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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들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8)화 (8/166)

<8화>

‘이건 또 뭐야. 흑화라니?’

빈텔테리 남작 부인은 울고 있지, 시스템 창은 시스템 창대로 계속 경고 메시지를 띄우지,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였다.

‘안 해, 나 헬 모드 안 해. 리셋할 거야.’

갑자기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

‘뭐지 이 기분?’

나조차도 영문을 알 수 없는 심연의 그림자가 빼꼼,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그때,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홀연히 등장한 중년의 남성이 노기를 드러냈다.

두둥.

빈텔테리 남작

“…아버지?”

“이것 보세요. 동네 사람들. 헬레나가 글쎄… 헬레나가… 흐어어어엉.”

빈텔테리 남작이 등장하자 남작부인이 서럽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남작에게 어필은 하고 싶은데 뒷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지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빈텔테리 남작이 노기등등한 목소리로 내게 호통을 쳤다.

“헬레나! 너 어머니께 대체 무슨 짓을 한 게냐?”

‘아, 놔….’

나는 어이가 없어 뒷목을 잡았다.

그때였다.

강한 삐뚤어짐의 효과: 흑화한 막내딸이 발동됩니다.

“……!”

갑자기 내 몸이 의지와 상관없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흐앙, 엄마도 아빠도 내 마음을 몰라주고.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으아앙.”

뒤집어진 바퀴벌레처럼 팔다리를 버둥거리는 내 몸과,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내 입은 그야말로 지랄발광, 생쇼를 벌이고 있었다.

‘아, 대기의 미세먼지가 되어 이대로 흩어지고 싶다.’

딱 그 심정으로 나를 놔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얘, 얘야. 헬레나. 왜 그러는 게냐?”

그제야 빈텔테리 남작이 화들짝 놀라 내게 다가왔다.

“당신! 대체 어떻게 했길래 얘가 이렇게 경기를 일으키는 거요?”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응?’

나는 관조적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아니, 저는… 어머, 헬레나가 왜 이럴까.”

어느덧 발연기를 그만둔 남작 부인이 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내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괜찮아. 헬레나. 괜찮다. 이제 그만 뚝! 그치렴.”

내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아주 매서웠다.

“윽, 윽.”

빈텔테리 남작 부인이 내 등을 두드릴 때마다 입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체력이 2 감소합니다.

체력이 3 감소합니다.

귀부인의 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악력이어서 내 체력이 쭉쭉 떨어지기 시작했다.

달래기 크리티컬!

“앗!”

급기야 체력이 한방에 뚝 떨어졌다.

눈앞이 또다시 암전됐다.

º º º

“…미안하구나. 헬레나.”

눈을 뜨니 사망하셨다는 친근한 문구와 함께 초근접 상태의 근심 어린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버지?”

“그래. 내가 니 애비다.”

띠링.

캐릭터와의 이해관계가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캐릭터가 개방됩니다.

메이넌스 빈텔테리 남작: 헬레나의 계부, 손대는 사업마다 족족 망하는 마이너스의 손

세상에… 이런 반전이!

‘친아빠가 아니었어?’

내 손을 꼭 붙잡은 빈텔테리 남작의 손은 매우 따뜻했다.

근데 마이너스의 손이란다.

나는 슬금슬금 잡힌 손을 빼냈다.

부정 탈라.

‘그럼 빈텔테리 남작 부인은?’

캐릭터와의 적대관계가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

빈텔테리 남작 부인의 이름이 물음표로 전환되었다.

‘이미 이름을 아는 데 무슨 의미가 있다고.’

마구간 같은 방 한쪽 구석에 빈텔테리 남작 부인이 떨떠름한 얼굴로 나와 빈텔테리 남작을 흘겨보고 있었다.

“네 마음도 모르고… 이 애비가 고생만 시켰구나.”

“아니에요. 아버지. 제가 감정이 격해져서 그만.”

“어머어머, 괜찮니 헬레나?”

“괜찮은 거야?”

두 언니도 어느샌가 곁에 와 있었다.

드??라

아???시아

손수 명명한 이름도 중간중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언니 1과 2는 왜 저러는데?’

우호관계인 빈텔테리 남작 부인과의 공명 현상으로 적대관계에 돌입합니다.

아항.

감춰 놓으니 괜히 빈칸을 채우고 싶어졌다.

‘드라큘라. 아타락시아?’

내 작명 센스가 당황스러웠을까.

시스템 창에 상상도 못한 비언어가 떠올랐다.

ㄴㅇㄱ

‘개그우먼 움짤인가.’

이쯤에서 심각하게 시스템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지켜보는 눈들이 많기에 나는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버지.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또다시 사라지면 가출 청소년은 아니지만, 비슷한 꼬리표가 붙을 것 같아 빈텔테리 남작을 설득하기로 했다.

“그래. 헬레나. 말해 보렴.”

솔직하게 말하자.

“저는 모험왕이 되고 싶습니다.”

“…그 험난한 길을 정말 가고 싶은 게냐?”

설마, 모험왕이라는 게 정말 있었어?

“예. 세상에 나가서 시야를 넓히고 싶어요.”

“그래, 그래. 네가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빈텔테리 남작과 나는 오래 못 본 사이였던 모양이었다.

내 손을 토닥이며 빈텔테리 남작이 눈물을 글썽였다.

‘뭔데….’

진짜 아버지도 아닌데 왜 때문에 나까지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모럴이 3 상승합니다.

º º º

아침은 든든히 먹고 떠나라는 빈텔테리 남작의 말에, 나는 편안하고 호화로운 저택을 놔두고 빈텔테리 저택에서 하룻밤 보냈다.

