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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외롭고 쓸쓸했던 나는 마왕의 신부가 되버렸다-26화 (26/246)

26회

[ chapter # 3] 가난한 나는 외롭지 않은 꿈을 꾼다. # 22.

겨우 말들의 식사 준비를 끝내고 바닥에 흘린 사료들을 정리했다. 말들이 먹기 좋게 곡물 알갱이와 가루들이 섞여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보통 곡물이 아닌 것 같았다. 보리? 쌀? 희미하게 당근 냄새도 섞여 있었다. 나는 마구간의 흙바닥에 떨어진 사료들을 흙속에 삽으로 정리해버렸다. 말들이 평범한 나보다 더 좋은 걸 먹는다고 생각하니 입안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물론 기사단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말은 ‘전략물자’였기에 납득은 갔다. 해군 기사단에서는 군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육군 기사단에서는 생각이 달랐다. 웬만한 부기사들이나 병사들보다도 더욱 값진 사료를 배식하고 있었다. 해군 기사단에서는 군함을 타고 있는 기사를 우선했고 육군 기사단에서는 기병대를 우선시 할 정도로 대우가 천차만별이었다.

나는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아르미엘’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까칠하지 않고 온순했다. 경계하지도 않았고 얌전히 내 손길을 받고 있었다. 과거, 갓 중급 부기사로 진급했을 때 받은 애마가 생각나 잠시 추억에 잠겼다.

물론 그 애마는 마왕토벌 때 장렬히 전사했지만···

나는 희미하게 기억에 남았던 과거의 전우를 추억하면서 아르미엘에게서 떨어졌다. 그 말은 구석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검은색 망아지에게 다가가 털을 골라주기 시작했다. 꼭 어미와 자식 같은 모습이었다.

“이런. 나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삽을 제자리에 정리했다. 뻐근한 허리를 풀어주고는 다시 마구간을 나왔다. 마구간의 규모가 큰 만큼 마구간 청소는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해군 기사단이었다면 이 정도 규모의 마구간에 족히 100마리는 수용했을 것이다.

최소 말을 관리하는 병사들도 배는 많게 필요할 게 분명했다. 이런 일을 겨우 두 명에서 하고 있다니 생각하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오후에는 마구간 청소를···”

말들이 잘 훈련되었기 망정이었다. 사육사를 거부하는 말이 있었다면 분명 애를 먹었을 것이다. 물론 마구간 청소도 규모로 봤을 땐 나 혼자 쉽지 않았다. 솔직히 청소할 것도 없어 보였기에 과감하게 건너뛰기로 했다. 일당만큼 일해야 하는 건 맞았지만 나는 단순히 마구간을 지키기 위해서 왔을 뿐이다. 필요이상으로 일을 해줘봤자 내 입장에선 득이 될 게 없었다.

“아르미엘!”

누군가 내 이름을 멀리서 불렀다. 마구간 밖의 차가운 공기가 어느덧 가라앉아 있었고 하늘에는 태양이 중간에 솟아올라 있었다. 팔찌 때문에 손목시계를 찰 수 없는 게 참으로 아쉬웠다. 나는 양팔에 족쇄처럼 걸린 팔찌를 매만지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려 메이드 복에 들러붙은 건초며 먼지를 풀풀 털어냈다.

“오셨어요? 메이드장님.”

“어머! 너무 무리한건 아니지?”

메이드장은 날 보자마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무리는 하지 않았다. 나는 일용직 메이드였기 때문에 일당만큼만 일했다. 생각보다 일이 많아서 말들에게 사료를 주는 것조차 오전 내내 걸렸다. 허리가 조금 아픈 것만 빼면 그다지 힘든 것도 없었다.

“···네.”

“자, 식사해야지? 어디 갔니? 요나엘!”

“네! 메이드장님!”

내가 작게 대답하자 메이드장이 요나엘을 불렀다. 메이드장의 뒤에서 숨어있던 마족소녀가 폴짝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까지 불평불만을 쏟아내던 접객 메이드의 마족소녀였다. 이름이 요나엘이었구나. 잠시 요나엘이라는 이름의 뜻을 생각한 나는 요나엘이 선뜻 내민 바구니를 바라보았다.

“아, 아줌마 줄려고 가져왔어!”

“얘! 요나엘? 숙녀가 예의 없이 아줌마가 뭐니?”

“죄, 죄송해요!”

