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변이 좀비 라미아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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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사이의 합의가 일치한 이상 일을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서문과 회장은 그 길로 바로 변이 좀비, 일명 라미아가 나오는 창고형 마트 로스트코로 향했다.
로스트코로 가는 길에 서문과 회장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장서윤, 그게 내 이름이야.”
“오, 인상이랑은 안 어울리는 이름이네?”
“시끄러···”
회장이라 불리는 그녀의 이름은 장서윤으로 인근에 있는 대학, 명강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고 한다, 그녀가 회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녀가 대학 내 서바이벌 동아리의 회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클리세니 뭐니 하는 헛소리는 치우고 진짜로 왜 군인들이랑 대립각을 세우는 거야?”
“그건···”
그렇게 시작된 회장의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이랬다.
좀비 사태 초기, 군대는. 사태의 확산을 막는다는 핑계로 감염이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판단된 장소의 인간과 좀비들을 가리지 않고 학살한 것이다, 현재 군의 피난소로 가지 않은 대부분 사람들은 그때 군의 학살에 가족을 잃거나 혹은 반감을 품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는 거네?”
“뭐, 그건 그렇지, 만약 그렇게 됐으면 우리는 진작에 전멸했겠지”
리조트 무리가 제법 체계도 잘 잡혀 있고 무장도 잘 되어 있지만, 자동소총과 각종 화기로 무장한 군을 상대로는 상대가 안 되었다.
“게다가 그쪽에는 각성자도 꽤 있는 모양이야, 당장 너 같은 근접 계열 각성자만 몇 명이나 있으니···”
“흠···”
정후 남매를 군의 피난소로 데려가려는 서문으로서는 군에 관한 이야기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회장의 말을 듣고 있으니 군에 대한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회장이 어디까지나 군과 대립하는 처지란 점도 고려해야 했다.
‘직접 보면 알겠지. 뭐···’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은 이야기는 좀비, 그중에서도 변이 좀비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놈들은 사람을 먹으면 먹을수록 강해져”
“그건 또 무슨 싸구려 만화 같은 설정이네···”
사람을 먹을수록 강해지는 좀비라니···사람을 먹는다는 게 윤리적으로는 잔인해 보여도 인육이라 해도 결국 단백질과 지방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고기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먹는 거로 강해진다는 건 너무 허무맹랑하게 들렸다.
“뭐,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야, 당장 우리가 지금 잡으러 가는 라미아가 그렇게 강한 것도 사람을 많이 잡아먹어서 그런 거거든”
그녀의 말에 따르면 라미아는 좀비 사태 당시 로스트코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젊은 여자였다고 한다, 발작 이후 빠르게 변이 좀비로 변한 그녀는 공황에 빠진 쇼핑객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고 순식간에 힘과 몸집을 불려 로스트코를 자신의 둥지로 삼았다고 한다.
“로스트코에서 도망친 몇 안 되는 생존자에게 들은 이야기야···”
“······”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그들은 곧 로스트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력한 변이 좀비인 라미아의 영역인 탓인지 로스트코 근처에는 그 흔한 걷는 좀비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인지대를 재현한 로스트코의 풍경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1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폐가라고 불릴 정도의 을씨년스러움이 감돌았다.
전기가 나가 움직이지 않는 자동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니 회장이 조심스레 그 뒤를 따라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근데 전기는 도대체 왜 나간 거야?”
“이 상황에 사람들이 발전소를 돌릴 수 있겠어?”
“그것도 그렇지만···”
“그리고 군이 시내에서 교전하면서 전기 관련된 시설을 이리저리 부순 것도 있고 변이 좀비들이 부순 것도 있고···사실, 지금 제대로 돌아가는 건 그나마 수도 시설밖에 없어···”
“골 때리는 상황이군···”
창고형 마트인 로스트코는 기본적으로 창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 보니 전기가 끊겨 조명이 들어오지 않는 내부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서문 같은 경우에는 어지간히 어두운 상황에서도 단의 힘으로 훤하게 앞을 볼 수 있었지만, 회장은 그럴 수 없었기에 손끝에 작은 불씨를 만들어서 빛을 밝혔다.
천장이 높은 로스트코 매장의 특성 탓인지 조심스레 걷는데도 건물 내부에 그들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주변을 경계하면서 걸어가던 중···
“젠장 포위됐다”
“뭐? 주변에는 아무것도···”
그 순간 마트 내부의 선반 위에서 좀비들이 무수히 떨어져 내렸다.
“뭐!?”
“어리바리하지 말고 싸울 준비해!!”
라미아의 존재 때문에 리조트 무리는 물론이고 군에도 털리지 않은 로스트코는 여전히 물자들이 가득 쌓여 있었고 그 물자들 위에 숨어 있던 좀비들이 그들에게 달려든 것이었다.
서문은 그들의 등장과 동시에 무기를 휘둘렀다.
퍼억!
콰직!
무거운 오함마를 마치 가벼운 낚싯대 휘두르듯 휘둘러 떨어져 내리던 좀비들의 머리통을 연달아 터뜨렸다
“쳇!!”
