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회
[ chapter # 4] 절망했던 나는 운명에게 도전한다. 처음으로 과거의 꿈을 꾸지 않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해방’ 된 것만 같았다.
이대로 더 잠들고 싶었다.
# 27.
“···응? 아줌마?!”
“뭐가요?”
나는 미간을 팍 찌푸리면서 되물었다. 요나엘이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며 나에게 내밀었던 찻잔을 치워버렸다.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나이도 어린 녀석한테 전속 메이드라고 꼬박꼬박 존칭을 쓰는 것도 짜증났다.
“왜, 왜! 어째서! 그, 그런 옷을 입고 있는 거야?!!”
“···.”
“아줌마가 경비부에서 일하면 어쩌자는 거야?”
“오늘은 경비부 지원을 나왔으니까 그렇겠죠?”
“···으아아!! 어째서?! 어째서?! 돌려줘! 내 순정! 으아아앙!”
요나엘이 내 옷차림을 보며 절망하기 시작했다.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힌 표정은 내가 입고 있는 옷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읽던 책을 덮어버리고는 출근하며 챙겨왔던 옷가방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요나엘은 씩씩거리면서 나에게서 떨어졌다. 가장 먼저 정성껏 내밀었던 찻잔을 이동용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뭐가 불만인지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나는 경비복의 넥타이를 조여매고는 풀어두었던 경비복 코트의 단추를 잠갔다. 아무래도 남성용 옷이다 보니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옷 크기도 대충 창고에서 꺼내서 입은 것이다 보니 쾌쾌한 천 냄새도 베여있었다.
“으하핫, 요나엘! 또 무슨 심술이 그렇게 난 거야?”
“으으! 몰라요!!”
줄 거면 주고 말거면 애초부터 주지 말았어야지.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으로 이마를 찔러주고 싶었다. 하지만 곰을 닮은 전직 기사단 출신의 아저씨가 껄껄 웃으면서 요나엘을 불렀다. 요나엘는 심술 맞은 코웃음을 치고는 다른 찻잔에 허브향기 가득한 차를 부어 곰 아저씨에게 내밀었다.
“왜? 아르미엘 씨가 잘생긴 미남으로 착각해서 그런 거니? 으하하핫!”
“진짜! 아저씨도 자꾸 제 마음 읽으실 거예요?!”
“아저씨가 뭘 읽었다고 그래? 요나엘 얼굴에 처음부터 써져 있었는데. 하하핫!”
곰 아저씨는 껄껄 웃으면서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요나엘을 놀리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내 얼굴에다가 반말을 찍찍뱉을 녀석이었다. 하지만 점심 도시락을 배달 온 요나엘은 나를 보자마자 정성스럽게 찻잔을 내밀었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나 의심이 갔지만 역시나 요나엘이 착각한 덕분이었다.
“어째서··· 아줌마였던 거야?”
요나엘이 울상을 지으며 이동식 선반에 바구니와 보온병을 경비실 중앙 테이블에 내려놓기 시작했다. 최대한 아무말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줌마’라는 단어에 이마에 힘줄이 곤두섰다. 아줌마라는 표현은 절대 나쁜 표현은 아니었다. 나이가 많아서 나를 지칭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남편과 자식을 가진 중년 여성을 친근하게 부르거나 낮추어 부를 때 사용하는 단어였다.
난 그게 싫은 것이었다. 자식은 물론이고 남편도 없었다. 책에서 읽어본 바로는 마족들은 내 나이 때까지 결혼을 못했으면 ‘비정상인’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그건 마계가 멀쩡했을 때의 이야기였지 나는 물론이고 평범한 여성들에게 그런 소리를 지껄였다가는 진짜로 맞을 수도 있었다.
“쯧! 식사나 빨리 주고 가요.”
“워워! 아르미엘 씨. 진정하세요. 아직 어린애잖아요. 크하핫!”
“저 어린애 아니거든요?! 벌써 16살이에요! 16살!!”
곰 아저씨의 웃음에 요나엘이 버럭 소리쳤다. 외모로 봐서는 겨우 초급학교나 졸업했을 나이 같았지만 실제로는 중급학교를 졸업할 정도의 나이였다.
“에이! 16살이라니? 아저씨 눈에는 요나엘이 내 딸보다 어려보이는 걸?”
“기다려보시라고요! 저도 ‘성장기’만 잘 맞추면 예쁜 공주님 같은 외모가 될 거에요!”
“···성장기?”
요나엘의 입에서 나온 ‘성장기’라는 단어에 작게 중얼거렸다. 마족들의 성장기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마력이 대기중에 녹아있는 마계라면 인간과 똑같이 성장한다고 했지만 마계가 아닌 곳의 성장기는 책에서도 나와 있지 않았다. 마족마다 성장하는 방법도 다 달라서 부모들이 챙겨준다는 내용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유는 잘 먹고 있고?”