아무리 시건방져도 한참이나 연장자인 메이드장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메이드장 앞에서 잔뜩 움츠러든 요나엘에게서 바구니를 건네받았다.

“잘 들어요! 자고로 숙녀란 말이지···”

나는 요나엘에게 교육을 시작하는 메이드장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좋게 말하면 교육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잔소리였다. 메이드장은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다만 일과 관련 된 일이라면 무섭기 그지없었다. 잔소리가 시작 되면 최소 5분이었다. 일용직인 나조차도 메이드장 앞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척이라도 하게 만들 정도였다.

“알겠니?”

“힝! 죄송해요···!”

“우는 소리도 뚝! 그렇게 움츠러들면 얼마나 약해 보이는지 아니?”

“···.”

메이드장의 폭포같이 쏟아지는 교육내용에 요나일이 반쯤 울먹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소하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안쓰럽게 보였다. 뭐, 요나엘도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이니 저렇게 혼나는 것 정도는 괜찮았다. 오히려 선생님 같이 교육하는 메이드장의 인성에 다시 한 번 감탄할 뿐이었다.

기사단이었으면 뒤도 안돌아보고 바로 주먹으로 맞았을 것이다. 혹은 노예 신분으로 일하고 있었다면 더 가혹했을 것이다.

나는 요나엘이 건네주었던 바구니의 내용물을 살짝 확인했다. 바구니를 덮고 있던 냅킨을 살짝 들추니 부드러운 향신료 냄새와 재스민 꽃의 향기가 어울려 올라왔다. 오전 내내 쉬지 않고 일했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죄송해요.”

“죄송하다는 말은 꼭 아껴야 된 다고 메이드장이 얼마나 교육했니? 꼭···”

“메이드장님. 교육 중이신데 죄송합니다. 모처럼 준비해주셨는데 다 식을 것 같습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내가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메이드장에게 말하자 그녀가 화들짝 놀랐다. 아무래도 한 번 시작하면 무아지경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성격 같았다. 메이드장이 안경을 고쳐 쓰며 방긋 웃으며 돌아보자 요나엘이 힐끔 고개를 올렸다.

입술을 비죽 내민 채 나를 불만스럽게 노려보고 있었다.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저렇게 노려보니 이마에 꿀밤 한 대만 꽂아 넣어주고 싶어졌다.

* * *

“아까 메이드장이 노가다 메이드라서 불러서 정말로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맞는 말인 걸요.”

말이 좋아 일용직 노동자였다. 비속어로 노가다로 불리고 있었다. 어디서 흘러들어온 외래어였고 귀족들은 절대 쓰지 않는 단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메이드장은 오전에 있었던 일을 사과하는 것 같았다.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아르미엘은 정말 볼 때 마다 놀랍단다.”

“···네?”

“다른 애들이 못하는 지붕도 고쳐. 이제는 마구간에서까지 일할 정도잖니? 우리 애들도 좀 보고 배웠으면 소원이 없겠구나.”

메이드장이 푸른색 꽃 그림으로 장식 된 찻잔을 입에 가져가며 말했다. 나는 찻잔을 양손에 올려놓은 채 재스민 차의 향기를 잠시 느꼈다. 1년 째 봄이 오지 않고 있는데 꽃으로 만든 차라니 나는 귀족들의 재력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요나엘? 차는 향부터 느껴야 한다고 몇 번이나 교육해야 하니?”

“네?! 죄, 죄송해요!”

“···.”

살짝 식은 차를 꿀꺽꿀꺽 마시던 요나엘을 향해 메이드장이 따갑게 이야기했다. 맡은 직책이 접객을 전문으로 하는 팔러 메이드였으니 예절도 엄청 중요한 것 같았다.

힘내라. 요나엘!

나는 요나엘에게 작은 응원을 날렸다. 요나엘은 가다듬은 자세로 찻잔을 움직이고 있었다. 살짝 얼어붙은 팔꿈치가 위태롭게 보였다. 나는 시선을 돌려 멀리 떨어진 마구간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봤는데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거대한 규모였다.

메이드장이 날씨가 따뜻하다며 야외에서 식사를 권유했다. 준비해온 도시락과 마구간 사무실에 있던 돗자리를 빌려와 자리를 마련했었다. 확실히 벨튼 가에서 주는 식사는 다른 일용직 근무지와 차원이 달랐다. 아무리 노동자를 위한 식사라도 재료부터 달랐다. 식사를 든든하게 해야 업무 성과가 높다는 집주인의 철학 덕분이었다.

