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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7)화 (7/166)

<7화>

[여러분의 ‘미남 선호 사상’은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또 다른 미남자들과 함께 129회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로써 신문은 따분한 정보를 가져다주는 물건이 아니게 되었다.

“정기 구독해야겠다….”

또 다시 페이지를 넘기다 의외의 기사에 손이 멈췄다.

“……?”

<검술 도장의 에이스, 제록스의 처참한 패배.>

[“다음번에는 꼭 이길 거야. 헬레나.”]

간단한 인터뷰와 함께 뺨을 발갛게 물들인 제록스의 얼굴이 실려있었다.

얘가 신문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애였나?

조금 의외였다.

“아무튼, 커엽네, 커여워… 응?”

이번에는 익숙한 저택 삽화가 시선을 끌었다.

<몇 해째 비워져 있던 유령 저택에 새 주인 입주!>

어마무시하게 커다란 저택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 내 소유가 된 저택과 외관이 닮아도 너무 닮은 것 같다….

“여기, 유령 저택이었어?”

사위를 한 번 둘러봤다.

왠지 모를 한기를 느낀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

얼른 시선을 거두고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손이 멈췄다.

<품귀 현상으로 드레스 가격 폭등!>

이번에는 루비 됨됨이로 사람을 평가하던 점원의 인터뷰가 실려있었다.

[“새 드레스 제작에는 시일이 걸리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죠.”]

인터뷰 옆에는 우글우글 모여 항의하는 영애들을 달래고 있는 점원의 삽화도 있었다.

“이건 예상 못 했네.”

너무 드레스를 싹쓸이했나 보다.

잠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고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이건 또 뭐야?”

꽤 넉넉한 지면을 차지한 광고가 시선을 끌었다.

<현상 수배>

DEAD OR ALIVE

<수배범: 플라맹고>

어린아이가 발로 그린 듯한 몽타주 밑으로 플라맹고의 죄목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거 재밌겠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어있던 허공에 메시지가 쭉쭉 떠올랐다.

모험이 추가됩니다.

성 밖으로 마실을 나갈 수 있습니다.

퀘스트 발생

퀘스트: 정의의 사도 0/1

보상: 10,000 루비, 랜덤 경험치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목적이 생긴 것도 좋고 얼리어답터답게 나는 새로운 거라면 그저 좋았다.

“그거 나 할래. 모험.”

착용한 무기와 방어구가 없습니다.

그래도 모험에 나서겠습니까?

시스템은 염려하듯 나를 만류했다.

“아하.”

나는 손가락을 딱, 맞부딪혔다.

º º º

“어서 오십쇼. 저는 방어구점 주인, 아머입니다요.”

배가 볼록한 사내가 툭 튀어나와 자기소개를 했다.

그냥 한 번 가게 안을 둘러봤을 뿐인데 아머가 반색하며 입을 놀렸다.

“오! 손님,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그건 드워프 장인이 한 땀, 한 땀 손수 만든 명품입니다요. 에헷.”

“그렇군요. 여기서 가장 좋은 갑옷을 좀 보여주세요.”

“가장 좋은 거라… 그런 거라면,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요.”

아머가 계산대 뒤쪽으로 나를 안내했다.

‘오….’

고급스런 물건들 중에서도 특히 반짝이는 갑옷 앞에 섰다.

안 봐도 비디오. 이건 분명 좋은 물건이었다.

“좋아요. 이걸로 주세요.”

쿨거래 합시다.

“오호. 귀한 분께 선물하시는지요?”

아머의 동그란 눈이 올망졸망한 루비가 되어 반짝였다.

마치 로맨틱한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 같았다.

“아뇨. 제가 쓸 건데요.”

“네? 영애께서 쓰신다고요?”

아머가 고개를 갸웃하며 눈썹을 들어 올렸다.

“네.”

“이런… 죄송합니다만. 이 물건은 팔 수 없습니다요!”

목을 뒤로 물린 아머가 고개까지 휙휙 저었다.

‘갑자기?’

조금 전까진 팔 것처럼 굴더니.

“왜죠?”

“이걸 팔면 상인으로서의 명예가 손상될 겁니다요.”

뭔가 비하인드 스토리라도 있는 그런 물건인가?

‘세계를 구할 운명에 처한 용사 전용 방어구라든지.’

이유는 몰라도 안 판다니 더욱 갖고 싶어졌다.

“파세요. 값을 2배로 드릴게요.”

“…상도덕에 어긋납니다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만 결국 돌아온 대답은 ‘노’였다.

나는 시스템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저 방어구에 숨은 비밀이라도 있어?’

대답이 즉각 돌아왔다.

방어구 착용이 가능한 레벨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아….”

그렇다. 아직 15 레벨에도 도달하지 못한 쪼렙, 그게 바로 나였다.

다음으로 들른 무기점 또한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뭔가 좀 있어 보이는 장비들은 전부 레벨 제한이 걸려있었다.

‘돈이 있어도 사질 못 하다니.’

정확하게는 살 수는 있어도 지금 당장 입을 수가 없는 거다.

그러니까 이건 마치 살을 빼고 난 뒤에 입을, 작은 사이즈의 옷을 미리 사두는 것과 같달까?

이상은 저 높은 곳에 있으나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나는 모험길에 올랐다.

그런데 몇 걸음도 떼지 않았을 무렵, 머리 위로 어둠이 내려앉았다.

“뭐야?”

소나기라도 내리려나.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려 했지만 내 염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후우우욱.

익숙한 듯, 낯선 소리를 들었을 때, 체력 게이지가 0이 되었다. 곧바로 한 번 본 적이 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망하셨습니다.

º º º

나는 눈을 끔뻑거렸다.

순간이동이라도 한 건지 내 몸은 마구간 같은 그 방,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적의 기습을 받았습니다.

