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력형 대마법사-174화 (174/318)

제174화

사람의 학습 방식을 본떠 만든 기계 학습법.

그 유명한 딥 러닝(deep learning)이 바로 그것이다.

머신 러닝의 한 분야인 딥 러닝은 인간의 뉴런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한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인공 신경을 여러 층으로 쌓고 상호 연결시켜, 컴퓨터가 사람처럼 학습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존 머신 러닝 방식에선 대부분 인간이 '데이터 전처리'라는 과정을 거쳐 직접 떠먹여 주듯 학습을 시켜야 했었다.

'이것은 강아지다.' '저것은 고양이다.' 이런 식으로 수많은 정보를 정답과 함께 보여주며 수많은 데이터를 쌓아준 뒤, 그제야 처음 보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보여주고 이게 무슨 동물인지 맞힐 수 있도록 했었다.

하지만 딥 러닝은 서로 연결된 수많은 인공 신경망들에 의해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다. 물론 사람의 손이 전혀 타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기존 방식에 비해 학습의 자율성이 훨씬 높은 방식이라 말할 수 있다.

현재 딥 러닝은 이미지 인식, 자율 주행, 콘텐츠 추천, 신약 개발, 질병 진단, 음성 인식 등 실생활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

"다인아. 이거… 잠재력이 어느 정도라고 봐?"

"음… 대충 99%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0.5 정도요?"

"……!"

잠재력이란 이미지 인식에서의 정확도를 말했다.

이미지 인식 경진대회는 인공지능에게 다양한 사물을 보여주고 그걸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규정할 수 있냐를 따진다.

인공지능은 모든 사물을 0과 1로 이루어진 픽셀로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처럼 이미지를 쉽게 분간하지 못한다.

그런데 인식 정확도가 99%라면 어마어마한 정답률이다.

전승미의 물음에서 나온 유다인의 대답에 모든 연구원이 놀랐다.

그 정도로 유다인은 자신이 짠 인공 신경망 알고리즘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 그럼 거의 대회 우승 아냐……?"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한 회사 정답률이 몇 프로였지? 아니지, 그건 너무 옛날이고… 요즘 회사들이 내놓은 자료들부터 찾아보자……!"

연구원들은 유다인이 말한 정답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하기 위해 저마다 인터넷 창을 켰다.

그때 유다인이 말했다.

"저기… 그런데."

"……?"

"문제가 하나 있긴 해요……."

"문제……?"

"인공 신경망은 학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또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의 양도 무지무지 많고요."

"아, 그렇긴 하지……."

"그럼……?"

유다인은 조금 심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장 시작해서 대회 당일까지 학습시킨다 해도, 정답률을 90% 이상으로 올리긴 힘들 거예요. 시간이 부족해요."

그랬다.

딥 러닝 학습법의 문제는 데이터 양이 무지무지 많이 필요하고 학습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사실, 딥 러닝 학습법은 전통적인 머신 러닝 학습법이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한차례 각광 받았던 적이 있었다.

사람의 뇌 활동을 본떠 만든 컴퓨터라니, 얼마나 혹할 만한 주제인가?

하지만, 당시로선 학습에 필요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컴퓨터가 감당할 수 없었다.

세상엔 워낙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답도 O, X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고려해야 할 사정은 많고 결론도 복잡다단하다.

그리고 그런 걸 모두 감당하기엔 물리적인 하드웨어가 부족했다.

그렇기에 당시 딥 러닝 방식은 현재 사용 중인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효용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하드웨어적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작금의 현실에선 다시 딥 러닝이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양이 적은 단순한 정보 처리에선 여전히 전통 방식이 우세하긴 하나, 그 외 대부분 영역에서 딥 러닝 모델이 여타 머신 러닝 학습 모델을 압도하고 있다.

이미 세계 이미지 인식 경진대회의 경우도 전부 딥 러닝 방식으로 설계된 인공지능이 출전하고 있다.

"90%……."

"시간이……."

멍하니 넋을 놓고 유다인의 말만 되뇌고 있는 연구원들에게 유다인이 다시 말했다.

"이럴 시간이 없어요. 빨리 시작해요, 우리."

"……!"

비로소 정신을 차린다.

"그래. 당장 시작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겠지."

"얼른 시작하자! 근데 뭐부터 해야 하지?"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정답률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출전한 이상 우승이 목표니까.

비단 이영원의 의지 때문이라서가 아니다. 이들 역시 승부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다.

