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신 회귀 공자-133화 (134/201)

133화 유주혁의 뇌전화륜지검

장내에 가득 차오르던 굉음.

그 굉음이 서서히 잦아들고-

“…….”

곧, 장내에 정적이 찾아들었다.

유주혁은 검에 흘려보내던 진기를 끊고 문도들을 바라보았다.

경악을 넘어, 오히려 무표정하게까지 보이는 얼굴들.

그들의 눈과 귀는, 아직도 맹렬한 뇌강에 사로잡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깨우기 위해, 유주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검을 사용할 때 중요한 건 검기나 강기 같은 기운이 아닙니다. 검의, 검법의 본질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느냐. 그것을 제대로 파악해야 검을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초식의 뜻을 제대로 헤아려야만 한다.

“검을 뽑으십시오.”

그의 나직한 명에, 정신을 차린 문도들이 서둘러 검을 뽑아 들었다.

‘……그래도 전보다 검의 이해가 월등히 높아졌다.’

발검(拔劍) 후 자세를 잡는 것만으로도 기세가 전해져 왔다.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유주혁은 문도들을 향해, 뇌전화륜지검의 전반 초식을 펼쳐 보라는 명을 내렸다.

“우선 내력 없이 펼쳐 보십시오.”

말이 끝나는 즉시 그들이 검을 휘둘렀다.

일초식 천뢰진단.

이초식 벽력섬멸.

삼초식 뇌화참.

사초식 뇌환절격.

오초식 천고반회.

육초식 천신폭발.

그리고 칠초식, 뇌전천쇄.

후욱!

마지막 초식까지 펼친 문도들이 검을 내리려 했을 때, 유주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엔 내력을 사용해, 전력으로 펼쳐 보십시오.”

군말 없이 뇌전화륜지검을 펼치는 문도들.

파지지지지지지직!

연무장 곳곳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터져 나왔다.

‘새롭군.’

자신이 아닌 타인이 펼치는 뇌전화륜지검.

그것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문도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기를 잠시.

파즈즈즈즈즉!

마지막 초식까지 펼쳐 보인 그들이 천천히 검을 내렸다.

“…….”

장내에 울려 퍼지는 숨을 내뱉는 소리.

‘지친 자는…… 없나.’

예전 같았으면 연이어 초식을 펼친 대가로 쓰러져 버렸을 이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호흡을 정돈하는 데 조금의 시간이 걸릴 뿐, 특별히 지쳐 보이는 자는 없었다.

유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아까 상대했던 대룡방주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네요.”

초절정이었던 대룡방주 어청선.

그와 비견될 정도로 문도들의 내력과 초식, 그리고 검세(劍勢)가 안정되어 있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초식마다 하나같이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뇌천궁의 뇌천수영도법은 그것이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본문의 뇌전화륜지검은 그렇지 않습니다.”

뇌천수영도법은 중검과 패검의 묘리가 담긴 도법.

그러나 뇌전화륜지검은 쾌검의 묘리가 담긴 검법이다.

예전에도 설명해 준 적 있지만, 그 차이를 제대로 인지해야만 제대로 된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

“뇌전화륜지검은 뇌천궁의 도법처럼 일초에 전력을 담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즉, 본문의 검법은 상대를 단칼에 끝내 버리는 검은 아니란 뜻입니다.”

물론 압도적인 내력을 가지고 있거나, 지극히 높은 경지의 뜻을 품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 뇌화문에 그 정도로 한계를 넘어선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본문의 검법은 끊이지 않는 연계를 통해 적을 몰아치는 살검(殺劍). 그러기 위해선 강맹함보다는 쾌속함과 부드러움이 더 중요합니다.”

말로 하는 것보단 직접 보여 주는 게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가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일초식인 천뢰진단은 일도양단의 기세를 실은 초식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완성된 하나의 초식이라기보단 다른 초식의 연계를 위한 초식입니다.”

두 손으로 검을 부여잡은 유주혁이,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직!

미리 준비시켜 둔, 짚으로 만든 인형 하나가 그대로 갈라져 버렸다.

“이초식 벽력섬멸은 본 검법의 초식 중에서도 극쾌의 초식. 벼락의 기운을 담은 속도로 진행 방향에 있는, 앞을 가로막는 자를 멸해 버리는 초식입니다.”

검의 궤도가 부드럽게 틀어지나 싶더니, 갑작스레 검이 흐릿해졌다.

직후,

팟!

