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화 찾아온 기회
“이곳…… 말이오?”
주변을 둘러본 청허진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곳은 본산의 수행동 중 한 곳이오만…….”
그가 암벽에 난 조그마한 동굴을 가리켰다.
“보다시피 현재는 폐쇄되어 있는 곳이오.”
그의 말처럼, 동굴의 입구는 바위들과 그 위를 두른 끈으로 완벽히 틀어막혀져 있었다.
적어도 사람이 들어간 흔적이나 들어갈 틈 같은 건 찾을 수 없었다.
“막아 둔 이유가 있습니까?”
“예전에 붕괴 사고가 있었소. 이곳에서 수행하던 사람 한 명이 크게 다칠 뻔했지. 혹 제자들이 다칠지도 몰라 회의를 통해 막아 놓은 것이오.”
“…….”
유주혁이 동굴의 입구를 빤히 바라보았다.
“누구입니까? 그 다칠 뻔했다던 사람.”
“그거야 본파의…….”
말을 잇던 청허진인.
돌연 그의 표정이 조금씩 변해 가더니, 이윽고 말끝을 흐리며 침음을 흘렸다.
“…….”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건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역시, 세작 중 한 명이었나 보군.’
다칠 뻔했다는 사람.
그의 반응을 보면 폭사로 죽은 세작 중 한 명인 게 분명했다.
유주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가 누구든 그 사고는 고의적으로 일으킨 걸 겁니다.”
“……고의라. 무엇 때문에 말이오?”
“물론, 이곳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죠.”
이곳은 수행동.
수행을 위한, 면벽을 위한 장소이니만큼 근처를 오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 가운데 수행동마저 폐쇄가 된다면, 이런 외진 곳에 찾아올 사람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세작들이 이용하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사람의 손을 탄 흔적은 없군.’
입구에 쌓인 바위들.
그 바위에 낀 이끼를 보니 장시간 관리를 받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말은 즉,
‘……이곳은 입구가 아니다.’
잠시 바위를 살펴보던 유주혁이 고개를 돌렸다.
“다른 입구가 있습니까?”
“입구는 이곳뿐이라오. 본디 본산의 수행동들은 출입구가 한 곳밖에 없소.”
굳이 그렇게 만든 건, 입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일 터.
어떤 결과를 이룩해 내도 시작과 끝은 같다는, 그런 깨달음을 주기 위한 설계일 것이다.
‘……의미는 어찌 되었든.’
유주혁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곳이 입구가 아니라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입구가 있다는 뜻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을 텐데.’
인공적으로 만든 입구가 있다면, 그에 따른 기운 또한 있는 법.
이곳의 주변, 이질적인 기운이 흐르는 곳만 찾아낸다면-
“……마신 도우.”
기운을 찾기 위해 자연진기를 끌어올렸을 때, 옆에 있던 운양자가 조용히 불렀다.
“저기 벽면에 몇 가지 술식이 짜여 있는 것 같구려.”
눈을 가늘게 뜬 그가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유주혁 또한 운양자가 바라보는 곳에 시선을 향했다.
암벽으로 이루어진 높다란 절벽.
그 거친 암벽의 내외부를, 아주 미세한 기운 하나가 관통하고 있었다.
“맞는 것 같네요.”
고개를 끄덕여 주자, 운양자가 걸음을 옮겨 암벽에 다가섰다.
“이 부근인 듯한데…….”
그러고는, 손으로 암벽의 겉을 훑어 가기 시작했다.
“흠…….”
그러기를 잠시.
“……이곳이구려.”
곧, 확신에 찬 목소리가 돌아왔다.
“진법이 펼쳐져 있소.”
과연 환영진의 이상을 느꼈던 인물답게, 기운의 이질감을 찾아내는 감각이 다른 이들보다 뛰어났다.
“무당의 진입니까?”
“음…… 본파의 진법들과 비슷한 이치가 사용되긴 했소만, 조금 궤가 다른 것 같소이다. 아무래도 일부 진들을 변형해서 만든 듯하오.”
“변형이라…….”
불과 얼마 전까지, 기존의 진을 변형해 새로운 진을 만드는 일을 거들었던 유주혁이다.
진의 변형 및 재창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무당의 제자들이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었다.
