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주는 내가 차지한다-119화 (119/124)

# 119

외전 3. 초콜릿 파티

아리스는 머리를 틀어 올리고 핀으로 고정했다. 루진이 옆에서 시녀들에게 지시하며 화장을 시켰다. 화장을 전문으로 하는 시녀들은 오늘따라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루진은 호리슨 후작의 정식 딸이 되었다. 그래서 이전과 달리 집안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아리스는 신혼여행을 갔다 와서 줄곧 영지에 머물렀고, 로이는 저택을 매입하기 위해 이안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 와중에도 아리스는 로이의 사랑을 받으며 평온하게 살고 있었다. 이따금 그의 일을 도와주고 영지를 순찰하며 로이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로이에게 일이 있다고 말을 하고 혼자 수도로 왔다. 그녀가 혼자 떠난다고 했을 때 로이는 많이 섭섭해했다. 하지만 로이를 두고 와야 했다.

“비올레는 오랜만에 만나네.”

오늘은 비올레를 만나는 날이다. 비올레 역시 바빴다. 리몬트리가 방학을 맞이해 귀국했기 때문이다. 리몬트리와 못다 한 데이트를 하느라 바쁜 와중에 자신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영지는 어때?”

루진이 물었다. 그녀는 계속 높임말을 쓰다 아리스가 그러지 말라고 해서 말을 놓는 중이었다.

“평화롭지.”

“아니, 거기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는 거야.”

“솜씨 좋은 내 전용 시녀가 있어. 그 시녀 덕분에 편안하게 지냈어.”

“정말?”

“루진 만큼 잘해.”

그러자 루진이 방긋 웃었다.

“나만큼 잘하기 힘든데.”

“응, 맞아. 힘들게 사람 뽑았다고 로이가 말했어.”

아리스는 영지에 있는 전속 시녀인 시엔을 생각했다. 30대 초반의 시엔은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아리스를 잘 보필했다.

자신이 영지를 떠나면서 그녀에게도 휴가를 주었다. 아마도 가족들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루진은 무슨 소식 없어?”

“나?”

“남자친구 말이야.”

“없어, 그런 거.”

루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스가 결혼하고 나서 루진은 남자들을 소개받았다. 후작이 직접 사람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이가 없었다.

“아버지가 소개해 준 사람들은 어때?”

“모두 다 좋은 분이지만 나하고는 안 맞아.”

“그래?”

“응.”

만나는 남자는 조건도 좋고 외모도 좋았다. 그런데 뭔가가 부족했다.

“이게 다 언니 때문이야.”

“왜?”

“언니하고 형부하고 지내는 거 보고 나도 로망이 생겼어.”

“아…….”

“알콩달콩 살고 싶어. 나를 존중해 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

“만난 사람들은 별로였어?”

“별로였어.”

루진이 아쉬운 듯 말했다.

“아버지가 더 좋은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셨어.”

“잘 되면 좋겠다.”

“나도 그래.”

“그런데 로이 같은 남자는 드물어.”

“알아.”

그는 매일같이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편지였다. 아리스도 매일같이 답장을 써서 그에게 보냈다. 결혼하고 나서도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자, 보자.”

루진은 아리스를 보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사랑스러운 언니였다. 사랑을 받아 이전보다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

“이제 되었어.”

아리스는 거울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 * *

비올레는 오랜만에 아리스를 만날 생각에 설레고 있었다. 신혼여행 이야기도 듣고 싶고, 수다도 떨고 싶었다.

호리슨 가문에 도착한 마차가 멈추고, 비올레가 마차에서 내렸다. 현관에서 아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요.”

아리스가 손을 흔들며 비올레를 맞이했다. 비올레는 이전보다 성숙해진 아리스를 바라보았다.

“언니.”

“네.”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그래요?”

“좀 더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그런가요?”

아리스는 방긋 웃었다. 루진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걱정할 게 없어서,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로이와 결혼해서 그런 것 같아요.”

“언니.”

“바라는 걸 이루었으니까요.”

웃으면서 아리스는 비올레의 손을 잡았다.

“리몬트리 하고는 어때요?”

아리스가 물었다. 그러자 비올레가 얼굴을 붉혔다.

“그냥 잘 지내고 있어요.”

두 사람은 응접실로 향했다. 가을이 다가오는 시간이었기에 이따금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실내에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응접실 문을 연 비올레가 자리에 앉았다.

