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신 회귀 공자-16화 (17/201)

16화 남궁세가(南宮世家)

“와아!”

유화림이 눈앞의 거대한 대문을 보고 감탄을 터트렸다.

유주혁이 누워 있던 보름간 마음이 정리된 건지, 아니면 그저 새로운 곳에 와서 신난 건지, 그녀의 눈빛은 다시 전과 같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엄청 크네요…….”

“그러게.”

유주혁도 평상시와는 달리, 조금은 들뜬 심정으로 남궁세가의 대문을 바라보았다.

남궁세가(南宮世家).

안휘성을 대표하는 무림세가이자, 정파 오대세가의 수좌라 할 수 있는 곳.

단순히 검 하나로 세가를 일으켜 세웠다는 검성(劍星)의 전설이 시작된 곳.

그리고-

‘꽤나 오래 걸렸군.’

자신의 천인지체를 극복하게 해 줄, 천궁환단이 잠들어 있는 곳.

유주혁은 감회가 새로웠다.

남궁세가는 전생에서 그가 직접 파괴를 행했었던 곳이었다.

그의 손에 의해 멸문당했고, 그의 손에 의해 몰살당했다.

그런 곳에 다시 찾아왔는데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 멀쩡하니까 더 묘한데…….’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은 남궁세가의 가주전이 불타고 있던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모습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뇌화문의 대문에 비해 배는 큰 남궁세가의 정문은, 그 누구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을 것처럼 굳건하게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유주혁과 일행들이 세가 앞에 마차를 대고 얼쩡거리자, 문지기 한 명이 경계하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시오?”

꽤나 거만한 눈빛이었다.

고작 문지기치고는 이상하리만치 기세가 등등했지만, 남궁세가의 문지기라고 하면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

그러나 그것도 사람을 제대로 가렸을 때의 이야기다.

“…….”

“여긴 남궁세가의 구역이오. 허튼짓하려는 거라면-”

“우리는 뇌화문의 사람입니다.”

유주혁이 아무 말 없이 그의 눈을 쳐다보고만 있자, 나동수가 황급히 나서 이야기를 대신했다.

“뇌화문……?”

문지기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뇌화문에서 방문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는데.”

“그럴 리가요. 이미 서신이 도착했을 텐데요.”

“흠…….”

잠시 고민하던 문지기가 다른 문지기를 불렀다.

“이봐, 황 씨!”

귀찮은 표정의 문지기 한 명이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계받은 것 중에 뇌화문에서 온다는 것도 있었나?”

“뇌화문?”

황 씨라 불린 문지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들은 것도 같은데.”

“뭐야, 그럼 진작 전달해 줬어야지!”

“근데 그건 며칠 전의 이야기일 텐데?”

그 말에 나동수가 끼어들었다.

“오는 도중에 사정이 생겨서 조금 늦어졌습니다.”

“흠…… 뭐, 전해 들었다고 하니 됐지만…….”

여전히 껄끄러운 눈빛을 지우지 않은 문지기가, 몇 가지 확인을 거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문을 열라는 신호였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유주혁에게선, 아직도 아무 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나동수는 내심 긴장감에 심장이 죄어 오는 것 같았다.

그와는 이십 년을 같이 지내왔지만, 그 기간보다 며칠을 같이 보낸 시간이 더욱 강렬했다.

그렇다 보니 예전의 그보다는 최근의 그의 모습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그가 본 유주혁은, 아무리 이런 사소한 일일지라도 지나칠 자가 아니었다.

그 누가 되었건, 자신에게 반항하는 자는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동수가 생각하고 있는 유주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과거 혈존은 그 누구의 반항도 용납하지 않았었으니까.

그러나 그는 혈존이되, 뇌화문의 소문주였다.

“뭐 해요? 안 들어갈 겁니까?”

분노에 찬 음성이나 싸늘한 목소리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나동수의 예상과는 달리 유주혁의 목소리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아, 예!”

잠시 정신을 못 차리던 그가 서둘러 마차를 세가 안으로 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보며, 유주혁도 유화림을 데리고 걸음을 옮겼다.