아니, 애초부터 가능성은 하나밖에 없었다.
무당 제자들의 눈을, 운양자의 이목을, 나아가 자신의 감각을 속일 정도의 진법.
그런 진법을 만들 수 있는 자는 그자밖에 없었다.
“…….”
잠시 암벽을 빤히 바라보던 유주혁.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진법이 환영마존이 만든 것이라면, 필시 고등 진법의 반열에 드는 진일 터.
“그럼, 바로 깨트리죠.”
다만, 그렇다고 해서 깨트릴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진을 만든 건 그놈이더라도, 진을 설치한 건 세작들이겠지.’
같은 진법이라 할지라도, 진법을 펼친 자가 누구냐에 따라 진의 견고함은 극히 달라진다.
혈천회의 인물들도 아닌, 고작 세작들이 펼친 진법.
그런 진을 깨트리는 건, 유주혁에게 있어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츠츳-
유주혁이 손에 쥐고 있던 무예검을 들어 올렸다.
동시에,
“빈도도 돕겠소이다.”
운양자와 청허진인 역시, 손과 검을 들어 올리며 곁에 붙어 섰다.
곧이어-
콰지지지지지지직!
가라앉았던 뇌강이 다시금 피어나, 진의 술식에 작렬하기 시작했다.
* * *
‘놀랍구나.’
마치 살육이라도 벌이듯, 허공을 향해 검을 난자하는 유주혁.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운양자와 청허진인은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가볍게 휘두르는 것 같지만…… 정확하게 기운의 결을 노리고 있다.’
빠르되 가볍고, 가볍되 매섭다.
모순되는 것 같은 이치들이 한곳에 모여, 놀라울 만한 일격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저 정도의 나이에 저런 경지를 이룩하다니.’
무림사에 그런 경우가 있을까.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인, 맹주 신창마저 저리 어린 시절에는 그런 경지에 달하지 못했다.
지금 그는, 역사의 새 장을 열고 있는 것이었다.
‘차후 무림의 미래는…… 마신의 손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겠구나.’
사실 무림이라는 건 단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곳이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무림은 진작에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운양자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마신이라면.’
그럼에도 뇌강마신의 힘은 그런 가능성을, 하나의 꿈을 엿보게 만들었다.
‘만일 그가 본산의 제자였다면…….’
잠시 그런 미래를 상상해 보던 운양자.
문득, 그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속세의 모든 것을 놓았다 생각했건만, 아직도 이런 욕심이 남아 있을 줄이야.
“무량수불.”
그의 입에서 청량한 도호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째앵!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결이 모조리 찢겨 나간 진법이 흐트러지며 사라져 버렸다.
“됐네요.”
무심하게 중얼거린 유주혁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터벅.
그의 걸음에 반응하듯, 발이 닿는 땅이 신기루처럼 일렁였다.
그리고-
후우우욱!
곧 암벽의 일부분이, 조금씩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
처음 보았던 입구보다 작은 입구.
한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 듯한 입구 너머로, 같은 크기의 통로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확실하군.’
유주혁이 눈을 빛냈다.
지금껏 미세하게 느껴지던 청운자의 기운.
진법이라는 가림막이 사라지자, 그 기운이 강렬하게 전해져 왔다.
물론, 기운은 입구의 안에서부터 향해 오고 있었다.
“들어가죠.”
그는 망설임 없이 새로운 입구에 발을 들였다.
뒤이어, 청허진인과 운양자가 차례차례 발을 들이고-
“……독이 있습니다. 호신강기를 펼치세요.”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니, 독 특유의 알싸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함정은 아닌데…….’
함정이라 하기에는 독의 양이 너무 적다.
‘안쪽에서 날아온 건가?’
아무래도, 청운자가 당한 독의 잔흔이 여기까지 날아온 듯했다.
“음…… 조금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소.”
독이라 하니 다급해졌는지, 몇 걸음 뒤에 있던 청허진인이 걸음을 재촉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주혁 또한 조금 더 속도를 내며 안심시키듯 말했다.
“그리 심각한 상태는 아니실 겁니다.”
기억에서 봤듯 청운자는, 현재 느껴지는 흔적의 독 말고도 여러 개의 독에 중독당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기억에서 봤듯, 환영마존과 청명자는 그를 해칠 마음이 없었다.
