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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빙의한 주인공이다-79화 (79/168)

남편이 빙의한 주인공이다 79화

나는 가만히 숨을 죽였다.

가슴이 자꾸만 크게 부풀어 올랐다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내 몸이 부서져라 한다는 말에 묘한 고양감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에게 바라마지 않던 말이었다.

“……난 보기보다 튼튼해서, 그렇게 하려면 밤을 새워야 할 거예요.”

“…….”

그의 입술이 일자로 다물리더니 턱이 단단해졌다.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눈빛이 한번 흔들리더니 이내 힘겨운 신음과 함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내 허벅지 사이에서 무릎으로 선 채 바지를 풀었다.

나는 마른침을 꾹 삼켰다.

어딘가 가느스름하고 진지한 그의 눈빛과 좁혀진 미간이 달콤하고 색정적이었다.

이윽고 그의 옷이 힘없이 풀어지자 내 눈길이 저절로 아래로 향했다.

“……!”

순간적으로 나는 놀란 숨을 들이켰다.

온몸이 뻣뻣하게 조여드는 것 같았다.

“아, 알렉.”

저게, 원래 저랬나?

그의 것을 처음 보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본 게 거의 2년 전이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본 건 아니었다.

그는 첫날밤부터 자신의 것을 보여 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도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굳이 제대로 보여 달라고 보채지 않았다.

싫다는 사람을 괴롭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더 요구하면 내 마음과 자존 심에 생채기가 날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 훤히 드러낸 그는 전처럼 숨기고 싶어 하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내 눈길에 입술을 꽉 깨물며 더욱 곤두설 뿐이었다.

그와 내 사이의 공기가 팽팽했다.

“아, 알렉.”

“…….”

나는 시트를 쥐며 겨우 소리 냈다.

그가 몸을 숙였다.

“나 오늘 윌스브룩 성을 처음 보고 정말 감탄하고 압도되었는데…… 흣.”

“…….”

“그, 그런데 당신 것이 이 성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훌륭한 것 같아요.”

“……하.”

내 말에 그가 착잡한 듯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민망해하는 걸까?

그가 팔꿈치로 내 머리 옆 시트를 누른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아랫배를 더듬기 시작하며 힘겹게 대답했다.

복잡한 한숨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숨기지 말아요.”

“…….”

저런 걸 가지면 더 자랑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왜 그렇게 내 앞에서 자신감과 자부심이 없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설마 여태 과유불급이라고 생각해서 창피해했던 걸까?

이윽고 그의 손이 내 배 아래로 내려갔다.

“흣.”

서늘한 추위 같은 건 이미 그의 열기에 자취를 감췄다.

내 눈을 가까이에서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경직된 듯이 흔들렸다.

“정말,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나는 지금 기대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나는 근육으로 뒤덮인 그의 팔을 꽉 움켜쥐며 대답했다.

“당신이야말로 지금 내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길 거예요.”

내 목소리가 조금 서늘했다.

그러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내 잘록한 허리 밑으로 손을 넣었다.

한 팔로 내 허리를 휘감아 약간 아래로 끌어 내렸다.

내 몸은 가볍게 내려갔고, 그는 힘겨운 한숨을 내쉬더니 내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하아.”

그 압박감에 나는 그의 팔을 더 꽉 붙잡았다.

뜨겁고 묵직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건한 무기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저런 걸 품으면…….

제대로 하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사람들은 첫 경험이 아픈 기억밖에 없다고 했지만, 나는 차라리 아프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궁금해하기만 했던 경험을 이제야 겪어 보기 직전이었다.

이윽고 그가 내 눈을 보지 않으며 괴롭게 신음하듯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프면 말씀하십시오.”

그러자 그의 복근에 강한 힘이 들어간 듯 근육들이 하나가 될 것처럼 바짝 웅크렸다.

“흐읏.”

나는 질끈 눈을 감으며 턱을 들었다.

그의 말에 뭐라고 대답할 겨를은 없었다.

여유롭게 받아들이긴 어려울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이를 악물어야 할 줄이야.

그래서인지 만족감이 더 크게 차올랐다.

그가 내 턱을 쥐더니 자신의 눈을 보게 했다.

“루이제.”

“흐으, 알렉…….”

드디어, 우리가.

나는 조금 감동에 젖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감격스럽고 경이로웠다.

그런데 그가 허리에 힘을 주며 묵직하게 말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

이미 다 들어온 거 아니-.