그는 이미 나동수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꿰뚫고 있었다.

‘확실히 전생의 나였다면 그냥 넘기지는 않았겠지.’

자신을 그런 눈빛으로 쳐다본 순간, 문지기는 천륜에 의해 고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이 살아가려는 삶은, 그런 방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전의 허약한 자신으로는 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혈존일 적의 자신으로 산다는 말도 아니었다.

‘앞으로는 평판 같은 것도 신경 써야 하는 건가…….’

그는 뇌화문의 소문주였다.

소문주란 문파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가기 위해 존재하는 자.

문파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곧 뇌화문의 평가로 직결될 것이었다.

함부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게 되면, 뇌화문은 그 즉시 사파나 흑도 문파로 낙인찍힐 수도 있었다.

그 혼자만이라면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생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 가족들이 비난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물론 당하고 살지는 않을 거지만.’

당하면 갚아 준다.

당하기 전에 미리 갚아 준다.

오는 것은 피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이 자신으로서 있게끔 만들어 주는 신념이었다.

아무리 많은 것이 변하더라도, 그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 * *

‘지루하군…….’

남궁세가에서 내준 객실에 짐을 풀고 얼마나 지났을까, 중년인 한 명이 어린 소녀를 대동하고 그들을 찾아왔다.

원래라면 즉시 남궁가주를 만나 인사를 올리는 것이 순번이고 예였다.

그것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중년인은 가주가 바쁜 일이 있어 당장은 만날 수 없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예정된 날보다 늦은 것은 자신들이니 불만을 품을 수는 없었다.

때문에 지금은 세가의 구경이나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가 세가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정원이에요. 적어도 객들한테 개방된 곳들 중에서는요.”

앞에 서서 그들을 안내하고 있는 작은 소녀가 신나게 떠들어 댔다.

그들이 세가에 머물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남궁세가에서 붙여 준 시비였다.

“어때요? 굉장하죠?”

“응! 굉장하네!”

유화림은 들떠서 고개를 끄덕여 댔지만, 솔직히 그가 이런 것을 봐 봤자 색다른 느낌을 받을 리 없었다.

‘뭐…… 예쁘긴 하지만.’

전생에서의 하늘은 언제나 잿빛투성이였다.

어느 곳에서나 넘실거리고 있는 붉은 염화.

시체와 건물이 타오를 때 생기는 검은 연기.

곳곳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

그것들만이 세상을 뒤덮고 있던 시대였다.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어찌 보면 하나의 행운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이렇게 보여 줘 봤자, 그때 생각밖에 안 나는군.’

그의 눈에는 자꾸만 무너져 내리던 남궁세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이곳은 손님들을 접대할 때 사용하는 전각이에요. 되게 화려하죠?”

‘천륜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곳이군.’

“이곳은 세가의 사람들이 담소를 나눌 때 쓰는 정자예요. 간단한 논의를 나눌 때도 사용되고요.”

‘남궁세가의 장로들이 떼로 죽었던 장소였나.’

“이 내벽 안은 세가의 직계 분들이 거주하시는 곳이에요. 그래서 저도 들어갈 수는 없어요. 저기 무사님들 보이시죠? 저분들 말고도 수백 명의 무사님들이 어딘가 숨어 계신다던데…… 어쨌든 그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곳이죠.”

‘창궁단(蒼穹團)인가 뭔가 하는 애송이들이 덤벼들었던 곳이군.’

창궁단이라하면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정예 중의 정예였지만, 그래 봤자 유주혁의 눈에 찰 리가 없었다.

남궁세가에서 그의 눈길이 잠시라도 향할 만했던 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노회한 무인답게 무학의 이해도가 높았던 세가의 장로들.

무공은 그들보단 떨어졌으나,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기백만은 누구보다 불타올랐던 당시의 가주 남궁백.

그리고-

‘검성 그 늙은이…… 지금도 이곳에 있으려나?’

현 남궁세가의 태상가주이자, 무림십일존 중 하나인 검성 남궁벽(南宮璧).

그자만은 유주혁도 전력을 다해 상대했던 자였다.