그런 이상 극독 같은 약을 복용시키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극독만 아니라면 크게 문제없다.’
웬만한 독은 자신의 뇌기로 태워 버릴 수 있었다.
그러니 관건은 독의 해독 여부가 아닌, 청운자의 정신 쪽.
그의 정신이 얼마나 잘 유지해 주고 있느냐였다.
‘이미 정신이 망가졌다면…….’
혹시라도 그런 상태라면 자신도 방법이 없었다.
‘환영마존의 뜻이라는 걸 믿는 수밖에.’
그런 생각을 이어 가다 보니,
‘뜻이라…….’
또다시 내려놨던 의문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왔다.
‘환영마존은…… 왜 장문인을 죽이지 않은 거지?’
아까도 생각했듯, 이렇게까지 일이 커졌다면 무당파에 더욱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무당파의 장문인을 죽이는 일은, 그 무엇보다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환영마존은 그러지 않았다.
손쉽게 장문인을 사로잡아 놓고, 그의 목숨을 빼앗기는커녕 오히려 살아남기를 바랐다.
‘구파일방의 장문인이 살아남기를 바라다니.’
그것은, 명백히 혈천의 뜻에 반하는 일이다.
‘그놈이 노리는 건…… 혈천과는 다르단 건가.’
유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단서라도 있다면 무언가 추측이라도 해 볼 텐데, 그에 대한 단서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놈의 과거조차 모르니까.’
비단 그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자신은 삼존 모두의 출신 출생, 그 외의 과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아는 것이라고는 그들과 함께한 십여 년간의 기억뿐.
“…….”
아니, 아는 게 하나 더 있었다.
‘그들 세 명은 서로…… 아주 오래전부터 알아 왔던 자들이다.’
물론 같은 혈천회에 속해 있으니 당연한 것이긴 하나,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그들은 훨씬 깊은 관계로 엮여 있을 것이었다.
‘……음신마존은 그렇게 말했었지.’
전생 때 자신은, 환영마존이나 무영마존보다 그녀와 조금 더 깊은 인연을 맺었었다.
다른 두 명과는 다르게 말이 통하는 상대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녀가 가진 지식들이 자신에게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이 빠르게 경지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에는 그녀의 조언 덕도 있었다.
‘뭐, 그자도 내게 목적이 있어 다가왔던 거겠지만.’
사실, 지금이라면 대충 알 것도 같았다.
윤자헌.
신강에서 마교 대호법의 손에 죽어, 지금은 흔적조차 존재하지 않는 자.
전생에서는 본디, 자신의 직속단인 천혈단의 부단주였던 자.
그런 윤자헌이, 이번 생에선 음신마존의 소속 수하가 되어 있었다.
천해단이라는, 자신은 들어 본 적도 없는 단의 단주가.
처음에는 이것 역시, 무언가에 영향을 받아 미래가 바뀐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미래가 바뀐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그의 ‘과거’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 뿐.
‘내가 혈천회에 들어가기 전, 그전에 천해단이라는 단이 존재했던 거라면.’
이번 생에서 그 천해단은, 마교에 쳐들어갔다가 몰살당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만약 전생에서도 같은 일이나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면.
그래서 천해단이라는 단이 사라진 것이라면.
그렇다면, 자신이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혈천회의 기둥 중 없어진 단을 기억해 주는 자는 존재하지 않으니, 누군가에게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즉…… 전생에서도, 윤자헌은 음신마존의 수하였었다.’
그것이 뜻하는 건-
‘……그는 음신마존의 첩자일 가능성이 크군.’
무엇을 위한 첩자일지는 명백했다.
‘천혈단밖에 없지.’
혈천회의 최정예들만을 모아 둔 단.
그런 천혈단은, 실상 혈천회의 차기 회주를 위해 준비된 정예들이다.
혈천이 직접 천혈단의 주인이 후계가 될 것이라 공언한 만큼, 단을 데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영향력은 막대했다.
윤자헌은 기회를 노려, 그 단을 가로챌 셈이었을 터.
그것이 회주 자리를 원한, 음신마존의 계획이었을 것이었다.
“…….”
어쨌든, 서로에게 목적이 있었다 할지라도 다른 기둥들보다 가까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나를 제외한 기둥들은 애초부터 사슬로 연결된 자들이라 했지.’