“그럼요! 매일매일 2병씩 먹고 있어요.”
“크하하핫! 아저씨 눈에는 한 5병은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네?! 2병도 얼마나 많은 건데요?! 아저씨 나중에 가서 저 좋 다고하셔도 절대 안 받아 줄 거예요! 흥!!”
곰 아저씨와 요나엘이 티격태격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렇게 식사를 앞에 두고 말다툼을 지켜봤다가는 차가운 식사를 할지 몰랐다. 딱히 식욕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근무’를 위해서라면 입에 뭔가라도 구겨 넣어두어야 했다.
나는 요나엘이 수줍게 웃으면서 건넸던 찻잔을 손에 들고는 입가로 가져갔다. 날 남자로 착각했던 요나엘의 표정이 변하는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무슨 사람차별도 아니고··· 지금까지 인생의 반을 남자로. 지금은 여자로 살고 있지만 특히 여자의 마음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섬세하고 연약한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너무나 강했다. 멀리서보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유리같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단단한 다이아몬드 같을 때도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지만 속으로는 수 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상처 받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성심성의껏 도와주기도 했다.
수줍어하며 찻잔을 내밀던 요나엘의 모습이 전 약혼녀와 닮아있었다. 내 약혼 반지를 수줍하며 받던 그녀의 모습이 잠시 스쳐지나갔었다. 요나엘이 나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질색했던 모습이 전 약혼녀와 닮아 있었다. 마치 ‘배신’당했다는 표정이었다.
전 약혼녀와 요나엘은 그 사이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묶어 올린 머리끈을 고쳐 묶어 올렸다. 찻잔과 내 몫의 도시락을 챙겨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요나엘은 곰 아저씨와 ‘성장’으로 티격 거리고 있었다. 대부분 곰 아저씨가 요나엘의 한탄을 격파하는 식이었다.
아침부터 만난 곰 아저씨는 말도 많았고 신사적이고 호탕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어린애를 놀리는 실력은 곰 아저씨의 성격을 의심케 했다. 요나엘이 울음을 터뜨릴 기세로 곰 아저씨에게 아등바등 팔을 휘둘러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샌드위치의 포장을 뜯어 한입 베어 물었다.
“진짜로 커지고 나서 놀라지 마세요!! 이래보여도 청혼을 열 번이나 받은 몸이었다고요!”
“에이~ 소꿉놀이는 빼야지.”
“아니라니까요?! 이래보여도 왕자님···읍!”
요나엘이 황급히 자기 입을 막으며 뒷걸음질 쳤다. 나는 야금야금 먹었던 샌드위치를 내려놓고는 메이드장이 넣어준 크림소다 음료를 한 모금 삼켰다. 경비실의 창가 너머로 정문을 지키는 ‘자넬’이 벌벌 떨고 있었다. 나는 근무 교대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요나엘을 바라보았다.
“요나엘도 ‘결혼’했던 건가요?”
“에···?! 네?! 아? 아, 아줌마가 그걸 어떻게···?”
요나엘이 황급하게 입을 막았던 손을 내리며 물어왔다. 마족들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다는 내용에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 어렸을 때 결혼했더라도 왕국의 약혼 같은 개념이었으니 요나엘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호오···! 이거, 이거 재밌는 사실을 알아버렸구먼?!”
“아, 아니에요!! 겨, 결혼 할 뻔 했던 거였어요···. 그게!”
“요나엘? 이러다가 메이드장님한테 혼나겠다. 빨리 가자.”
“네! 지금 나갈 게요!”
경비실 문이 열리며 마차의 운전을 담당하는 네르멜 씨가 요나엘을 불렀다. 요나엘은 황급히 이동식 선반에 챙겨왔던 도시락들을 테이블에 꺼내 놓고는 도망치듯이 경비실에서 나가버렸다. 곰 아저씨는 껄껄 웃으면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족들은 참 신기하지요? 얼마 전까지 서로 죽고 죽였다는 게 믿기지가 않군요.”
“그러게요.”
“그 마력이라는 것만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친하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이야기죠.”
나는 짧게 수긍하고는 대충 식사를 마무리했다. 아직 근무교대까지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얄미운 자넬도 식사는 해야 했다.
“저는 식사교대 나가 볼 게요.”
“좀 쉬세요! 아르미엘 씨. 제가 잠깐 나가서 서 있으면 됩니다! 기껏 도와주러 오신 건데 수고까지 끼치면 제가 메이드장님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돌아가면서 버티셔야 될 텐데 이 정도는 도와드려야죠.”
곰 아저씨가 뜯어 말리는 걸 억지로 떼어냈다. 나름 웃음을 그리며 부담스러워하는 곰 아저씨를 다시 자리에 앉게 했다.