“아!”

“……하아.”

그의 달콤한 신음이 내 귓가에 흩뿌려졌다.

그러나 그마저도 끝이 아닌 듯, 그는 내 안색을 살폈다.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뜨겁고 촉촉한 입술로 내 입술을 삼켰다.

이게.

이런 느낌이었구나…….

아직 제대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나는 벌써부터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느껴지는 움직임에 경이로운 탄성이 나왔다.

“……아!”

그 이후에 그는 정말로 내 몸을 부술 것처럼 나를 다뤘다.

“아, 아아!”

* * *

나는 눈을 뜨고도 한참을 멍하니 홀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밖은 완연한 낮인 듯 환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내 방 화로에는 누가 언제 피운 건지 숯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내 몸에는 두꺼운 잠옷까지 입혀져 있었다.

“하아…….”

알렉이 다 해 주고 나간 건가?

아직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넓고 육중한 침대에서 대자로 팔을 뻗고 멍하니 천장만 보았다.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까지의 일들이 모두 꿈처럼 느껴졌다.

그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상의 경험이었다.

그는 수십 년 만에 터진 봇물처럼 너무도 건강한 데다가 힘이 좋았고, 나는 아직까지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눈앞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침대가 흔들리며 끼익끼익 연거푸 돌바닥을 긁는 소리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의 힘에 압도되어 몇 번이나 영혼이 날아가고 있었으니까.

‘그게 이런 거였구나…….’

얼마나 비명을 질렀는지 목이 아팠다.

온몸이 타오를 것 같았던 그 감각에서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했다.

생전 처음 겪어 본 정사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충격적이면서도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나를 더 만족스럽게 한 건 내 안의 자극보다 그의 반응이었다.

그동안 그와의 정사를 갈망했던 나보다 오히려 그가 훨씬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

긴 신음을 토하며 고개를 뒤로 젖히던 그의 목젖.

땀이 송골송골하게 맺혀 더 탐스러워진 그의 근사한 근육들.

오로지 나를 향해 온 힘을 쏟아붓던 열렬한 움직임.

한 팔로 내 몸을 종잇장처럼 뒤집던 장악력.

나와 하는 내내 미쳐 버리려고 하던 그의 정신없는 흥분…….

“하아…….”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뺨을 꾹 눌렀다.

얼굴에서 열이 올랐다.

믿기지 않을 만큼 환상적인 꿈을 꾼 기분이었다.

나도 좋았지만 남편이 그토록 환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더 꿈같이 환상적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진정한 첫 경험의 여운을 느끼던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으…….”

허리를 세우자마자 절로 아픈 소리가 새어 나왔다.

심한 운동이라도 하고 난 다음 날처럼 삭신이 쑤셨다.

막상 그와 할 때는 더 격렬하기를 원했는데 그 후폭풍이 이 정도였다니.

침대 밖으로 다리를 내린 나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그렇게 한 걸음 내딛던 순간이었다.

“아!”

나도 모르게 무릎이 꺾이며 넘어졌다.

“아…….”

제대로 걷지도 못하다니.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은 나는 이 처참한 상태에 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서는 것조차 힘들어도 꽤 나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온몸에 힘을 풀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다시 아련한 눈으로 천장을 보았다.

그의 흔적이 내 온몸에 근육통으로 남아 있었다.

조금 뿌듯했다.

결혼 생활 3년을 독수공방하면서 참고 살았는데.

그동안의 외로움과 서러움이 모두 온데간데없이 씻겨 사라지는 것 같았다.

지금보다 더 몸이 아프고 쑤셔도 행복할 것 같았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아련하게 통증을 느끼다가 이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겨우 거울 앞으로 다가가 입고 있던 나이트가운을 머리 위로 벗었다.

그 어느 때보다 내 몸이 보고 싶었다.

그렇게 거울 속 전신을 천천히 눈에 담기 시작한 나는 나도 모르게 탄성을 냈다.

“아.”

내 몸 맞니?

조금 더 거울에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키스 마크인지 옅은 멍인지 모를 흔적들이 붉게 피어 있었다.

지난밤 그가 얼마나 나를 탐했는지 알 수 있어 뿌듯했다.

‘이 남자 엄청 좋았나 보네…….’

괜히 보기 민망해서 나는 불그스름해진 얼굴을 슬그머니 내리며 다시 옷을 입었다.

처음 겪는 만족스러움에 입꼬리가 움찔거릴 것 같아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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