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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빙의한 주인공이다-64화 (64/168)

남편이 빙의한 주인공이다 64화

휙!

캐스다인의 섬뜩한 손톱이 알렉의 눈 바로 앞에서 날카롭게 허공을 할퀴었다.

‘스킬. 초보 남편의 간지럼.’

번개가 순식간에 살벌하게 빛을 튀기며 캐스다인을 휘감았다. 그사이 알렉은 캐스다인의 등 뒤로 공간 이동을 하듯이 빠르게 이동했다.

마이어스의 후예.

그의 정체를 이렇게나 빠르게 알아보다니.

캐스다인을 봉인한 성기사가 바로 알렉시스의 조상이었던 것 같았으나, 그를 완전히 죽이지는 못하고 봉인에 그친 모양이었다.

어쩌면 알렉시스 몸에 있는 마나는 성력의 일종이 아닐까?

그러나 그렇다 하기에는 전생의 그가 가졌던 마나와 양과 재질이 너무도 비슷했다.

“으으악!”

알렉이 캐스다인의 목 뒤에서 손에 쥔 마력의 칼을 쳐든 순간이었다.

캐스다인이 괴성과 함께 그의 스킬을 모두 뿌리쳤다. 그가 다시 알렉에게 날아드는 건 시간문제였다.

[크허헝!]

그 순간 육중한 무언가가 날아들더니 캐스다인의 허리를 물고 뒹굴었다.

“기드온!”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났다.

캐스다인을 혼자서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불러들이진 않았는데, 기드온이 도와주니 조금 더 쉬워질 것 같았다.

알렉은 기드온이 캐스다인을 물어뜯는 사이 다시 마력을 칼날처럼 세우고 바람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쉭!

콰지직.

알렉의 칼끝이 캐스다인의 심장을 정확히 찔러 비틀었다. 팽팽한 심장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울렸다.

남은 HP 3000.

“으으윽!”

캐스다인이 신음을 내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캐스다인은 거의 모든 인간을 종잇장 찢듯이 죽일 수 있는 초월적인 힘의 소유자였다.

방직 공장의 귀족들이나 용병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기드온의 무시무시한 주둥이에서 연기가 피어올랐으나 캐스다인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이를 갈았다.

“용서하지 않겠다.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리겠다, 마이어스의 후예.”

아까보다 더 끔찍하고 흉포한 목소리가 공동을 울렸다.

알렉을 노려보는 시린 눈동자가 차갑다 못해 뜨겁게 타올랐다.

우우웅.

벗어나려는 캐스다인과 그 심장을 비트는 알렉이 충돌하자 공동이 울렸다. 후두둑 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이러다 무너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 순간, 캐스다인이 입을 크게 벌리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푹.

……아.

알렉은 문득 옆구리에서 따가운 통증을 느꼈다.

다시 빼는 캐스다인의 날카로운 손톱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크헝!]

기드온의 포효와 동시에 알렉은 캐스다인에게서 훌쩍 떨어졌다.

남은 모든 마력을 들이부어 칼의 크기를 긴 장검까지 키웠다.

“미안하지만, 이제 나를 주인님이라고 불러 줘야겠어.”

그의 검에 마력이 단단히 실리며 묵직하게 진동했다.

“여기서 끝내 주마!”

순식간에 캐스다인이 다시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알렉이 푸른 빛의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HP 0

[축하합니다!]

[최종 보스를 제거해 퀘스트에 성공했습니다.]

[~윌스브룩 성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을 제거하세요!~]

[퀘스트 보상]

[경험치가 3000 올랐습니다.]

[명성이 500 올랐습니다.]

[애정도가 10 올랐습니다.]

[신뢰도가 100 올랐습니다.]

[퀘스트가 종료됨에 따라 윌스브룩 성이 쾌적한 상태로 돌아갑니다.]

[퀘스트 보너스로 ‘위치 이동권(1회)’을 제공합니다.]

[패시브 스킬: 자연 회복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마나 회복이 필요합니다.]

* * *

어렴풋하게 동이 텄다.

선잠이 들었는지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스스 눈을 떴다.

다시 잘까?

황궁에 다녀온 데다가 시어머니와 시누이와 중요한 이야기까지 나눴더니 몸이 무거운 기분이 들었다.

눈꺼풀이 감기려는데, 문득 쿵 소리가 들려 다시 눈이 떠졌다.

음?

이게 무슨 소리지?

아무래도 나와 알렉의 방이 있는 2층에서 들린 소리 같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숄을 걸쳐 몸에 두르고는 밖으로 나가 보았으나 복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알렉의 방문으로 다가간 나는 슬그머니 문을 열어 보았다. 그 순간 내 시야에 들어온 방 안의 광경에 입술이 떡 벌어졌다.

