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력형 대마법사-236화 (236/318)

제236화

"허어… 배움을 원한다니. 전혀 상상 못했는데요?"

"영원 씨, 부탁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 내 놀라운 발명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비결이 있다면 듣고 싶고요."

"흐음."

"직접 말하기 어려우면 그저 옆에 있게만 해주십시오. 옆에서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배우겠습니다."

세계 1위의 부자이자 세기의 천재라고 불리는 앨런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올 줄이야.

이영원은 그의 행동에 당황을 금치 못하면서도 내심 기뻤다.

앨런은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졌음에도 배움의 자세로 자신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영원은 언제든 배우고자 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위험한 경쟁 상대인 자신을 음해하거나 중상모략하지 않고 대차게 정공법으로 나오는 모습.

배움을 위해 자존심 따윈 내세우지 않는 건 존경받아야 마땅한 모습이었다.

"앨런, 그거 아세요?"

"어떤 거죠?"

"제 롤모델이 당신이었다는 거요."

"……!"

이영원뿐만 아니다.

아마 젊은 과학자, 공학자들 중에 앨런 모스코를 롤모델로 삼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영원 역시 공학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고 가장 베스트 롤모델로 삼은 건 앨런 모스코였다.

남들이 다 불가능하다, 망상이다 하는 이야기들을 실천하는 그 도전정신을 높게 샀기 때문이다.

"그런 당신인데, 이렇게 배움을 청하시니.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그런 태도에 정말 고맙습니다만, 아쉽게도 제가 뭘 알려주거나 할 입장이 맞나 싶네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훌륭하니까요."

"……."

그 말에 앨런은 어딘가 숙연해지면서 말이 없어졌다.

많은 생각이 드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영원 씨. 당신의 비결은 대체 뭐란 말입니까?'

정말 자길 롤모델 삼아 연구하고 열심히 개발했을 뿐이라면.

그저 어나더 레벨의 천재일 뿐이란 말인가?

"아무튼, 이렇게 오셨으니 같이 즐거운 일정을 보내보죠. 제가 얘기해 줄 수 없는 부분을 앨런 씨가 보고 느끼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그렇겠군요. 영원 씨, 동행 허락해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보다 앨런 씨, 같이하는 김에 우리 학생들에게 배움을 좀 주실 수 있을까요?"

"……?"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저기… 앨런 씨. 혹시 괜찮으면 사진 한 장만……."

"싸인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무한한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바로 함께한 학생들이었다.

앨런이 활짝 웃었다.

'배움의 첫 걸음. 스승의 제자들, 즉 사형들과 잘 어울릴 것!'

어느새 이영원과 함께한 학우들을 그의 제자로 인식하고 있는 앨런이었다.

"아무렴! 오세요! 자, 치즈~!"

"치즈~!"

찰칵! 찰칵!

앨런의 뜻밖의 동행으로 물리학과 일행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     *      *

첫 번째 일정.

스탠포드 대학 근처에 도착해 80여 명의 학생들이 주변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저마다 가고 싶은 식당이 있으면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게 1시간의 여유를 주었다.

그리고 이영원과 연구원들은 신변의 안전을 위해 조용히 호텔 식당을 이용했다.

이영원이 일반 식당에 들어가면 알아보는 사람들 때문에 주변 도로며 거리가 시끌벅적해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도시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이영원과 연구원들은 조용히 호텔 식당을 이용해야 했다.

결제는 당연히 에드워드가 준 골드카드로.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키세요."

"우와~ 잘 먹겠습니다~!"

"그보다, 영원이 형. 곧 있으면 강연해야 하는데 떨리지 않으세요?"

"떨리기는."

이지용의 질문에 이영원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얘기하러 가는 건데 떨릴 리가. 거기서 노래를 시키는 것도 아니고. 하하."

"허어… 그런가요? 저라면 떨려서 밥도 안 넘어갔을 거 같은데."