나는 경비원 모자와 코트를 목까지 잠갔다. 벨튼 가의 경비원 업무는 메이드 업무보다는 몇 배는 편한 일이었지만 최소 2시간 동안 추위와 고독감과 싸워야만 했다. 나도 기사단에 있을 때부터 ‘당직’이라는 개념 덕에 경계근무를 섰었다. 물론 원정대 시절에도 불침번이니 야간 경계조니 하며 부족한 수면 시간마저 쪼개가며 경계를 섰었다.
2시간 씩 교대로 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수고했어요. 가서 식사하고 오세요. 정문은 제가 지키고 있을 게요.”
“오···오오! 아르미엘? 왜 벌써 나왔어?”
“···이제 존칭까지는 안 바라니까 씨라도 붙여주시죠?”
“헤헤. 그럼 너도 말 편하게 하지 그래?”
“콧물이나 닦고 말하시죠? 정문을 지키는 자가 그렇게 콧물이나 흘리면 퍽이나 멋있어 보이겠군요.”
정문 출구로 향하자 자넬이 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반쯤 얼어붙은 콧물 때문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는 경비 코트 주머니에 챙겨두었던 일회용 손수건을 툭 던져주고는 자넬이 서 있던 자리를 밀어냈다.
“으으··· 그래도 아저씨랑 밥 먹긴 싫었는데.”
“빨리 식사나 하고 오시죠?”
불평을 늘어놓는 자넬을 향해 짜증스럽게 말했다. 자넬은 입을 비죽 내밀며 경비실로 들어갔다. 나는 잠시 숨을 길게 내뱉고는 먹구름 가득 낀 잿빛 가득 한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벨튼 가의 정문은 잘 꾸며진 도로만 놓여 있었다. 산 중턱에 있기 때문에 가로수길 밖에 없었다.
후문은 바로 마을과 연결 되어 있었지만 정문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곳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서 있기만 해서 일당을 받을 생각을 하니 메이드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어제 저녁부터 찾아 왔다는 국왕 청의 손님은 ‘진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손님들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잘난 사람이 오는지 궁금해졌다. 국왕 청에서 사전답사까지 올 정도면 국왕 청에 소속한 국왕의 보좌진들 정도였다. 귀족들 중에서도 왕족이나 최고지위를 가진 명문 귀족들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물론 그 꼭대기에는 용사가 있었지만 말이다.
대충 소문에 의하면 ‘국왕’은 아니었다. 그가 지방항구도시를 올 일은 그다지 없었다. 만약 온다고 했다면 벨튼 가가 아니라 베르투아 전체가 난리가 났을 것이다. 오더라도 비공식적으로 몰래 방문했으면 했지 공식적으로 지방 항구도시까지 행차할 사람은 아니었다.
“아아. 벌써 춥네.”
한 10분이나 지났을까? 시계가 없으니 얼마나 시간이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경비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코트의 옷깃을 세워 바람을 막아냈다. 포근할 거라던 기상청의 예보와는 달리 새벽부터 ‘폭설’이 쏟아진 상태였다. 덕분에 ‘진짜손님’의 환영행사 준비로 벨튼 전체가 뒤집어진 상황이었다.
그 많던 경비원들과 메이드들이 총 동원되어 정원의 손질이며 폭설을 치우기 위한 작업으로 투입 된 상태였다. 덕분에 경비원들이 서야하는 경비는 못 서고 눈을 치우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 덕분에 나 같은 일용직들은 경비원들의 빈자리에 들어 갈 수 있었다.
“···진짜 춥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오기 시작했다. 이 정도 바람이라면 바다날씨는 안 봐도 뻔했다. 아마 의료선은 출항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천만 다행이었다. 헛수고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오늘은 아침 5시에 눈이 정확하게 떠졌었다.
처음으로 ‘악몽’을 꾸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놀랐었다. 아니, 꿈이라는 것은 금방 잊히는 거니 눈을 뜨자마자 잃어버렸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꿈에서마저 용사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했었다. 사실 그 상태로 다시 잠들려고 했지만 시엘이 나를 깨워준 탓도 있었다. 출근해야 한다고 말한 기억이 없는데 내가 정규직 메이드 정도로 착각한 것 같았다. 사실은 일용직인데···
어쨌든 악몽을 꾸지 않은 덕분일까? 똑같이 빵을 쪼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기특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나라며 깨우는 시엘의 모습이 기특한 생각을 지워내기에 충분했었다. 오늘 점심 때 먹으라고 초코크림을 넉넉하게 사왔었지만 시엘이 아침부터 다 써버렸었다.