"우선, 지금 가능한 모든 컴퓨터의 CPU(중앙정보처리장치), GPU(그래픽카드)들을 전부 하나로 연결해야 해요. 처리해야 할 정보가 어마어마하게 많을 테니까요."

"그래! 그거다!"

이제 연구원들은 유다인의 지시에 하나둘 따르기 시작했다.

"알아서 학습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 과정을 좀 도와주죠. 이제 역할을 나눠서 가르칠 정보를 최대한 분류해 봐요."

"오케이."

"오케이!"

사전 훈련이라 불리는 작업을 거치려는 것이다.

딥 러닝이 학습하기 편하게 약간 손을 덜어주는 작업.

갈 바를 모르고 헤매던 연구원들은 이제 방향을 찾아 거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거, 다인이 덕에 일이 술술 풀리는구나. 완전 막막했었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근데 대회 끝날 때까진 인공지능 학습시키는 거 말고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반도체 공부도 해야 하는데, 이거 참."

할 일이 생겼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다른 할 일은 할 수 없다는 조급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짜릿하긴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전력질주를 하려는데,

"근데 영원이 형은 어제오늘 왜 이리 뜸하지? 어디 갔나?"

뒤늦게 의문이 드는 연구원들이다.

*     *      *

연구소 쪽은 연구원들에게 맡겨둔 채 나는 아직 공장 일에 한창이다.

'잘하고 있겠지?'

모두 내가 인정하는 사람들이니 충분히 잘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01보조배터리는 2차 사전 예약 물량인 100만 대 역시 1분도 채 못되어 매진되었다. 그리고 2차 예약분은 약속 기일에 한참 앞서 완성시킬 수 있을 듯했다.

'5형제가 아주 일을 빠릿빠릿하게 잘해.'

행복이에 더해, 나의 특별한 조수 네 기가 다 완성되었다. 행복이의 여분 부품으로 탄생한 녀석들.

각각 춘복이, 진복이, 순복이, 또복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이 녀석들은 아직 전고체 보조배터리 생산에만 특화된 녀석들이다.

척척척!

생산설비 제작부터 생산, 가공, 검수,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이 과정을 다섯 기의 골렘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도와가며 잘 수행해 주고 있었다.

"너희가 고생이 많다."

"비유."

"기유~"

"히유."

골렘들이 말도 잘한다.

고생이랄 것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 녀석들, 언젠가 보상을 주긴 해야 하는데.'

나에게 복속된 존재라 녀석들이 딱히 보상을 바란다거나 불만을 품는 건 전혀 아니다.

단지, 나는 열심히 일해주는 녀석들에게 뭔가 보답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래. 언젠가 세상 구경을 시켜주는 거야.'

특히 행복이는 '진짜'가 되고자 하는 결심으로 마인드 월드에서 넘어왔다.

존재가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 준 만큼, 세상 구경을 아주 제대로 시켜줘야 할 것이다.

'이제 녀석도 이 세상의 구성원이니까.'

그것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구성원. 비록 세상에서 행복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나뿐이지만 말이다.

우선, 외피에 인공 피부부터 입혀줘야 할 것 같다.

지금 모습으로 바깥을 돌아다녔다간 해외 토픽에 실리기 딱 좋았으니 말이다. 그랬다간 녀석들의 행복도 방해받을 테고.

인공 피부를 만들 때까지 바깥 여정은 요원한 일이지만, 한 가지 다행인 건 나에게 아토믹 에디터라는 요긴한 도구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으로 인공 피부를 만드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을 듯하다.

분자 구조를 편집해서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니, 현존하는 인공 피부보다 더 진짜 같은 것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그런데 문득 무언가 또 하나 떠올랐다.

'아! 바깥에 데려가려면 말을 배워두는 편이 좋겠지!'

나는 그 생각에 손바닥을 탁 쳤다.

그리고 녀석들을 불러 모았다.

"얘들아, 너희들에게 줄 과제가 더 있어."

스윽-

<한국어 첫걸음 기초편>

내가 내민 것은 다름 아닌 한국어 공부용 학습서.

"기유우?"

"히유?"

"오늘부터 일하고 쉬는 동안 짬짬이 한국어 공부를 해두도록!"

인공자아인 만큼 바깥에서 자유 시간도 줄 생각이다. 그러려면 반드시 한국어 능력이 필요할 터.

다섯 골렘들은 재미있겠다며 책을 받아 들었다.

"그걸 빨리 해낼수록 이 세상을 더 자유롭게 누리게 될 거야. 기대해도 좋다구, 이 녀석들!"