땅에서 사라진 검이 인형의 머리 옆에서 나타나고,

쿠르르르르릉!

인형의 상체가 스르르 미끄러졌다.

유주혁은 떨어진 짚을 발로 밟아, 끝부분에서 타오르는 불을 껐다.

“뇌기를 잘 이용한다면 절단면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점혈이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 홍염광마에게 사용했던 수법이었다.

“단 벽력섬멸은 큰 자세를 요하는 초식이기에 자칫하면 큰 빈틈을 내보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초식과의 연계가 더 중요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문도들.

유주혁은 다른 초식 또한 직접 펼쳐 나가며, 그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곁들어 주었다.

그렇게,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직!

여섯 번째 인형마저 검에 꿰뚫리고, 마지막 하나의 인형만이 남게 되었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전반 초식의 마지막, 칠초식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일종의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물론 후반 초식들처럼 깨달음이 없으면 펼칠 수조차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 깨달음이 있냐 없냐의 차이가 굉장히 큰 초식이었다.

“뇌전천쇄는 심, 기, 체, 이 모든 걸 하나로 집중시킬 수 있어야만 진정한 힘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 세 가지를 완벽히 합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부터 신검합일 또한 가능해지게 된다.

그것은 즉, 자연경에 달해야만 완전한 뇌전천쇄를 펼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들에게 그것까지 바라는 건 무리겠지.’

그러니 지금은, 진정한 뇌전천쇄를 보여 주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그것에서 무언가를 느껴, 언젠가는 그 거대한 문에 도달하기를 바라며.

유주혁의 검이 하늘로 올라가는 순간, 주변의 기류가 극렬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크그그그극!

무언가가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신비한 색의 뇌강이 그의 검을 뒤덮기 시작했다.

“…….”

스무 명의 문도들이 눈을 부릅떴다.

그들도 한 시진 전 일어난, 대룡방주와의 비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직접 가 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문도들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직접 견식하는 것과, 타인을 통해 상황을 전해 듣는 건 느낄 수 있는 게 전혀 달랐다.

때문에 그 광경을 보지 못한 게 천추의 한으로 남았었던 그들이었다.

그랬는데-

‘이건…… 듣던 것보다 훨씬……!’

나동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전해 들은 것보다 훨씬 사나운 기세.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청선과 싸울 때의 유주혁은, 최대한 약하게 내보내기 위해 극도로 진기를 조절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콰아아아아아아아!

연무장 곳곳에 유주혁의 기세가 퍼져 나갔다.

크그그그극!

무섭도록 사나운 그의 기세와는 반대로, 그의 검 속에 담긴 내력은 기이할 정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내 모든 힘이 한곳으로 뭉쳐 들고,

크즈즈즈즈즈즈즈즈즉!

뻗어 나가는 수많은 벼락들과 함께, 그의 검이 떨어져 내렸다.

* * *

‘예상 밖인데.’

검을 집어넣은 유주혁이, 주변을 살피며 눈을 빛냈다.

뇌전천쇄를 펼치고, 검을 내리는 순간 주저앉아 버린 문도들.

연무장 내,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좌선(坐禪)에 들어가 있었다.

‘생각지 못한 수확이군.’

설마하니 자신의 진짜 힘을 본 것만으로 깨달음을 얻을 줄은 몰랐다.

깨달음의 크기는 각자가 다를 것이나, 눈을 뜨는 순간 모두가 진일보하게 될 터.

유주혁은 예정에도 없던 호법을 서며, 검집에 잠든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일월신교에서 받은 검.

명검이라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질이 좋은 검이었다.

다만-

‘……이것도 얼마 가지 못하겠군.’

이대로 진심을 쏟은 초식을 연달아 펼치다 보면, 이 검 또한 머지않아 소멸되어 버릴 것이다.

‘검 제작을 서둘러야 하나.’

구양소윤에게 받은 한철들.

그 한철들로, 자신의 힘을 온전히 버텨 낼 수 있는 검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지금 자리를 비울 순 없다.’

검을 만들 장인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곳까지, 호북까지 찾아가려면 또 시간이 소요될 것이었다.

‘사람을 대신 보낼 수도 없으니…….’

평범한 검이라면 몰라도, 원하는 건 자신의 몸과 손에 맞춘 검이다.

그런 것을 제작하기 위해선 측정할 대상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직접 찾아가 봐야만 했다.

“…….”

잠시 상념에 빠져들던 유주혁.

‘……우선은 당장의 일들부터 처리해야겠지.’