일갈에 정신 차린 회장도 불의 탄환을 양손 열 손가락에 만들어 좀비들을 향해 연사했다.
키아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아아악!
“하필이면 전부 뛰는 좀비라니···! 이전에는 이런 거 없었는데!?”
그들을 급습한 좀비들은 하필이면 운동능력과 공격성이 모두 높은 뛰는 좀비들이었다.
“그것보다 좀비란 것들이 어떻게 이런 기습을 할 수 있는 거야? 좀비라면서!?”
“라미아야! 라미아 그놈이 다른 좀비들을 통솔하고 있는 거라고!!”
“그놈도 좀비잖아!?”
“그냥 좀비가 아니라 변종이야! 변종 중에는 다른 좀비들을 통솔하는 능력을 갖춘 녀석들도 있어!!”
그렇게 그들이 입씨름하는 와중에도 좀비들은 어디서 솟아나기라도 하는지 계속해서 두 사람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젠장! 일단 내가 광범위 공격으로 틈을 만들 테니 그사이 몸을 피하자”
회장이 범위 공격을 날리려던 순간
우득!
회장의 머리 위 천장에 달려있던 조명과 배관이 떨어져 내렸다.
“피해!”
퍽!
“아!?”
콰장창!!
깔리기 일보 직전의 회장을 서문이 밀쳐냈고 그대로 서문은 조명과 배관에 깔려버렸다.
“신서문!!”
반사적으로 조명과 배관이 떨어진 천장을 올려다본 회장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라미아···”
뱀의 하반신에 인간의 상반신, 그리고 거기에 달린 기괴한 뱀의 머리, 이전에 봤을 때보다 2배 가까이 거대해진 라미아를 보고회장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크윽!”
서문이 깔린 자리를 보고 이를 악문 회장은 일단 광역 화염 공격을 날렸다.
“으아아아아악!”
회장을 중심으로 회오리친 불꽃이 주변 좀비들을 휩쓸었고 그렇게 화염으로 라미아와 좀비들의 눈을 가린 회장은 황급히 도망쳤다.
“헉, 헉!”
간신히 자리를 벗어나 몸을 숨긴 뒤 호흡을 진정시키며 주변을 살폈다.
화염 능력은 강력하기는 했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일단 불을 사용할 때는 체내의 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을 연속으로 사용하면 할수록 숨이 차고 일정 선을 넘기면 저산소 쇼크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불을 사용하면 할수록 체온까지 오르니 여러모로 장기전으로는 불리한 능력이었다.
“젠장···바보같이 왜 그런 짓을!”
자신을 구하려다 조명과 배관에 깔려버린 서문을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이가 악물어졌다···.
좀비 아포칼립스 시대의 흔해 빠진 클리세였다.
“착한 놈들은 제일 먼저 죽어버려···”
바보같이 자신을 위해 몸을 날린 서문이 미웠다, 동시에 무력하게 도망친 자신은 더더욱 미웠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무력감에 젖어 들던 중, 희장은 순간 등 뒤가 오싹해짐을 느꼈다.
파앗!
바로 몸을 날리니 조금 전까지 회장이 있던 자리로 거대한 뱀의 꼬리가 처박혔다, 그 일격에 바닥이 움푹 파인 모습을 보니 회장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라미아···따라온 건가?”
-쉬이이이이이익
소름 끼치는 뱀 특유의 소리를 내는 라미아를 보며 회장은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라미아는 여러 의미로 그녀가 가진 화염 능력의 천적이었다.
첫 번째로 라미아 몸에서 나오는 특별한 점액질 때문에 화염이 거의 통하지를 않았다.
거기다 뱀 특유의 열 감지 기관인 피트 기관 때문에 불을 사용하면 체온이 높아지는 회장이 아무리 몸을 숨겨도 금방 포착당하게 된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죽어줄 생각은 없어···”
그녀는 이를 악물고 화력을 올려 거대한 화염 구를 만들었다, 한순간 폐부가 쪼그라드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지만,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그렇게 주변이 밝혀지자 눈에 들어온 것은 화기에 의한 파괴 흔적이었다.
무수히 많은 총알 자국과 수류탄이나 클레어 모어 등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파 자국들 까지···
‘군 병력도 이놈들과 싸운 건가!?’
그리고 지금 라미아가 저렇게 멀쩡히 살아있다는 건 즉 군이 패배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화기도 안 통했다는 건가···”
절망적인 사실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그런데도 마음을 채찍질하고 화염 구를 라미아에게로 날렸다.
콰앙!
샤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라미아의 피부에서 분비되는 특별한 점액질이 몸에 불이 붙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승산은 있어!’
덤벼드는 라미아를 상대로 회장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뛰고 구르고 바닥을 기면서,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라미아를 목표한 장소로 유인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공격을 날렸다.
콰아아아아앙!
라미아가 아니라 천장 높이까지 쌓인 진열대로
“군 녀석들에게 도움을 받았군···!”