워낙 비싼 음식들로 채워져 있을 때가 있어서 먹기에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나였기 때문에 비싼 음식들로 입맛을 버리면 곤란하기도 했다. 말라비틀어진 빵에 하루정도 지난 생크림이 나에게 어울렸다. 스프도 필요 없었고 가끔 레스토랑에서 사온 닭고기 샐러드와 맥주가 유일한 호사였다. 솔직히 어제 메이드장이 사준 양고기 세트도 부담스러워 많이 먹지는 못했다.

메이드장이 고생한다며 직접 준비한 샌드위치도 향은 좋았지만 많이 먹을 수는 없었다. 먹는 게 좋다고 해서 입맛을 버릴 수도 없었다. 아니, 입맛을 버린다고 하는 게 잘 못 된 것 같았다.

나는 음식의 향은 느낄 수 있어도 맛은 느낄 수 없었다. 용사와 헤어진 후 있었던 변화 중 하나였다. 맛을 느끼지 못하다니 자연스럽게 식욕도 감소했고 지금은 입에 풀칠할 정도면 적당했다. 남은 샌드위치는 요나엘이 모두 먹어버렸다. 아무래도 마족들은 식성이 좋은 것 같았다.

나는 찻잔에 떠오른 꽃잎 하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래서 아르미엘은 꿈이 뭐니?”

“네?”

“아르미엘의 장래희망. 계속 일용직으로 일할 건 아니잖니?”

갑작스러운 메이드장의 질문에 시선이 올라갔다. 메이드장은 살포시 찻 잣을 입에서 떼며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나는 넋 놓고 메이드장의 말에 응답만 하고 있었다. 오전에 쉬지 않고 일해서일까? 나도 모르게 성의 없이 메이드장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장래희망이라는 그녀의 질문에 놓쳤던 넋이 다시 돌아왔다.

“장래희망은 없어요.”

“그러니···?”

나는 잘라 말하며 다시 찻잔으로 시선을 옮겼다. 메이드장의 온유한 인상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녀 같은 미소를 오랫동안 보고 있지는 못했다.

“그럼 요나엘은 장래희망이 뭐니?”

“저는 말이죠! 왕자님하고 결혼 할 거예요!”

“···.”

요나엘의 무척이나 철없는 대답에 메이드장의 안경이 살짝 흘러내렸다. 뭐 어리니까 귀엽게 봐줄 수는 있었지만 메이드장 눈에는 아닌 것 같았다. 웃고는 있지만 살짝 미간이 좁혀져 있었다. 이럴 때는 ‘최고의 메이드가 되겠습니다!’ 라고 말 했으면 차차 메이드장의 예쁨을 독차지 했을 지도 모르겠다. 만약 요나엘이 아니라 내가 대답했다면 즉시 해고당했을 지도 몰랐다. 메이드장은 피식 웃으면서 표정을 바꾸었다.

“훌륭한 메이드가 되면 왕자님과 결혼하는 건 어렵지 않단다. 요나엘.”

“정말요?!”

“물론이란다. 하지만 그냥 메이드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 메이드장이 저번에 뭐라고 교육했는지 대답해 보려무나.”

“네! 메이드란 숙녀로서 바른 몸가짐과 예절을 익히고··· 또.”

메이드장의 질문에 요나엘이 밝게 대답하다가 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더라도 베르투아의 벨튼 가문의 전속 메이드였다. 요나엘이 대답을 못하자 메이드장은 엷은 미소를 그리며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미래 현모양처를 목표로 내실 있는 내조실력을 기르고 가정의 부흥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다.”

“오! 아르미엘! 어쩜 그리 잘 알고 있는 거니?”

내가 작게 중얼거리자 메이드장이 화들짝 놀랐다. 벨튼 가의 메이드 근무 계약서의 첫 번째 문구였다. 일용직이다 보니 소개소에서 근무 계약서를 작성 할 때마다 읽었던 글귀였다. 모르는 게 이상했다. 하지만 메이드장은 기쁜 얼굴로 나를 지그시 내려 보았다.

“어쩜 이렇게 기특할 수가 있니?”

“네···?”

“아르미엘! 역시 전속 메이드가 될 생각이 없니?”