고개를 저은 그가 명상 중인 문도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저들이 빨리 성장해야 한다.’

자신이 모든 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그런 재주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그러니 저들이 빨리 일취월장해 다른 자들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유주혁은 그들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 * *

새로운 운용법, 그리고 신화경의 뜻으로 해석한 뇌전화륜지검의 무리.

그 모든 것들을 전수한 유주혁은, 연무장을 빠져나와 걸음을 옮겼다.

‘빠르군.’

하늘을 올려다본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빠르게 움직여, 벌써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다.

‘지금 갔다 올까……?’

그의 고개가 돌아갔다.

뇌화문의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한 건물.

멀리 보이는 그 건물을 빤히 쳐다보던 유주혁은-

“아, 여기 있었구먼.”

돌연 들려오는 목소리에 생각을 접어야만 했다.

“…….”

그가 뒤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노인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르신.”

신의가 빙긋 웃으며 다가왔다.

“돌아오자마자 바쁘구먼그래.”

“모셔놓고 신경도 못 써 드려 죄송합니다.”

“괜찮네. 대접받자고 이곳에 온 건 아니니까.”

그가 손을 휘저었다.

“애초에 이미 충분한 대접도 받고 있고.”

그렇게 말한 신의가, 높이 솟아 있는 한 전각을 가리켰다.

“도망만 다니던 내 인생 중에, 저런 곳에서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었겠나.”

아까 전 구양소화와 유화림이 자신의 비무를 보기 위해 들어가 있던 전각.

그곳은 뇌화문의 귀빈들이 머무는 귀빈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낮에 한 건 한 모양이더구먼.”

“귀찮게 구는 놈이 있었습니다.”

“죽였나?”

“…….”

구양소화와 같은 반응에, 유주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농담일세.”

피식 웃은 신의가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대룡방주랬나? 아까 자네의 비무 상대였던 자를 우연히 봤네. 깨어났더군.”

“……그렇습니까?”

“음, 언뜻 본 거긴 하지만 특별한 외상도 보이지 않고 문제는 없어 보였네.”

그럴 것이다. 그의 옷을 난도질하면서도 상처만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 줬으니까.

“다만…… 정신 쪽은 문제가 있는 것 같네.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이상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아마 심마에라도 빠진 게 아닐까 싶어.”

그것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신경 썼으니까.

유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전환했다.

“본문은 둘러보셨습니까?”

귀빈각에 있었던 구양소화와 유화림.

그들이 신의를 만나지 못했던 건, 그 시각 그가 뇌화문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외곽 부분은 전부 둘러봤네. 자세히 살피려면 시간이 걸리니, 문파의 중심 부근은 내일 보는 게 낫겠어.”

“감사합니다.”

신의가 뇌화문을 돌아다니고 있는 건 자신의 부탁 때문이었다.

뇌화문 전체에 방진을 펼쳐 달라는 부탁.

‘신의의 진법이 있다면…… 웬만한 세력의 공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진법과 의술에 관련된 부분은 자신보다 수백 배는 뛰어난 신의였다.

“아, 무슨 진을 펼칠 건지는 같이 의논해 봐야 할 걸세. 한 대지를 중심으로 펼치는 진은 시전자보단 주인이 될 자가 중요하니까.”

“주인이요?”

“한곳에 영구히 펼치는 진은 주인이 필요하네. 대지 위의 장소는 진의 보호를 받고, 진은 주인, 수호자의 관리를 받는 게지.”

“처음 들어 봅니다.”

“뭐, 그럴 것이네. 이런 진들은 난해하기도 하고, 보통 아주 오래된 진법들이니까.”

유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밤에 의논하시죠.”

“오늘 밤?”

“아버지가 밤에 보자고 하십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면 늦은 시각이 좋았다.

“알겠네. 아가씨에겐 전했는가?”

“……예.”

아까 전 말해 놓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전하는 게 좋을 것이다.

잠시 미간을 찌푸리던 그가 다시 신의를 쳐다보았다.

“그럼, 일단 귀빈각으로 가죠.”

“음? 오늘은 진법 연구할 시간이 없다지 않았나?”

“얘기를 나눌 사람이 있어서요.”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다른 곳이다.

그러나 지금 가 봤자 남아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었다.

고개를 저은 유주혁은, 신의와 함께 귀빈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까워질수록 전해져 오는 강렬한 기운.

그 기운을 느끼며, 그는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창의 임무라.’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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