“여긴 오래만이네요.”

“그러게요.”

“리몬트리는 언제까지 있어요?”

“겨울에 돌아가요.”

“신년회가 열리기 전에?”

“네.”

비올레는 어제 데이트하며 리몬트리가 얘기한 것을 떠올렸다.

“저 때문에 왔다고 했어요.”

“어머.”

“많이 보고 싶었다고 했어요.”

“비올레도 많이 보고 싶어 했잖아요.”

비올레가 보낸 편지에 이따금 리몬트리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그가 종종 생각난다고 편지에 적어 두었다. 그래서 기억을 하고 있었다.

“네.”

그리고 비올레가 얼굴을 붉혔다. 그날 있었던 일이 떠오른 것이었다.

리몬트리가 그리웠다고 말하면서 비올레의 입술을 찾았다. 이전에는 볼에 간단히 했다면 지금은 어른의 키스를 했다. 아직 당신이 어려서 괴롭다고 말하며 그녀를 탐했었다.

“비올레.”

아리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리몬트리와 무슨 일 있어요?”

“아.”

비올레의 얼굴이 더 달아올랐다. 그런 식의 키스는 처음이었기에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언니는 첫 키스 어땠어요?”

“아.”

둘이 키스를 한 모양이다. 리몬트리가 비올레를 아끼고 있었기에 좀 더 늦게 할 줄 알았는데.

“좋았어요.”

아리스는 바로 대답했다.

“비올레는요?”

“저도 좋았어요.”

그의 숨결이 가까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의 단단한 몸이 닿아서 좋았다.

“저도 성인이 되면 그를 유혹하려고요.”

“비올레.”

“제가 더 못 기다릴 것 같아요.”

아리스가 성년식 날 로이와 밤을 보낸 것이 떠올랐다. 지금 그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쯤이면 리몬트리도 유학을 끝내고 수도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좋았어요?”

아리스가 놀리면서 물었다.

“네.”

비올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와 연인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모인 건 그날 때문이에요.”

아리스가 주제를 꺼냈다.

“저도 그날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곧 있으면 연인의 날이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었다. 이전에는 챙겨 주기 애매해서 챙기지 못했었다. 아리스와 비올레는 오늘 초콜릿을 위해 모였다. 남편에게, 또는 연인에게 줄 초콜릿을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그날에 맞춰 로이에게 초대장을 보냈어요.”

“초대장을요?”

“네.”

그냥 초콜릿을 줄 생각은 없다. 성대하게 일을 꾸밀 생각이었다.

“무슨 일을 하려고요.”

비올레가 물었다. 그러자 아리스가 방긋 웃었다.

“초콜릿으로 파티를 할 거예요.”

“파티요?”

“네.”

그냥 초콜릿을 주는 걸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그녀는 파티를 성대하게 열 생각이었다.

“로이와 리몬트리를 초대하는 거예요.”

“아.”

“황태자 전하는 빼고.”

그녀의 말에 비올레가 웃었다.

“섭섭해하실지도 몰라요.”

“황태자 전하는 여자가 아닌 걸요.”

그리고 엘자가 알아서 챙길 것이다. 아리스는 비올레와 얼굴을 맞대고 파티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이야기하느라 차가 식는 것도 몰랐다. 식은 차를 다 마시고 아리스가 종을 흔들었다. 그러자 밖에 대기하고 있던 시녀가 들어왔다.

“차를 좀 더 내와.”

“알겠습니다.”

시녀가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비올레는 차를 마시며 케이크를 한 조각 베어 먹었다.

“어제 리몬트리와 같이 연주회에 갔어요.”

“리몬트리가 후원하는 곳인가요?”

“아니에요. 이번에는 우리 집안에서 후원하는 곳에 갔어요.”

매번 그가 후원하는 곳에 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비올레가 정했다. 리몬트리는 무척 기뻐했다.

“리몬트리가 자신도 후원하고 싶을 정도로 연주가 좋다고 했어요.”

“아아.”

“그리고 차를 마시러 갔어요. 리몬트리가 운영하는 찻집이에요.”

“아, 그곳에 갔구나.”

이전에 한 번 들은 적이 있다. 가자고 해 놓고 가 보지는 못했다.

“오늘 같이 가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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