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는 내가 차지한다-84화 (84/124)

# 84

“황태자 전하.”

“왜.”

“이 티타임에 로이를 데려와도 될까요?”

“델라이 백작을?”

“네.”

고민하던 이엘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데려와.”

“정말요?”

“그 사람도 욕심이 없으니까.”

참가할 자격은 충분하다. 게다가 아리스의 애인이지 않는가. 황태자는 기뻐하는 아리스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렇게 좋아?”

“로이에게 친구를 소개하고 싶었는데, 여기만큼 좋은 장소는 없는 것 같아요.”

아리스는 봄의 정원을 좋아했다. 이 아름다운 정원과 친구들을 로이에게 소개해 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었다.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리몬트리가 나타났다. 리몬트리는 비올레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늦었군.”

“죄송합니다.”

그리 말하면서 그가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를 보았다. 커피 향을 맡은 그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찾았어?”

“네.”

그는 주머니에서 실링 도장을 꺼내 아리스와 비올레에게 주었다. 실링 도장을 받은 아리스와 비올레가 그를 보았다.

“이 도장을 찍어 편지를 보내십시오.”

아리스와 비올레는 실링 도장을 보았다. 검 두 개가 교차하는 문양이었다.

“이건…….”

비올레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전에 리몬트리와 같이 실링 도장 가게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사고 싶어 골랐지만 품절이 된 문양이 있었는데 그것을 리몬트리가 구해 온 것이다.

“이 문양을 구해 온 거예요?”

“딱히 비올레를 위해 구해온 건 아닙니다.”

그가 아리스를 보았다.

“아리스에게도 주는 것이니까요.”

아리스는 도장을 보았다. 리몬트리가 비올레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자신에게도 실링 도장을 선물해 주는 것 같았다.

“편지 부칠 때 꼭 이걸로 찍을게요.”

비올레가 감동한 듯 도장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보고 리몬트리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리스를 보았다.

“이 문양이 마음에 듭니까?”

리몬트리가 아리스에게 물었다.

“마음에 들어요. 저도 이 도장으로 편지를 부칠게요.”

아리스가 리몬트리에게 편지를 부치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리몬트리도 비올레에게 마음이 은근히 있구나.’

이전에 실링 도장이 예쁜데 구하지 못했다고 투덜거리던 비올레의 얼굴이 떠올랐다. 리몬트리는 어떤 마음으로 도장을 고른 것일까.

“내 것은.”

이엘이 물었다. 그러자 리몬트리가 커피를 마셨다.

“남자에게 받는 편지에 도장을 찍는 건 좀 아니죠.”

리몬트리는 남자에게 실링 도장이 찍힌 편지는 받고 싶지 않았다. 그가 커피를 마시며 냉정하게 말했다.

“너무하군.”

이엘이 투덜거렸다. 리몬트리는 기뻐하는 비올레를 보고 표정을 일부러 굳혔다.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걸 참아야 했다. 실링 도장을 예약하고 날짜에 맞춰 일부러 기다렸다. 딱 오늘이 도장이 도착하는 날이었다. 그것을 가지고 온다고 늦은 것이다.

아리스가 자신을 묘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나 자랑할 일 있어.”

“무슨 일입니까?”

아리스가 물었다.

“엘자와 애인이 되었어.”

황태자가 애인을 두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첫 춤은 엘자와 출 거야.”

“축하드려요.”

아리스가 기뻐했다.

“너무 좋아하는걸.”

“전 이제 첫 춤을 출 사람이 있어요.”

아리스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황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올레는 리몬트리와 춤을 추면 될 것이고. 넌 델라이 백작하고 춤을 추면 되겠군. 나는 엘자와 추면 되고.”

각자 춤을 출 사람이 정해졌다. 리몬트리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신년회가 끝나고 또 티타임을 열 테니 로이를 데려오라고.”

“음, 빨리 열었으면 해요.”

“무슨 일 있어?”

아리스의 말에 이엘이 물었다.

“로이가 영지로 내려갈 예정이에요.”

“하긴, 영지로 내려가서 정리할 것들을 정리해야겠지.”

이엘은 아리스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일찍 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겨울인데도 꽃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리스는 꽃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커피 맛은 깊고 좋았다.

* * *

신년회 당일 날이 되었다. 로이는 가져온 옷을 입기 시작했다. 로이를 본 더윈이 감탄했다.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거울을 바라보던 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리슨 가문에서 신경 쓴 티가 나는군요.”

“그 정도인가?”