"한국인은 밥심이지. 먹어야 강의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아냐."

과연.

전 세계 라이브 방송이며 올림픽 무대를 무사히 치른 사람다운 관록이었다.

이영원은 전혀 긴장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물론 거기에 피스 오브 마인드 마법이 일정 정도 작용하고 있긴 했지만.

"앨런도 마음껏 드세요. 에드워드가에서 지원해 주는 돈으로 시키는 거니까요."

"오, 에드워드 씨와도 친분이 있으신 건가요? 이거 놀랍네요."

앨런과 이영원은 따로 마주 앉아 식사를 진행했다.

"그보다, 앨런. 제가 보낸 반도체와 배터리는 잘 사용하고 있나요?"

"그럼요. 소식 못 들으셨어요? 올말에 하이엔드급 몬스터 트럭을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영원 씨가 공급해 준 반도체와 배터리가 큰 역할을 할 거예요."

"와우, 올말이라니. 기대되네요. 우리 01전기차와 경쟁 상품이 되겠군요."

"그런데 설마, 체슬라 소식을 전혀 못 들으신 건가요?"

"아, 가끔 세상 이야기를 훑어보긴 하는데 요즘은 특히 바빠서요. 공부하고 연구 개발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뉴스나 기사를 잘 못 봤습니다."

"호오."

배울 점 첫 번째.

'이 사람은 정말 자기 일에만 전심전력을 다하는구나.'

보통 기업인이라면 다른 회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피게 마련이다. 특히 그게 경쟁 기업이라면 아무리 바빠도 비서나 직원들을 통해 보고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영원은 그런 게 전혀 없는지 체슬라에서 어떤 일을 하려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전기차를 놓고 재미난 경쟁을 해보자고요."

"물론입니다. 체슬라도 5단계 자율주행으로 차를 판매할 생각입니다. 영원 씨를 보고 많은 도전을 받았어요."

"하하. 정말 기대되네요."

"그리고 정말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발사하신 로켓 있잖습니까. 대체 무슨 원리로 그렇게 만든 겁니까?"

"으흠."

이영원이 스테이크를 썰어 한입 크게 넣곤 말했다.

"일종의 패러다임의 변화죠. 앨런 씨가 보내준 로켓 자료들을 검토하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단단식에 재사용 로켓은 말이 안 되는데요. 연료를 넣기에도 공간이 부족한데, 그만한 위성들을 싣고 어떻게 하늘로 올렸죠?"

"안 그래도 그걸 위해 노력 깨나 했습니다. 기존 방식의 엔진을 버리고 새로운 형태의 로켓 엔진을 개발했으니까요."

"……!"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모든 과학자들이 01인더스트리의 로켓을 분석하고 나섰지만 그 누구도 어떤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앨런 역시 마찬가지였고.

"반중력을 이용한 엔진입니다. 아우터스텔라라는 영화 보셨죠? 거기 보면 중력 방정식을 해결해 지구의 위기를 구하잖아요."

"허어……."

뜬금없는 영화 이야기라니.

앨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이영원이 말장난을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하. 농담이 아닙니다. 진짜예요. 앨런, 잘 아실 거 아녜요. 상상력과 로망이야말로 과학 기술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키라는 사실을."

"그야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찾게 마련인데……."

"01인더스트리를 보세요. 결국 해냈잖아요. 인간의 힘은 상상을 현실화하는 데서 오는 거예요."

배움 두 번째.

'상상력과 로망을 버리지 말 것.'

앨런도 처음엔 그 두 가지를 갖고 업계에 뛰어들었다.

상상하고 꿈꾸는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고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면서부터 조금씩 현실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에 자금을 대주는 투자자들의 눈치도 봐야 했고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현실적인 대안을 두고 일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 분명 나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었지.'