그와 동시에 이미 화기로 인해 파손되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진열대들이 그대로 무너져서 라미아를 덮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죽이지는 못했어도 어느 정도 타격은 줬을 터, 회장은 이 틈에 로스트코를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일단 서문 그 녀석이 깔린 곳으로 가보자 혹시라도 살아 있을지도 모르···’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돌리던 회장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소름 돋는 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자신을 덮친 진열대와 물건들을 털어내며 태연히 몸을 일으키는 라미아가 있었다, 신기한 것은 마치 라미아의 몸체가 강철 같은 광택을 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화성 체액에 이어서 이번에는 신체 경화냐?”
이전보다 파워업한 라미아의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지만 회장은 이내 마지막 힘을 쥐어 짜냈다.
“이것도 한 번 견뎌봐라!!”
이미 한계까지 능력을 사용한 상태였지만 다시 한번 죽을힘을 다해 최대출력인 푸른 화염을 만들어내서 라미아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샤아아아아아아아!
푸른 화염조차 라미아의 내화성 체액을 뚫지 못했다.
“힉···.힉···젠장!”
한계를 넘어 능력을 사용한 대가일까?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머리도 백지장이 된 듯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회장은 결국 그대로 무너져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냥감이 완전히 힘이 다했음을 확인한 라미아는 그 기다란 뱀의 몸으로 완만하게 회장의 주위를 둘러쌌다.
그리고 인간의 상체 위에 달린 뱀의 머리를 쫙 벌렸다.
아가리를 벌리자 사람도 한입에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커진 라미아의 아가리가 회장의 머리 위로 천천히 다가왔다.
‘이렇게 끝인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라미아의 더러운 침을 느끼며 삶을 체념하고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끔찍한 죽음만을 기다리던 순간!
훙!
“어!?”
“뭘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거냐?”
회장은 어느새 본인이 자신을 휘감고 있던 라미아와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는···
“신서문!? 너, 너 살아있었건 거냐!?”
“아, 뭐 그 정도로는 보통 안 죽지”
“아니 보통 그 정도면 죽지!!”
바보 같은 문답을 주고받은 뒤 서문은 회장을 좀 떨어진 장소에 내려놓고 먹이를 놓쳐 어리둥절한 라미아에게로 다가갔다.
“조,조심해 녀석은 신체 경화 능력이 있어! 네가 아무리 신체 강화 계열 각성자라도···!!”
다급히 경고하는 회장을 뒤로하고 서문은 그저 손을 한 번 흔들어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라미아와 서문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서문은 시종일관 라미아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과연 라미아는 분명 내화성 체액과 신체경질화라는 강력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뱀을 닮은 신체 특성상 직선적인 움직임은 빨라도 좌우로 선회하거나 후방으로 돌아보는 움직임이 느렸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중 문득 주변에 굴러다니는 한 구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그 시체는 군복을 입고 있는 젊은 남자로 하반신이 통째로 뜯겨 나가 있었다, 하지만 회장이 더욱 놀란 이유는 그 시체가 바로 이전에 그녀가 서문에게 말한 군에 속한 근접 계열 각성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악하게 하는 것은 그 시체의 양손이 마치 산성 액체라도 뒤집어쓴 듯이 끔찍하게 녹아내려 있었다는 것이다.
‘설마!? 내화성 체액만이 아니라 산성 체액까지 쓸 수 있는 건가!?’
회장은 황급히 라미아와 싸우고 있는 서문을 보았다, 배관에 깔리고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무기를 잃어버린 것인지 서문은 맨손이었다.
그리고 지금, 서문은 라미아의 빈틈을 잡고 그 주먹을 라미아에게 때려 박으려 하고 있었다!
“안돼!! 그 녀석에게 닿으면···!”
하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서문의 주먹은 이미 라미아의 코앞까지 다가가 있었다.
순간, 회장은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았다.
서문의 주먹이 라미아에게 직접 닿지도 않았는데 라미아의 몸이 서서히 일그러지더니 이내 폭발하는 모습을!
“!?!?!?”
상반신이 짓밟은 토마토처럼 터져버린 라미아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음~생각보다 잘됐네?”
방금 라미아를 죽이는데 사용한 기술은 탄(彈)이라는 기술이었다.
단의 힘을 타격에 앞서 발출 해 상대의 몸에 직접적으로 때려 박는 기술, 서문이 스승님에게 배운 기술 중에서도 살상력과 파괴력이에 있어서는 손에 꼽는 기술이었다.
“너, 너 어떻게!? 저 녀석이랑 닿으면 안 된다는 건 어떻게 안거야?”
“응? 닿으면 안 돼?”
“어? 어···그 아무래도 산성 체액도 분비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
“아~그건 몰랐네”
“어? 그,그럼···”
“뭐, 그냥···”
서문은 겸연쩍게 머리를 잠시 긁적이고는 말했다.
“끈적거리는 점액 같은 거에 닿기 싫잖아?”
그 어이없는 대답에 회장은 이제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