“이전에 산 옷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이전에 입었던 옷도 화려하긴 했지만 후작 가문에서 직접 준 옷에 비할 수 없었다. 더윈은 자신의 차림새를 보았다. 로이가 화려한 옷을 가져온 걸 보고 리삭이 더윈에게 옷을 빌려 주었다. 더윈이 입은 옷도 금수를 놓아 화려했다. 하지만 로이만큼 화려하진 않았다.

“아가씨 옷도 기대되는군요.”

“옷이 무척이나 예쁘다.”

로이가 단번에 말했다. 그러자 더윈이 궁금한 눈으로 그를 향했다.

“보고 싶군요.”

“보게 될 거다.”

그녀와 같이 신년회를 간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작년에는 혼자 갔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이것도 준비하시고.”

로이는 꽃다발을 준비했다. 그녀에게 무슨 선물을 줄까 고민하다가 아리스가 좋아하는 꽃으로 준비했다. 그게 제일 나을 것 같았다.

그의 목에 목걸이가 반짝거렸다. 그녀가 준 파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펜던트를 하니 더욱 잘 어울렸다.

더윈은 잘생긴 그의 외모에 혀를 내둘렀다.

“준비가 다 되었나?”

리삭이 문을 두드렸다.

“다 되었습니다.”

로이의 말에 더윈이 문을 열어 주었다. 방 안으로 들어온 리삭이 로이를 보고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방싯거렸다.

“잘생긴 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멋질 줄은 몰랐군.”

리삭이 감탄하면서 로이를 보았다. 시녀를 보내 줄까 했는데 혼자서도 잘 꾸몄다. 더윈이 손을 봐준 덕분이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호리슨 가문의 마차가 도착했네.”

점심때 보낸다고 하더니 딱 맞춰 보냈다. 로이와 더윈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호리슨 가문의 문양이 찍힌 마차가 있었다.

“그럼 황궁에서 보세.”

리삭이 손을 흔들었다. 로이는 그에게 인사하고 더윈과 함께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는 그들을 태우고 호리슨 가문으로 향했다.

* * *

아리스는 머리 장식을 보았다. 파란색 핀이 무척이나 예뻤다. 드레스와 아주 잘 어울렸다. 거기에 목걸이로 파란 다이아몬드를 했다. 어머니가 사용했던 거라고, 아버지가 일전에 준 목걸이였다. 목걸이를 한 다음 그가 사 준 발찌를 착용했다. 손가락에 반지도 했다.

“아름다우세요.”

루진이 감탄했다. 매번 꾸며도 아름다운 아가씨지만 오늘은 더 특별히 공을 들였다. 왜냐하면 로이와 함께 손을 잡고 신년회를 가기 때문이었다.

“보면 감탄하실 거예요.”

루진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리스는 기분이 점점 더 좋아졌다. 자신이 봐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 정도는 예뻐야지.”

로이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우선 최대한 예쁘게 꾸며야 한다. 아리스는 눈썹에 힘을 주었다. 동그란 눈동자가 더 커졌다.

“아가씨.”

“응.”

“마지막 마무리 해 드릴게요.”

루진이 또 얼굴에 뭔가를 바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리스는 얌전히 얼굴을 맡겼다. 루진은 아리스의 하얀 얼굴을 더 하얗게, 붉은 입술은 더 붉게 만들었다. 시녀들이 치장하는 걸 보고 지접 지휘한 그녀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에 비친 아가씨는 더 아름다워 보였다.

“드레스가 이전보다 좀 더 파인 것 같아요.”

시스루로 가린 부분이 많았다. 아리스는 싱긋 웃었다.

“이 정도는 입어 줘야지.”

그래야 로이가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입술을 벌렸다. 립스틱이 부드럽게 발라져 있었다.

붉은색 립스틱이 무척이나 튀었다. 루진은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스.”

아버지가 노크를 했다.

“다 되었느냐?”

그의 말에 루진이 문을 열어 주었다. 아리스는 의자에서 일어나 아버지를 맞이했다.

“다 꾸몄어요.”

“델라이 백작이 도착했다.”

로이가 도착했다. 아리스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는 남색 옷을 입은 로이가 있었다. 그 옆을 더윈이 지키고 있었다.

“로이.”

커플룩이었다. 로이는 그녀를 보고 놀란 눈을 했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아름답습니다.”

로이가 감탄했다. 언제 봐도 아리스는 아름답지만 오늘은 특별했다.

이안은 나란히 선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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