이영원이 회사를 상장시키지 않고 독점하는 것도 다 그 상상력과 로망을 실현하기 위한 것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누구나 저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빠른 자금 조달을 포기하고 혼자 많은 위험과 업무를 다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앨런은 이영원의 그릇이 매우 크다는 걸 깨달았다.

"그보다, 앨런. 다음 반도체 공급을 위해 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요?"

"그건……."

기술을 대가로 반도체를 공급받기로 한 것.

하지만 이영원이 앨런을 뛰어넘어 버림으로써 기술이라는 카드가 불필요해졌다.

앨런의 생각이 많아졌다.

과연 자신이 이영원에게 줄 수 있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하하. 당장 생각이 안 나네요. 그건 생각을 좀 더 해보겠습니다."

"그래요.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역전된 입장.

이제 앨런이 되레 이영원의 기술을 필요로 했다.

그 기술을 얻기 위해 무엇을 주어야 할까?

앨런은 천천히 고민해 보기로 했다.

달그락.

어느새 식사가 치워지고.

이영원과 앨런, 그리고 연구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그럼 가보죠. 저희를 기다리고 있는 스탠포드의 학생들에게로."

"좋습니다."

이영원 일행은 흩어져서 식사하던 학생들을 모아 스탠포드 캠퍼스를 밟았다.

웅성웅성.

"어? 이영원이다!"

"미스터 리!"

가드들로 인해 가까이 다가갈 순 없었지만, 멀리서 많은 사람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꽤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우와! 앨런도 있어! 그가 웬일이지?"

"영원 씨랑 친분이 있나 봐! 대박 사건."

"세계 최고의 부자와 세계 최고의 과학자가 한 자리에 만나다니, 이건 사진으로 남겨야 해!"

사이좋게 캠퍼스 교정을 지나는 두 사람을 향해 수많은 카메라가 들이밀어졌다.

두 사람과 물리학과 학생들은 학교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학교로 들어갔다.

먼저는 학교 투어.

여기서부터는 모든 시설이 통제되어 견학이 예정된 학생들을 제외하면 외부인의 입장이 모두 제한되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네."

스탠포드의 면학 분위기와 연구실 느낌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우와… 도서관 좀 봐. 장난 아니다. 우리 학교 것보다 몇 배는 커."

"완전 영화에서나 보던 도서관이야."

"저기 실험실도 있다! 이론물리학 연구하는 곳인가 봐."

물리학과 교수진과 조교들이 학생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며 학교 투어가 진행되었다.

언젠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물리학계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오호… 저기선 토론이 벌어지고 있어."

"우리도 저런 건 본받아야 해. 지식을 주입만 할 게 아니라 저렇게 토론도 하고 공부한 걸 주체적으로 말로 나누면서 지식에 깊이를 더하는 거지."

"돌아가면 교수님한테 건의 좀 해보자."

"그래. 공부하는 맛이 날 듯."

스탠포드의 면학 분위기에 느끼고 배우는 게 많은 대한대 물리학과 학생들이었다.

그렇게 대략 한 시간가량 학교 투어가 이어졌다.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저명한 교수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물리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마디 한마디가 엄청난 배울 거리.

대한대 물리학과 학생들은 모든 시간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그리고 비로소 그 시각이 다가왔다.

80여 명의 일행은 스탠포드 대학의 대강당으로 이동했다.

웅성웅성.

이미 먼저 도착해 있던 스탠포드 학생들이 보인다.

더러는 외부인임에도 청강 자격을 얻어 온 사람들도 보였고, 언론 기관에서 나온 무리도 모였다.

넓은 대강당은 발 디딜 곳 없는 인산인해였고, 사람들은 책상에 걸터앉거나 층계에 대충 쪼그려 앉기도 했다.

그리고 80여 명의 일행은 미리 준비된 가장 앞자리로 안내되었다.

이윽고, 가장 후미에 있던 이영원이 조용히 대강당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짝짝짝짝!

그의 입장과 동시에 대강당이 떠나갈 듯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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