‘기습이라니, 나 짱 센 거 아니었어?’

코찔찔이라 나를 비웃는 듯한 스탯 창이 떠올랐다.

방어력 0

“아, 놔.”

공격은 최선의 방어 아니었어?

‘이것이 게임 문외한의 한계란 말인가….’

일격이 아니었으면 진성 M인 제록스에게도 질 뻔했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했다.

“교, 육!”

곧장 방어력을 올리려 했으나 시스템은 내게 협조하지 않았다.

띠링.

긴급한 느낌을 자아내는 알림음이 울리더니 시스템 창이 요동쳤다.

긴급 퀘스트 발생!

현장을 이탈하세요.

“헬레나 아가씨?”

시스템 창을 확인함과 동시에 방문이 벌컥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빈텔테리 남작가의 하녀장, 쥬그테였다.

“헬레나 아가씨, 대체 어디 가셨었대요?”

“집에.”

나는 간단히 대꾸하며 쥬그테를 지나쳤다.

“집이라뇨. 헬레나 아가씨, 진짜 뭐 잘못 드셨어요?”

네 집은 여긴데 무슨 집을 말하는 거냐며 내 뒤를 쫓아온다.

“이런 옷은 또 어디서 나셨대요?”

이젠 아니꼬운 얼굴로 내 드레스 자락을 쥐고 흔들기까지 한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쥬그테를 돌아보았다.

“나 돈 벌러 간다.”

일하라 했으니 일하러 간다고 하면 잡지 않겠지.

그러나 내 생각은 오답이었다.

쥬그테가 나를 쫓아오는 걸 멈추지 않았으니까.

“…….”

어느덧 나와 쥬그테는 경보 경주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쥬그테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쥬그테. 비켜.”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으나 쥬그테는 양 팔을 활짝 벌리고선 요지부동이었다.

“비키지 않겠다. 이 말이지?”

나는 쥬그테를 한 번 찌릿, 노려 본 후 무릎을 굽혔다.

“……?”

쥬그테의 팔 밑으로 몸을 웅크려 재빨리 지나가려 했다.

“……!”

그러나 곧 누군가에게 뒷덜미를 붙잡혀 버둥거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헬레나. 쥐새끼처럼 어딜 가려는 거니?”

날카로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마치 B 사감의 B를 오른쪽으로 90도가량 틀어놓은 모양의 안경을 낀 여자가 날 보고 있었다.

“…이거 놔.”

나는 목깃을 쥔 여자의 손을 탁 털어냈다.

“어맛!”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헐리우드 액션의 대모 같으시네?’

물개가 되어 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시스템은 농땡이라도 피우고 있는지 아직까지 그녀에 대한 정보를 띄우지 않고 있었다.

‘이 여자는 누구야?’

빈털터리 남작 부인!

두둥.

그제서야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등장 효과음이 느린 데다, 오타까지 있었다.

‘이거 스샷 기능 없나?’

라이어 소프트에 이의 제기를 하려 마음먹었을 때였다.

여가생활에 공력을 쏟는 남작가의 수선화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여공남수는 전체 연령가입니다.

최애와의 달콤, 짜릿한 연애로 현생은 잊게 되실 겁니다.

도배하다시피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문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위에 뜬 오타를 밀어내기 위함이 틀림없어 보였다.

거기다 빈텔테리 남작 부인이 바닥에 폴싹 쓰러진 채로 우는 소릴 냈다.

“얘 좀 보세요.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 이 패륜아 같으니라고… 어미를 때리다니.”

스샷을 못 찍게 하려는 수작인가.

‘근데 왜 입으로만 울어?’

내가 의문을 품자 빈텔테리 남작 부인이 고개를 돌리고는 손가락에 침을 발라 눈가에 찍어 바르기 시작했다.

“허….”

내가 헛웃음을 짓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경고! 정신력이 낮습니다.

또?

“진정하세요 마님. 셋째 아가씨가 이러시는 게 처음도 아니고. 따끔하게 혼을 내셔야 하는데. 마님께서는 마음이 약하셔서….”

쥬그테가 옆에서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 아침 드라마 같은 상황을 어쩌면 좋지?’

빈텔테리 남작 부인의 발연기를 계속 보고 있는 게 슬슬 괴로워진 나는 상황을 수습하려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세요. 어머니.”

찰싹.

빈텔테리 남작 부인이 내 손을 거칠게 쳐내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와서 날 위하는 척해도 소용없다. 이 불효녀 같으니라고! 내가 너를 낳…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

응? 나는 묘한 위화감을 감지했다.

분명 흐름상 ‘낳는 게’가 맞을 것 같다.

근데, 방금 ‘거두는 게’라고 정정하지 않았나?

‘역시 빈텔테리 남작 부인은 계모인 건가?’

그리 생각하자 괜히 입안이 썼다.

정신력이 3 감소합니다.

스트레스가 9 증가합니다.

“마님….”

쥬그테가 빈텔테리 남작 부인을 부축하려했다.

그러나 빈텔테리 남작부인은 바닥의 껌딱지처럼 달라붙은 상태로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째 피곤한데?’

이마를 감싸 쥐고 한숨을 내쉬자, 시스템 창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정신력이 2 감소합니다.

스트레스가 19 상승합니다.

경고! 경고!

‘아 맞네.’

그제야 내 정신력이 낮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혼을 쏙 빼놓는 빈텔테리 남작 부인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검술 훈련을 할 게 아니라, 정신 수행부터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집구석에 다시 얼굴 비칠 날이 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정신력 0

원치도 않았는데 스탯 창이 떠오르더니 기분이 몹시 저조해졌다.

강한 삐뚤어짐의 효과: 흑화한 막내딸이 곧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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