내가 하하 웃자 녀석들은 좋다고 뛰어다녔다. 녀석들도 바깥 구경 나갈 생각에 기쁜 모양이다.

"그럼, 조금만 더 고생해 줘. 얘들아."

"히유우!"

"기유우!"

녀석들에게 다시 공장을 부탁한 뒤 내가 돌아섰다.

이제 인공지능 개발이며, 반도체 공부에 한창일 연구원들을 돌봐주러 가봐야 할 시간이다.

'이걸 만드느라 시간을 너무 썼어…….'

순간적인 현기증이 일어났다.

나는 지금껏 시간을 최대치로 늘린 시크릿 연구소에서 무언가 만드는 데 심력을 전부 소모해 버리고 말았다.

아주 작고 섬세한 무언가.

지난번 마인드 월드에서 만들었던 0.3nm 반도체를 이용해 만든 작은 칩 두 개였다.

'이게 있으면 인공지능 완성 시일도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빨리 연구원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김포 집과 공장이 연결되는 통로 쪽으로.

그런데, 그때.

"아… 빠……?"

"…아바."

"……!"

나는 발이 얼어붙는 듯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러자 한국어 학습서를 들고 날 바라보는 골렘들이 보였다.

"방금 뭐라고……."

"안. 녕. 아. 빠……."

"……."

행복이가 나를 보고 또박또박 말했다.

춘복이, 진복이, 순복이, 또복이 역시 똑같았다.

"아. 빠."

"아빠."

"아빵."

"아바바!"

학습서를 건네주고 바로 몇 초 사이.

그새 녀석들은 성장하고 있었다.

"얘들아……."

"아빠!"

뭉클.

녀석들이 나에게 달려왔고, 나는 두 팔을 벌려 녀석들을 안아줬다.

'이 녀석들… 너희들이 날 아빠라고 부르면… 일 시키기 더 미안해지잖아.'

어딘가 불편하면서도 감격스러운, 그런 묘한 기분이 들었다.

*     *      *

골렘들의 엄청난 성장 속도에 감명받은 나는 한국어 기초편을 넘어 중급, 고급, 그리고 한국어능력시험 1급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수험서도 건네주고 왔다.

빠른 학습이 가능한 우리 골렘… 아니, 아들들은 금방 한국어를 뗄 수 있을 것이다.

스륵-

"어, 영원이 형!"

"형님!"

"영원 소장님."

문이 열리자마자 연구원들이 날 쳐다본다.

그런데 어째 연구실 풍경이 그제와 다른 모습이다.

"연구실이 왜 이렇게……."

컴퓨터란 컴퓨터는 죄 분해되어 있고, 중앙에 어떤 커다란 장치만 하나 떡하니 놓여 있었다.

'설마 이 사람들……!'

그때 다인이가 내 옆에 왔다.

"선생님, 지시하신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완벽하게 짰어요. 인공 신경망 모델을 따랐습니다."

"……!"

"그런데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 양이 방대하고 컴퓨터 한 대론 성능을 충당하기 어려워 이렇게 CPU와 GPU를 모두 합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조용히 다인이가 내미는 태블릿을 들여다봤다.

"……!"

어마어마하게 정교하고 무수한 알고리즘의 집합체.

인공 신경망 구조로 완벽히 짜인 인공지능이 엄청난 숫자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었다.

"언제 이런 걸 다……."

내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나는 인공지능 제작 속도에 맞춰 하드웨어적인 업그레이드를 점차 진행하려고 했는데, 이거 되레 내가 속도를 못 맞출 판이다.

"이거 다인이가 혼자 다 만들었어요."

채신용과 송영구의 말에 나는 입을 쩍 벌렸다.

"다, 다인이 너……."

"그렇게 되었네요, 선생님."

수줍게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뭐 별일이냐는 듯 능청을 떤다.

그 모습에 기가 찰 정도이다.

"아니, 그런데 형은 뭐 하다가 이제 오는 거예요?"

"형님 안 계셔서 엄청 답답했습니다. 다인이 아니었으면 여전히 갈피도 못 잡았을 거예요!"

하나둘 채근하는 연구원들.

이제 내가 그 대답을 해줘야 할 거 같다.

"공장에서 이걸 만들어 오느라 좀 늦었어."

"……?"

"……?"

슥-

내가 작은 칩 둘을 내보였다.

"기존 것보다 100배 강력한 NPU(neural processing unit)와 램(RAM) 메모리야."

내 이야기에 연구원들이 방금 내 표정과 같아졌다.

모두 입을 쩌억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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