상의를 벗는 그의 옆구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알렉?”

나는 그의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

내 목소리에 그가 나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루이제.”

“어디서 이렇게 다쳤어요?”

나는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그가 이 시간에 대체 어딜 다녀온 건지 의아했지만, 그것보다는 어서 저 상처를 치료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그의 셔츠를 들어 보니 송곳 같은 무언가에 찔린 상처가 세 개나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켤 정도로 크게 놀랐다.

“자, 잠깐만 기다려요. 전에 사 둔 긴급 처치 용품이 있어서요.”

“괜찮습-.”

나는 그의 말을 더 들어 볼 겨를도 없이 돌아서서 서둘러 나갔다.

2층에 있는 창고로 향했다. 빈방이었지만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로 쓰고 있는 곳이었다.

헝겊과 치료제 따위를 챙긴 나는 부엌에 가 깨끗한 물도 받았다.

얼른 다시 그의 방으로 돌아가자 그가 상의를 다 벗은 채 피를 닦고 있었다.

“내, 내가 해 줄게요.”

나는 떨리는 손으로 깨끗한 수건을 물에 적셨다.

지금까지 그가 다쳐서 저택에 돌아온 적은 꽤 있었지만, 이 정도로 큰 부상을 당한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누군가한테 얻어맞은 듯한 타박상 정도였다.

내가 그의 복부에 손을 짚고 상처 부근에 수건을 가져가 대자 그의 근육이 흠칫하며 수축하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적신 수건이 조금 차가운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아름다운 그의 몸을 걱정스럽게 훑어보았다가 말했다.

“조금만 참아요. 많이 아프겠네요. 날 밝으면 바로 의원한테 가야겠어요.”

“아닙니다. 이 정도는 곧 나아질 겁니다.”

“곧 나아질 상처가 아닌데요? 감염이라도 되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디에 찔린 거예요?”

“…….”

“소독도 제대로 해야 하고 그냥 두면 큰일 나요.”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제야 그가 대꾸했다.

의 환부를 나는 급한 대로 치료제를 바르고는 그의 허리를 단단히 묶어 지혈했다.

그는 몇 번 나를 만류했지만 포기한 듯 가만히 내 처치를 받았다.

상처를 잘 다물려 놓았는데 환자 본인이 움직이면 또 벌어질 수도 있었다.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당신이 다쳐서 들어올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죄송합니다.”

그가 나에게서 살짝 시선을 피하며 대꾸했다. 면목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문득 공작저에 살았을 때가 떠올랐다.

그는 얼굴에 멍이 든 채 집에 들어올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내가 그의 답답한 상황을 불쾌해한다고 여겼겠지만, 사실 마음이 아픈 쪽에 더 가까웠다.

그는 얼굴에 상처가 나거나 다치면, 다 나을 때까지 나에게 보여 주지 않았으니까.

내가 그의 상처를 보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던 모양이었다.

약조차 바르지 못하게 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더 마음 아팠다.

‘그럼 아내가 아니면 누가 당신한테 약을 발라 주나요? 아직 내가 낯설어서 이러는 거 알지만, 이런 것도 못 하게 하면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요.’

그제야 못 이긴 척 상처를 보여 주긴 했지만, 한 번뿐이었다.

그 이후로는 나도 그냥 그에게 보채지 않았다.

다만 다쳐서 들어올 때마다 그가 나를 멀리하는 게 견디기 힘들었을 뿐이었다.

“……이제 다 됐어요. 최대한 조심히 움직여요.”

매듭을 깔끔하게 갈무리한 나는 그제야 그를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그는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실은 윌스브룩 성에 다녀왔습니다.”

뭐?

대뜸 그가 조심스럽게 내뱉은 말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딜 가서 이렇게 다쳤나 했더니 윌스브룩 성이었어?

“설마 내가 아는 그 윌스브룩 성 말하는 거예요?”

“예.”

“…….”

맙소사.

하룻밤 사이에 거길 갔다 왔다고?

윌스브룩 성이라는 이름의 다른 곳을 갔다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

말을 엄청 빠르게 달리면 가능하려나?

“……역시 거긴 쉬운 곳이 아니었군요. 당신이 이렇게나 다쳐서 오다니.”

설마 죽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험한 일을 겪은 게 아닐까?

황제의 명을 받고 윌스브룩 성에 갔던 모 귀족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죽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알렉은 옆구리를 찔린 것 말고는 꽤 멀쩡해 보였다. 무척 추웠을 텐데도 딱히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왜 혼자 갔어요. 이런 위험한 시간에…….”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조만간 루이제도 모셔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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