당시에 생사경이었던 유주혁이 그랬을 정도니, 당금에는 적수가 몇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유주혁이 맞붙어 본 무림십일존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해당할 것이다.

‘마지막에 보여 준 일검만은 나도 완전히 피하지 못했었지.’

유주혁이 점점 전생의 일에 빠져들고 있을 때, 소녀가 팔을 치켜올려 한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저기가 세가주님이 거주하시고 일을 처리하시는 집무실이에요.”

모두 시비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오층 높이의 거대한 전각.

뇌화문도 넘쳐 나는 돈 덕에 전각들만은 커다란 편이었지만, 이것은 그와 비견할 수도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공간을 나누듯 세워진 높은 내벽 위로도 전각이 보일 정도니, 얼마나 거대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가주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군.’

전생에서 유주혁이 남궁세가에 방문했던 것은 몇 번 되지 않았다.

어릴 때 그를 봤다 한들 기억도 나지 않았고, 전생의 미래에서도 그를 본 기억은 없었다.

그가 회의 무사들을 이끌고 찾아갔을 때에는 이미 남궁백이 가주를 맡고 있던 상태였다.

‘아마 남궁선옥이랑 정의련에 있었겠지.’

그렇다면 결국 그도 환영마존의 손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 것이다.

“……오라버니?”

“응?”

처음엔 유화림이 부른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시비와 함께 재잘거리며 떠들고 있는 중이었다.

“주혁 오라버니?”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뒤쪽이었다.

유주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 역시!”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는 여인.

누가 보더라도 미인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소소…….”

남궁소소(南宮昭昭).

남궁세가에서 유일하다시피 인연이 있는 여인이자, 어릴 적부터 자신을 오라비처럼 따랐던 여인.

“오신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정말 오셨네요!”

“……응. 오랜만이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죽음을 안겨 준 여인.

“한 삼사 년 만에 보는 것 같네요.”

남궁소소가 반가운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정확히는 오 년 만이었다.

이유빈이 죽은 시기부터 서신을 나누는 것을 그만두었으니.

“잘 지냈어?”

“저야 잘 지냈죠. 오라버니는 그…….”

안부를 물으려던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남궁소소는 유주혁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그가 잘 지냈을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음…… 어쨌든 이렇게 보니 좋네요! 그런데 본가에는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그녀의 눈에 담겨 있는 걱정의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하다 하다 다른 세가 사람도 걱정을 하는군.’

새삼 자신의 처지와 주위의 평가를 알 수 있었다.

언제나 아파서 골골대는 무인 같지도 않은 소문주.

이것이 주위에 알려진 자신일 것이다.

‘슬슬 계기가 필요할 때인데…….’

언제까지나 그런 평가를 받으며 살아갈 수는 없었다.

“흠흠.”

유주혁이 남궁소소와 회포를 풀고 있을 때였다.

“소매(妹), 언제까지 세워 두려는 건가?”

남궁소소와 같이 서 있던 청년.

그가 마냥 서 있기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흘렸다.

그제야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은 남궁소소가 서둘러 서로를 소개했다.

“아! 죄송해요. 너무 오랜만에 만난 분이라서……. 이분은 안휘에 있는 뇌화문이라는 문파의 소문주세요.”

“유주혁입니다.”

유주혁이 담담히 포권을 취해 보였다.

“제가 어릴 적에 신세를 졌던 분이에요.”

남궁소소가 덧붙인 말에 청년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호오, 소매를 보살펴 주셨던 분인가. 그렇다면 내게도 남이라고 할 수는 없군.”

“이분은 하남 해검문(海劍門)의 소문주인 오상윤(吳上昀) 소협이세요.”

오상윤이 마주 포권을 취해 보였다.

“해검문의 오상윤이오.”

유주혁이 선이 얇은 귀공자의 얼굴이라면, 오상윤은 선이 굵은 호남형의 얼굴이었다.

‘왠지 기분 나쁜 놈이군.’

특별히 불쾌한 행동을 보인 것은 아니었으나, 묘하게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오상윤이라…….’

전생에서도 만나 본 적 없던 자였다.

‘전쟁에 휩쓸려 죽어 버렸나?’

