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는 내가 차지한다-103화 (103/124)

# 103

비올레와 리몬트리가 신부 대기실에 들어갔다. 신부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언니, 예뻐요.”

비올레가 아리스를 보고 감탄했다. 리몬트리는 아리스를 보고 놀랐다. 신부 화장은 마법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았다.

“정말로 아름답군요.”

눈도 엄청 커졌다. 속눈썹도 길었다. 확실하게 화장한 티가 엄청 났다.

“그래요?”

아리스가 수줍은 듯 말했다. 자신이 평소보다 배나 아름다워진 것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내숭을 떨었다.

“신부는 변신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네요.”

비올레가 솔직하게 말했다. 리몬트리는 비올레를 바라보았다.

“비올레도 신부가 되면 아름다울 겁니다.”

“정말요?”

“네.”

옆에서 화가가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다. 아리스의 결혼식 장면을 초상화로 남기는 것이다. 참고로 로이의 초상화는 이미 그렸다.

“로이는 어때요?”

아리스는 로이를 만나지 못했다. 그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정말 멋있어요.”

“정말?”

“네.”

비올레의 말에 아리스의 얼굴에 웃음이 활짝 피었다.

“보고 싶다.”

“신부랑 신랑은 식장에서 보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불필요한 미신인데.”

아리스는 투덜거렸다.

로이를 빨리 보고 싶었던 것이다.

“언니, 받으세요.”

비올레가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

선물을 받은 아리스가 방긋 웃었다.

“이런 걸 다 준비하고. 고마워요.”

그러자 비올레가 말했다.

“어차피 제 결혼식 때 언니도 해 주실 거잖아요.”

“그건 그래요.”

비올레가 결혼식을 하게 되면 자신도 선물을 준비할 것이다. 기분이 좋았다.

“워, 예쁜데.”

이엘과 엘자가 들어왔다. 엘자는 아리스를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냥 예쁜 게 아니잖아요.”

“아.”

“정말로 아름다워요.”

엘자는 아리스를 보고 감탄했다. 로이도 멋지지만 아리스의 변신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화장이 예술적이었다.

“어디서 치장했어요?”

엘자가 물었다.

“나도 나중에 여기서 결혼할래요.”

“뭐?”

이엘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황궁에도 꾸미는 시녀가 따로 있어.”

“황태자 전하와 결혼할지 안 할지는 두고 봐야 아는 거죠.”

이엘이 웃으며 아리스를 바라보았다.

“오늘 아름다워.”

“감사합니다.”

“신랑이 보면 놀랄 거야.”

이엘은 로이가 어떤 얼굴을 할지 기대되었다. 자신들이 봐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신랑의 눈에는 얼마나 아름답게 보일까.

“로이는 나 보고 싶다고 해요?”

아리스가 물었다.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

이엘의 말에 아리스가 안도했다.

“다행이다.”

자신 혼자만 보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때 신부 대기실에 안내자가 들어왔다.

“신부님 대기하십시오. 이제 곧 나갑니다.”

“네.”

아리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루진이 다가와 치맛자락을 정돈해 주었다. 하얀 베일이 그녀의 얼굴을 살짝 가렸다.

“우린 그럼 식장에 가 있을게.”

이엘은 엘자와 함께 신부 대기실로 나갔다.

“우리 결혼식은 황궁에서 할 거야.”

황태자는 신부 대기실을 나가자마자 엘자에게 말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엘자는 그런 그를 보고 피식 웃었다.

* * *

12시가 되어 식이 시작되었다. 신랑이 먼저 서 있었다.

“신랑 입장.”

로이가 홀 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귀족 예법에 맞춰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걸었다. 그런 그를 보고 사람들이 감탄했다. 잘생긴 얼굴이 오늘따라 더 잘나 보였다.

신랑이 앞에 서서 몸을 돌려 입구를 바라보았다.

“신부 입장.”

베일을 쓴 신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결혼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고개를 들어 신부를 바라보았다. 이안의 손을 잡고 나타난 아리스의 모습에 다들 감탄했다.

로이는 할 말을 잃었다.

사람들이 놀라지 말라고, 정신을 차리라고 했을 때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베일을 쓰고 나타난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수줍은 듯 짓는 미소가 살짝 보였다.

신부가 다가와 로이 옆에 섰다.

주례는 리삭이 맡았다.

“신랑은 신부를 사랑합니까.”

“네, 사랑합니다.”

로이가 대답했다.

“신부는 신랑을 사랑합니까?”

“네, 사랑합니다.”

아리스가 대답했다.

리삭은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인생이 녹아 있는 이야기였기에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또 길지 않아 더욱 좋았다.

“신랑 신부, 반지를 교환하십시오.”

반지는 로이와 아리스가 직접 가서 고른 것이었다. 동그란 반지가 보석으로 알차게 채워져 있었다.

반지 교환이 끝난 뒤 로이가 아리스의 베일을 벗겼다. 그는 한참 동안 그녀를 몽롱하게 바라보다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모습에 다들 웃었다.

“내가 그렇게 예뻐요?”

아리스가 물었다. 그러자 다들 기대하는 눈으로 로이를 바라보았다.

“아.”

로이가 정신을 차렸다.

“아름답습니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고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아리스가 방긋 웃었다. 꽃 같은 웃음이었다.

“신랑 신부 키스하십시오.”

키스 타임이 되었다. 로이는 아리스에게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녀에게서 향긋한 향기가 났다. 이전에 자신이 선물해 준 향수였다. 그는 입술을 떼고 그녀의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아리스의 머리 장식도 자신이 선물로 해 준 것이었다.

‘아아.’

이 좋은 날 자신이 준 것들로 그녀가 치장하고 있다니.

그는 이성을 잃지 않도록 단단히 정신을 잡았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그녀를 가지고 싶었지만 아직 식이 끝난 게 아니었다. 아리스와 함께 파티장에 가 하객들에게 인사를 해야 했다. 그는 이성을 유지하려 애썼다.

“로이.”

그녀가 다가왔다.

“나의 꿈.”

“제가 말입니까?”

“네.”

그와 결혼하는 꿈을 꿨다. 그리고 이루어졌다. 그녀가 바라던 미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랑해요.”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가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아 주었다.

“이제 우리는 정말로 부부예요.”

그렇다. 그들은 부부가 된 것이다.

“당신이 약속 하나 해 주었으면 해요.”

아리스가 로이에게 말했다.

“무엇이든 말하십시오.”

베일을 벗은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또다시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녀가 바라는 거라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다. 자신이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섭섭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말하기.”

“아.”

“화가 나더라도 서로 무시하지 않기.”

그녀가 바라는 건 간단했다. 아직 서로 싸운 적은 없지만 다툴 때를 대비해서 그녀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다예요.”

“알겠습니다. 약속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걸었다.

“저도 부탁이 있습니다.”

“어떤 거요?”

로이도 바라는 게 있었다.

“아침마다 사랑한다고 말해 주기.”

그가 바란 것은 단순하지만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아리스가 빙그레 웃었다.

“알겠어요.”

이제 서로 다르게 자란 남녀가 생활을 같이 하게 된다. 그에 따른 수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약속한 부분만 챙긴다면 별 탈 없이 살 수 있으리라.

남자 주인공을 차지하는 그녀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그와 행복하게 사는 것뿐이다.

‘행복한 부부가 되어야지.’

남자 주인공을 차지한 그녀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이 목표는 로이와 함께 만들어 나가면 될 것이다.

“사랑합니다.”

로이가 잊어버리지 않고 이 말을 해 주었다.

파티장으로 걸어가며 둘은 서로 손을 꼭 잡았다.

그들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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