점심으로 남은 빵을 먹고 치우라고 말하긴 했었다. 하지만 몇 조각 먹고 내버려두었을 거라 생각하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며칠간의 고수익 덕분에 은화는 넉넉히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시엘이 단칸방에 숨겨둔 돈을 찾아 도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엘은 도망칠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부터 낡은 옷들을 세탁해주겠다며 벼르는 모습이 눈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하는 건 말리지 않겠지만 괜한 짓으로 마족인 게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탁이니 뭐니 쓸데없는 짓은 안 해줬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괜한 걱정이 들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만으로도 골치아픈데 아침부터 머리속의 80% 정도가 마족 꼬맹이 녀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에 사고라도 친다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 될지 몰랐다.
거기에다가 언젠가 들이닥칠 마족 특유의 ‘책임’이니 뭐니하며 달려든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니, 그 전에 똑바로 교육시키면 그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시엘.”
메이드장의 책을 괜히 읽는 게 아니었다.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했던 ‘혼욕’이 발목 잡을 줄은 몰랐다. 시엘의 나이 문제도 있었다. 도대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또, 시엘이 단칸방에서 같이 지내는 동안 목욕문제도 생겼었다. 따로따로 쓰면 마귀할멈이 추가요금을 요구 할 지도 몰랐다.
젠장.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 덕분에 오늘 분의 약을 먹고 나오지도 못 했었다. 그나마 컨디션이 좋았기 망정이었지 약도 안 먹은 채 컨디션까지 나빴다면 벨튼 가에서 벌써 쫓겨 났을 게 분명했다.
“수프라도 좀 먹고 나올걸 그랬나?”
경비실에 고스란히 남겨둔 수프 생각이 절실하게 떠올랐다. 입에 넣지는 않더라도 뭔가 따뜻한 걸 코트 안에 파묻어 두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이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품에 껴안고 침대 위에서 뒹굴 거리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쳐 올랐다.
방수 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넣고 사용해 볼까 상상해보았다. 하지만 온수가 더 비쌌고 자칫 터지기라도 하면 대형 참사가 발생했으니 참기로 했다. 차라리 돈이라도 모아 난방이라도 원 없이 돌리면 그만이었다.
“···그냥 돈부터 모으자.”
가만히 정문 앞에 서 있으니 별별 생각들이 뭉게뭉게 떠오르고 있었다. 마족에 관한 책의 내용부터 요나엘의 ‘성장기’며 ‘결혼’까지, 쓸데없는 생각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해군 기사단에서도 이렇게 당직을 서고 있으면 많은 생각을 했었다. 평범하지만 장미 빛 미래와 꿈을 곧잘 밤하늘에 그리고는 했었다.
지금은 혼자 있는 게 익숙했고 더 편했으니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더 춥게 느껴졌다.
그토록 돌아가고 싶지 않던 단칸방인데 오늘따라 빨리 돌아가고 싶어졌다.
어째서···?
< 다음 화에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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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일일 연재 성공(웃음)!
사실 밖에서 멍하니 서있는 것만큼 힘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1시간은 족히 지났을 거 같은데 시계를 보니 2분 지나가 있고...
춥고 졸리고 지나가는 사람은 많고, 갑자기 어디선가 뭔가가 튀어나올 거 같고...
이번화에서는 아르미엘의 감정변화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 또 부족한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다음주 화요일까지 4박 5일짜리 출장인데 부족한 부분들 잘 메꾸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비축분을 만들 시간이 없어서 연중하는 것 같아 대단히 죄송합니다. 8ㅅ8... 기필코 부족한 플롯과 답답한 전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려고 합니다.
독자분들의 성원에 진심어린 감사를 보내드립니다.
더욱 성장하는 Muorlove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s// 크리스마스... 고독한 늑대에게는 필요 없는 법. (훗-) 출장으로 나는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크하하하핫!
p.s2// 독자분들게 진심으로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 작품에 대한 비밀을 밝혀 드리겠습니다. 사실 플롯은 커녕 6화까지 주인공의 이름조차 설정 되지 않았던 지름작이었음을 밝혀드립니다 8ㅅ8... 정말 부족한 작품 관심가져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출장 기간동안 플룻을 확고하게 짜고 짜임새 있는 설정을 제대로 가미하려 합니다.
가장 큰 문제인 답답한 전개를 벗어나고자 하니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b!
Q&A ㅇㅅㅇ.
(답변입니다. 질문 내용을 허락없이 복사해서 죄송합니다.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Q. 전개가 약간 느린 것 같습니다!
A. 진행이 느린 점은 정말 면목없습니다. ㅠㅠ. 제대로 된 플롯 없이 즉흥적으로 써서 연재하니 생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연참으로 메꾸어 보려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실패한 것 같습니다. 적절한 편집 능력을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제가 느끼기에도 부적절한 묘사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로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지만 역시 제 필력부족인 것 같습니다. '특별한 사건'은 임펙트는 없지만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 모쪼록 기대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조언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