자신이 들어 보지도 못했다면, 전생에서 벌어진 무림대전에서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뜻이었다.

“그나저나 뇌화문이라…… 그곳의 소문주는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는 걸 들은 것 같소만…….”

오상윤이 대뜸 그런 말을 던져 왔다.

“이젠 괜찮아졌습니다.”

“그것참 다행이오. 소매의 오라비라 할 만한 자가, 소문대로 허약한 병자라면 그것도 큰 문제가 될 테니까.”

“오 소협!”

남궁소소가 정색을 하며 부르자 오상윤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겠소.”

“아닙니다.”

실제로 유주혁은 기분이 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 사이가 심상치 않군.’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다.

“나는 장차 소매의 지아비가 될 자요.”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미 양가 어른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그렇지, 소매?”

“……예.”

자신 있게 소리치는 오상윤에 비해서, 남궁소소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척 봐도 그 약혼 이야기에 그녀의 의지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심하군.’

솔직히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들이 무림의 미래가 어찌 되는지 알고 있다면,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쓸데없는 것인지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도 결국 둘이 이어지지는 못한 건가?’

그가 남궁세가를 멸문시켰을 당시에도 남궁소소는 홀몸의 여인이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의 경우일 것이다.

무림대전 중에 오상윤이 죽어 버렸거나, 아니면 그녀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거나.

“혹시 저 아이…… 화림인가요?”

화제를 돌리려는 건지, 남궁소소가 노닥거리고 있는 유화림을 쳐다보았다.

“그래, 자란 모습은 처음 보는 거겠네.”

“많이 컸네요. 어릴 때의 오라버니를 쏙 빼닮았어요.”

유주혁은 남궁세가에 들린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남궁소소와 친분이 있는 것은, 그녀가 어릴 적 뇌화문에 자주 놀러 왔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화림은 그녀를 모르나, 그녀는 유화림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남궁소소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더니 물었다.

“세가를 둘러보시는 중이셨나 봐요?”

“가주님이 바쁜 일이 있으신 모양이라.”

“아…… 아마 그 일 때문에 그럴 거예요.”

“그 일?”

“오라버니는 듣지 못하셨나요?”

“뭘?”

“뇌강마신에 대한 이야기 말이에요! 이미 안휘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남궁소소가 약간 흥분한 상태로 말을 이었다.

“최근 회녕 쪽에서 큰 소동이 일어났어요.”

“아.”

“혈수마종…… 아시겠지만 예전부터 맹의 척살명단에 올랐을 정도로 사악한 자예요. 어쨌든 그자가 최근 회녕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대요.”

모를 리가 없었다.

그 이야기를 자신보다 자세히 알고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오다가 들었어. 여기저기서 얘기하던데.”

“역시 알고 계셨네요! 지금 그 소문 때문에 강호에 난리가 났어요. 그것 때문에 아버지…… 가주님도 바쁘시구요.”

“혈수마종을 죽인 자를 찾으려고?”

“예. 혈수마종의 시체는 찾았는데, 그를 죽인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대요.”

“찾아서 뭐 하려고?”

그 말에 남궁소소가 멈칫했다.

“음…… 이건 지금 말하기엔 좀 껄끄러운 부분이라서…….”

남궁소소가 시선을 피했다.

‘남궁세가에서 날 찾을 일이 뭐가 있지?’

사사련이라면 당연하다.

본인들의 호법과 무사들이 떼죽음을 당했으니까.

무림맹도 이해할 수는 있다.

일어나는 상황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보를 파악해야 하니까.

그러나 남궁세가가 단일로 자신을 찾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들도 무림맹의 소속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조사원까지 파견한 마당에, 따로 조사를 한다는 것은 이상했다.

‘안휘에서 일어난 일이라 그런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남궁가주까지 움직여야 할 정도면 그런 건 아닌데.’

그런 일로 조사를 하는 것이라면, 남궁세가의 가주가 객도 맞이하지 못할 만큼 바쁠 리가 없었다.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가.’

남의 사정에 참견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사정에 자신이 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어쩔 수 없군.’

그 방법을 써야만 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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