 신수교에 귀의하여 우리의 조상들부터 지어온 죄를 씻어내고 참회하여 용서받자!”

한중일 신역사교과서 편찬 추진이 큰 탄력을 받으며 전진하기 시작했 다.

이에 심기가 불편해진 국가가 있었 으니,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