‘마리아가 걱정할 텐데.’

막 떠나려는 내게 빈텔테리 남작이 작은 꾸러미를 안겨주었다.

“떠나는 길에 꼭 필요할 게다.”

보따리를 받아들자 허공에 아이템 창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약초를 3개 획득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약초: 상처치료에 효과가 있는 신비한 풀

“감사해요. 아버지. 이 은혜는 잊지 않겠어요.”

“아니다. 건강하게 돌아오기만 하면 된단다.”

빈텔테리 남작은 여공남수에 접속한 이래 마리아 다음으로 감동을 선사해준 인물이었다.

심지어 계부임에도.

“끄윽….”

나는 눈물을 삼키며 여행길에 올랐다.

모럴이 5 상승합니다.

º º º

“아가씨, 어딜 다녀오신 거예요?”

눈물을 대롱대롱 매단 마리아가 저택 입구에서부터 나를 반겼다.

“빈텔테리 가에 좀 다녀왔어.”

“예? 거길 왜… 가셨어요?”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건 아니란 말이지.

‘앞으로도 죽으면 계속 빈텔테리 저택에서 회생하는 거야?’

지정한 장소에서 회생합니다.

‘아, 그걸 이제 알았네.’

회생 포인트를 변경하시겠습니까?

‘응. 여기로 해줘.’

회생 포인트를 변경합니다.

마리아에게 내가 죽었고 회생 포인트가 빈텔테리 남작 저택으로 되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나는 또 거짓과 진실을 반반 섞었다.

“아버지를 좀 뵙고 싶어서.”

“…남작님을요?”

마리아의 표정을 보고 부녀 사이가 돈독하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럼 뭐 어때.’

계부에게도 부정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는데.

“마리아, 혹시….”

“네.”

“나는 빈텔테리가에 입양된 거야?”

곤란한지 마리아의 눈이 또로록 굴러다닌다.

“그건… 왜 물으세요.”

“나도 이제 성인이잖아. 입양된 거라면 출생의 비밀을 알 나이도 됐고.”

마리아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가씨께선 사춘기 무렵쯤 빈텔테리가에 오셨어요. 선대 빈텔테리 남작 부인이 돌아가시고 몇 해 지나서죠.”

아….

설마가 설마였나.

‘그럼 빈텔테리 남작 부인이 내 친모라는 건데. 계부보다 매정한 친엄마라니.’

이건 흔한 설정을 가볍게 뽀개버리는 전개였다.

“아가씨, 너무 마음 쓰시지 마세요.”

내 표정이 밝지 않다고 느낀 마리아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께서도 전 남편의 딸을 키우시는 게 쉽지만은 않으셨을 거예요.”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마리아의 말은 내게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었다.

‘뭐? 내가 전 남편의 딸이라고?’

어이가 없다. 진짜 어떻게 돌아가는 집구석이야.

“그래도 ???께서는 너무 하세요. 두 아가씨만 편애를 해도 너무 심하게 하시니까요.”

“잠깐! 마리아. 내가 정말 ???의 전 남편의 딸이라는 거야?”

마리아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내 손을 토닥였다.

“요즘 마음이 많이 복잡하시죠? 아가씨 입장에선 충분히 서운하실 만해요.”

“맞아. 요즘 내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거든.”

“…네?”

마리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궁금한 것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그래서 좀 물어볼게. ???이 내 친엄마가 아니야?”

“…네.”

“그럼, 언니 둘은?”

“드??라, 아???시아. 두 아가씨들은 ???의 첫 번째 남편 소생이세요.”

뭐라…!

“그럼 나는?”

“아가씨는 ???의 두 번째 남편의 핏줄이에요.”

“……!”

그랬구나. 그랬어.

빈텔테리 남작가는 되게 복잡한 집구석이구나….

남작부인과 빈텔테리 남작, 두 사람 모두 나와 혈연관계가 아니란다.

둘 다 계모, 계부인데 나를 향한 온도 차가 이렇게 큰 이유는 또 뭐람.

빈텔테리 남작 부인은 이번이 재혼 3회차라는 말이 된다.

근데 하필 손대는 사업마다 족족 망하는 마이너스의 손, 빈텔테리 남작과 재혼을 한 경위는 또 뭐란 말인지.

아, 골치 아파.

‘그보다 물음표 이거 되게 귀찮은데. 없앨 방법 있어?’

호감도를 높여주세요.

됐거든요.

º º º

방어력은 내 루비를 영양분 삼아 무럭무럭 자라났다.

‘스탯, 방어력.’

방어력 100

“훗.”

나는 스탯 창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예기치 못한 위험에도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모험.”

나는 곧바로 모험길에 오르려 했다.

스트레스 수치가 높습니다.

휴식을 권장합니다.

“…….”

누군가가 자꾸 내 모험을 가로막는 게 틀림없다.

“스트레스는 루비로 못 없애?”

레드 불끈불끈 드링크가 날개를 달아드립니다.

500루비가 사용됩니다.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마치 불나방처럼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나 호구 잡혔나 봐….’

그래도 라이어 소프트사가 좋은 게임을 만들어 준 덕에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지 않겠어.

‘응, 줘.’

이런 게 상생이지.

나는 거만하게 웃으며 레드 불끈불끈 드링크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리아가 물개 박수를 치며 말했다.

“아가씨, 호쾌한 호사가 같으세요.”

“그, 런가?”

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 같은 말에 왠지 기분이 좋아진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흥이 올랐습니다.

스트레스가 100 감소합니다.

‘이제 정말 모험 길에 올라보자.’

착용한 방어구가 없습니다.

그래도 모험에 나서겠습니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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