그것은 여러 의미가 될 수 있다.
가족이라는 의미일 수도, 사형제지간이라는 의미일 수도, 아니면 은원이 얽힌 관계일 수도.
무엇이 되었든, 서로 깊은 연관이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다시 만났을 땐 알아낼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삼존에 대한 일은 알 수 없는 것투성이었다.
다만, 알 수 있는 것도 한 가지 있었다.
“…….”
이제, 그들과 마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과연 오늘의 일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앞당겨졌을까.
이제 혈천회의 전쟁은, 무림대전은 당장 내일이라도, 지금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는 일 따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남은 일들을 모두 처리하고, 슬슬 전쟁에 대비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음……!”
“…….”
뒤쪽에서 움찔하는 기색에, 유주혁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좁다란 통로를 빠져나와 있었다.
커다란 공동.
뒤를 보자 방금 지나온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 조금 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저곳이 원래 입구인 것이리라.
다시 앞을 본 유주혁은 공동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없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만 청운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기운이 더욱 강렬히 느껴지는 걸 보니 근처에 있다는 건 확실했다.
문제는 장소 특성상 기운을 추적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인데…….
“이쪽 같군요.”
기감의 사용이 어렵다면, 다른 감각들을 활용하면 된다.
유주혁은 독의 흔적이 짙은 곳을 쫓아 움직였다.
그리고 곧, 공동의 벽면에서 문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오.”
문을 본 청허진인이 중얼거렸다.
“그럼 확실하겠네요.”
사실 말할 필요도 없이, 문 쪽에 다가가니 여러 감각들이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물러서십시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두 사람을 물린 후, 유주혁은 곧장 문을 열어젖혔다.
화아아아악!
“……!”
열린 문 안쪽에서, 자욱한 연기가 전신을 향해 밀려들었다.
‘미혼약인가.’
그는 몸속으로 파고드는 기운을 태워 버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
마치 하나의 방처럼 생긴 공간.
그 중간, 길게 놓인 탁자 위로 작은 촛불 하나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찾았다.’
그 탁자 밑.
마침내, 쓰러져 있는 청운자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유주혁은 잽싸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예상했던 대로 위중한 상태는 아니었다.
다만 독의 효과가 크게 들었는지, 무슨 짓을 해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청운자를 둘러업은 그는 다시 방을 빠져나왔다.
“……장문 사형!”
업힌 청운자를 보고, 청허진인이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어찌 된 거요?”
“말씀드렸듯 독들에 중독되셨습니다.”
“으음…….”
“그래도 생명에 지장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선 독부터 해독해야 하니 밖으로 나가죠.”
방금 연 문을 통해, 공동의 대기에 더욱 많은 양의 독이 스며들었다.
이곳에서 해독을 진행하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유주혁은 청운자를 업은 채 밖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청운자 때문에 작은 굴을 이용할 수는 없어, 현재는 입구가 막혀 있는 본래의 통로 쪽이었다.
“…….”
곧, 입구를 틀어막은 바위 앞까지 도달하고-
“빈도가 하겠소이다.”
콰아아앙!
운양자가 내지른 쌍장 한 번에, 굳건하던 바위가 간단히 부서져 내렸다.
쿠구구구구구!
그 영향 탓인지 동굴이 무너질 듯 흔들거렸다.
아니, 소리로 보건대 안쪽 어딘가는 무너져 내린 듯했다.
어차피 혈천회의 세작들이 흔적을 남겨 놓지는 않았을 것이니, 무너져 내려도 큰 상관은 없었다.
유주혁이 두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방해받지 않을 곳이 필요합니다.”
밖에서 치료를 하면 무당의 제자들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아까도 생각했듯, 웬만하면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 편이 나았다.
“음…….”
잠시 생각하던 운양자가 고개를 돌렸다.
“저기는 조용할 것이오.”
“저기라면…….”
청허진인의 물음에, 운양자가 손을 들어 어느 곳을 가리켰다.
“…….”
지금 있는 곳과 반대쪽에 자리한, 깎아지른 암벽.
그가 말을 이었다.
“저곳, 내 거처로 가는 게 어떠시오이까?”
태극선인 운양자의 거처.
유주혁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죠.”
마침내, 무림맹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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