메이드장이 너무 기뻐하며 말하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 했다. 물론 벨튼 가의 전속 메이드도 결코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인원이 부족해서 일용직 메이드로 보충하고 있었어도 메이드장의 눈에 들지 않으면 벨튼 가의 전속 메이드로 채용되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성실하게 출근하기 어려웠다. 지금이야 매일 먹는 정신과 약으로 버티고 있었고 식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나조차 몰랐다.

“아르미엘도 이제 혼기가 되지 않았니?”

“혼기 말씀이신가요?”

“그럼. 아르미엘도 20살 넘지 않았니? 벨튼 가 메이드로 일하면서 결혼도 준비하는 게 어떻겠니?”

“하지만 결혼 할 생각은···.”

메이드장의 입에서 나온 ‘결혼’이라는 단어에 나는 살짝 시선을 피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고급학교에서 대학교 진학을 선택하지 않으면 17살이 지나는 해에 신랑감을 찾아 ‘약혼’을 했다. 그리고 19살이 되고 ‘성인식’을 치루는 날에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시기를 한참 지났었고 심지어 약혼도 한 번 깨뜨리는 경력이 있었다.

거기에다가··· 아니. 용사에 대해선 더 생각하지 말자.

“아르미엘도 아직 결혼에 대해서 겁이 많은 것 같구나. 하지만 안정적으로 이곳에서 일하면서 차곡차곡 결혼 준비하면 어떨까. 메이드장이 생각 해 봤단다.”

“아아··· 네.”

결혼. 좋은 소리다. 좋은 단어였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 할 상대도 없었고 결혼은 하고 싶지도 않았다. 옛날의 나였다면 오직 결혼이라는 것을 목표로 준비를 했었다. 남들도 그렇게 했었고 나 역시 다른 길로 새지 않았다. 해군 기사단에 입단하면서 용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남들과 평범한 삶이었다.

고향 소꿉친구와 약혼도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진급도 하고 돈도 모아서 오순도순 자식 키우며 사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용사와 만나고 7년의 마왕토벌 기간을 거치면서 내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약혼녀를 내 손으로 울리면서까지 선택했던 용사는 ‘떠나라.’라는 말 한마디 남겨주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혼은 싫어요.”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니?”

“···.”

“그렇구나. 더 물어보지는 않으마.”

내 대답에 메이드장이 짧게 대답했다. 그런데 다시 결혼 얘기가 나오니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외모야 불사조의 검이 남겨서 그대로였다고 치지만 웃으면 눈가에 주름이 생겼다. 거기에다가 월 30 은화짜리 셋방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생이었다. 어디라도 다치면 밥도 같이 굶어야하는 신세였다.

돈 문제를 떠나서 내 인성자체도 문제였다.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약이 없으면 감정조절도 되지 않았다. 내가 내 자신을 바라보아도 부정적인 단어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이라니. 아무래도 메이드장의 눈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만약, 나 같은 녀석을 진심으로 좋다며 최선을 다해 구애한다면 못 받아 드릴 것도 없었다. 물론 내 인생은 물론이거니와 그 녀석의 인생도 송두리째 망가질 테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내가 먼저 피하고 남들에게 정도 주지 않았고 나 역시 정을 바라지 않았다.

솔직히 또다시 배신당할까 두려웠다.

지금 아무리 외롭고 쓸쓸해도 배신당하는 고통보다는 좋았다.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을 만나면 덧없이 부럽고 씁쓸했지만 행복에 잠겼다가 지옥으로 건져지는 느낌은 끔찍할 정도로 싫었다.

맛없는 음식을 먹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사랑하지 않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래, 그걸로 된 거다. 지금의 스스로를 만족한다.

“···과거는 미래로 덮어버리면 된단다. 아르미엘.”

“···?”

“여기 있는 요나엘도 그리고 아르미엘도 힘든 일이 참 많았을 거야. 그렇지?”

“네.”

메이드장은 비어버린 찻잔을 살포시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돈 문제는 돈으로. 사람 문제는 사람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단다.”

“···.”

“지금 네 곁에 있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벨튼 가를 선택하면 더욱 행복해 질 수 있단다.”

마치 유혹하는 것 같은 메이드장의 목소리에 나는 찻잔을 입에서 떼버렸다.

< 다음 화에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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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엉엉... 8ㅅ8. 불성실한 연재 대단히 죄송합니다.

곧 회복 될 예정이니 조금만 참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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